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71)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71화(1171/1204)
1171
화
산전수전 겪은 흑마법사들답게 후예들은 질문에 숨겨진 위험을 감지했다.
평범한 질문 같아도 이상하게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혹시 그건 왜 묻나?”
“제가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라서요?”
“!!!”
후예들은 그 대답에 경악했다.
눈앞의 애송이가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라니.
그렇다면 설마…?!
“설마 애송이 네가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이었냐?! 모르툼이 귀에 못이 박히게 자랑한?!”
“……”
이번에는 이한이 말문이 막힐 차례였다.
‘교수님…!’
어디 가서 흑마법 학파인 걸 부끄럽게 느낀 적은 없었지만 오늘은 조금 부끄러웠다.
“맞습니다. …모르툼 교수님이 그러신 건 워낙 제자들을 아껴서 그런 거고요.”
“어? 라파드엘도 칭찬했어?”
옆에서 듣던 앙라고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이한은 바로 정색했다.
“조용히 해.”
‘아니…!’
제자‘들’을 아낀다길래 물어본 거였는데!
“마귀할멈과 접촉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모르툼이 자랑한 것도 이해가 가는군.”
후예들은 분한 목소리로 인정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오히려 모르툼이 말한 자랑이 과소평가된 감이 있었다.
사실 모르툼의 자랑은 조금 쓸데없는 부분들이 많기도 했다. 흑마법 학파의 금고를 꽉 채웠다는 자랑 같은 걸 왜 자꾸 반복한단 말인가.
“동의한다. 모르툼이 정말 대단한 제자를 뒀군.”
“…아니. 왜 다른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를 초대하지 않고 따돌렸단 게 무슨 소리냐니까요?”
“아.”
충격에 빠져서 떠들던 후예들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그들이 지은 죄가 아직 남아있었던 것이다.
옆에서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오온도르구의 군단 소속 언데드들이 냉큼 대답했다.
“크르르르르륵(아흐락의 후예 놈들이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를 초대해놓기로 하고 일부러 빼먹었다).”
“……”
“진짜 이럴 거냐? 배신자 놈들아?”
후예들은 어이가 없어서 따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데드들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크륵(산 사람은 살아야지).”
아흐락의 후예는 질문 못 하더라도 다른 흑마법사들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합리적인 의견이군. 우리도 동의한다.”
흑요석 마탑도 냉큼 동의했다.
사실 이들은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바로 뒤통수를 쳤을 것이다.
그들만 질문할 수 있다면 아흐락의 후예가 엿을 먹든 오온도르구의 군단이 엿을 먹든 알 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이 흑마법사들의 지리멸렬한 내분은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미 디레트 선배를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데 반성하기는커녕 서로 책임을 미루다니!
이한의 눈에 이 흑마법사들은 다 똑같은 패거리로 보였다.
“…됐습니다! 다들 똑같은 분들 아닙니까.”
“크륵(아닌데)?!”
“정말로 아흐락의 후예들이 초대를 빼먹었다. 증명할 수도 있다.”
흑마법사들은 당황해서 해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한은 냉정하게 지적했다.
“이 중 초대 안 한 거 알았을 때 뒤늦게라도 초대하려고 하신 분 있습니까?”
“……”
허를 찌르는 지적에 흑마법사들은 턱 말문이 막혔다.
그건 확실히…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를 이렇게 무시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왜 친절을 베풀어야 하나 의문입니다. 방금 한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아, 안 돼!”
“크르륵(다시 생각해봐라)!”
흑마법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설득하려고 했지만 이한은 이미 뜻을 정한 뒤였다.
이한은 이 중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
“타스환 교수님. 혹시라도 마귀할멈께 질문드릴 게 있으시면 전해주십시오. 가능한 여쭤보겠습니다.”
“…나, 나?!”
추잡하게 다투는 선배들을 구경하다가 이름을 불린 타스환 교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뒤늦게 헛기침을 하며 체면을 차리려고 했다.
“…고맙네! 워다나즈 학생!”
“아니!! 저 어린놈은 왜!”
