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02)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03화(1203/1204)
1203
화
괜찮나?
해골 교장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편지를 읽은 가르시아 교수가 격한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어떤 내용이든 간에 마찬가지였다.
만약 곧 돌아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면…
-올 거면 바로 와야지 이렇게 속보이는 편지를 보내다니!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져서 늦게 돌아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면…
-그럴 줄 알았어요! 일이 꼬일 수도 있는데 이한 학생을 데리고 가다니!
어떤 내용이든 간에 가르시아 교수는 분노를 터뜨릴 것이고 주변의 가구나 기구 몇 개 정도는 박살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르시아 교수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눈을 크게 뜬 채 받은 편지만 다시 읽어내렸다.
그 모습에 해골 교장은 괜히 걱정이 됐다.
볼라디 교수가 죄 없는 사람이라도 죽였나? 줘보게.
편지를 뺏은 해골 교장은 왜 가르시아 교수가 그대로 굳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악신이 말을 걸어왔다니.
심각할 만하군. 놈을 쓰러뜨릴 토벌대를 조직해야겠다. 서신을 보내도록.
해골 교장은 굳은 가르시아 교수는 내버려둔 채 기사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변질된 악신이라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해골 교장은 놈이 더 영리해지고 성숙해지기 전에 습격할 생각이었다.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자네가? 왜 굳이…
가르시아 교수의 말에 해골 교장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제국에서 가르시아 교수의 겉모습만 보고 겁먹는 사람은 많았지만, 해골 교장은 그게 오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폭력에 서툰 마법사가 뭐하러 토벌대에 참가한단 말인가.
“이한 학생도 참가하는데 제가 참가 못할 이유가 있나요?”
워다나즈가 참가한단 말은 여기 안 쓰여 있는데… 하긴 참가하긴 하겠군.
해골 교장은 상대의 논리에 납득했다.
볼라디 교수는 토벌대에 분명히 참가할 거고, 그럼 워다나즈와 키르민 교수도 당연히 동행할 터였다.
워다나즈도 이제 제법 마법사의 기본기를 다진 만큼 억지로 막을 생각은 없었다. 따라가더라도 한 사람 몫은 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서신을 보낸 놈들을 생각해보면 워다나즈가 동행하는 게 확실히 유리할지도…
‘아무래도 조금 더 의욕을 내겠지.’
알겠네. 자네도 성장할 때가 됐지.
-굳이 성장할 것까지는…
기사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폭력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극복한 가르시아 교수는 정말 상상도 가지 않았다.
* * *
“스승님.”
이한이 방문하자 지하실에서 머무르던 젊은 왕자는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이에요. 제자님. 그 설치류는 두고 오셨나요?
“하하. 밖에서 운동 좀 시키고 있습니다.”
이한은 햄스터를 위해 변호해줬다.
만약 햄스터가 고집을 피웠다고 말하면 이 젊은 왕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제자들에게는 친절했지만 외부인, 특히 악인들에게는 매우 엄격한 게 이 왕자였던 것이다.
-또 무슨 일이 있었나보군요.
“예.”
젊은 왕자는 말해보라는 듯 그림 속에서 손짓했다. 이한은 이번에 있었던 충격적인 일들을 그대로 전달했다.
-오염된 악신이라. 불가능하진 않지요. 제자님, 흑제관을 기억하고 있나요?
인공적으로 만든 반신(半神)을 다루는 고대 마법.
그 반신을 가두는 관이 바로 흑제관이었다.
“확실히…”
-마법사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신성에도 자아와 의지를 부여할 수 있죠. 오염된 악신이 각성한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젊은 왕자는 악신을 상대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압도되지 않았다.
신적 존재라 하더라도 아직 사리분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기 힘에 휘둘리는 멍청이.
마법사의 지혜만 있다면 얼마든지 영원히 소멸시킬 수 있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
“아. 햄스터한테 들었습니다.”
-그래요?
젊은 왕자는 언젠가 햄스터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제자에게 감히 먼저 조언하다니.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사실 조금 다른 부분입니다. 그게 악신 놈의 허세일 수도 있지만…”
이한은 악신과 대화한 사람으로서 놈이 남긴 사소한 말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악신은 분명 그 마법범죄자와 햄스터, 그리고 위에 있는 마법사도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웃어댔던 것이다.
마법범죄자나 햄스터가 악신을 두려워하는 건 이해가 갔다.
하지만 볼라디 교수가 두려워한다니?
-글쎄요. 제자님. 허세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허세가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되네요.
“혹시 배그렉 교수님이 아니라 쿠 교수님이 겁을 먹으신 걸까요?”
키르민 교수가 들었다면 배은망덕하다며 노려봤을 소리였다.
젊은 왕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아닌데도 굳이 언급했다는 건 예전부터 악연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죠. 볼라디 제자님일 거예요. 제자님.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요? 볼라디 제자님이 두려워하고 있다면 토벌대에 참가하지 않는 게 맞지 않냐고?
“아. 예. 방심하신 사이에 쿠 교수님하고 같이 기습하면 어떻게든 에인로가드 안에 가둘 수 있지 않을까요?”
볼라디 교수가 불참하면 이한이나 키르민 교수도 굳이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
해골 교장한테 맡긴 채 결말을 기다리면 됐다.
젊은 왕자는 스승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 제자를 탓하는 대신 온화하게 설득했다.
-그것도 기발한 방법이네요. 하지만 저는 제자님이 조금 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누구든 두려워할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죠.
젊은 왕자의 말에 이한은 멈칫했다.
원론적인 말이었지만 볼라디 교수가 두려움을 느낀다는 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강적이고, 매우 위험할 텐데 극복하지 않은 상태로 움직여도 되는 겁니까?”
