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38)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38화(1138/1149)
1138
화
주인의 사나운 외침에 부하들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벽의 레버를 당기고 지하 하수도로 연결된 통로로 달려 나갔다.
지금 밖에 미친 기사 새끼들이 어슬렁대고 있었으니, 그들이 아는 도시의 다른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리려면 비밀통로로 움직여야 했다.
-연락 전하러 가나? 빨리 전하게. 보고 빼놓지 말고 전하는 거, 잊지 말고.
“……”
“……”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는 지하 하수도에서 태연히 말을 걸어오는 죽음의 기사들을 본 도둑들은 그야말로 경악했다.
무슨 여기 순찰을 도는 경비병마냥 한가하게 말을 걸고 있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대답 안 하나?
“…그, 그러겠습니다.”
-그래. 서두르게! 우리도 바쁜 사람이고, 후계자 님은 더 바쁜 사람이란 말이지. 자네들이 못 찾아내면 무슨 짓을 할지 우리도 예상이 불가능해!
‘미치광이 마법사 새끼들! 미치광이 악신숭배자 새끼들!’
도둑들은 세상 모든 걸 욕하며 축축한 지하통로를 달려나갔다.
그냥 자기들끼리 밖에서 싸울 것이지 왜 이 도시에 와서 이런단 말인가!
* * *
베파임 시의 악몽은 선술집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 놈이라도 붙잡히면 도시의 수상한 장소에 대해 다 털어놓지 않고서는 풀려날 수 없었고, 그 결과…
소박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불법적인 장사를 하던 베파임 시의 수많은 소시민들이 불벼락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여긴가?”
“예! 예! 제발 놓아주십시오!”
“확인은 하고 놓아줘야지. 만약 수상한 놈이 여기 없으면 넌 나하고 같이 에인로가드로 간다.”
“……”
밀수꾼은 차라리 독약을 지금 먹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먼 옛날, 동료들 중에 에인로가드로 끌려갔다가 영원히 소식이 끊긴 놈이 몇 명 있었던 것이다.
“안에 있는 사람들 다 나오라고 하십시오.”
이한의 말에 당연히 약재상은 크게 항의했다.
황동으로 만든 막자 모양의 장식을 간판으로 걸어놓은 이 가게는 여러 시약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장물들도 거래했는데, 이런 가게는 아까 선술집과는 조금 경우가 달랐다.
번화가에 위치한 만큼 나름 귀족이나 부유한 이들의 후원과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약재상은 자신이 가장 돈을 많이 바친 남작의 이름을 꺼냈다.
“미친 거요?! 여기가 어딘지 알고! 왈타하 남작님이…”
“들으셨죠? 모셔와 주십시오.”
-예. 예.
기사들은 마치 진열장에서 상품을 꺼내는 상인처럼 느긋한 말투로 우르르 가버렸다.
그 모습에 약재상은 냉기 마법이라도 맞은 것마냥 얼어붙었다.
어떤 협박이나 고함, 욕설보다도 지금 본 광경이 약재상을 더 무섭게 만들었다.
“허… 허세부리지 마십시오. 베파임 시에서 남작님을 그렇게 멋대로 잡아올 수는 없습니다. 남작님이 어떤 분인진 아시오?!”
“난 어차피 에인로가드로 돌아가면 그만이라 알 바 아닙니다.”
이한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요즘 느끼는 건데, 에인로가드의 신분이란 게 은근히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
특히 사고치고 나서 에인로가드로 돌아가 버리면 아무리 제국의 법이라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이다.
물론 분노한 해골 교장에게 에인로가드의 법으로 처벌당하긴 하겠지만, 밖에서 처벌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혹시 이래서 선배들이 밖에서 사고치고 다녔던 건가?’
이한이 위험한 깨달음을 얻는 사이 약재상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한밤중에 왈타하 남작을 붙잡아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상식적 생각이 듦과 동시에, 상대가 에인로가드에서 나왔다고 하니 정말 미친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남작을 붙잡아온다면…
‘큰… 큰일인데.’
왈타하 남작 입장에서는 나중에 에인로가드에 항의를 하든 말든 일단 약재상부터 잡아 죽이려 할 것이다.
뇌물 좀 받고 편의 좀 봐줬다고 이런 일에 자신까지 불다니.
“워다나즈 님. 기다리는 동안 안에 불법적인 시약이 있나 확인부터 할까요?”
“아주 좋은 생각이군. 부탁하지.”
“워다나즈!?”
가문 이름을 들은 약재상은 눈을 크게 떴다.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라면 분명… 제국의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마법사 아니었소?!”
“헛소문을 잘못 들은 모양이군.”
-헛소문 아닙니다.
이한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옆에서 기사들이 끼어들었다.
