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99)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00화(1200/1204)
1200
화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든든하군.’
생각해보니 이 마법범죄자의 광기가 이럴 때는 도움이 됐다.
마법범죄자들도 일반적으로는 악신숭배자와 엮이기 싫어했다. 누가 미치광이와 다투는 걸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지금 이 안타곤달스가 말하는 걸 보니 악신숭배자가 온다고 자기 혼자 도망칠 것 같지는 않았다.
찍찍찍찍찍찍!
안타곤달스의 햄스터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그 모습에 엔스터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저 취향은 정말 특이하군. 대체 저런 햄스터가 뭐가 좋아서 데리고 다니는 거지?’
마법을 쓸 수 있는 희귀한 짐승도 아니고 그냥 평범해 보이는 햄스터 아닌가.
정말 대마법사들의 속마음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이한은 상대가 뚫어져라 쳐다보자 괜히 찜찜한 마음에 화제를 돌렸다.
“생귀로스 놈들은 왜 온 거지?”
“……”
답을 알고 있는 만큼 이한은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엔스터에게는 답하기 매우 곤란한 질문이었다.
“놈들하고 거래라도 했나? 숨길 거 없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니고.”
“맞, 맞소.”
상대가 길을 열어주자 엔스터는 냉큼 받았다.
물론 안타곤달스는 엔스터와 생귀로스 교단의 관계가 얼마나 깊었는지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해줄 필요도 없었다. 상대가 오해하고 있다면 유리하게 이용하는 게 마법범죄자 아니겠는가.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겠군.”
이한은 호전적으로 말하면서 엔스터에게 손짓했다.
너도 빨리 골렘을 꺼내서 싸울 준비를 하란 뜻이었다.
당연히 속마음은 달랐지만…
‘기다렸다가 찔러야지.’
생귀로스 암살자들과 엔스터가 싸운다면 이한 입장에서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미운 놈들끼리 자멸한다는데 뭐하러 말리겠는가. 기다렸다가 남은 놈들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엔스터는 멍청하지 않았다.
“아니. 일단 빠져나갈 거요. 미치광이들과 손을 섞어서 좋을 게 없지.”
생귀로스 잔당들의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여기 계속 있는 건 위험했다.
마법사의 공방에 저렇게 과감히 들어온다는 건 믿는 구석이 없다면 불가능했으니까.
게다가 이 미치광이들은 일반적인 예측이 어려웠다.
강도들은 약탈이라도 하지 이런 자들은 그냥 자폭부터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한은 아쉬워했다.
어떻게든 둘을 싸우게 하고 싶었는데…
-어. 잠깐.
‘?’
-…기억이 날아가기라도 했냐? 방금까지 지하에 뭘 했는지 까먹었단 말이냐?
“…!!”
그제야 이한은 이 아래의 상황이 어땠는지 떠올랐다.
방금까지 이한이 열심히 방해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거 맞습니까?’
햄스터가 조언해 준 방법은 상당히 효과가 약한 방법이었다.
마치 바닥이 깨진 솥에 계속 물을 들이붓는 듯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하의 탈출 수단들도 제대로 무력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확실하게 됐을 텐데, 확신은 하지 못하겠군.
‘역시. 너무 약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애송이 네 녀석이 제대로 공간이동 하나 하지 못해서 이런 방법으로 하게 된 거다. 남 탓하지 마라. 미치광이 놈들이 내려올 때까지 시간만 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완벽히 무력화는 안 됐어도, 일정량의 손상만으로 시간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한과 햄스터는 살짝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엔스터의 반응을 기다렸다.
덜컥-
“…아아아아아아아악!!!”
지하의 문을 연 엔스터는 이제까지 침착했던 모습을 던져버리고 비명을 질렀다.
마법사로서 품위나 침착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만큼 지하의 상황은 끔찍했다.
설치된 수십 개의 마법이 역류하고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상승효과를 만들어냈는지, 멀쩡한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귀하게 보관되어 있던 스크롤은 조각도 보이지 않았고 벽에 설치된 차원문은 무슨 이상한 차원과 연결되었는지 기괴한 점액을 콸콸 토해내는 중이었다.
가장 귀하게 보관되고 있던 물건들이 이 꼴이었으니 다른 건 말할 것도 없었다. 햄스터는 조용히 찍찍댔다.
-내가 이런 말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네놈 수단이 너무 악랄한 것 아니냐.
“……”
이한은 어이가 없어서 햄스터를 어깨 위에서 떨어뜨릴 뻔했다.
당신이 시켰잖아!
-스크롤 부술 정도만 적당히 보냈어야지 무슨 지하실에 원한이라도 있나?
‘적당한 양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이 멸망한 개잡놈들이 아주 죽고 싶어서 난리를 피우는군…”
엔스터의 눈빛은 붉게 물들어서 살기를 뿜어냈다.
