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45)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45화(1145/1149)
1145
화
“대체 얼마나 많은 의뢰를 받으셨기에?”
이제까지 에인로가드 학생이 의뢰를 못 따내서 슬퍼하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의뢰가 너무 많이 몰려와서 곤란해하는 건 처음이었다.
“음. 수십 건…”
“수십 건이나?!”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에인로가드 의뢰가 전부 저한테 오고 있는 거 같습니다만…”
“……”
또 한 번 예상을 벗어난 대답에 길드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이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정도일 줄은 몰랐소. 하긴 부이용 백작을 두들겨 팰 정도의 인재면 의뢰가 안 오는 게 이상하지.”
“예?”
“앗. 실언이었소. 주머니칼 요새 이야기였소. 1학년 때 주머니칼 요새 설계를 도울 정도의 인재면 의뢰가 안 오는 게 이상하다고.”
“……”
이한은 떨떠름했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고 넘겼다.
그러는 사이 유크벨티레가 가장 늦게 도착했다. 이 푸른 용의 탑 선배는 희미한 분노를 목소리에 드러냈다.
“혼자 도망치다니…!”
“앗. 죄송합니다. 신호를 드릴 기회가 없어서. 혹시 화나셨습니까?”
“그런 비이성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라 절차를 지키지 않은 후배 네 무모한 행동이…”
수도 석공 길드원들이 가볍게 헛기침했다. 버두스 교수와 달리 사회적 예의가 무엇인지 암기는 하고 있는 유크벨티레는 질책을 멈췄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던 겁니까?”
“마법 건축물 건설 의뢰에 자문역으로 참가할 생각 있는지 물어보고 있었소.”
“!”
유크벨티레는 제안에 크게 놀랐다.
고작 2학년인데 이런 의뢰 제안을 받을 줄이야.
부여 마법 학파의 다른 멍청한 3, 4학년 후배들은 이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를 보고 좀 본받아야 했다.
“근데 제가 거절했습니다.”
“어째서?!”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제 의뢰 목록이 지금…”
이한은 주머니에서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제야 유크벨티레는 기억이 되돌아왔다.
“그렇군. 그 의뢰들 때문에 제안을 거절했었지.”
이미 명성이 자자한 유크벨티레와 무서운 속도로 새롭게 명성을 쌓아올려가는 후배에게 날아온 의뢰 제안.
당연히 이한은 일단 거절했었다.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될지 자기 자신도 가늠이 안 되는데 어떻게 받는단 말인가.
“예. 근데 일단 거절한 거지 나중에 상황 봐서 괜찮으시면…”
“맞아. 의뢰들을 마무리지으면 제안을 받기로 했었나?”
“아뇨. 그런 말까지는 안 했습니다만.”
이한은 과거를 조작하는 선배의 발언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이런 버두스 같은 인간이?
“했던 것 같은데…”
선배가 뭐라고 중얼거리든 이한은 무시하고 자기 할 말을 했다.
“그보다 이 의뢰가 그렇게 좋은 의뢰입니까?”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2학년일 때 이런 의뢰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건 희귀한 기회니까.”
스스로의 마법 실력을 갈고 닦는 건 기본이고 작업 과정에서 많은 인맥과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한 번 완성한 건축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
행운이 따라준다면 이 건축물은 마치 왕의 업적을 칭송하는 비석처럼 계속해서 마법사의 실력을 증명해주는 증거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증거는 다른 뛰어난 마법 장인들이나 길드의 초대로도 연결되기 마련이니, 2학년 때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객관적으로 잡는 게 맞았다.
“디레트의 일을 도와주는 걸 멈추고 의뢰를 받는 건 어떻지?”
“……”
이한은 오늘 보여준 눈빛 중 가장 싸늘하고 경멸 섞인 눈빛을 선배에게 던졌다.
유크벨티레는 당황해서 해명했다.
“이건 디레트가 한 말…”
이건 자신이 떠올린 게 아니라 디레트가 평소에 자주 하던 말이었다.
‘후배한테 좋은 의뢰가 오면 본인을 돕는 일은 잠시 멈추고(그리고 유크벨티레의 일도)의뢰에 집중해야 한다’며 계속 알고 싶지 않은 지론을 펼쳤던 것이다.
