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33)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33화(1133/1135)
1133
화
“이, 이한 학생. 그것만으로 악신숭배자라고 생각하기는 조금…”
당황한 가르시아 교수가 말을 더듬는 사이 분노한 병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이런 미친놈들! 여기가 어디인지 아느냐! 감히 부이용 백작님의 검문소를 공격하다니!”
“잠깐! 다들 도망치세요!”
빨리 무기를 버리고 ‘저희는 악신숭배자가 아닙니다’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더 자극하는 모습을 보자 가르시아 교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병사들도 살짝 놀랐다.
백작의 신분을 밝혔는데도 겁을 먹지 않다니?
설령 미친놈들이라 무시하더라도 ‘다들 도망치세요!’같은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그리고 병사들은 왜 저런 반응이 나왔는지 즉시 알게 되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이한이 수옥탄으로 남은 바리케이드들을 마저 다 때려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앞에 가로막는 병사들이 있던 말던 뼈를 부러뜨리겠단 기세로 마법을 날리자, 다리 위에 있던 병사들은 다급히 강으로 뛰어들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강으로 뛰어든 병사들에게 해명을 위해 외쳤다.
“우리가 사실 에인로가드에서 나왔거든요! 깃발을 못 보신 거 같아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강에 뛰어든 병사들은 정신없이 물을 뱉으며 헤엄치느라 듣지 못했다. 박살난 검문소에 남은 병사들 몇몇만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마, 마법학교에서 나왔어도 그렇지… 이렇게 멋대로 굴어도 되는 거요?”
-된다.
-사람이 열받았는데 앞에서 깐죽대면 이렇게 되는 거 모르나?
기사들은 빈정대며 남은 병사들을 강으로 걷어찼다. 병사들은 비명과 함께 떨어졌다.
그 모습에 이한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악신숭배자와 결탁한 흔적이 있나 심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앗. 그, 그렇군요!
기사들은 재빨리 쇠사슬을 던져 병사들을 다시 끌어올렸다.
설마 아까 그 말이 진심이었을 줄이야…!
* * *
제국이 건국되었을 당시 황제와 대마법사들에게 협조한 귀족 가문들은 제각기 다른 여러 특권을 보장받았다.
대귀족 가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대대로 내려 온 특권 하나 정도 갖고 있는 가문들은 생각보다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중 부이용 백작은 마을 세 개 정도를 아우르는 영역의 통행료 징수권을 포함해 이런저런 알토란 같은 권리들을 제법 갖고 있는 귀족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착각해서는 안 됐다.
제국의 귀족들은 먼 옛날의 귀족들처럼 제멋대로 굴 수 있는 권한 같은 건 없었으니까.
통행료 징수권도 엄밀히 따지면 자기 주머니로 넣는 게 아닌, 제국에 바쳐야 할 통행료를 대신 걷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에 가까웠다.
사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옛날의 전제군주처럼 군림하지는 못하더라도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었다.
징수인에게 권한을 나눠주고 돈을 받는다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서 통행료를 올린다거나…
하지만 이것도 요령이 있었으니 바로 눈치껏 잘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제국이 넓고 수도의 관료들에게 올라가는 상소가 많아서 걸릴 확률이 한없이 낮다지만, 눈치 없는 놈들은 꼭 선을 넘어서 감찰관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부이용 백작은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고 들키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부(富)를 쌓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나 불운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는 법.
이번 갑작스러운 서부 가뭄과 열해는 백작도 기겁하게 만들었다.
“하필이면 올해 가뭄이 찾아오다니. 하필이면!”
홀쭉하게 살이 빠진 백작이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서재 안을 왔다갔다 움직였다. 초조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제국의 법령에는 자연재해를 대비해 지역마다 구호물자를 일정 분량 이상 모아놓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그 책임자가 바로 부이용 백작 본인이었던 것이다.
평소라면 상관없었다. 근처 상인들에게 징발한 뒤 그 물자를 슬쩍 질 낮은 물자로 바꿔치기 해도 들킬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재해가 닥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심지어 백작은 올해 구호물자를 질 낮은 물자로 바꿔치기 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빼돌려서 현금화까지 해버린 상황이었다!
