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75)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76화(1176/1204)
1176
화
싸늘한 반응에도 아흐락의 후예는 흔들리지 않았다.
백 년 넘게 산 흑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뻔뻔했던 것이다.
“배워보지도 않고 왜 안 된다고 하는 거냐? 될 수도 있잖아?”
“크르르륵(창피하니까 친한 척 하지 마라).”
“그냥 추가로 모아놓은 돈을 더 꺼내서 매수합시다.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에도 기부하고.”
흑요석 마탑의 제안은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본인에게만 준다고 하면 모를까,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에 기부한다고 하니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갑자기 디 모 선배의 기뻐하는 얼굴이 아른거ㄹ…
“너 어린놈아, 저게 어느 가문 출신인지는 알고 하는 소리냐?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다. 뇌물 좀 준다고 매수가 될 거 같냐?”
“선입견은 좋지 않습니다.”
이한은 중얼거렸지만 흑마법사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치고받느라 전혀 듣지 못했다.
“그리고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에 기부? 어린놈 너는 흑요석 마탑에 기부하면 감동해서 부탁 들어줄 거냐?”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인정하도록 하지요.”
흑요석 마탑의 마법사도 이번 건 실언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학파에 기부한다고 들을 머저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여간 배워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지 마라! 배우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터!”
“흠. <아흐락의 눈>은 배워보고 싶긴 합니다만.”
이한은 가볍게 말했다.
반영구적 감시체 소환 마법이라니.
주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나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나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을 감시할 때 쓰기 좋을 것 같았다.
“크르르르륵(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마법이 아니야)…”
언데드는 황당하다는 듯 대답했다.
저 백 년 묵은 흑마법사가 가볍게 말해서 가볍게 들리는 거지 기본적으로 5서클에서 시작하는 흑마법이었다.
심지어 소환 마법 학파의 요소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복합 구조를 가진 마법들은 그 난이도가 같은 서클 안에서도 크게 뛰기 마련이었다.
“너는 왜 어린놈의 기를 꺾는 거냐? 조용히 있어라.”
아흐락의 후예는 언데드를 구박했다.
지금 어떻게든 이 어린놈을 꼬드겨도 모자랄 판에 옆에서 자꾸 찬물을 끼얹다니.
“생각해봐라. 저 어린놈이 마법에 대해 들으면 얼마나 갈증을 느끼겠냐.”
마법을 배울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갈증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지식에 대한 갈증!
마법사에게 있어서 가장 치명적이고 날카로운 맹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마법사들이 저 갈증 때문에 스스로 파멸했던가.
“크륵(과연)!”
“확실히 납득 가능한 방법이군…”
상의가 끝나자 늙은 흑마법사가 인자한 얼굴로 이한을 불렀다.
“아흐락의 눈이 궁금하다고?”
“그런데 어려우면 전 괜찮습…”
“아니야, 아니야! 궁금하면 배워야지. 마법사가 되어서 호기심을 억누르는 건 죄악이란 것도 모르나, 어린놈?”
“뭐, 길 가다가 보이는 마법을 다 배울 수는 없잖습니까. 마귀할멈 님도 곧 만나야 하는데.”
“……”
아흐락의 후예는 속으로 욕을 수십 번 정도 한 다음 입을 열었다.
“…이 마법은 고대 흑마법에서 영감을 얻은 마법이다.”
고대 흑마법.
흑마법사들이 들으면 언제나 가슴 설레는 마법의 단어였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좋기만 한 단어는 아니었다.
고대 흑마법은 현재 제국 마법 체계처럼 비교적 깔끔하게 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만큼 마법 시전에 있어서 익혀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던 것이다.
“흑제관이라고, 너처럼 어린놈은 모르겠지만…”
“압니다.”
“…안다고?”
아흐락의 후예는 멈칫했다.
흑제관은 단순히 봉인용 관을 만드는 마법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든 반신(半神)을 통제하는 마법이었다.
당연히 그 존재를 아는 마법사 자체가 드물었다. 한낱 에인로가드의 2학년 학생이라면 더더욱.
“장서관에서 별 이상한 책을 다 본 모양이군. 하지만 어린놈 네가 책에서 본 건 흑제관의 가장 얕고 쉬운 부분일 거다. 이 흑제관이란 마법은…”
“소환하는 것도 옆에서 도왔습니다.”
