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01)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02화(1202/1204)
1202
화
-놈이 오염됐다. 자아를 가지게 됐지. 아직 어리숙하지만 시간을 오래 줘서는 안 된다.
햄스터가 찍찍대며 대신 설명했다.
워낙 충격적인 일인 만큼, 워다나즈보다는 경험 많은 마법사인 자신이 설명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볼라디 교수는 친절한 설명에 대한 답례를 돌려줬다.
“너한테 묻지 않았다.”
-……
햄스터는 욕설을 속으로 세 번 정도 반복했다.
재수 없는 개자식 같으니!
“놈이 오염됐습니다. 자아를 가지게 됐는데, 아직 어리숙하지만 시간을 오래 줘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
햄스터는 더 어이가 없었다.
저건 그냥 자신의 설명을 따라한 것 아닌가!
“큰일인데. 악신이 오염됐다니.”
복도 벽에서 얼굴을 빼낸 키르민 교수가 코피를 멈춘 뒤 우울한 얼굴로 돌아왔다. 이한은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혹시 두 분, 위에서 싸우셨습니까?”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워다나즈. 내가 볼라디와 다툴 리가 없잖아. 내가 언제 볼라디 욕한 적이라도 있니?”
“추적할 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제자가 자신이 했던 뒷담을 다시 늘어놓을 것 같자 키르민 교수는 단호하게 막았다.
“악신이 오염됐다니. 어떻게 생각하지?”
-바로 토벌대를 조직해야 한다.
죽음의 기사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런 신적 존재들은 자아가 없는 만큼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악신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밑에서 힘을 빌려 난동을 피우는 놈들이 없다면 악신 자체는 별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악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욕망할 줄 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사고방식이 아직 덜 성숙했다고 해도 그랬다. 오히려 덜 성숙했기에 더 위험한 부분도 있었다.
-주인님에게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린 정리만 하고 따라가겠습니다. 괜찮겠지, 볼라디?”
키르민 교수는 친구를 보며 물었다.
지금 도시에서 이런 난장판이 벌어졌는데 그냥 떠날 수는 없었다. 사악한 마법의 흔적은 제거하고 위험하지 않게 정리해야 했다.
문제는 이 성급한 친구의 반응이었다.
설마 그 잠깐을 참지 못하고 먼저 멋대로 움직이진 않겠지?
“그래.”
“네 명예를 걸고 진짜로?”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르민 교수는 친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신뢰의 뜻을 드러냈다.
“난 널 믿는다.”
“고맙군.”
“그럼 제자의 명예도 걸고 약속할 수 있겠지?”
“……”
-……
이한과 죽음의 기사들은 황당하다는 듯 키르민 교수를 쳐다보았다.
-내기할 거면 너희들끼리 내기하지 왜 후계자를 끌어들이느냐?
“애초에 교수님께서 거짓말하기로 마음먹으셨다면 저런 약속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일행이 도와주지 않자 키르민 교수는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나중에 볼라디가 또 탈주하고 나서 후회나 하지 말라고.”
“교수님께서 설마 또 그러시겠습니까.”
-아니다. 내 생각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볼라디 교수는 제자를 포함한 마법사들이 자신의 탈주 가능성을 놓고 떠드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괜히 민망함과 거북함을 느낀 아므렉이 일행을 불렀다.
“여러분. 혹시 저한테 지시해주실 건 없으십니까?”
-아. 있소.
죽음의 기사가 즉답했다. 아므렉의 얼굴이 밝아졌다.
“무엇이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악신숭배자들 따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은 전부 당신 혼자서 한 걸로 해주시오. 에인로가드의 이름이 들리면 괜히 남은 잔당들을 숨게 할 수 있으니.
“…예?”
아므렉은 뒤를 돌아보았다.
처참하게 반파된 공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일개 기사 한 명이 만들어낼 수 있는 파괴력이 아니었다.
“이걸 제가 혼자 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걸 설득력 있게 속이는 것도 기사의 수행이오. 난 그대를 믿소. 처음 봤을 때부터 위대한 기사의 자질을 느꼈지.
“그, 그런…”
아므렉은 긴가민가하면서도 속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느꼈다.
이 저명한 선배들의 칭찬은 젊은 기사에게 지나치게 유혹적이었던 것이다!
* * *
-주인님. 후계자 님이 탈주하셨습니다.
탈주가 아니라 의뢰겠지.
