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32)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32화(1132/1135)
1132
화
그러나 다행히 기사들의 걱정과는 달리 역대급 마법범죄자가 탄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해골 교장에게 답장을 받은 이한이 잠깐 읽은 뒤 바로 모닥불에 던져버린 것이다.
‘쓸데없는 내용이 많군.’
스승들은 물론이고 스승 아닌 차원의 강자들까지 여러 상대해 본 이한에게 이 정도 도발은 하품도 나오지 않을 수준이었다.
해골 교장에게 복수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이한은 일단 답장의 내용을 되짚어보았다.
‘…괜찮은 거겠지?’
만약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해골 교장도 이런 쓸데없는 답장을 보내는 대신 즉시 행동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한에게는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을 것이고…
그러지 않는다는 건 아직 상황이 해골 교장의 통제 안에 있다는 뜻.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이 빈정거리는 답장이 안심이 됐다.
‘그래. 교수님들 말이 맞다. 배그렉 교수님의 비열한 전투 방식은 악신숭배자들도 쉽게 상대하지 못할 거다.’
치사하고 더럽게 싸우는 것만 놓고 보면 볼라디 교수는 에인로가드에서 손에 꼽히는 사람이었다. 직접 당해본 제자로서 이한은 확신할 수 있었다.
-후계자 님. 괜찮으십니까?
“예? 아까 괜찮다고 했잖습니까.”
기사들이 걱정스러워하자 이한은 의아해했다.
볼라디 교수의 탈주로 인한 충격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됐는데 왜 갑자기 또 묻지?
-그게 말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주인님의 편지를 받은 제자 분들은 추가 탈주할 확률이 높아서…
“…그걸 알면 좀 말리십시오.”
대체 몇 명의 선배들이 탈주했던 건지 묻기도 두려울 정도였다.
* * *
‘흐음.’
푸른 용의 탑 친구가 스승의 탈주 때문에 다른 교수들과 상담하는 동안, 니기소르는 생각에 잠겼다.
아까 그 정령의 정체는 대체 뭐였을까?
‘그렇게 강한 정령이 아무 이유 없이 도와주진 않았을 텐데.’
“니기소르 님. 니기소르 님. 괜찮을까요?”
“아까 워다나즈 님을 ‘야, 워다나즈!’라고 부른 것 말이오? 못 들었을 것 같소만…”
“…그거 말고요.”
뱀 수인족 사제는 활활 타오르는 멍청한 친구를 노려보았다.
쓸데없이 기억력은 좋아서!
“참고로 그건 비밀이에요. 만약 말했다가는 저번 화재 사건 때 니기소르 님이 참가했다는 걸 감찰관에게 고발하겠어요.”
“걱정하지 마시오. 그런 걸 말할 만큼 이 니기소르가 한가한 사람은 아니니. 그러면 어떤 게 걱정되는…”
“당연히 배그렉 교수님을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다 못한 티질링이 중재에 나섰다. 내버려뒀다가 둘이 멱살 잡을까봐 걱정이 됐다.
“배그렉 교수님 말이오?”
“그럼 뭐겠어요. 그보다 솔직히 저는 워다나즈 님이 저렇게 슬퍼하실 줄 몰랐거든요?”
시아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에인로가드 교수들 중 사라졌을 때 학생들이 슬퍼할 교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당장 버두스 교수나 벤도졸 교수를 예시로 들어보면 이해하기 쉬웠다(벤도졸 교수는 실제로 사라지기도 했었다). 어느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시아나가 보기에 배그렉 교수도 딱히…
‘워다나즈 님 볼 때마다 맞고 계셨던 것 같은데?’
“밖,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사제지간의 관계가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티질링도 사실 조금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꾹 참았다.
이한이 너무 침울해보였던 것이다.
“사실 나도 놀라긴 했소만…”
“다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무슨 이야기하고 있었지?”
“힉.”
가장 깜짝 놀란 시아나는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괜찮나?”
“아아아주 괜찮아요. 딸꾹.”
‘꼭 마법사 카드를 몰래 하다가 걸린 가이난도 같은 표정인데.’
이한은 속으로 잠깐 생각했지만 의심을 멈췄다.
시아나 사제가 가이난도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할 리 없지 않은가. 친구에 대한 실례였다.
“정령에 대해 고민 중이었소. 아까 싸울 때 특이한 정령이 도와주는 걸 느껴서…”
“딸꾹. 착각 아니었을까요?”
