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03)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04화(1204/1204)
1204
화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나올 법한 살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왜 그런 걸 묻죠, 이한 학생?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쿠 교수님이 어디 계신지 묻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 그렇긴 합니다.”
이한은 조금 더 짙어진 살기에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다. 햄스터가 옆에서 속삭였다.
-거리를 벌려라. 아무래도 위험하다!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부정하기 힘들군.’
마음 같아서는 그냥 모르는 척 키르민 교수의 위치를 털어놓고 싶었지만, 이한은 교수를 제물로 바치고 모르는 척 할 만큼 냉혈한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건 이한의 탓일 가능성이 컸다.
“그, 실은, 가르시아 교수님. 만약 쿠 교수님께서 말없이 빠져나가신 것 때문에 화가 나신 거라면… 실은 제가 한 겁니다.”
뚝-
마법으로 키르민 교수의 위치를 추적하려던 가르시아 교수의 동작이 그대로 정지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시선만 돌려서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한은 악신과 대면했을 때보다 커다란 공포감을 느꼈다.
“왜죠, 이한 학생?”
“예?”
“왜 나한테는 말을 하지 않고 쿠 교수님한테만 말을 했나요?”
가르시아 교수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버ㄷ… 아니, 다른 교수들의 잡무까지 불만 없이 대신할 만큼 선량한 가르시아 교수였지만 한 가지 양보하지 못하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학생들과의 친밀도였다.
적어도 에인로가드 교수들 중 본인만큼 학생들과 친한 사람은 없으리라 자부했던 것이다.
특히 이한 같은 경우에는 제국에서도 지극히 희귀한 시공간 마법을 가르시아 교수에게서 직접 전수 받고 있는 직전제자나 마찬가지였는데, 이렇게 따돌리다니…
‘으윽.’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의 모습에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 차라리 공포감을 느꼈을 때가 더 나은 것 같았다.
그냥 키르민 교수를 제물로 바칠 거 그랬나?
솔직한 이유는 가르시아 교수가 너무 걱정할 것 같아서였지만, 이 이유는 더 상처를 줄 것 같았다.
“이한 학생?”
“교, 교수님이…”
궁지에 몰린 이한은 생각보다 말이 앞서서 튀어나왔다.
“…마법 전투에는 전문가가 아니셔서 안 불렀습니다.”
“……”
-……
지나가던 죽음의 기사들이 이한을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후계자 님이 정신이 나가셨나?’
‘쉿. 올해 겪은 일들을 생각해보게. 슬슬 광기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지.’
아무리 그래도 가르시아 교수한테 약해보인다는 망발을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백전노장인 기사들로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가르시아 교수도 황당했는지 눈만 끔벅였다.
과보호나 잔걱정이 많다는 이유가 나올 줄 알았지 이런 이유가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 내가… 전투 마법 훈련을 안 받긴… 했는데…”
“그렇습니다. 저는 배그렉 교수님에게 훈련받았고, 키르민 교수님 또한 마법 결투의 전문가십니다. 훈련 받은 전문가들만 참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포자기한 이한은 그냥 뻔뻔하게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억지를 부리는 게 나았다.
“그러니까 이한 학생은… 이한 학생은 참가해도 되는 자리에… 나는 위험해서 부르지 않았다?”
죽음의 기사들이 눈빛으로 ‘진짜 대답할 겁니까?’라고 물었다.
이한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예!”
가르시아 교수는 슬슬 헷갈리기 시작했다.
제자가 진심으로 말하는 건지 억지를 부리는 건지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제자의 조각 같은 얼굴에는 어떤 감정적 흔들림이나 당황스러움의 파편도 보이지 않았다.
‘…내, 내가 그렇게 약해보였나!?’
가르시아 교수는 갑자기 자성에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이한 입장에서는 평소 보던 마법사들이 볼라디 교수, 키르민 교수, 해골 교장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런 마법사들과 비교하면 가르시아 교수 같은 비전문가는 아무래도 싸움이 조금 어설퍼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안 부를 정도는 아니지 않나?
