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41)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41화(1141/1149)
1141
화
“왜 그러십니까?”
-너무 뻔뻔한 거짓말 아니에요?
새끼 바실리스크가 속삭였다.
안 그래도 요즘 조우린의 눈치가 많이 좋아진 편이었는데 저런 성의 없는 거짓말이라니…
“네가 아직 뭘 모르는구나.”
-?
“증거가 없을 때는 이렇게 뻔뻔한 거짓말도 나쁘지 않아.”
-……
새끼 바실리스크는 ‘주인님은 왜 그런 걸 자랑스럽게 여기세요’라고 생각했지만, 조용히 꼬리만 꼼지락댔다.
괜히 말했다가 ‘그럼 조우린한테 가!’하고 소매 안에서 쫓겨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요즘 성격이 많이 거칠어지셨는데…
“거짓말 같은데…”
조우린은 작게 중얼거렸다.
“예?”
“아, 아무것도 아니노라.”
불행히도 이 어린 드래곤은 계약자를 강하게 의심한다는 발상 자체를 꺼내지 못했다.
계약자와 언약을 맺은 다른 선배 드래곤들이 봤다면 ‘아무리 계약자를 아껴도 의심은 해야지’하며 한탄했을 광경이었다.
목적을 이룬 이한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숨기며 화제를 돌렸다.
계속 이 이야기로 대화를 했다가는 아무리 조우린이라 하더라도 눈치를 챌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의뢰 나갈 때마다 악신숭배자들을 먼저 박살… 아니, 먼저 찾아보려는 이한인 만큼 절대 조우린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아마 둘 중 하나일 텐데 둘 다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지였다.
-조우린도 따라가겠노라!
-위험하니까 절대 안 되노라!
‘흠. 둘 중 어떻게 반응하실지 궁금하긴 하군.’
“그래서 뭘 하고 계셨습니까?”
“아… 우만이… 우만이 조우린에게 일을 시키고 있노라!”
조우린은 씩씩대며 고자질했다.
계약자가 못된 동생을 호되게 혼내줬으면 싶었다.
숲을 갈아엎는 건 물론이고 사막지대의 오아시스 확인, 산맥의 암반 상태 확인, 성벽과 본관 건물들 보수 등 온갖 일들로 쉴 틈 없이 부려먹다니!
“훌륭하십니다!”
이한은 조우린이 한 일들에 감탄해서 외쳤다.
설마 의뢰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이 조우린이 이렇게 기특한 일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어?”
“와. 전하. 진짜 대단하시네요!”
“훌륭하십니다. 감동했어요.”
계약자뿐만 아니라 사제들까지 진심으로 감탄한 표정을 짓자 조우린은 더더욱 당황했다.
어, 어라?
“다들 무슨 일이에요?”
“실은 전하께서…”
뒤늦게 온 가르시아 교수와 키르민 교수까지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랐다.
조우린이 그런 궂은일까지 손수 하고 있었을 줄이야.
“전하. 정말 잘하셨어요!”
“감탄했습니다!”
“…후후. 조우린에게 이 정도는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이노라.”
칭찬에 취한 조우린은 재빨리 태도를 뒤집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에게서 실로 많은 걸 배운 조우린이었다.
“지금도 숲을 정화하다가 나왔으니, 다시 돌아가서 마저 작업하겠노라!”
“전하. 조금 쉬었다가 마저 하시죠?”
이한은 조우린이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말리려고 했다.
에인로가드를 마치 정원 꾸미듯 보수, 관리하는 일에 재미를 붙인 것 같긴 했지만 원래 일이란 게 한 번 할 때 너무 과하게 하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조우린은 곧바로 골드 드래곤으로 돌아가더니 호탕하게 외쳤다.
조우린이 학생들을 위해 에인로가드를 지키겠노라!
“숨겨놓은 물자로 간식 만들어드릴… 앗. 가셨군.”
이한은 빠르게 멀어지는 조우린의 뒷모습을 보며 약간 쓸쓸함을 느꼈다.
성장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이제 이런 간식도 마다하고 저렇게 날아갈 줄이야.
-제가 대신 먹어드릴게요!
“…고맙다.”
이한은 따뜻한 눈빛으로 소매 속의 바실리스크를 쳐다보았다.
적어도 이 녀석은 한동안 성장에 대한 쓸쓸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았다.
“저희도 대신 먹어드릴 수 있어요.”
“징벌방은 괜찮겠어?”
이한은 의아해했다.
이한이야 검사를 해도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사제 친구들은…
그러나 시아나는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이한은 친구가 방법이 있나 싶었다.