최근에 수도 제과 길드한테 크게 투자했다가 놈들이 제빵 길드에게 패배한 탓에 그걸 메꾸려고 평소답지 않게 과감히 행동한 거였는데, 설마 재해가 찾아올 줄이야.
“진정하십시오. 주인님. 분명 때에 맞춰 처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집사장은 부이용 백작을 달랬다.
“병사들에게 길을 막으라고 명령했지 않습니까. 주인님에게 다리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백작은 초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부이용 백작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이 인근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일단 막으라고 검문소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검문소의 병사들은 사실상 백작이 봉급을 주는 사병이나 마찬가지라 아무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유는 어차피 나중에 둘러대면 됐다. 주변에 도적단이 나타나서 여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막았다, 역병이 너무 심해서 일단 막았다…
“…악신숭배자가 나타났다고 해도 되고 말이지.”
“안 됩니다, 주인님! 그건 기사단이 찾아올 수 있지 않습니까.”
“그, 그렇군.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야. 자네 말이 맞아.”
부이용 백작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핑계도 그럴듯하게 대야지 무슨 악신숭배자란 말인가. 재수 없는 핑계였다.
어쨌든 수도 감찰관, 지역 관료, 교단 사제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외부인들은 일단 모조리 진입을 막았으니, 남은 건 구호물자를 다시 확보하는 일이었다.
구호물자만 다시 확보되면 누가 와서 이 주변을 어슬렁거려도 떳떳했다.
“요즘 이 인근에 사제들이 특히 늘었다는데, 수상하게 여기진 않겠지? 강제로 돌파하거나?”
“주인님. 악신숭배자가 나온 것도 아닌데 그런 강행돌파를 할 리 없습니다. 사제들의 성격을 잘 아시잖습니까.”
교단의 사제들은 몇몇 사안이 아니라면 그리 폭력적인 이들이 아니었다.
억지로 출입을 막아도 얼굴을 찌푸리면 찌푸렸지 다른 길로 돌아가는 걸 선택하리라.
그걸 알았기에 백작도 명령을 내린 것 아닌가.
“제발, 이 상인 놈들. 빨리 모아오란 말이다! 만약 내가 발각된다면 네놈들도 가만히 두지 않겠다!”
부이용 백작은 상인들을 욕했다.
지금 급하게 발로 뛰고 있는 상인들은 평소부터 백작과 친분이 깊은 상인들이었다.
원래 나쁜 짓도 혼자서는 하기 힘든 법.
백작이 질 낮은 물자로 바꿔치기하거나 통행료를 올리거나 여러 권리들을 교묘하게 이용할 때 도와준 게 바로 이 상인들이었다.
그런 만큼 빼돌린 구호물자로 문제가 생겼으면 이들도 같이 나서야 했다. 백작이 잡히면 그들도 잡힐 테니까.
그런데도 아직 확보를 못 하다니…
“이 머저리들, 돈만 밝히는 벌레 같은 놈들, 내가 이런 놈들한테 특혜를 줬다니.”
쾅!
“백작 각하! 물자를 확보했습니다! 북부 상단과 계약을 끝내자마자 리치몬드 놈들에게 가장 빠른 마차를 부탁했으니, 하루 안에 도착할 겁니다!”
“오오!”
상인들이 문을 부수듯 열고 들어오자 부이용 백작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방금까지 욕한 게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백작은 상인들에게 찬사를 늘어놓았다.
“자네들이야말로 영지의 영웅이고 제국에 피가 돌게 하는 인재들이지!”
“감사합니다, 백작님!”
백작은 특히 이 상인들의 우두머리 격이자 이번 일의 총책임을 맡은 상인, 나세다를 꽉 끌어안았다.
“나세다, 자네는 내 오른팔이고, 내 고나달테스일세!”
“실로 영광이군요!”
제국을 건국한 황제를 옆에서 도운, 황제의 오른팔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대마법사라고 부르는 것만큼 확실한 칭찬도 없었다.
물론 제국 황제나 대마법사가 보면 둘 다 매우 분노할 광경이었지만…
“물자가 창고에 도착하는 즉시 각자 원래 자리에 돌아가고, 통행을 금지한 명령도 취소시켜야겠군. 참. 기부금 준비하게. 사제들의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으니까.”