나름 한 사람 몫은 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르시아 교수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이한은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어떻게든 원정 끝날 때까지는 도망쳐다녀야 할 것 같았다.
* * *
열쇠를 다오. 오수의 제자.
이한은 야차왕에게 핏빛 열쇠를 건넸다. 야차왕은 열쇠를 움켜쥐더니 차원의 문을 열었다.
“혹시 함정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렇게 이성적인 상태였다면 애초에 말을 걸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오수의 제자.
우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원의 균열이 더욱 넓어졌다. 야차왕의 완력은 실로 놀라워 차원을 붙잡아 당길 수 있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차원의 풍경은 실로 불길하고 불안정했다.
검붉은 하늘은 연신 소용돌이치며 기묘한 기상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그 아래로는 폐허가 된 신전들이 즐비했다.
몇몇 신전들은 부서진 무구로 다시 지어지려다가도 폐허로 돌아갔다. 근처에 있던 망자들은 그 폐허를 보고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다.
역시나 그렇군. 놈이 제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차원에 들어선 이한은 교수들 옆에 서서 조용히 경청하려했다.
여러 강자와 전문가들이 있는 만큼 듣고 따라가기만 해도 벅찬 것이다.
그러나 야차왕은 언제나 이한이 싫어하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오수의 제자. 앞으로 와라. 왜 뒤에 숨어있나.
“숨어있는 게 아니라…”
혹시 내가 스승을 존경하는 속마음을 지적해서 원망하고 있는 거라면, 그건 틀렸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이한은 후다닥 달려나가서 야차왕 곁에 섰다.
시간을 끌었다가는 이 작자가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속을 더 뒤집을지 두려웠다.
야차왕은 붉게 타오르는 황금빛 장갑으로 감싸인 큼지막한 손가락을 앞으로 뻗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저런 식으로 불규칙한 기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 그 영역 주인의 상태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다. 오수의 제자.
“아, 예.”
저 폐허가 된 신전을 보도록 해라. 저건 최근 영역 주인이 겪은 손실이 제법 크다는 징조다.
폐허를 즐기는 게 아니라면 저런 폐허는 최근 영역 주인이 겪은 패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저 신전 폐허들은 다시 지어지려고 하다가도 계속 실패하고 있었다. 입은 손실이 만만치 않아서가 분명했다.
“과연.”
저 망자들도 그렇지. 주인이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으니 저렇게 부랑자처럼 방황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간단한 관찰만으로 차원의 주인을 파악할 수 있지.
“훌륭하십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을 텐데 연습해놓는 걸 잊지 마라.
“예… 예??”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충 대답하던 이한은 경악해서 외쳤다.
오수의 제자. 수락을 두 번 한 이유는 그만큼 의욕이 있기 때문이겠지.
야차왕은 기회가 생기자 바로 이한의 심리분석을 시작했다.
이 야차는 언제나 호기심이 많았고 필멸자의 미궁 같은 심리를 풀어서 설명해주는 데에 뛰어났다.
아마 너 또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가문의 업이 그렇듯 분명 앞으로 차원의 적들을 상대할 일이…
“두 번째 대답은 물어본 거였습니다. 수락한 게 아니라.”
과연.
야차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은 상대가 순순히 물러나는 모습에 오히려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이렇게 물러날 사람이 아닌ㄷ…
하지만 오수의 제자, 물어볼 거였다면 바로 물어봤어도 됐을 텐데… 굳이 ‘예’를 먼저 말했다는 건 네 마음 속 잠재의식이 그만큼 의욕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맞습니다. 그냥 설명이나 해주십시오.”
결국 이한은 체념했다.
힘으로든 지위로든 압도적인 강함을 가진 이 야차는 어떻게 상대할 수가 없었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죽음의 기사들은 안타깝다는 눈빛을 보냈다.
일반적인 필멸자들이면 모를까 이 야차왕은 워낙 거물이라 그들이 강압적으로 굴 수가 없었다.