‘대단한데?’
“잠깐 갔다 오면 되죠.”
“……”
이한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니기소르와 티질링을 쳐다보았다. 두 사제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 * *
-버두스 교수. 석방입니다.
“으응.”
-그런데 왜 네 발로…?
죽음의 기사는 징벌방에서 걸어나오는, 아니, 기어나오는 버두스 교수의 모습에 질문을 던졌다.
버두스 교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기에서 졌다니까!”
-알고 있습니다. 언제 들어도 좋아서 다시 물어본 겁니다.
사실 원래 버두스 교수는 징벌방에 끌려가지 않았다.
아무리 이한이 조언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우만은 상냥한 드래곤이었고, 에인로가드의 교수를 다짜고짜 징벌방에 가둘 만큼 냉혹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만은 버두스 교수를 일단 골방에 가뒀다.
그리고 가르시아 교수의 일(원래는 버두스 교수가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을 맡기며 제안했다.
-버두스 교수. 이 일만 전부 성실히 해주신다면 반드시 내보내드리겠습니다. 그 외의 처벌은 없을 겁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알겠어! 열심히 할게!
-그렇습니까. 이해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버두스 교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많지만, 우만은 교수를 믿습니다. 사람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존재 아닙니까.
-맞아. 맞아. 소문은 믿지 마.
-감사합니다. 그러면 믿고 맡기겠습니다.
우만이 골방에서 나온 지 5분 후.
버두스 교수는 탈주를 시도하다가 죽음의 기사들에게 붙잡혀서 질질 끌려왔다.
-……
-너무 재미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태연하게… 맡은 일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닙니다. 책임감으로 하는 겁니다. 버두스 교수!
-알겠어. 꼭 하면 되잖아.
-진짜 믿고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3분 후.
버두스 교수는 또 한 번 탈주를 시도하다가 즉시 붙잡혔다. 기사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교수를 질질 끌고 왔다.
우만은 경악했다.
뭐 이런 마법사가 있단 말인가?
-버두스 교수, 그럴 시간에 일을 하면 안 된단 말입니까?!
-한다니까…
-못 믿겠습니다!
-아니야. 믿어줘. 이번엔 진짜로 할 테니까!
-……
우만은 골방을 나가는 척하면서 슬쩍 복도 골목에 숨었다.
그러자 즉시 버두스 교수가 독방 문을 액체로 바꿔서 탈출을 시도했다.
본인은 절대 해골 교장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우만.
그 우만이 결국 분노해서 포효했다.
-모든 물건을 뺏고 징벌방에 가둬버리십시오!!!
기사들은 실실 웃으며 버두스 교수를 징벌방에 데리고 갔다.
이렇게 될 줄 다들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골방보다 훨씬 더 삼엄하고 지독한 감시에 놓이자, 버두스 교수는 그제야 탈출보다 일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란 걸 납득했다.
가르시아 교수의 일(원래는 버두스 교수의 일이었지만)부터 기타 다른 업무까지.
물론 탈출 시도가 아예 없진 않았다. 일이 너무 지루해서 숨이 막힐 때마다 버두스 교수는 슬쩍 말을 걸어왔다.
-나를 탈출시켜주면 고나달테스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줄… 악! 아악! 왜 때려!
-하하. 이럴 때 아니면 우리가 또 교수한테 언제 보복할 수 있겠습니까.
-젠장. 나도 좀 때리게 해줘! 너희들만 때리냐!
-그러게 제비를 잘 뽑지 그랬나.
물론 별로 효과는 없었다.
죽음의 기사들만큼 평소 버두스 교수에게 원한 많은 이들도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버두스 교수는 일차적으로 맡은 업무를 마무리 짓고 풀려났다. 한동안 자기 작업은 못하고 남의 일만 해서 얼굴이 매우 시무룩했다.
“너무 재미없는 일들만 해서 영혼이 굳어버린 기분이야…”
-하지만 교수님. 부여 마법 학파의 장부와 회계를 처리하는 건 원래 교수님이 하셔야 하는 겁니다.
“가르시아 교수도 교수인데?”
-……
-자네가 참게. 자네가 참아.
울컥한 기사가 걷어차려고 하자 다른 동료들이 말렸다.
징벌방 안에서 탈주 시도를 한 거면 모를까 밖에서는 참아야 했다.
한 대 갈기고 싶긴 했지만…
-강의 준비나 하십시오. 강의를 대충 때우시면 또 잡혀갈 겁니다.
“징벌방에 있었을 때는 강의를 안 해도 되어서 좋았는데.”
