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80)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81화(1181/1204)
1181
화
이한은 친구들을 먼저 보낸 뒤 칠흑 같은 어둠을 흩뿌려대는 천이 담긴 상자를 집어 들었다.
다른 학생보다 몇 배의 외출을 하는 만큼 아무래도 교수들의 눈치가 안 보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선물을 할 수 있을 때 해야 했다.
“그런데 이 천, 무슨 천이죠? 복합 소재 같은데…”
“그러게? 시중에서 파는 것 같지는 않고, 에인로가드에서 학생들이 만든 걸 쓰려고 갖고 나간 건가? 흑마법 학파 말고 이런 어둠천을 만드는 곳이 드물 텐데.”
디레트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의아해했다.
부여 마법 학파에서는 천에 이런 마법 부여를 종종 하곤 했지만, 암흑 원소는 원소 중에서도 상당히 이질적인 원소였다.
흑마법 학파가 아니라면 굳이 다루는 이들이 많지 않은 원소인데 왜?
‘예전 졸업생들이 만들어놓고 방치해놓은 천인가?’
“예전 졸업생들이 만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어째서?”
후배가 자연스럽게 방금 떠올린 생각을 부정하자 디레트는 놀라서 되물었다.
“졸업생 분들이 만드셨다면 무조건 썼을 거 아닙니까. 흑마법 학파 환경이 만든 걸 방치해놓을 만큼 넉넉하진 않았을 텐데요.”
“…우, 우리도 가끔 방치해놓을 수 있지 왜…”
디레트는 반박했지만 그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작아졌다.
솔직히 선배들 있을 때 환경이 더 열악하면 열악했지 더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런 애송이 놈들!’
아홉째는 자신도 모르게 상자인 상태로 외칠 뻔했다.
나름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를 이끌어가야 할 흑마법사들이 이렇게 패기 없이 굴다니.
당장이라도 크게 호통을 치고 싶었다.
흑마법사라면 무릇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치면 그 자의 뺨을 후려갈기고 상대의 가문 무덤에서 시체를 당당히 꺼내갈 수 있어야 하는 법.
하여간 요즘 어린놈들은 왜 다 이렇게 소심하고 허약한지 알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이 내가 곧 가르침을 전해주겠다.’
아홉째는 워다나즈 가문의 어린놈과 단둘이 남는 순간 바로 본색을 드러낼 준비를 했다.
어쩌다가 에인로가드 안에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 위대한 흑마법사는 우연 또한 능숙하게 이용하는 법이었다.
“그런데 후배. 이 천 직접 쓸 생각은 없어? 이런 천은 네가 쓸 곳도 많을 텐데.”
아홉째는 그 말에 없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해했다.
이 천을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본인이었다.
저런 반응이 나오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그렇기야 하겠지만, 밖에 나갔다 왔는데 교수님께 빈손으로 찾아뵙는 것도 조금 그렇잖습니까.”
“과연… 뭐? 무슨 개소리야?”
디레트는 넘기려다가 순간적으로 격하게 반응했다. 이한은 존경하는 선배의 폭언에 당혹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제가 무슨 실수라도?”
“실수? 후배 네가 흑마법 학파에 들어온 거 말고? 없어. 그보다 교수님한테 무슨 눈치를 보는 거야? 내놔. 교수님한테 드리는 건 취소야.”
후배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마음으로 선물하려는 걸 깨달은 디레트는 상자를 뺏었다.
이한은 당황해서 다시 뺏으며 말했다.
“아니,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쓸 일이 없는 것도 있어요.”
디레트는 또다시 뺏었다.
“그럼 지금 생각하면 되겠네.”
이한은 기사들이 사용하는 마력 운용으로 빠르게 상자를 재탈취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나중에 필요하면 달라고 하겠습니다. 방금 교수님이 이런 천이 필요하다고 하셨잖습니까.”
“거짓말이야. …야. 마법만 써! 치사하게!”
후배가 치사하게 기사들의 방식으로 회피하자 디레트는 화를 냈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아홉째는 속으로 둘을 욕했다.
‘흑마법사들이 이렇게 거지 같은 이유로 다투다니.’
다행히 다툼은 곧 끝났다. 디레트가 결국 후배의 고집에 패배한 것이다.
“교수님한테 다 드리지 말고 네 몫은 네가 챙겨야 해.”