처음 보고가 들어왔을 때 해골 교장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현재 해골 교장은 원래 사용하던 교장실이 아닌 본관 지하 9층에 위치한 비밀 은신처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교장실에 있으면 귀찮은 드래곤이 자꾸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원망을 듣고 제풀에 꺾여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 간신배 놈 하나가 옆에서 조언해준 바람에 상황이 달라졌다.
덕분에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이 귀찮은 드래곤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성가시게 굴기 시작한 것이다.
‘에인로가드는 더욱 더 개혁되어야 합니다!’ ‘부디 이 우만의 의견을 무시하지 마시고…’ 등등등.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니 최악의 경우에는 다음 학기까지 있을지도 몰랐다.
-아닙니다. 의뢰가 아니라 탈주가 확실합니다.
받은 의뢰만 갖고 나가도 한 학기 내내 밖에 있을 수 있는 놈이 굳이 탈주를 할… 아.
해골 교장은 현재 탈주 상태인 교수를 떠올렸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인 법.
배그렉을 찾으러 갔나보군. 내버려둬라. 흥미진진한 승부가 되겠군.
볼라디 교수는 워다나즈보다 탈주 경험이 많고 강력한 전투 마법사였지만, 워다나즈의 패도 만만치 않았다.
다양한 인맥들과 그 광기 넘치는 정신이라면 이쪽도 제법 승산이 있으리라.
거기에 볼라디 교수가 제자한테 무르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꽤 가능성이 높지.’
-돌아오면 징벌방에 보낼까요?
징벌방도 가두는 게 의미가 있는 놈이나 가둬야지. 워다나즈 녀석은 보내면 좋다고 쉴 텐데. 관둬라.
해골 교장은 너그럽고 관대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불필요한 형벌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워다나즈처럼 스스로 고행의 길을 걷고 있는 마법사한테는 징벌방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럼 뒤따라간 기사들도 내버려두시겠습니까?
…그 놈들은 좀 가두도록.
해골 교장은 어이가 없었다.
어쩐지 숫자가 좀 비던데 워다나즈를 따라간 거였나?
‘간신배들이 한둘이 아니로군.’
그리고 며칠 후.
가르시아 교수가 씩씩대며 찾아왔다.
“교장 선생님! 다른 교수를 정식으로 고발하려고 합니다!”
드디어 이런 순간이 오는군. 가르시아 교수, 내가 진작 비블레를 고발하라고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나? 그 짐승은 자네가 챙겨준다고 은혜를 기억할 만큼 양심이 있지…
“아뇨. 키르민 교수님을 고발할 겁니다!”
뭐?!
해골 교장은 깜짝 놀랐다.
버두스 교수의 수많은 악행을 두고 키르민 교수를 고발하겠다니.
혹시 가르시아 교수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비블레 교수가 아니라? 가르시아 교수. 혹시 잊었을 수도 있으니 다시 말해주겠네. 자네의 시약 창고를 털어간 건 비블레 교수야. 일과표를 조작해서 자기 일을 자네한테 맡긴 것도 비블레 교수고. 내 명령이라고 속여서 시험 채점을 맡긴 것도 비블레 교수가 한 짓이지. 계속하겠나?
해골 교장은 숨도 쉬지 않고 버두스 교수의 악행을 늘어놓았다.
이 자의 악행은 사흘 낮 사흘 밤을 이야기해도 끝이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르시아 교수는 동료라고 옹호하고 아껴줬으니…
“…솔직히 들으니 조금 화가 나긴 하는데 그거 때문에 온 건 아니고요, 키르민 교수님을 고발할 겁니다.”
그, 그래. 알겠네. 무슨 혐의로 고발할 생각이지?
“불성실한 학생 지도와 탈주 방조로 고발하겠습니다!”
……
상황 파악을 즉시 끝낸 해골 교장은 뜨악한 눈빛을 보냈다.
이건 그냥 자기만 안 데리고 가서 화가 난 거였다!
가르시아 교수. 교수들 중 다른 교수들을 절대 고발하지 않는 사람이 자네와 볼라디 교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볼라디 교수는 법 없이 사는 녀석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자네는 예전부터 고발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네가 정말 증오하는 교수를 내버려두고 이런 사소한 이유로 고발할 생각인가? 정말? 나중에 취소해달라고 울지 말게.
“흥! 동료 교수라고 생각했다면 잡일만 같이 해놓고 이럴 때만 빼놓고 가지 않았을 겁니다!”
가르시아 교수는 보통 화가 난 게 아니었는지 씩씩댔다.
이번 학기 내내 제자를 같이 돌봐놓고, 중요한 순간이 오자 자기는 두고 가다니!