시아나는 같은 탑 친구의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사제들은 기본적으로 정령에게 호감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성격들이 다들 성실하고 온순하니 정령 입장에서도 싫어할 이유가 적은 것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니기소르의 발언은 상당히 특이했다.
계약도 하지 않은 정령이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호의를 베풀어준다니?
정령에 대해 아는 게 있는 만큼 오히려 저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딸꾹. 엄청나게 커다란 계획을 그리는 정령이 아니라면 그런 짓을 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실은 엄청나게 커다란 계획을 그리는 정령이 맞다. 미안하군. 화천장군이란 정령인데, 날 계속 쫓아다니고 있어.”
“……”
경악한 시아나의 딸꾹질이 즉시 고쳐졌다. 시아나가 어버버하는 사이 니기소르가 놀라서 물었다.
“잠깐, 화천장군 정도 되는 강력한 정령이라면… 정말 원추리 마탑의 의뢰가 정령을 제압하는 것이었소?”
“그러게요?”
시아나는 물론이고 다른 두 사제도 이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분명 이번 의뢰 처음에 ‘원추리 마탑의 의뢰가 정령 제압 의뢰였나요?’라고 물었을 때, ‘아니야! 원추리 마탑의 의뢰는 그냥 날… 날 영입하려는 거였다고!’라고 한사코 주장하지 않았던가.
‘역시 정령 제압 의뢰였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원추리 마탑의 이름이 있는데 그런 추잡한 이유로 에인로가드 학생을 불러냈겠는가.
정령 제압 의뢰가 분명했다.
“…원래 정말 원추리 마탑이 날 영입하려고 불러냈는데, 우연한 사고로 화천장군이 풀려난 거라니까.”
“……”
‘젠장. 내가 들어도 거짓말 같군.’
패배감을 느낀 이한은 화제를 돌렸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여하튼 니기소르. 이 정령은 아주 사악하고 비열한 놈이라 잘 해준다 하더라도 절대 믿으면 안 돼. 계약하자고 꼬드겨도 무시하라고.”
화천장군이 들었다면 발끈했을 소리였다.
기묘한 취향 때문에 계속 이한을 졸졸 쫓아다니고 있긴 했지만, 화천장군은 원래 계약자를 두지도 않는 정령이었다.
그런 난폭한 정령이 니기소르 같은 애송이 사제가 뭐가 좋다고 계약해주겠는가. 저 말은 화천장군에 대한 모욕이었다.
“워다나즈 님. 별로 좋은 설득 같지는 않은데요.”
“굳이 그걸 다 말하실 필요는…”
시아나와 티질링이 동시에 이한을 말렸다. 친구에 대한 믿음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태도였다.
니기소르는 못마땅하다는 듯 항의했다.
“왜 말해주면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소.”
“왜긴 왜에요. 니기소르 님 말고 다른 사제들은 다 이유 알고 있는데.”
“아, 아무래도 조금… 성급하게 행동하실까봐 걱정이 되어서…”
두 사제 친구가 신랄하게 비판하는 동안 이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야. 나는 니기소르 사제를 믿어.”
“네? 진짜요? 다시 생각해보시죠?”
“…그것도 그거고, 괜히 말 안 해주면 정령이 꼬드길 때 역으로 흔들릴 수 있잖나.”
이한이 속삭이자 시아나는 그제야 납득했다. 확실히 그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화천장군은 그런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살짝 울컥한 니기소르는 강하게 외쳤다.
“흥! 반드시 약속하는 건데, 그 정령이 접촉해와도 절대 어떤 대답도 하지 않겠소.”
“화염을 주겠다고 꼬드겨도요?”
“물론!”
“진짜 대단하고 강력한 화염의 권능을 선물해주겠다고 꼬드겨도요? 워다나즈 님의 마력만큼 끝없이 타오르는 화염의 권능이어도?”
“시아나 사제…”
이한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친구를 쳐다보았다.
왜 자신의 이름이 굳이 거기서 나온단 말인가.
“으, 으윽. 물론이오.”
심지어 그걸 들은 니기소르는 잠깐 고민까지 했다. 이한은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친구를 믿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거절하긴 했으니까…
“그래. 믿도록 하지. 곧 다시 출발할 텐데 다들 괜찮겠지?”
