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40)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40화(1140/1149)
1140
화
교단 사람들이 멀리서 확인하고 돌아갔다는 것도 모른 채, 이한은 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정보부터 모으도록 하지요.”
-후계자 님. 지금 정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감독관이 마법사를 위해 고발을 은폐했으니, 오늘 저녁에는 태양이 반대 방향으로 가라앉고 내일 아침에는 대륙이 바다 아래로 꺼질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그,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맞아요. 워다나즈 님은 관료들하고도 친하다고요.”
시아나와 다른 사제들이 이한의 편을 들어주었다.
평소 방학 때 해왔던 업적들을 생각해보면 관료들이 이한의 편을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해골 교장은 이한을 데려다가 협상을 대신 시켰겠는가.
-쯧쯧쯧.
그러나 기사들은 쯧쯧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오래 산 만큼 고정관념이 강한 기사들이었다. 저런 과격한 의견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건 관료들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말이군. 잘 듣게. 제국의 관료들은 언제 어디서든 마법사의 발목을 붙잡아 늪으로 빠뜨리려고 하는 역겨운 인간들이야. 차라리 악마나 괴물이 더 선량하지.
“……”
“……”
-특히 에인로가드 출신 마법사일 경우 더더욱 관료들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후계자 님. 관료들이 친절하게 대하더라도 절대 믿지 마셔야…
“인사나 하고 오겠습니다. 심문 좀 대신 해주십시오.”
이한은 기사들의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친구들과 함께 움직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사인사를 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기사들의 말처럼 흉흉한 음모라도 있다면 만나봐야 알 것 아닌가.
-안 됩니다! 그 관료 놈이 사악한 함정을 파고 있을지도…!
* * *
물론 그런 함정은 없었다.
감독관을 찾아가서 만난 이한은 가벼운 주의만을 들었다.
“앞으로 주의하는 게 좋겠군. 사악한 자들은 자기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는 눈치 한 번 보지 않지만, 자기들이 당하면 소문을 내고 법에 호소하니까.”
“앗. 예. 주의하겠습니다.”
“그래. 심사관들이 자네를 많이 걱정하더군. 요즘 에인로가드에서 지내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나? 혹시 고나달테스 공께서 무리한 요구를 하시거나…”
감독관은 다른 고발에는 관심이 많았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범죄자들 몇 명 쥐어박는 건 신경쓰지 않아도 해골 교장이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을 쥐어박는 건 신경썼던 것이다.
심지어 제국 수도의 다른 관료들도 그랬다.
“으읍. 으으으읍!”
시아나는 자신이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했다.
말할 수만 있다면 해골 교장이 친구를 괴롭힌 일에 대해 재잘재잘 고발할 텐데?
“왜 그러지?”
“하하. 아무 일도 없습니다. 전 괜찮습니다.”
지금 이미 멋대로 기사들을 빌려 행동하고 있는 만큼 이한도 해골 교장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
수도에 찌르더라도 나중에, 아쉬운 게 없을 때 찔러야 하는 법.
이한은 진정하라고 시아나에게 손짓했다.
“여하튼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사악한 자들의 음해에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것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감사받을 필요 없네. 재무관들도 자네를 많이 걱정하던데 정말 에인로가드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걱정하는 관료들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시아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몇몇 관료들만 신경을 써주는 줄 알았고, 그건 친구들도 다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하다보니 한두명이 아닌 것 같았다.
대체…?
“예. 정말 괜찮습니다.”
“그러고보니 아까 주교 각하께서 방문하셨다네.”
“!”
이한은 물론이고 사제들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혹시 들켰나?
밤에 친구와 같이 범죄자들을 두들겨 패고 다니는 건 사실 교단의 사제로서 할 일이 아니긴 했다.
물론 에인로가드 학생들에게는 제국법이나 교단의 규칙보다 더 앞서는, 고귀한 에인로가드 정신이 있긴 했지만 그걸 주교가 이해해 줄지는…
“사악한 자들의 음해에 속아넘어가지 말아달라고 하시더군.”
“휴!”
사제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니기소르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짓말을 철저하게 준비한 보람이 있는 것 같소.”