물론 키르민 교수가 볼라디 교수의 친구인 건 알았다. 가르시아 교수도 에인로가드 안에서는 나름 가까운 사이였지만 절친과 후배를 비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말 한 마디 없이 두고 가는 건 선을 넘은 것이다.
평소 ‘워다나즈 학생은 이제 독립할 때가 됐다’ ‘알아서 하게 내버려둬라’라고 말한 사람이라 더더욱 가증스러웠다.
가르시아 교수가 분노의 오오라를 전신에서 뿜어내자 죽음의 기사들이 슬금슬금 물러났다.
평소 교수들이 오면 농지거리를 던지던 기사들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워다나즈가 두고 갔을 수도 있잖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이한 학생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가르시아 교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흐음. 한 번 더 말리면 나도 고발하겠군.’
제자의 굳건한 의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만큼 해골 교장은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알겠네. 키르민 교수도 한 번 쓴 맛을 볼 때가 됐지. 그러면…
화륵!
불길이 거세지더니 해골 교장의 은신처 가운데에 설치된 솥에서 편지가 튀어나왔다.
복잡한 고대 문자가 새겨진 이 청동 솥은 죽음의 기사들이 급한 보고를 할 때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해골 교장은 눈빛을 점멸해 편지를 열었다.
이런.
“무, 무슨 일이 생겼나요?”
가르시아 교수는 화내던 것도 잊고 걱정스러워했다.
이한이 다쳤거나, 혹은 다른 교수들이 다치기라도 했다면…
좋은 소식이군. 볼라디 교수를 붙잡았다는데.
“!!!”
말도 안 되는 소식에 가르시아 교수는 크게 놀랐다.
정말 붙잡았다니!
“어떻게 잡은 거죠?! 혹시 이한 학생으로 함정이라도 팠나요?!”
상상력이 풍부하군. 하긴, 나도 그 방법을 생각하긴 했지.
굳이 말을 하진 않았지만 해골 교장이 생각한 워다나즈 일행의 가능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저거였다.
대충 볼라디 교수가 있는 지역에 간 다음, 워다나즈의 목숨이 위험한 것처럼 꾸미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들어보니 놀랍게도 그런 방법을 쓰지 않은 모양이었다.
설득했나보군.
“…전 이한 학생을 믿고 있었어요!”
가르시아 교수가 한층 밝아진 얼굴로 외쳤다.
탈주한 볼라디 교수를 무력이나 함정이 아닌 설득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그게 가능한지는 아직도 좀 헷갈리긴 했지만!
대신 같이 따라다니면서 볼라디 교수의 복수를 돕겠다는데.
“……”
가르시아 교수의 얼굴이 다시 분노로 일그러졌다. 해골 교장은 속으로 안심했다.
‘키르민이 같이 가서 다행이군.’
키르민 교수가 아니었다면 저 분노는 다른 곳으로 튀었으리라.
“당장 돌아와도 모자랄 판에 같이 따라다니면서 복수를 돕겠다니…!”
진정하게. 가르시아 교수. 볼라디 교수의 고집을 알잖나. 그게 아니었다면 설득하지도 못했겠지.
“…그건 그렇지만요.”
다행히 가르시아 교수는 분노가 가라앉자 이성적으로 판단해줬다.
심지어 키르민 교수에 대한 고발도 미루겠다고 말했다. 이한이 다쳐서 돌아오지만 않으면 그냥 넘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잘 생각했네. 잘 생각했어.
하지만 해골 교장이 하나 오판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가르시아 교수의 끈기였다.
다음 날부터 가르시아 교수는 계속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혹시 새 소식 없나요?”
“혹시 점심 사이에 새 소식이…”
“기사들은 대체 왜 그렇게 보고를 느리게 하는 거죠?”
“교장 선생님. 제 생각에는 보고 체계를 좀 바꿔야…”
‘우만이 안 보이니 저 녀석이 난리군.’
해골 교장은 가르시아 교수가 다섯 사람 몫의 일을 한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 애썼다.
호통과 함께 쫓아내거나 은신처의 위치를 바꾸는 건 쉬웠지만, 그랬다가는 에인로가드 행정 효율이 대폭 감소하리라.
“진짜 새 소식 없나요?”
오면 바로 종이새를 보낼 테니 제발 좀 가서 자네 할 일…
화륵!
불길과 함께 청동 솥에서 편지가 튀어나왔다.
가르시아 교수는 제국 최고 격구 선수보다도 재빠른 동작으로 편지를 낚아챘다. 기사들도 놀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