쾅!
신나서 재잘대는 백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또 문을 부수듯이 열고 들어왔다.
전령은 소식을 받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달렸는지 전신이 땀투성이였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부이용 백작은 화를 내는 대신 웃었다.
“자네도 물자 확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나?”
“큰일났습니다!!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강제로 영지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
“……”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마냥 서재의 공기가 차갑게 변했다.
상인들이 먼저 기겁하듯 외쳤다.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여기 왜 온단 말이냐?! 뭔가 착각이 있었겠지!”
“다른 마법사하고 착각한 것 아닌가? 그래, 발드로가드! 발드로가드 마법사일지도 몰라!”
“발드로가드 마법사면 좋겠군! 내가 아는 발드로가드 마법사들이 있는데…”
전령은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외쳤다.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맞다고 합니다. 남쪽 다리 검문소가 완전히 박살났다고…”
“박살났다고?”
부이용 백작은 멈칫했다.
에인로가드가 제국 마법학교로서 여러 가지 특권을 갖고 있었고 그 중에 제약 없는 통행권도 있었지만, 그 중에 제약 없는 파괴가 있진 않았다.
아무리 통행을 막았어도 그렇지 이건 그쪽의 실수였다!
순간 백작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상인들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외쳤다.
“백작님. 이걸 핑계로 어떻게든 발을 묶어보시지요.”
“맞습니다! 도적 때문에 잠깐 길을 막은 거였는데, 검문소를 부수다니 너무하신 거 아니냐고 항의하시면 발을 묶을 수 있을 겁니다.”
서로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직접 만나서 대화하자고 장소를 잡은 뒤, 백작이 질질 시간을 끌며 늦게 도착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보였다.
하루만 버티면 구호물자가 영지에 도착할 것이고 마법사들한테는 자기가 의욕 때문에 실수했다고 나중에 사과하면 될 테니… “나세다, 내 오른팔, 내 고ㄴ… 아니, 자네한테 맡겨도 되겠나?”
고나달테스라고 하려다가 왠지 불길해서 백작은 말을 바꿨다.
상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마법사들 정도는 충분히 쥐락펴락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법사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발을 묶어놓겠습니다.”
백작도, 집사장도, 상인들도 기발한 계책을 떠올렸다는 흥분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건 왜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저렇게 난폭하게 행동하는지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거였다는 걸.
* * *
“흠. 악신숭배자가 아니었다니.”
이한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기사들이 진지하게 악신숭배자와의 관련성을 캐묻기 시작하자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병사들은 울며불며 진실을 고백했다.
-저희는 그런 거 안 믿습니다!
-저는 플레맹 교단 믿습…! …잠, 잠깐. 사제님. 플레맹 교단 아니십니까? 저 플레맹 교단 신자입니다! 어렸을 때 기부도 했어요! 저 대신 말해주십시오!
-…저, 저 플레맹 교단 아니에요. 프… 프리싱가 교단이에요.
-…시아나 사제님…
-무서운 걸 어떡해요! 워다나즈 님 눈빛 보시라구요!
이한은 병사들 안에 숨어 있을 사악한 생귀로스 교단의 잔당을 기대했지만 아무리 탈탈 털어도 그런 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나온 건 징세를 담당하는 백작한테서 명령이 내려왔다는 것 정도?
“도적떼가 돌아다니고 있는 게 맞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킴 교수.”
키르민 교수는 병사들의 말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애초에 백작이 일개 병사들한테까지 이유를 정확히 알려주진 않을 테니까.
“재해가 일어나면 도적들이 많아지긴 합니다만… 통행료를 포기하고 여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금지시키는 사람은 드물지 않습니까.”
“역시 그렇죠? 부이용 백작님이 그런 분 같진 않거든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
“도적이든 백작의 사병이든 저희가 여길 통과하는 동안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거죠.”
“…제가 이한 학생을 설득해볼까요?”
어디 숨은 악신숭배자 없나 살기 어린 시선을 사방으로 날리는 제자를 힐끗 보며, 가르시아 교수는 속삭였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워다나즈도 화를 풀 곳이 필요하겠죠. 에인로가드 학생들보다는 도적이나 백작의 병사들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차. 이 사람 배그렉 교수님 친구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