-계속 기다린다고 두려움을 무조건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어떨 때는 행동으로 나서야 극복할 수 있죠. 저는 볼라디 제자님이 설령 두려움을 가지고 있더라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옆에 이렇게 든든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 쿠 교수님 같은 분은 자기 일도 다 미뤄놓고 따라와주셨고…”
-저하고 제자님을 말한 거였지만, 그래요. 쿠 교수도 넣어주도록 하죠.
젊은 왕자는 선심쓰듯 말했다.
왕자가 말한 든든한 사람들은 이한과 젊은 왕자 본인, 혹은 가르시아 교수 같은 사람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나저나 제자님이 토벌대에 참가한다니 그냥 보낼 수가 없네요. 이걸 받아주세요.
그림의 물감이 물결치듯 일어나더니 한 줄기 기운으로 변해 날아들었다.
이한이 차고 다니는 베헤모스 뼈 목걸이의 남은 공간으로.
-이걸로 밖에서도 제자님을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스승님. 원래는 이런 게 불가능하다고 하셨잖습니까?”
이한은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현재 젊은 왕자는 재현하기 힘든, 불안정하고 독특한 마법의 힘을 빌려 존재하는 상태였다.
이런 밀폐된 방 안에서라면 모를까 외부에서 자유롭게 마법을 시전하는 건 힘들었다.
-제자님. 제자님은 가끔 제 신분을 잊어버린 것 같네요. 저는 고대 마법의 적통을 이었고 대륙의 사악한 마법사들의 지팡이를 수도 없이 부러뜨렸답니다. 이런 건 손쉽게 할 수 있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어떤 마법으로 하신 겁니까?”
-…제자님이 모르는 마법이죠.
“이름이라도… 정확히 어떤?”
-밖에서 제자님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네요. 토벌대가 도착한 모양이에요.
“앗.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한이 밖으로 나가자 젊은 왕자는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자가 똑똑하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거짓말을 할 때도 이렇게 힘드니…
* * *
“교장 선생님 오셨습니까?”
이한은 반갑게 달려나갔다.
사람의 정신이란 건 참으로 놀라웠다. 밖에서 고생 좀 하다보면 에인로가드도 그리워지는 것이다.
악신숭배자들을 상대하다보니 해골 교장이 반갑게 느껴질 줄이야…
반갑군. 오수의 제자.
“……”
예상 밖의 상대에 이한은 바로 정색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적금색의 갑옷과 투구를 걸친, 위엄 넘치는 거대한 야차였다.
바로 야차왕이었다.
-야차왕을 동원하다니… 고나달테스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하군!
햄스터는 벌벌 떨었다. 마법도 봉인된, 이 덜떨어진 육신으로는 저런 강자를 대면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저 야차왕의 지혜로운 눈동자는 사악한 자들이 대면하는 순간 영혼 깊숙한 곳까지 꿰뚫리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은 안 오셨습니까?”
물론 이한에게 야차왕은 차원의 거물이 아니라 그저 만날 때마다 인생의 난이도를 올려주는 기괴한 미치광이일 뿐이었다.
보자마자 스승을 찾다니. 알 거 같군. 역시 저번에 오수를 욕했던 건 스승을 존경하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 싫어서였어.
“……”
이한은 만나자마자 자신이 야차왕을 왜 싫어했는지 생생히 떠올랐다.
이래서 싫어했지!
괜히 이 야차왕과 대화를 나눠서 속이 터지느니 이한은 상대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교수님. 교장 선생님은 안 오십니까?”
오수의 제자. 스승을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이번 토벌대의 대장은 나 야차왕이 맡기로 했다.
제자의 표정이 너무나도 비통스러웠는지, 키르민 교수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원래 교장 선생님이 모든 일에 직접 참가하시진 않는다. 워다나즈.”
“…그렇죠. 생각해보니 제가 왜 착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한은 깊이 반성했다.
생각해보니 이건 당연히 예상했어야 했다.
해골 교장은 쉽게 자리를 비우는 성격이 아니었고, 차원에서 강자와 싸워야 한다면 야차왕 같은 거물이 가장 유력후보였던 것이다.
-반갑군.
야차왕 뒤에서 또 한 명의 낯익은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야차왕과 마찬가지로 이한의 속을 뒤집는 상대였다.
“…아파즈라곤!”
천사를 대면한 이한은 이를 갈았다.
저 멍청한 천사가 차원만 볼라디 교수에게 뺏기지 않았어도…
-지혜의 왕이시여.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 야차왕은 언제나 지혜를 갈구하는 자들에게 조언을 하사하는 왕이니, 그리 감사할 것 없다.
“……”
이한은 벌써부터 어지러움을 느꼈다.
야차왕과 아파즈라곤이 서로 칭찬해주는 저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이었다.
“아파즈라곤… 저 천사는… 토벌대에 왜 참가한 겁니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옛 마법사의 길을 따라 걷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오수의 제자. 다른 자가 같은 길을 걷는다 하더라도 질투나 훼방은 하지 말도록 해라. 그런 감정은 구도(求道)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한은 즉시 후회했다.
내가 왜 물었지?
자아를 가진 악신은 내버려둘 수 없는 법. 오수의 제자. 이번에 네 실력을 기대하겠다.
“저는 저기 가서 마법… 무슨 마법인진 모르겠는데 하여간 마법 좀 준비하겠습니다.”
더 있으면 둘 중 한 명은 공격할 것 같아서 이한은 재빨리 물러났다.
그 때 허공에서 빛이 점멸하더니 공간이 왜곡되고 차원의 균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죽음의 기사들과 가르시아 교수가 도착했다.
“앗. 교수님.”
“이한 학생! 쿠 교수님은 어디 계시죠?”
“…혹시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에게서 느껴지는 미세한 살기에 움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