물론 약재상 가게를 뒤집어엎고 있긴 했지만, 그러는 도중에도 후계자에게 좋은 소문은 또 사실이라고 하고 싶은 게 기사들 마음이었다.
-여기 워다나즈 학생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아시오? 알면 지금 뭔 왈왈왈? 하여간 그런 남작 같은 건 말하지도 못했소.
-기근에 빠진 베파임 시를 구한 게 누군데,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네놈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거냐?
“……”
기사들의 비난에도 약재상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렇게 대단하고 선량한 마법사가 왜 한밤중에 와서 이러고 있단 말인가?
-모셔왔습니다!
멀리서 다그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사들이 남작을 말 뒤에 태우고 나타났다. 잠옷을 입고 있던 남작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남작님 얼굴이 이상한데, 협박한 거 아니에요?”
“쉿. 조용히 하시오. 시아나 사제님.”
니기소르가 재빨리 친구의 속삭임을 막았다. 주변 가게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밤에 나오셔서 추우신 걸 겁니다. 또, 기사분들은 언데드라 비자연적인 한기가 주변에 흐르고 있지요.”
티질링이 재빨리 거들듯이 말했다. 그 말에 주변 가게 사람들은 ‘오’하는 표정을 지었다.
워낙 성실한 인상의 사제는 무슨 말을 해도 그럴듯하게 들렸다.
물론 시아나는 그런 말에 속지 않았다. 그저 놀랄 뿐이었다.
‘티질링 사제님이 이런 거짓말을 하실 줄이야…!’
“남작님! 도와주십… 악!”
“이 미친 놈! 이 미친 놈! 대체 무슨 사악한 악마가 네놈 마음 속에 있길래 나를 끌어들인단 말이냐!”
남작은 울분이 터져서 쓰고 있던 잠옷 모자로 약재상을 후려갈겼다.
품위 있는 도시귀족이 한밤중에 길가에서 보일 만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왈타하 남작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납치되어서 끌려온 데다가 도중에 반항 몇 마디 했다고 살벌한 협박까지 들었는데 이 모든 게 이 약재상 놈이 물귀신처럼 끌어들여서라니.
“네놈 혼자 죽으란 말이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기가 푹 죽은 약재상은 숨겨놓은 장부는 물론이고 최근에 본 적 있는 수상한 놈들에 대해 고분고분 털어놓았다.
아쉽게도 이들은 전부 악신숭배자가 아니었다. 최근 혼란을 틈타 새로 기어들어온 밀수꾼이나 도적들이 전부였다.
-저런. 아쉽게 됐습니다.
-아. 아깝군. 이 자는 정말 악신숭배자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째서 말입니까? 인상이 흉악해서요?
-아니. 범죄자 주제에 규칙적으로 생활한다길래 수상하다 싶었지.
-과연!
잡담을 나누는 기사들을 보며 왈타하 남작은 헛기침을 했다.
잠옷 때문에 권위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남작은 남은 권위를 쥐어짜서 말했다.
“크흠. 크흠.”
-아. 왈왈… 왈…? 음, 남작님. 무슨 일이십니까?
기사는 이름이 헷갈려서 고민하다가 재빨리 말을 돌렸다. 괜히 억지로 맞히다가 틀리면 그게 더 실례 같았다.
“이 무엄한 약재상 놈의 일이 끝났으니, 나 또한 돌아가도 되겠소?”
-예. 같이 가시죠.
“호위를 서주려는 거요?”
-호위 말씀이십니까? 아… 예. 가는 길에 호위도 서드리고, 저택도 조사해야 해서요.
“……”
발걸음을 옮기려던 남작이 그대로 굳었다.
방금 어딜 조사한다고?
“내,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왜 내 저택을 조사하지?”
“약재상한테 돈을 받으셨으니까 조사해야죠. 저택 안에 악신숭배자가 있을 수도 있잖습니까.”
이한이 대신 대답했다. 남작은 발끈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그랬다는 증거가 있나?!”
“약재상한테 돈을 받았다고 했잖습니까.”
“약재상한테 돈 받은 놈이 여기 도시에 몇 명인데!”
“그럼 다 말씀하십시오.”
“……”
무슨 벽을 대하는 듯한 막막함에 왈타하 남작은 경악했다.
뭐 이런 놈이?
“절대 용납하지 않겠네!”
-용납 안 하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남작을 직접 모시고 온 기사가 조용히 물었다. 그 질문에 왈타하 남작은 얼어붙었다.
방금 오면서 들었던 협박이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참고로 남작님. 여기 베파임 시에 지급된 물자가 어디서 나온 건지 아십니까? 부이용 백작님 저택에서 나왔습니다.
“남작님이 오해하시겠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강탈한 게 아니라, 구호물자 횡령 때문에…”
이한이 해명했지만 이미 남작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남작님. 저희는 원래 두 번 경고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미 벌써 두 번 경고했군요. 저희를 무슨 제국의 허수아비 기사들처럼 생각하시는 겁니까?