그래서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온 거였는데!
“여기 디레트 선배 없다고 떠넘기시는 겁니까? 진짜 어떻게 사람이… 버두스 교수님도 그러진 않습니다.”
“…디레트 불러와! 지금 바로!”
‘누가 가이난도와 같은 황족 아니랄까봐 가이난도 같은 억지를 부리시는군.’
디레트가 자리에 없다는 걸 이용해서 저런 억지를 부릴 줄이야.
이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두 학생이 다투는 것 같자 수도 석공 길드원들이 급하게 끼어들었다.
“의뢰 때문에 다투지 마시오.”
“의뢰 때문에 다투는 게 아니라… 음. 아닙니다.”
“설마 워다나즈 학생이 이렇게 좋은 제안을 많이 받을 줄은 몰랐던 우리 잘못이오. 하긴, 원추리 마탑에서 정령 유물 의뢰를 맡겼다는 말을 듣고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석공 길드원들은 자기들끼리 ‘왜 미리 눈치채지 못했지?’하며 아쉬워했다.
원추리 마탑에서 굳이 2학년 학생한테 정령 유물 의뢰를 맡겼다는 말을 듣고 잘못 퍼진 소문인가 했었는데, 직접 와서 들으니 납득이 됐다.
“그건… 음… 아닙니다.”
이한은 다시 말하려다 포기했다.
오늘 자꾸 말하려다가 포기하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았다.
“혹시 이건 어떻소? 마법 건축물을 에인로가드 안에서 짓는 거요.”
“!”
수도 석공 길드원들은 두 학생 모두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제안을 꺼냈다.
지금 그들이 맡은 일은 급류 인근에 설치할 중형 마법 등대였다.
등대라고 하면 불빛만 떠올리기 쉬웠지만 여기에 마법이 들어가면 상당히 복합적인 기능을 갖춰야 했다.
특히 급류 인근에 설치하는 마법 등대는 미친듯이 휘몰아치는 물굽이를 통제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한 물, 강, 바다의 정령들을 진정시키고, 동시에 주변을 지나가는 배들을 도와주는 역할까지 해내야 했다.
이 정도면 버두스 교수도 은근히 재밌어할 만큼, 제법 난이도가 있는 마법 건축물인 것이다.
여하튼 이 마법 건축물 의뢰는 아직 백지에 가까운 상태였다. 인부며 마법사며 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설계도 미완성인 상태니 유동적으로 장소를 바꿔도 별로 문제될 게 없었다.
완성한 뒤 건축물을 옮기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렵지도 않았고…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워다나즈 학생. 무리한 제안이었다면 애초에 우리가 말을 꺼내지 않았을 거요. 수도 석공 길드가 능력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맡기기 위해 손해를 보는 무골호인은 절대 아니오.”
감사해하던 이한은 문득 의아함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게 가능했다면 이제까지 에인로가드에서 이런 의뢰가 진행되는 걸 왜 본 적이 없는 겁니까? 혹시 본관 인근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진행해서?”
“그것도 있긴 한데, 그냥 버두스 교수 때문에 에인로가드 안에서는 안 하는 걸 거요.”
석공 길드원 하나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버두스 교수를 보며 건축물을 세웠다가는 분노와 증오 때문에 없던 실수도 만들어지리라.
“이봐!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알 건 알아야지. 그리고 워다나즈 학생도 다 아는 것 같은데.”
“…여하튼 감사합니다.”
톡톡-
유크벨티레가 다시 어깨를 톡톡 건드리자 이한은 고개를 돌렸다.
“선배님. 디레트 선배 불러오는 건 나중에 하시라니까요. 일단 알겠다고 했잖습니까.”
“……”
유크벨티레는 예전에 이 후배가 디레트와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걸 완전히 취소했다.
이 후배는 디레트가 줄 수 없는 감정을 선물해주곤 했다.
바로 분노였다.
손끝을 희미하게 떨며 유크벨티레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도 하려던 이야기는 해야 했다.
“아마 무리일 거야.”
“예? 의뢰 말입니까?”
유크벨티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 석공 길드원들이나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5학년 학생인 유크벨티레는 이 의뢰에 숨은 맹점이 보였다.