이한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미친 분신과의 추억을 떠올리니 좋게 대답하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볼라디 교수가 가이난도마냥 탈주한 상황인데…
“뭐?!?!?”
물론 아흐락의 후예는 옆에 있는 마법사의 슬픔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흑제관 소환을 옆에서 도왔다는 게 중요했다.
마법학교 학생이 뭔 고대 흑마법을 옆에서 도왔다는 발언은 아무리 산전수전 겪은 늙은 흑마법사라고 해도 기절할 듯이 놀라게 만들었던 것이다.
“대체 어떤 놈이… 설, 설마 고나달테스인가?!”
떠오르는 이름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흐락의 후예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뭐 엄밀히 따지면 맞긴 합니다만.”
‘미친 놈!’
후예는 그저 경악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데도 제국 사람들은 아흐락의 후예를 사악하게 생각하다니.
진짜 사악한 마법사는 에인로가드에 있는데!
‘제자를 험하게 다루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너무 심하지 않나?’
아무리 험하게 다뤄도 정도가 있지 2학년한테 흑제관 소환 마법을 옆에서 돕게 할 줄이야.
진짜 광기를 마주한 아흐락의 후예는 갑자기 찬물이라도 맞은 것마냥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 그래도… 간단한 역할만 했을 거다. 아무리 그래도 고나달테스가… 지금이 무슨 암흑시대도 아니고… 그렇지?”
“간단한 역할만 하긴 했습니다.”
“휴.”
늙은 흑마법사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언데드도 간신히 숨을 내쉬었다.
‘진짜 미친 줄 알았군!’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빠졌군. 어쨌든 <아흐락의 눈>은 흑제관과 비슷한 원리에서 시작한다. 반신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흑마법의 눈을 암흑 원소 안에서 만든 뒤 소환하는 거지.”
마법사에게 물질계로 대표되는 현실의 대륙은 언제나 제약과 규범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제국의 법률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자연의 규칙을 말하는 것이었다.
왜 땅은 물건을 끌어당기고, 왜 사람은 단단한 벽을 통과할 수 없는가?
이런 규칙을 마법사가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에서 나온 시도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우회법이었다.
현실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순수한 원소의 덩어리 안에서 만든 다음 소환한다면 자연의 규칙도 피하면서 원하는 마법을 구현할 수 있었다.
“아, 이해했습니다!”
“흑제관을 도왔던 만큼 이해가 빠르군. 그래. 이런 마법이다. 어떤 마법인지 잘 알겠냐?”
“어떤 마법인지 이해했단 게 아니라, 어떻게 마법을 시전하는지 이해했단 겁니다.”
이한은 상대의 오해를 정정했다.
처음에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시전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흑제관 이야기를 들으니 마법의 구조를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흑제관 소환에서 썼던 마법 술식 몇 개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
“……”
물론 흑마법사들에게는 기상천외하고 기기괴괴한 소리였다.
지금 설명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아흐락의 눈>을 어떻게 시전하는지 이해했다고?
“어린놈아. 허세부리지 마라. 이건 그런 마법이 아니다.”
“어쨌든 더 설명하실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다른 마법 중에 하나 골라서 여쭤봐도 됩니까? 쓸만한 게 있었는데…”
“…이 어린놈이 진짜!”
이한의 태도는 아흐락의 후예를 더욱 발끈하게 만들었다.
들켰으면 ‘잘못했습니다’해야지 어디서 저렇게 뻔뻔한 반응을?
“그러면 어디 한 번 시전해봐라! 어린놈 네가 시전하면 내가 여기 성채를 네 발로 기어 다니겠다!”
상대의 말에 이한은 문득 생각했다.
‘왜 마법사들은 굳이 네 발로 기어 다니겠다는 내기를 하는 걸까?’
그냥 한 번 해보라고 하면 되지 꼭 뒤에 네 발로 기어 다니겠다는 내기는 왜 거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 네 발로 기어 다니고 싶었나?
“알겠습니다. 한 번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흥!”
그리고 10분 후.
“오. 되는 것 같습니다. 이거 맞죠?”