그나마 후계자가 상대의 마음에 들어서 저렇게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 원래라면 대화 자체도 없었다.
야차왕은 그렇게 수다스러운 존재가 아니었다.
자. 오수의 제자. 너라면 이 영역을 어떻게 공략할 생각인가?
“…?!”
이한은 예상 밖의 질문에 한층 더 놀랐다.
현재 이 원정대에서 이한의 지위는 졸지에 하인 역할로 끌려온 도적놈 이빈타보다 위인 정도였다.
기사, 교수, 천사 등등 모두 다 이한보다 강하거나 지혜로웠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공략 방법을 묻다니.
‘애초에 공략을 맡기려고 교장 선생님이 그쪽을 부른 거 아닌가?’
황당했지만 대답을 무시했다가는 또 어떻게 괴롭힐지 몰랐다. 이한은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우선적으로는 적의 세력이 가장 융성한 곳을 찾고, 그렇지 않다면 마력의 기운이 가장 강한 곳을 찾아 움직일 것 같습니다만…”
소환 마법도 수강하는 만큼 이한은 차원학에 대해서도 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지도도 없고 정보도 없는 낯선 차원에 방문했을 때 행동하는 요령이 있는 것이다.
차원을 공략해야 할 때는 적이 강한 곳으로, 차원을 빠져나가야 할 때는 적이 약한 곳으로.
흐음, 흐음. 그렇군. 그러면 네가 보기에는 어떤 곳이 가장 강해보이나?
“저쪽 신전 폐허 쪽이 일단 강해보입니다만…”
좋다. 가서 처리하도록 해라.
“???”
이한은 순간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론 다른 사람 같은 건 있지 않았다. 야차왕은 오직 이한에게만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저만 말입니까?”
그렇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악신과 대면했기 때문이다. 오수의 제자.
야차왕은 진지하게 설명했다.
악신이 준 열쇠를 받은 건 이한 혼자였고, 이건 가볍게 넘길 사실이 아니었다.
만약 악신이 이한 혼자만을 초대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섣부른 자극은 할 필요 없었다. 차원의 길을 전부 파악하고 적의 심장부를 알아낼 때까지는 비위를 맞춰주는 게 유리했다.
“……”
이한은 이렇게 마법적으로 상대에게 반박할 수 없을 때가 제일 괴로웠다.
왜 꼭 재수없는 놈들은 마법적으로 맞는 말만 하는 걸까?
-정말 부럽군. 지혜의 왕이시여. 혹시 저만이라도 동행할 순 없습니까?
천사 아파즈라곤은 보기 드물게 감정을 드러냈다.
옛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이 구도자는 정말로 운명을 타고난 것 같았다.
본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고행의 실마리도 잡히지 않았는데, 이 마법사는 세상의 고행들이 자연스레 몰려오는 것이다.
안 된다. 천인이여. 네 행운에 감사하도록 하거라. 너는 이미 과분한 행운을 받았다.
-죄송합니다. 지혜의 왕이시여. 생각이 짧았습니다.
‘진짜 나중에 대마법사 되면 다 패버린다.’
이한은 속으로 의지를 다지며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멀어지는 후계자의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던 죽음의 기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왕이시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절대로 왕의 고견을 폄훼하는 게 아니라… 현재 악신의 상태는 이성적이지 않을 뿐더러, 마법사가 강력한 존재를 부리는 게 실력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또한 어불성설 아니겠습니까.
기사들은 그들이라도 나서서 돕고 싶었다.
야차왕이나 교수들은 너무 티가 나더라도 그들 같은 소환수는 주종 관계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간언을 들은 야차왕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흐음. 그렇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잠깐만 생각해보겠다.
죽음의 기사들은 긴장한 태도로 야차왕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야차왕이 입을 열었다.
끝났다.
-어떤 결정을…?
내 고민이 끝났다는 게 아니라, 저쪽의 싸움이 끝났다는 말이다.
야차왕의 말에 기사들이 고개를 홱 돌렸다. 저 멀리서 이한이 지친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벌써 다 쓰러뜨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