그는 이 참사가 생귀로스 암살자들의 사전 공작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한은 냉큼 동의했다.
“놈들 솜씨가 참으로 지독하군!”
“제깟놈들을 상대하지 않은 게 두려워서인 줄 아나? 죽여버리겠다! 들개 새끼도 물어가지 않을 버러지들이 감히…”
“본때를 보여줘야지!”
“
골렘들은 모조리 튀어나와라!
”
엔스터는 복수심에 미쳐서 가동 가능한 골렘들을 모두 꺼냈다. 이한은 잘한다고 칭찬하며 상대를 부추겼다.
햄스터는 뜨뜻미지근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 어린놈의 새끼, 본색을 드러내니 정말 무섭군…’
마법범죄자를 했어도 정말 잘했을 것 같은 놈이었다.
* * *
생귀로스의 숭배자들은 사실 암살 목적으로 온 게 아니었다.
누구나 알고 있었듯이 이 교단은 한 번 멸망한 교단이었고, 현재 적들이 많은데다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옛 잔당들을 설득해서 포섭해야지 힘으로 암살할 때가 아닌 것이다.
“엔ㅅ…”
“죽여!”
“!”
숭배자들은 살기 넘치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부품에서 들리는 가동음을 듣고 재빨리 몸을 낮췄다.
우우우웅-
골렘들은 바로 팔에 장착된 아티팩트에서 정제된 마력 광선을 쏘아냈다. 내려오는 순간 즉시 죽이려고 작정한 수준의 공격이었다.
“엔스터, 멈춰라! 섭정관의 이름으로 왔다. 섭정관께서 네 충성을 기대하신다!”
엔스터는 대답 대신 골렘을 추가로 돌진시켰다.
근접전으로 개조된 이 전투인형은 안면 부분에서는 독 안개를 뿜어내고 팔과 다리에서는 강력한 역장 칼날을 쏘아냈다. 여러 검사와 기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강력한 소환수였다.
돌진하는 골렘들의 모습에 악신숭배자들이 분노했다. 바보천치라도 저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다.
“감히?!”
숭배자 한 명의 몸이 핏물로 변하더니 즉시 사라졌다. 그 모습에 엔스터는 긴장했다.
한 때 생귀로스 교단 소속이었던 만큼 저게 무슨 징조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한 명을 제물로 바치고 권능을 갖고 오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비교적 평범해보였던 숭배자 한 명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쏟아져 나오더니 처음 보는 형태의 괴물로 변했다.
그리고는 접근하는 골렘들을 일격에 찢어발겼다. 독과 역장 칼날이 박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엔스터의 낯빛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안타곤달스! 도와주시오!”
그러나 안타곤달스는 나서지 않았다. 그 모습에 엔스터는 이를 악물었다.
죽어도 다른 사람한테 공짜로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저 심보는 실로 마법범죄자 그 자체였다.
“좋다…
터져라!
”
골렘 하나가 즉시 폭발하며 주변을 날려버렸다.
밖에 진동이나 소란이 들릴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일단 막고 봐야했다.
그러나 숭배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분노하며 덤벼들었다.
엔스터는 그 모습에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었다.
공방의 핵심인 마력핵을 습격해서 망가뜨린 놈들이 저런 적반하장이라니.
어지간하면 이성적으로 도망칠 방법부터 고민했을 엔스터였지만 이쯤되면 이판사판이었다. 골렘을 계속 투입해서 폭발시켰다.
-이놈들 이렇게 화끈하게 싸워도 되나??
햄스터는 당황했다.
악신숭배자들이야 반쯤 미쳤다지만 엔스터는 마법범죄자였다.
여기서 골렘을 저렇게 팍팍 터뜨리고 나면 뒷감당이 불가능해졌다.
‘악신을 숭배한 대가를 치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에 집착한 대가죠.’
햄스터는 속으로는 그런 사필귀정이 아닌 워다나즈가 충동질한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서로 멈추지 않는 소모전은 결국 엔스터의 승리로 돌아왔다.
마법사의 공방에서 싸우는 만큼 유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 남은 숭배자는 비틀거리며 노려보았다.
“엔스터, 섭정관의 영광을 거부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분께서는 널 보고 계신다!”
“프라흐갈과 크삭사리골과 고나달테스의 이름으로 엿이나 먹으시지.”
이미 있는 정, 없는 정 모두 사라진 엔스터가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숭배자가 털썩 주저앉자 엔스터도 재빨리 물약을 들이켰다. 피해가 막심해도 보통 막심한 게 아니었다.
골렘은 1/5 정도만 남았고 공방은 반파된 데다가, 지금 소란은 밖에 들렸을 테니 미련을 버리고 도망부터 쳐야 했다.