그건 바로 필요한 인력이었다.
생각보다 에인로가드 안까지 들어와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마법사든 석공이든 에인로가드에 대해 비이성적으로 겁을 먹는 사람이 제법 있었던 것이다.
‘딱히 비이성적인 것 같진 않은데.’
이한은 오히려 합리적인 것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외부에서 사람 적게 들어오면 내부의 사람 쓰면 되는 거 아닙니까?”
에인로가드만큼 마법사 밀도가 높은 곳도 없었다. 석공이 가진 전문가의 능력이라면 석공 클럽도 있었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그게 실수란 거야.”
“어째서입니까?”
이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일에 참가하는 건 다른 학생들에게도, 석공 클럽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명성도 보상도 나오는 의뢰인데 그걸 왜 거절한단 말인가?
“아마 의뢰의 난이도가 높고, 실력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이 적어서겠지. 예전에 내가 제안했을 때도 거절했었고.”
“그 때 다들 바쁜 일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아니야. 한두명이 아니었어.”
유크벨티레는 단호히 대답했다.
한두명이면 모를까 제안을 받은 전원이 단호하게 거절한 만큼 우연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한은 여전히 납득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안 가는군. 왜 거절하시지?’
이한은 일단 얼굴을 아는 석공 클럽 선배들에게 의사를 묻는 종이새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 강의에 참가한 선배들, 또 부여 마법 학파 선배들, 혹은 다른 학파지만 관심 있을 것 같은 선배들까지.
워다나즈에게
좋은 의뢰 고맙다. 후배에게 이런 의뢰를 갖고 와주지는 못할망정 역으로 제안받아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제안받은 이상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도록 하마.
안파곤
워다나즈에게
오늘 강의에 온 석공 길드원들이 제안한 거냐!? 정말 대단하다, 워다나즈! 에인로가드 영지 내에서 건설하는 의뢰를 맡을 줄이야. 사실 작년에 웬 미친 선배가 제안한 적 있긴 한데, 그 때는 다들 말려서 거절했었거든. 하여간 참가시켜줘서 고맙다! 후배 잘 둔 보람이 있네!
마르캉
…
…
빠르게 돌아오는 답장에 이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모습에 유크벨티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답했다.
“다들 거절했나보군.”
“…어, 아닙니다. 생각보다 참가하겠다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얼마나 되길래? 지금까지 몇 명 거절했지?”
“ㅇ…”
“열 명?”
“0명이요.”
“……”
유크벨티레는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진상을 알아차린 이한은 수도 석공 길드원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런 건축에 있어서 경험이 많은 길드원들은 무슨 상황인지 이미 짐작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건설 같은 일은 마법사의 마법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품도 중요하기 마련.
버두스 교수 같은 작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마법이 뛰어나도 사람 수십 명 부릴 수 있는 마법사는 절대 아니었다.
“이해가 안 가는데. 올해와 작년의 차이가…”
“아마 작년에는 기후가 좋지 않고 객성의 빛이 흐려진데다가 번개정령들의 왕까지 갇혀서 그런 거겠죠.”
이한은 대충 아무 말이나 개소리를 주워서 던졌다. 유크벨티레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모르는 예지 마법이야? 들어본 적 없는 점술인데…”
“선배님의 주 전공이 아니시잖습니까. 그보다 선배님. 안파곤 선배님께서는 예전 의뢰 때 무슨 역할을 맡으셨습니까?”
같은 부여 마법 학파로서 현재 4학년인 안파곤은 학파 내에서 그나마 사교적인 학생이었다.
아마 유크벨티레가 의뢰를 진행했다면 안파곤도 꽤 중책을 맡았을 터.
“안파곤은 거절했는데. 말했잖아. 전부 다 거절했다고.”
“…아.”
이한은 편지를 다시 읽었다.
생각해보니 안파곤은 작년에 자기가 맡았다는 이야기는 전혀 써놓지 않았다.
맡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써놓지 않긴 했지만…
‘부여 마법 학파는 그냥 학파란 이름을 빼는 게 낫지 않나?’
이 정도 결속력이면 학파보다는 모임, 아니, 모임도 과분한 호칭 같았다.
<부여 마법사 목록>이나 <부여 마법사 명단> 정도로 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