최근에는 그런 일이 비교적 드물었지만, 원래 이 기사들은 해골 교장의 명령에 따라 파괴와 멸망을 몰고 다니는 잔혹한 기수들이었다.
어린 시절 제국 신문에서 봤던 사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남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니오. 절대 아니오.”
-앞으로 행동 조심하십시오.
죽음의 기사들은 귀기 넘치는 안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이한은 대신 위로했다.
“협조해주시면 별 일 없을 겁니다.”
“……”
솔직히 왈타하 남작은 기사들보다 이 마법사 놈이 더 무서웠다.
이런 미친 언데드들을 부리면서 저렇게 태연하다니…!
* * *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찾아오자 폭풍 같은 항의 서한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밤에 털린 이들은 그런 걸 보내지 못했고, 아직 운 좋게 털리지 않은 자들이 기겁해서 주도했다.
언제 그들에게 칼날이 날아올지 모르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먼저 이들이 접촉한 곳은 교단의 주교들이었다. 베파임 시가 워낙 재해가 심한 만큼 주교들이 지척에 와있었던 것이다.
“주교님! 부디 저희들의 청을 들어주십시오! 아무리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여기 왔다지만, 제국의 법과 도덕을 무시하고 멋대로 움직여도 된단 말입니까?! 모든 일에는 절차란 게 있습니다!”
도시의 무뢰한들은 평소 지키지 않는 법과 규칙까지 들고 왔다.
그만큼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웬 미친 마법사가 죽음의 기사들을 이끌고 습격한다는데…
그러나 주교들의 반응은 예상과 너무나도 달랐다.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라면 이번 재해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마법사 아닙니까.”
“지금 부이용 백작의 일로 젊은 마법사를 음해하시려는 거면, 교단은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 아니…! 부이용 백작과는 상관이 없는…! 정말 순수하게…!”
이 인근 주교와 사제들이 가장 호감도가 높은 상태라 어떤 음해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주교는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음해를 하느냐 이 못된 자들 같으니’하며 호통을 칠 정도였다.
울분을 삼키며 물러난 무뢰한들은 다음 타겟을 찾았다. 바로 제국의 다른 마법학교 출신 마법사들이었다.
조금 못미덥긴 하지만 그래도 마법학교는 마법학교였으니…
“발드로가드에서 나온 위대한 대마법사님들! 부디 같은 마법사의 패악질을 보고…”
“흥! 다 알고 있다! 이 사악한 자들 같으니. 발드로가드와 에인로가드를 이간질시키려는 거겠지. 아무리 워다나즈가 조금 과격한 방법을 썼어도 그렇지, 그게 통할 것 같은가!”
‘조금?’
잔단니의 후배는 회의적으로 생각했지만, 하필 발드로가드 학생들의 총책임자는 이 선배였다.
어떤 회유나 보고도 통하지 않자 무뢰한들은 다시 피눈물을 흘리며 물러났다.
“제국에는 법도 없단 말인가!”
결국 마지막으로 무뢰한들은 가장 하고 싶지 않았던 선택을 했다.
바로 관료에게 보고하는 것이었다.
마침 재해 때문에 주교들보다도 앞서 파견된 감독관이 있었다.
과로로 인해 피골이 상접해진 제국 감독관은 피해가 큰 농지를 확인하다가 우르르 몰려오는 이들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몇몇은 감독관도 얼굴을 알고 있는, 수상쩍은 장사를 하는 이들이었던 것이다.
“무슨 일인가?”
“각하! 부디 저희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제국 관료들만큼 에인로가드 마법사와 사이 안 좋은 이들은 없었다. 특히 고위 관료라면 더더욱 그랬다.
아무리 정의를 위해서라지만 해골 교장의 하수인들이 도시에서 법도 없이 설치고 다녔다는 걸 듣는다면 바로 분기탱천해서 서신을 작성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워다나즈? 분명 워다나즈 가문이라고 했소?”
“예! 분명히 에인로가드에 재학 중인 워다나즈 가문이라고!”
“그렇군. 알겠소. 내 바로 서신을 작성해서 황제 폐하에게 올릴 테니, 다들 돌아가시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뢰한들이 희희낙락해서 돌아가자, 감독관은 방금 그들 앞에서 메모한 종이를 바로 태워버렸다.
사악한 대마법사가 직접 사고를 친 거면 바로 보고를 했겠지만 워다나즈 가문의 그 소년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던 것이다.
황제 폐하는 물론이고 그 밑의 관료들까지 아끼는 젊은 마법사를 저런 놈들의 음해 몇 마디에 보고할 리가 없지 않은가.
‘분명 제깟 놈들이 사고를 쳤겠지.’
해골 교장이 보면 질투로 쓰러졌을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