“……”
이한은 속으로 ‘선배부터 그걸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생각했다.
“너 지금 ‘선배나 알아서 잘 하지’라고 생각했지.”
“?!!!”
“…내가 못했으니까 후배 너라도 잘 하라고 말하는 거 아니야!”
디레트는 선배로서의 특권을 휘둘렀다.
바로 후배를 향한 억지였다. 이한은 속으로 투덜댔다.
반드시 다음 후배들한테 똑같이 갚아줄 생각이었다.
“교수님. 저희 왔…”
“콜록, 어서 와라.”
“……”
“……”
흑암관 1층의 문을 연 이한과 디레트는 호화롭게 차려진 탑 안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축제처럼 화려하게 곳곳에 조명을 켜고 탁자 위에는 온갖 음식을 그득히 쌓아놓은 모습은 실로 초현실적이었다.
물론 자세히 보면 평소 흑암관이라는 걸 알 수 있긴 했다.
조명은 평소 대충 굴러다니는 해골들 안에 촛불을 켜놓았고, 음식이 쌓인 원탁의 색이 거무튀튀한 걸 보니 원래는 각종 독을 아슬아슬할 때까지 쌓아놓던 탁자였다.
“혹시 디레트 선배, 다른 학파로 넘어간다고 말하셨습니까?”
이한은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모르툼 교수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준비를?
그리고 그 질문이 결국 디레트를 폭발시켰다.
“…너잖아! 너! 너라고! 후배 너! 내가 5학년인데 무슨 다른 학파로 넘어가! 5학년 다 되어서 다른 학파 가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죄, 죄송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디레트는 멈칫했다.
북부에 가서 부끄러운 짓을 한 건 자신인데 후배한테 화를 내다니.
“그런데 선배.”
“…왜?”
“다른 학파는 무리더라도 다른 흑마법 단체는 갈 수 있으십니다.”
“……”
“콜록. 워다나즈. 디레트는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를 이어나갈 책임감이 있어서 그러지 않을 거다.”
“에이. 조건 좋으면 가는 거죠. 흑요석 마탑이 그렇게 돈이 많다던데.”
이한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대답했다.
선량한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자기는 탈출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이상하게 탈출시키고 싶어하는 습관이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미래의 인재를 지키려다 현재의 인재를 날려버릴 것 같아 모르툼 교수는 재빨리 끼어들었다.
“콜록! 우리 학파도 이제 그렇게까지 차이나지는 않는단다!”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게 말이 되면 가이난도 집안하고 거지도 별 재산 차이가 없겠습니다.”
‘너 교수님한테 잘 보이고 싶다면서…’
디레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교수님한테 잘 보이려고 선물도 챙겨온 녀석치고는 너무나도 당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구석이 많은 모르툼 교수는 이한이 무슨 말을 하던 화내는 대신 칭찬해주었다.
“콜록, 농담 솜씨가 흑마법 실력마냥 물이 올랐구나.”
“농담 아닌ㄷ…”
“이건 뭐지?”
“아. 이번에 밖에서 쓰고 남은 걸 갖고 왔습니다. 교수님이 필요하실 거 같아서요.”
“과연. 콜록, 내가 지하실 창고에 가져다놓으마.”
모르툼 교수가 손수 상자를 들자 디레트는 감탄했다.
평생 힘 쓸 일이 생기면 기침만 하던 사람이 저러는 걸 보니 확실히 진심이 느껴지긴 했다.
“저런 가식적인…”
“후배. 절대 속지 마라.”
물론 후배들은 아니었다. 디레트는 살짝 반성했다.
모르툼 교수 밑에서 하도 오랫동안 일하다보니 사소한 행동 하나만으로 고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끼익-
제자들의 혹평을 못 들은 척 하며 모르툼 교수는 재빨리 지하실 창고로 들어갔다.
악마 오를라흐가 반갑게 교수를 반겼다.
“앗. 마법사 님. 식사는 다들 만족하셨습니까? 도련님께서는 뭐라고 하셨지요?”
이한은 몰랐지만 오늘 이 만찬을 준비한 건 바로 이 악마였다.
놀랍게도 감찰관인 우만한테 찾아가서 식재료를 받아오고(이한을 위한 대접이라는 이유가 성공의 큰 이유였다) 화덕의 불을 손수 붙여가며 열심히 요리한 것이다.