아흐락의 후예들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발악했다.
다 같이 못 묻는 거면 납득이라도 갔다.
하지만 칼라로가드의 어린놈만 특권을 받는다니.
대체 어째서?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흑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는지 타오르는 눈동자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들은 마법으로든 경력으로든 명성으로든 어떤 이유를 들어도 반박할 자신이 있었다.
“이유를 모르신단 말입니까?”
“그래! 대체 이유가 뭐냐!”
“칼라로가드는 에인로가드하고 친하잖습니까.”
“……”
예상치 못한 이유에 흑마법사들은 모두 침묵했다.
당당하고 뻔뻔했지만, 확실히 납득가는 이유기도 했다.
친하면 어쩔 수 없지…
* * *
자리에 모인 흑마법사들은 허무하게 흩어졌다.
마귀할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성채를 떠나진 않았지만, 접견실에서 더 버티고 있어봤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흥. 어린놈 하나 구워삶는 건 어렵지도 않지. 반드시 설득해서 질문에 대한 권한을 받아내고야 말겠다.’
‘크르륵.’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에 대한 교섭안을 만들어서 접촉해야겠군.’
물론 흑마법사들은 그냥 물러나는 게 아니었다.
각자 ‘다른 놈들은 몰라도 나까지는 가능하지’라는 생각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가주님.”
추잡한 다툼을 보인 탓에 이한은 사과했다.
새삼 이러니 제국 흑마법 학파가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안 좋은 것 아닌가 싶었다.
다른 마법 학파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접견실에서 이런 추잡한 다툼은 안 벌일 것 같았다.
“무슨 소리인가. 워다나즈 군. 북부의 문제를 해결한 마법사가 그런 말을 하면 오히려 북부 가문들이 부끄러워 할 걸세.”
지더프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설마 다른 이유로 초대한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이 문제까지 해결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저런 눈빛은 나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지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언제나 냉정하고 엄격한 아버지가 저런 눈빛도 지을 수 있었다니.
누가 워다나즈 가문이고 누가 모라디 가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마귀할멈에 관한 교섭은 추후 마무리되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흑마법사들이 성가시게 굴면 말하게.”
일이 해결되기 전에나 귀한 손님이었지, 일이 해결된 지금 흑마법사들은 언제든 추방시킬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걸 알았기에 흑마법사들도 이 자리에서 징징대는 대신 얌전히 물러난 거기도 했다.
저번처럼 접견실에서 징징댔다가는 즉시 추방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기사들이 성가시게 굴어도 말하고.”
지더프는 아주 빠르게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살짝 훑어본 뒤 다시 시선을 원래대로 돌렸다.
“……”
지젤은 방금 말한 ‘기사들’이 꼭 영지의 기사들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깨닫지 못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의욕 가득히 외쳤다.
“워다나즈는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래. 다들 고맙군. 여행 때문에 피곤이 쌓였을 텐데,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도록 하게.”
학생들은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한 뒤 차례대로 퇴실했다.
마지막으로 걸어나온 지젤의 뒤로, 시종장이 조용히 따라나왔다.
“여쭤볼 게 있습니다. 지젤 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제가 관리하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지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시종장이 이렇게 따라와서 묻는 건 분명 아버지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친구들 앞에서 대놓고 욕할 순 없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아닙니다. 가주님께서는 그런 걸 여쭤보시지 않았습니다. 지젤 님께서 알아서 잘 하시리란 건 누구나 알고 있는데, 무엇하러 물어보시겠습니까?”
“그럼 뭡니까…?”
“알파 가문의 마법사께서 뿔에 무슨 마법을 거신 겁니까? 괜찮다면 다른 시종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나중에 워다나즈한테 물어볼게요…”
긴장이 풀린 지젤이 힘없이 대답했다.
* * *
마귀할멈은 커다란 두꺼비 사신을 차원 너머로 보냈다.
차원의 선한 강자들은 악신숭배자들과 연락을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마귀할멈처럼 중립적인 존재는 이야기가 달랐다.
선한 놈이든 악한 놈이든 얼마나 흥미로운지가 중요한 것이다.