‘슬슬 칠까.’
이한은 일격에 끝장낼 생각으로 마법을 준비했다.
엔스터는 강한 마법사였지만, 어디까지나 소환 마법사였고 골렘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싸웠다.
이런 거리에서는 이한이 유리했다. 심지어 상대는 지쳤고 방심한 상황이었다.
-놈의 수준은 굳이 비교하자면 에인로가드 4학년 정도다. 지쳤으니 반 학년 더 내려도 되겠지.
‘제가 이기기 힘들다는 겁니까?’
이한은 의아해했다. 햄스터는 짜증을 냈다.
-아니. 이길 만하니까 바로 공격하란 소리지! 이 머저리 놈아!
알아듣기 힘들게 비유해놓고 화를 내는 햄스터의 모습에 이한은 속으로 투덜댔다.
그 때였다.
쓰러진 숭배자들의 시체 위로 거대한 붉은 문양이 떠올랐다. 이한보다 엔스터의 반응이 훨씬 빨랐다.
“생… 생귀로스!!!”
교단에 있을 때 본 문양.
게다가 다 죽은 놈들 위로 저 문양이 잡힌다는 게 매우 불길했다.
대체 무슨…
이렇게 보게 되는군.
문양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리적으로 성대를 사용해서 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수백, 수천 겹의 뜻으로 구성된 텔레파시가 차원 너머로 들려오고 있었다.
교단에 있을 때에도 악신과 직접 접촉해 본 적 없는 엔스터는 새파랗게 질렸다.
설마 숭배자들을 죽였다고 이렇게 신이 직접 나온단 말인가?
“말도 안 돼! 저깟 놈들 때문에?!”
이한은 엔스터보다 침착했다.
마법사로서 경력은 훨씬 짧았지만 겪은 일의 규모는 차원이 다른 만큼 냉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악신이 저렇게 자아를 가질 수가 있습니까?’
-!
햄스터는 놀란 눈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맞는 지적이었다!
그 같은 마법사도 놀라서 당황하는 동안 이 가장 새파란 놈이 핵심을 지적할 줄이야.
-맞다. 이상하군. 악신은 저렇게… 대화 가능한 존재가 아닌데.
대마법사인 만큼, 햄스터 또한 신앙의 근원이 집단적인 무의식이라고 생각했다.
신이 먼저 존재한 게 아니라 필멸자들의 힘이 신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렇기에 신은 자아가 없는 일종의 법칙이자 규칙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불가능이란 건 없다. 악신이 오염됐을 수도 있고, 변질됐을수도 있지.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햄스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약했다.
다른 때와 달리 확신이 없는 만큼 어쩔 수 없었다.
취미가 독특한 마법사군.
생귀로스는 햄스터를 보며 말했다.
저 정도 되는 마법사가 왜 굳이 마법을 버리고 저런 햄스터로?
-……
너희 필멸자들에게 제안할 게 있다. 더 이상 내 추종자들을 쫓지 마라.
그 말에 이한과 햄스터가 동시에 어이없다는 시선을 던졌다.
악신이 저렇게 허술한 제안을 하다니?
-저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거 보니 어지간히도 궁한 모양이군. 절대 받아들이지 마라.
틀렸다. 내 추종자들을 잡아서 죽인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말이다. 교단을 토벌한다고 내 존재가 사라질 것 같으냐? 이미 나는 실재(實在)를 가졌다. 그깟 허름한 조직 같은 건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단 말이다.
“교단의 주교급 인물이 죽어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
이한은 흔들리지 않고 내뱉었다.
물론 교단이 뿌리째 다시 멸망한다 하더라도 악신이 버틸 수는 있었다.
그러나 절대 저렇게 타격이 없지는 않으리라.
주교 말이냐? 하하하… 내 추종자들 중에는 주교급 되는 자들도 없다! 하나 같이 다 한심한 부스러기들뿐이지.
이한과 햄스터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제까지 그들은 주교급 정도 되는 강자가 치밀한 계획 하에 교단을 부활시킨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니.
그 모든 게 그냥 앞일 생각하지 않는 미치광이 잔당들의 난동이었단 말인가?
그 버러지들을 쫓아서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 나는 이미 충분히 존재를 얻었으니 상관하지 않는다.
이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저 말이 허세가 아니라면 계획에 문제가 컸다.
교단을 토벌해도 악신이 그대로 힘을 가진 채 남아있는 것 아닌가.
더 최악은 자아까지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내줘라. 어차피 지금 놈을 잡을 방법도 없다.
‘다른 악신의 권능을 훔쳐서 써도 타격을 못 입히니까?’
-저건 목소리만 전달하는 것에 가까워서 공격이 힘들… 잠, 잠깐.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