“……”
“……”
흑마법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끔뻑였다.
그에 맞춰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아흐락의 눈>도 천천히 깜박였다. 반응하는 걸 보니 제대로 소환된 게 맞았다.
‘…맞다. 이 어린놈, 보통 천재가 아니었지…!’
감정적으로 구는 바람에 잊고 있었는데, 눈앞의 어린놈은 분명 흑마법 학파뿐만 아니라 여러 학파를 다 수강하고 있는 광기 어린 천재였다.
모르툼 교수가 자랑을 조금만 덜 했더라면 이런 유용한 정보를 잘 기억하고 있었을 텐데…
하도 쓸데없는 자랑을 많이 해서 정작 중요한 정보는 못 떠올렸던 것이다.
‘마귀할멈과 접촉했다는 것만 생각하다보니 정작 실력에 대해서는 깊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군. 이 무슨 우스운 꼴이란 말이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걸 즉석에서 소환해냈다고? 흑제관을 그냥 돕기만 한 게 맞나?’
“눈이…”
“눈이?”
“조금 탁하군.”
아흐락의 후예는 뻔뻔하게 트집을 잡았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서 네 발로 기어 다니지 않으려는 발악이었다.
“크륵(아닌데).”
“미안하지만 완벽에 가깝습니다.”
“…그래, 이 염병할 놈들아. 알겠다! 됐냐!”
도움이라고는 안 되는 흑마법사들의 말에 아흐락의 후예는 벌컥 화를 냈다.
* * *
외부에 나온 마법사들이 대개 그렇듯, 아흐락의 후예들도 주기적으로 동료들에게 연락을 하곤 했다.
마귀할멈의 흔적 찾음
북부 봉쇄할 가능성 매우 높음(가주가 거의 넘어왔음)
…이런 식으로.
물론 이 연락만 간 게 아니었다. 그 다음 연락도 있었다.
마귀할멈의 흔적 찾음
에인로가드 마법사가 접촉했다고 함(북부 상황은 종결됨
)
“상황이 종결됐다고?!”
“에인로가드 마법사가 접촉에 성공한 게 더 신기한데. 대단한 친구군. 혹시 새 후예로 넣을 순 없나?”
“아무리 우리의 구성이 오랫동안 변함이 없어서 지겹다 하더라도, 그렇게 대충 새 후예를 추가할 순 없다.”
원탁에 앉은 아흐락의 후예들은 로브와 가면을 푹 눌러쓴 채 대화를 나눴다.
어차피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더라도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른 후예들이 놀라워하는 사이 연락은 계속해서 날아왔다.
마귀할멈에게 질문하기 위해서는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에 정식으로 문의하라고 함…
“안 돼!”
“모르툼 그 자가 잘난척하는 걸 또 들으란 말이냐?”
…다행히 모르툼이 아니라 그 제자 디레트한테 문의하라고 함
“휴!”
“그나마 다행이군. 마귀할멈에게 어떤 질문을 할 건지부터 정해야겠어.”
그리고 또 잠시 후.
에인로가드 마법사가 <아흐락의 눈>을 앉은 자리에서 바로 익힘(우리의 마법을 전부 가르쳐 줄 생각은 없었음)
정말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혼자 몇 마디 듣더니 익힘
“……”
“…대, 대체 뭐하는 놈이냐?”
태연자약하던 후예들도 놀라서 안색이 변할 정도였다.
저걸 그냥, 앉은 자리에서 바로 익혔다고?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그렇지 그건 정말…!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 익혔냐가 아니다. 어떻게 대응할거냐지.”
“맞는 말이다. <아흐락의 눈>을 그렇게 쉽게 익혔다면 우리하고도 인연이 있는 것 아닌가? 한 번 초대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당장 가입시키진 못하더라도.”
“지금 북부에 가있는 게 둘째와 셋째였나?”
“그렇지.”
“누굴 초대하기에는 최악의 성격 아닌가?? 다른 자를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자라고 초대하기 좋은 성격은 아니지…”
그러는 동안 또 연락이 날아왔다.
좋은 소식임
오온도르구의 군단 놈들도 <살아 움직이는 벽> 마법을 바로 뺏김
“……”
“그러게 다른 놈들 보냈어야 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