“저희야 괜찮습니다만, 워다나즈 님이…”
“걱정하지 마. 티질링 사제. 나도 완전 괜찮으니까.”
‘별로 안 괜찮아보이는데.’
‘솔직히 좀 걱정됩니다.’
시아나와 티질링은 슬쩍 눈빛을 교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학교로 돌아가서 쉬게 하는 게 낫지 않나?
“참.”
돌아서려던 이한이 다시 멈추더니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혹시 가는 길에 수상해보이는 놈들 있으면 꼭 나한테 먼저 말하고. 알겠지?”
“…무, 무슨 이유로요?”
왠지 모르게 살기를 느낀 시아나가 살짝 겁을 먹고 물었다.
“무슨 이유냐니…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앞으로 의뢰를 할 때 더 안전에 주의하자는 거지. 왜, 나 말고 교수님한테 먼저 말하고 싶어?”
“아! 저는 또…”
“또?”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 하하… 딸꾹.”
‘악신숭배자들을 먼저 찾아서 갈아버리려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려고 했던 시아나는 입을 다물었다.
“딸꾹질이 잦군. 혹시 피곤한 건 아니지?”
“물물물론 아니죠.”
“그러면 됐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한은 교수들에게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정말로 자리를 떠났다.
세 명의 사제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진짜 돌려보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악신숭배자 찾아서 선공하시려는 거면…”
“설, 설마 그러실 리가 있겠소.”
“……”
* * *
마을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화염거인들까지 설득하자 열기는 체감될 만큼 빠르게 줄어들었다.
사람들의 감사와 함께 이한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
-여기 음료수 좀 마셔가면서 가시죠. 얼음에 과즙과 설탕을 섞었습니다.
“감사합… 니다?”
묘하게 친절해진 기사들의 태도는 덤이었다.
의뢰 나갔을 때 학생들이 밖에서 교칙에 어긋나는 군것질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고는 전혀 믿겨지지 않는 태도였다.
“워다나즈 님. 아까 용병 놈들한테 들었는데, 이쪽으로 30분 정도만 더 가면 기가 막힌 버섯 키슈를 내놓는 레스토랑이 있답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어, 어째서?! 파이를 싫어하십니까?”
“그야 그쪽 마을은 피해가 없잖습니까.”
이한은 되레 황당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의뢰 나온 거지 제국 서부의 미식을 즐기기 위해서 나온 게 아니지 않은가.
이빈타는 그 말에 아차 싶었다. 옆에서 기사들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쯧 소리를 냈다.
-멍청한 놈. 아첨도 못하면서 도적질할 때 뭘 배운 거냐?
-네놈 때문에 후계자 님이 생각을 바꿔서 실수를 보고하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냐?
“……”
아까 실수를 해놓고도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이빈타는 속으로 기사들을 욕했다.
자기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저 기사들은 자신만 구박하고 있었다.
‘명예롭기는 개뿔…!’
어쩌면 저자들도 생전에 도적이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최소한 양심은 도적이었을 것이다.
차갑게 얼린 사과 과즙 음료를 갈대 빨대로 홀짝이던 가르시아 교수는 동료 교수에게 말을 걸었다.
“저희도 다음 마을에 도착하면 이한 학생한테 뭐라도 사주는 게 좋을까요?”
‘꼬마도 아니고 그런 거에 기분 풀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키르민 교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워다나즈를 위해서가 아니라 워다나즈를 걱정하는 가르시아 교수의 기분을 위해서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킴 교수. 워다나즈는 이런 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한 마법사니까요.”
“그렇겠죠?”
-정지!
저 멀리 목재 다리 앞 검문소에서 마차를 발견하고 외쳤다.
제국의 어느 곳이든 통행권을 갖고 있는 마법학교의 깃발을 마차에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문소에서 정지하라고 하자 교수들은 의아해했다.
“무슨 일입니까?”
“알려줄 수 없다! 빨리 꺼져라!”
“뭐 저런…”
-미친놈들인가?
기사들까지 황당해하는 사이 이한이 불쑥 마차에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지팡이를 휘둘러 즉시 마법을 날렸다. 병사들은 기겁해서 몸을 굴렸다.
콰콰콰콰쾅!
초소는 물론이고 바리케이드까지 박살이 나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경악했다.
설마 상대가 이렇게 행동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감히 무슨…?!”
“제국법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걸 보면 악신숭배자 같습니다. 일단 제압부터 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