여기 마탑의 흑마법사들이 예뻐서는 당연히 아니었고 이한 때문이었다.
워다나즈 가문의 총아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이런 만찬을 수천 번도 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콜록. 어? 그래. 네 실력 칭찬해주더구나.”
모르툼 교수는 대충 둘러댔다.
흑마법 학파의 교수답게 이 마법사는 양심이란 게 없었다.
원래라면 속아 넘어가지 않았겠지만 욕심 때문에 눈이 먼 오를라흐는 뛸듯이 기뻐했다.
“그, 그렇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널 데리고 가서 전속 요리사로 삼고 싶다던데. 콜록. 그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네게 맡길 중요한 임무가 있다.”
“그게 뭡니까?”
“이 궤짝은 아주 사악한 흑마법사가 변신한 건데, 절대 워다나즈 군하고 접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
-!
아홉째는 들켰다는 사실에 경악해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모르툼 교수가 언제 마법을 걸었는지 변신이 풀리지 않았다.
‘이… 이 어린놈의 새끼가!’
“암, 암살자입니까?!”
“콜록, 암살자? …그래! 암살자! 암살자라고 생각해도 된다.”
“알겠습니다! 절대 아무도 접촉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오를라흐는 악마로서의 권능을 총동원해서 이 사악한 암살자를 완벽히 가두겠다고 약속했다.
아홉째는 그저 욕설만 퍼부으며 궤짝째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비정한 흑마법사의 세계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한 번 방심하면 결코 회복할 수 없었다.
* * *
돌아오고 나서 장부 정리와 기사들의 지도 확인을 마친 이한은 곧바로 중간고사 대비에 들어갔다.
가르시아 교수에게 선언한 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중간고사 기간 전에 필요한 걸 다 마친 뒤 기사들과 함께 수색에 나설 생각이었다.
“흠…”
탁자 앞에 강의 목록을 놓고 어떤 순서로 미리 공부할지 고심하는 이한의 모습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조용히 지나갔다.
저 강의 목록만 봐도 광기에 정신이 오염될 것 같았다.
“많긴 하군.”
“……”
“……”
옆에서 공부하던 요네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가이난도가 손짓으로 ‘정신차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물었지만 요네르는 고개를 저었다.
한 마디 하고 싶긴 했지만 아직 이 정도면 평상시 친구의 모습이었다.
“이걸 다 끝내고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
“……”
아덴아르트가 종이 위에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썼다. 가이난도가 한심하다는 듯이 쯧쯧 소리를 냈다.
‘뭐 이런…!’
무례한 동생에게 발끈해서 아덴아르트가 소리를 내려는 찰나 이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는 시늉을 했다.
다행히 이한은 친구들에게 시선을 던지는 대신 중얼거리며 위층 개인실로 향했다. 어지간히도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휴…”
-가이난도. 책 거꾸로 보지 마라.
“……”
가이난도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가끔 자신의 친구지만 무서울 때가 있었다.
* * *
“스승님.”
-앗. 오랜만이군요. 제자님.
그림 속에서 책을 읽고 있던 젊은 왕자는 반갑게 이한을 맞이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마법에 대해 몇 가지 여쭤봐도 되겠…”
-제자님. 제자님이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며 귀찮게 하는 것보다, 그렇게 예의를 차리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 저를 더 슬프게 한답니다. 무엇이든 편하게 물어봐주세요. 오늘 점심으로 뭘 먹을지 물어봐도 저는 괜찮답니다.
해골 교장도 미친 분신도 쓸데없는 질문에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젊은 왕자는 너무 친절해서 묻는 사람을 질식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런 사람을 쓸데없는 질문으로 귀찮게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압박감을 주는 것이다.
-혹시 그 건축물 도안을 물어보려고 갖고 온 건가요?
“예? 아.”
이한은 선배 흑마법사들이 억지로 준 두툼한 책을 쳐다보았다. 하도 양이 두꺼워서 사실상 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건 억지로 받은 쓰레기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한은 구석으로 책을 던졌다. 강의 관해서 묻고 싶었는데 흑마법사들의 쓸데없는 마법에 대해 들을 수는 없었다.
-꽤 괜찮은 마법 같은데요. 혹시 제자님이 부끄러워서 숨기는 건 아니겠죠?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야.
젊은 왕자는 손짓 한 번으로 책을 그림 속으로 옮겼다. 나중에 읽고서 평가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