‘이런 부분에서 보람을 느껴도 되는 걸까요…’
“크흑. 각하의 배려심이 그저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감사는 여기 사람들이 자네에게 해야겠지. 주교 각하께 인사드리는 것, 잊지 말게. 자네 같은 사람이 잊을 리도 없겠지만.”
“예!”
이한 일행은 무사히 감독관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주교에게 어떤 선물을 사가는 게 좋을지 티질링과 상담하는 워다나즈에게, 시아나가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워다나즈 님. 그러면 오늘 밤 범죄자 소탕은 안 하시나요?”
저택 앞에 자수하러 온 자들도 많은데다가 보는 눈도 있으니 역시 오늘은…
“아니? 할건데?”
이한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되물었다.
악신숭배자가 지금처럼 범죄자들이 우르르 자수하는 상황을 노리고 자기 혼자 버티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 그러진 않을 것 같은데요. 다른 범죄자들이 혼자 버티는 그런 사람을 내버려둘 것 같진…”
희박한 가능성도 절대 간과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이한이 악신숭배자를 상대하면서 배운 교훈이었다.
실제로 이한은 자신의 말을 지켰다.
의뢰가 끝나서 돌아갈 때까지, 이한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수상한 곳을 들쑤시고 뒤흔들었다.
베파임 시의 범죄자들에게는 열해보다 이게 더 커다란 재해였다. 견디다 못해 닦아 놓은 기반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도주한 놈들만 수십이 넘을 정도로.
그리고 남은 베파임 시의 범죄자들에게는 깊은 정신적 상흔을 남겨놓았다.
이들은 이한 일행이 떠나고 난 뒤에도 그 때 있었던 일을 <죽음의 밤>이라고 돌려서 표현할 만큼 강한 충격을 받았다.
가장 먼저 습격을 당했던 선술집 주인은 아예 벽에 새 문구를 달았다.
1.
악신숭배자 금지
2.
마법사 금지
* * *
생귀로스 교단의 얼마 남지 않은 간부이자 충실한 광신도인 테자레쿠는 들려오는 보고에 인상을 찌푸렸다.
현재 제국 서부는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인해 꽤나 혼란스러운 상태.
그리고 이런 혼란은 악신숭배자들이 그 세를 불리고 기회를 노릴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연달아 실패하다니? 무능한 쓰레기들!’
테자레쿠는 자신이 모시는 신이 여러 신들 중에서 가장 공평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수천 번이 넘는 기도를 해도 응답하지 않는 다른 신들과 달리, 이 공정한 섭정관은 언제나 바치는 제물에 대한 마땅한 보상을 신도들에게 내주었다.
물론 그 제물들 중에는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제물도 있었지만 테자레쿠 같은 유서 깊은 서부 가문 출신 뱀파이어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 대신 목숨을 바칠 아랫놈들이 근처에 즐비했으니까.
테자레쿠는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했다. 섭정관의 힘이 가장 강성했던 전성기는 실로 충만한 시절이었다.
신도들이 바치는 제물을 받은 신은 강력한 권능을 단비처럼 내려주었고, 그 전능함에 또다시 신도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교단의 구성원도 질적으로 수준이 달랐다.
주젠이나 테자레쿠 같은 고귀한 서부 뱀파이어 가문 출신 귀족들이 모여 교단의 전략을 이끌었다. 서로 품격이 맞는 이들끼리의 사교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주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당시 교단의 중요 인물들이 여럿 죽어나가고 핵심 세력과 구역들이 가차 없이 파괴당한 탓에 조직을 회복하려 해도 시간이 걸렸다.
설령 조금 회복했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질적 수준은 예전과 비하면 아쉬운 게 많았다.
만약 과거였다면 절대 이렇게 연달아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부 지역 도시 몇몇에 잠입해 은거지를 만들라는 명령이 그리 어려운 명령도 아니지 않은가.
“용, 용병 놈들이 수상쩍은 외부인에게 적대적으로 굴고 있답니다. 용병 놈들뿐만 아니라 도둑, 밀수꾼, 장물아비 놈들도 모두…”
제국의 음지에서 활동하는 수상쩍은 범죄자들은 악신숭배자들과 협력할 때가 많았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오래된 속담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로 원하는 게 너무 명확했던 것이다.