차원 사이로 왜곡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떤 기준에서는 1초도 되지 않고, 어떤 기준에서는 수십 년 정도는 지났을 때 답이 돌아왔다.
가장 현명한 마귀할멈께서 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건가?
프라흐갈 교단의 주교 중 한 명인 불사자의 필체였다.
마귀할멈은 킬킬대며 웃은 뒤 다른 커다란 두꺼비의 등짝에 국자 끝으로 글씨를 써내려갔다.
이 원시 마법은 차원의 왜곡과 훼방도 뚫고 즉시 소통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제안할 게 있어서 왔다.
미안하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다.
‘흐음.’
매몰차고 건방진 태도에도 불구하고 마귀할멈은 분노하지 않았다.
물론 한낱 필멸자가 저런 태도를 했다면 대번에 분노해서 자신의 솥을 데우는 땔감으로 쓰거나 솥 안에 던져넣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악신숭배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다들 어느 정도 정신이 나간 놈들 아닌가.
그런 놈들한테 무례하다고 화를 내봤자 의미가 없었다. 마귀할멈은 관대할 때는 관대한 존재였다.
‘무슨 일이 있었군.’
물질계에서 언제나 불리한 입장인 악신숭배자들은 차원 외부에서 들어오는 제안에는 긍정적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런 까칠한 태도라니.
둘 중 하나였다.
최근에 큰 성공을 거뒀거나, 큰 실패를 겪었거나.
마귀할멈은 글씨체에 담긴 감정으로 후자에 걸어보았다.
그래, 그래! 그 실패는 이 할머니도 이야기를 들었단다. 부끄러울 법도 하지. 하지만 다 큰 녀석이 담요를 덮고 울기만 해서는 쓰겠니?
고작 모욕을 위해 사신을 보낸 건가? 아니면 소문이 빠르단 걸 자랑하기 위해서?
마귀할멈은 다시 빙그레 미소지었다. 발끈하는 걸 보니 제대로 맞힌 모양이었다.
물론 도와주려고 보낸 거지! 그런 게 아니라면 이 할머니가 네깟 녀석에게 굳이 두꺼비를 보냈을까? 그러니 그만 울고 말해보렴. 복수를 도와줄 테니까.
생각해보니 벌레는 그쪽도 잘 다뤘었지… 좋다. 거래하도록 하지. 내 의문에 대답해준다면 값을 치르겠다. 백 명의 제물이면 되나?
어떤 의문이냐에 따라 값이 다르겠지. 혹시 이 할머니를 머저리로 아는 거니?
실례했군. 워낙 당황스러운 일이라… 너 또한 재생자 님의 벌레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마귀할멈은 조용히 기다렸다.
재생자, 그러니까 프라흐갈의 벌레는 같이 벌레의 권능을 사용하는 마귀할멈도 잘 알고 있었다.
둘의 힘은 서로 계열이 다르긴 했지만 겹치는 부분이 있고 배울 점들이 있었으니까.
외부인이 그 벌레의 권능을 훔칠 수가 있다고 생각하나?
‘?!’
마귀할멈은 놀랐다.
저 말은 즉, 누군가 프라흐갈 교단의 권능을 훔쳐서 썼다는 소리 아닌가!
‘저 광신도 놈들이 망할 때가 됐나?’
차원에서 오래 살았지만 외부인이 교단 권능을 훔쳐서 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마법으로 재현한 게 아니라?
그쪽이야말로 누굴 머저리로 아는 건가?
이건 이 할머니가 사과하마. 하긴, 그것도 구분 못할 리는 없겠지.
마법으로 재현한 것과 권능 자체를 훔쳐서 쓰는 건 확연히 달랐다.
그걸 구분 못할 정도로 멍청한 자였다면 예전에 물질계에서 체포당해서 처형됐을 터.
마귀할멈은 제안을 하러 왔다가 흥미로운 수수께끼에 푹 빠져들었다.
대체 어떤 놈이 어떻게 권능을 훔친 걸까?
‘참으로 궁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