버두스 교수는 중얼거리며 품속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자기 아티팩트는 아주 작은 소형 나사의 부피와 무게까지도 기억하지만, 학생들의 강의는 종이 뭉치를 보지 않으면 잘 떠오르지도 않았다.
“<마법 건축과 그 재료>… 이 강의가 무슨 강의였지?”
-…석공 클럽에 가입한 학생들이나 건축에 관심 많은 학생들이 듣는, 마법 건축 강의잖습니까.
제국의 마법사들이 활약하는 분야 중 하나가 이런 건축이었다.
의식주 모두 마법이 깊게 관여되고 있는 만큼 건축물에 마법을 그려 넣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마법 건축에는 한 학파의 마법만이 사용되는 게 아니었다. 다양한 학파의 마법이 고루 사용되었다.
재료에서는 연금술과 변환 마법, 내구성이나 내진성을 확인하는 데에는 예지 마법…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건축물과 연결시키는 건 부여 마법 학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부여 마법 학파 교수인 버두스 교수가 이 강의를 맡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버두스 교수는 기겁해서 외쳤다. 네 발로 펄쩍 뛸 정도였다.
“이거 나이튼 교수 강의잖아?!”
제국 관료, 그것도 상급 행정관 출신인 알펜 나이튼 교수는 여러 산술 관련 강의는 물론이고 이런 건축 강의도 맡아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 건축이란 건 마법사 혼자 마법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작업을 위해 온 석공 길드나 목공 길드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요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했고, 그 지역 귀족들이나 관료들과도 교섭할 줄 알아야 했다.
새로 세운 마법 건축물이 지역의 마력을 빨아들여서 기존 건축물들을 망치기라도 하면 그 분쟁은 해결되기까지 수십 년은 걸리는 것이다.
그런 만큼 본인도 뛰어난 마법사인데다가 여러 석공 길드, 목공 길드와 친분이 있고 심지어 관료들까지 인맥이 있는 알펜 교수가 강의를 맡아서 진행해온 건 이상하지 않았다.
-예. 교수님이 징벌방에 계시는 동안 나이튼 교수님이 감찰관 전하께 청원을 넣으셨습니다.
물론 알펜 교수 본인은 그런 상황을 썩 유쾌히 여기지 않았다.
버두스 교수 같은 더 뛰어난 전문가가 있는데 자기가 가르치기 싫다고 맡지 않다니.
해골 교장이 ‘도저히 저 놈한테는 맡기지 못하겠다’며 싹싹 빌어서 넘어간 것이지, 절대 납득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알펜 교수한테 우만이 ‘버두스 교수에 관련된 불만 받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즉시 이 강의 이야기가 나온 것도 당연했다.
“비, 비열해! 이렇게 비열한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버두스 교수는 찍찍대며 분노를 토해냈다.
그 분노는 동시에 자신을 향한 분노이기도 했다.
다른 교수보다 먼저 감찰관한테 청원을 넣어 강의를 모두 뺄 수도 있었는데!
‘대체 저걸 들어줄 거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내버려두게.’
-버두스 교수. 감히 조언하는데, 제발 외부에서 온 사람들한테 무례하게 좀 굴지 마시오.
교수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둘러싸서 데리고 가던(버두스 교수가 네 발로 걸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좀 이상했다) 기사들이 충고했다.
이 마법 건축 강의는 그 특성상 외부의 여러 관계자들이 방문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버두스 교수의 특기는 외부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알겠어. 걱정하지 마.”
-……
-자네가 참게. 자네가 참아.
강의실에 도착한 기사들은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솔직히 버두스 교수가 100% 사고를 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라면 <비블레의 비행 부여>와 <자룬의 비탄성 고무>을 사용해보겠습니다. 이런 마법인데…”
“오! 실로 좋은 방법입니다. 이야. 버두스 교수님이 계시지 않는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좋다니, 앞으로도 계속 안 나타나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농담도 참!”
“하하하! 농담 아닙니다!”
-……
-……
기사들은 화기애애한 강의실 안의 분위기를 보고 경악했다.
초대를 받고 외부에서 온 석공 길드원들은 행복하게 까르르 웃고 있었다.
이한은 유크벨티레 학생을 도와 강의 보조를 맡고 있었는데, 둘을 포함한 학생들도 모두 행복해보였다.
“나 없이도 잘 굴러가는 거 같은데 풀어주면 안 돼?”
-…안 됩니다. 들어가십시오!
기사들은 학생들과 손님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단호하게 버두스 교수를 강의실 안에 밀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