범죄자들은 돈을 원했고 악신숭배자들은 사람을 원했다. 둘은 얼마든 교환이 가능했다.
설령 교환하지 않더라도 이런 자들은 어지간해서는 악신숭배자를 제국에 고발하거나 하진 않았다. 언제 협력하게 될지 모르는데 무엇하러 적을 만든단 말인가.
그런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 잡놈들이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는 외부인이 있으면 무조건 쫓아내거나 몰아내고 있었다.
새로 잠입하려는 악신숭배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변화였다.
“주젠은 아직도 연락이 없나?”
“예.”
“아무리 화염거인 놈들이 상대여도 너무 오래 걸리는데. 알겠다. 남은 자들을 다시 모아서… 베파임 시로 보내도록. 재해가 심한 곳이니 문을 두드리기도 좋겠지.”
테자레쿠는 일단 도시 하나를 은밀하게 세력권으로 삼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베파임 시라면 제법 괜찮은 선택지가 되리라.
하지만 이 뱀파이어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교단의 정보망이 약화된 탓에, 베파임 시가 이미 충격에서 많이 회복되었다는 보고를 듣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악신숭배자들 때문에 온갖 곤욕을 겪어 원한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수많은 범죄자들이 있다는 것도!
* * *
해골 교장은 ‘기분 나쁘게 싱글거린다’고 혹평했지만, 학생들은 감찰관 우만이 최근 활기 넘치게 변한 걸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아직도 규칙이 조금 숨 막히긴 했지만 일단 나아지긴 했고(해골 교장은 이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만큼 더더욱 대비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드래곤이 학교 부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손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제법 호감을 산 것이다.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고 영지 내의 문제만을 괴롭힌다면 어느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조우린은 생각이 달랐다.
‘예전 우울하던 우만이 차라리 나았던 것 같노라.’
누님. 누님께서 숲의 나무를 부수고 갈아주십시오. 이 우만이 독기를 중화시키겠습니다!
거대한 블랙 드래곤으로 변한 우만이 하늘 위에서 외치자, 조우린은 다시 중얼거렸다.
“조우린은 숲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을 것 같도다…”
활기 넘치게 된 우만의 부작용.
그건 바로 조우린도 끌고 나와서 영지 개선 작업에 반강제로 투입시킨단 점이었다.
물론 우만은 강제로 명령을 내리진 않았다. 우만의 성격에 하늘 같은 누님에게 그런 불경죄를 저지를 리 없었다.
대신 우만은 순수한 마음으로 작업을 갖고 왔다.
고귀한 조우린이라면 당연히 이런 일을 즐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제멋대로 판단한 것이다.
윗사람의 체면 때문에 조우린은 결국 빠져나가지 못했다. 억지로라도 이한의 외출을 따라갔어야 했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적절한 독 기운은 학생들의 대처 능력을 키워주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고나달테스가 그랬던 것 같기도…”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노라…”
동생 대신 시무룩해진 조우린은 골드 드래곤으로 변신할 준비를 했다.
마침 그 때 에인로가드 성벽 정문에서 마차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조우린은 초인적인 청력으로 그걸 알아차렸다.
“앗! 계약자가 왔노라! 조우린은 그럼 이만!”
누님! 계약자의 일을 방해하는 건 좋지 못한…
조우린은 못 들은 척 쉭 날아갔다.
그 모습에 우만은 무심코 감탄했다. 존경하는 누님의 육체적 능력이 한층 더 상승한 것 같았다.
쉭!
하늘에서 거대한 금색 빛이 떨어져 내려오자 사제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한은 태연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전하.”
‘아니?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은데?’
금색 유성에 기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분명 예전에 봤던 것보다 속도가 훨씬 더 살벌해진 것 같았다.
만약 조우린이 날뛰거나 좌우로 구르기라도 하면 제압해야 하는 건 그들인 만큼, 이 골드 드래곤의 성장은 기사들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이한!! 조우린은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노라!!!”
“하하. 별 일 없었습니다.”
이한은 계약자다운 정직한 미소로 대답했다. 조우린은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더니 맨 뒤의 마차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죄수들을 보며 물었다.
“저 자들은?”
“길 가다가 우연히 주운 죄인들입니다.”
“……”
조우린은 계약자에게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