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06)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06화(1206/1219)
1206
화
‘배려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내면의 갈등이 심하긴 했지만 이한은 일단 받아들였다.
적어도 그러는 게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았다.
늪지대에서 마법의 기운이 느껴진다. 오수의 제자. 섣부르게 전부 부수지 말고 확인해보거라. 배울 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 예.”
이한은 대충 넘겼다.
이런 불길한 차원에서 배우긴 뭘 배운단 말인가.
뭐라도 움직이는 게 있으면 공격부터 할 생각이었다. 아까 망자들을 보니 여기 지역에 존재하는 적들의 평균이 파악이 됐다.
굳이 일일이 묻거나 대화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강력한 생명력도 느껴지는군. 흐음. 어쩌면 다른 적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 예… 예?”
이한은 멈칫했다.
방금 말은 대충 넘기기 힘들었던 것이다.
다른 적이 있다니 무슨 소리?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오수의 제자. 네 가문과 신분을 생각해보면, 이런 차원에 방문하는 자들이 우리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야차왕의 말이 맞았다.
생귀로스의 본질에 대해서 아는 자들은 적어도 그 힘과 영역을 노리는 적들은 많았다.
마법사, 악마, 악신숭배자 등등.
그런 다른 방문자들을 여기서 만나게 되는 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묻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내가 보기에 네 이유는…
-후계자 님 이미 출발하셨습니다만.
* * *
뱀 문양을 이마에 새겨 넣은 사제는 미심쩍다는 듯 말했다.
“무언가 이상해… 무언가 이상하군.”
현재 이 사제단의 구성은 셋으로 나뉘었다.
신앙심이 깊지 않은 대신 그만큼 광기에도 덜 물든 일반 신도들.
그 신도들을 지휘하는, 강력한 신앙심과 권능을 자랑하는 미치광이 사제들.
마지막으로 그 사제들을 지휘하는 주교 불사자까지.
물론 불사자 본인이 여기에 온 건 아니었다.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이 주교는 그만큼 의심이 많고 철저했다. 마귀할멈과의 거래 때문에 낯선 차원으로 직접 들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현재 불사자는 뱀 문양을 이마에 새겨 넣은 사제의 몸을 빌려서 일행을 지휘하고 있었다.
쓸 수 있는 힘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만약의 경우 손쉽게 탈출하는 게 가능했다.
“어떤 게 이상하시단 겁니까?”
약제사 출신의 신도가 불사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제들은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신도들은 달랐다. 이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연신 질문을 던졌다.
아직 신앙과 이득을 저울질하며 믿는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불사자는 굳이 조롱하거나 위압하지 않았다.
프라흐갈 교단의 신도들은 대부분 영생불멸이란 단꿈에 혹해서 찾아오곤 했다.
그러나 그들 중 진짜 영생불멸의 단계에 입문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저렇게 어중간한 자세로는 금세 탈락할 터. 불사자가 처리하거나 잡아먹을 가치도 없는 하찮은 찌꺼기들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영역을 관리할 만한 놈이 생귀로스 교단에 있었나?”
불사자는 의아해했다.
지금 불사자는 마귀할멈과의 거래를 지키기 위해 생귀로스의 힘을 추적해 들어온 상태였다.
그런데 이 영역은 어쩐지 위화감이 들었다.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 근원에서 느껴졌던 것이다.
생귀로스 교단의 옛 주교들은 예전 제국 토벌 때 전부 전멸했을 텐데?
‘새 주교급 강자가 탄생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럴 수 있나?’
생귀로스 교단의 특성상 새 주교급 강자가 태어나려면 작은 지역 전체 정도는 제물로 바쳐야 했다.
예전 폐쇄적인 서부 뱀파이어 가문들이면 모를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러기 쉽지 않았다.
불사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완을 발휘하는 책략가가 있는 게 아니라면…
“심지어 힘은 느껴지는데 관리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군. 힘을 얻은지 얼마 안 된 놈인가?”
“갈취꾼 놈들의 수준이야 뻔하지 않겠습니까! 하찮은 놈들입니다!”
신도들이 아첨하듯 외쳤다. 그 모습에 불사자는 경멸을 숨기며 명령했다.
“맞는 말이다. 가라! 가서 놈들의 목을 가져와라. 어디 한 번 새 주교의 얼굴을 봐야겠다!”
명령이 떨어지자 신도들은 호쾌하게 움직였다.
프라흐갈 교단의 권능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특징만 놓고 보자면 특유의 넘치는 생명력을 예시로 들 수 있었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빠르게 재생하고 심지어 목이 잘려도 다시 붙는 이런 권능들은 이 악신 교단이 꾸준히 인기가 있는 이유였다.
꿈틀-
또 이 권능들은 단순한 재생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넘치는 생명력을 감당하기 위해 교단의 신도들은 더욱 완전한 형태로 변하곤 했다. 믿지 않는 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징그럽고 기괴한 모습일 수 있었지만 그 안에는 완벽한 내적 법칙이 존재했다.
신도 한 명이 중형급 골렘과 비슷한 덩치를 가진 키메라로 변했다. 트롤하고 맞부딪쳐도 밀리지 않는 체격이었다.
신도들의 돌격에 망자들은 쓸려나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불사자는 감각을 극한까지 강화시켰다. 적이 반격한다면 바로 지금이 기회였다.
그러나 어떤 반격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이곳을 버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대체 뭐냐?’
이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사자의 기분은 점점 더 찜찜해졌다. 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적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더 불태울 뿐. 적들의 목을 수확해와라. 어디 영역의 모든 하수인들이 쓰러져도 가만히 있나 봐야겠다!”
불사자는 사제들과 신도들을 나눠서 움직이게 했다.
이런 곳에서 전력을 분산시키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적을 도발하기에는 유리했다.
설마 이러는데도 가만히 있을까?
“사제님!”
“!”
역시 아니나 다를까 적들이 미끼를 물었다.
늪지대로 간 자들이 급히 달려오자 불사자는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적들이 나타났나?”
“그, 그게 아니라…”
“?”
“다른 마법사가 영역에 있는 거 같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불사자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악신숭배자들은 제국의 추적자들이 찾아오기 힘든 외진 차원에 자리를 잡고 있는 놈들이 많았다.
당연히 여기 생귀로스의 힘이 느껴지는 영역도 그랬다.
불사자는 본인이 악신숭배자인데다가 생귀로스 패거리들과 부딪친 적이 있었던 만큼 이렇게 추적할 수 있었지만, 일개 마법사는 그럴 수 없었다.
주교한테 초대장이라도 받은 게 아니라면 여길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정, 정말입니다. 다른 놈들도 봤습니다.”
그러나 신도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불사자는 신중하게 생각하더니 물었다.
“혹시 길을 잃고 흘러들어온 놈 아닌가?”
그런 거라면 가능성이 있었다.
가끔 멍청한 마법사 중에는 자기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가 차원의 미아가 되는 놈들이 있었으니까.
“아닙니다. 망자들을 쓸어버리고 있던데요.”
그러나 신도들은 다시 한 번 부정했다.
길을 잃은 자라면 충돌 대신 도망치면서 탈출 방법을 찾고 있어야 하는데, 그들이 본 마법사는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전투적이었다.
“…따라와라.”
불사자는 사제의 육신을 일으켜 발걸음을 옮겼다.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자기 눈으로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놈들의 말이 맞았다고?!’
저 멀리서 마법사를 확인한 불사자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정말 신도들의 보고대로 마법사 한 명이 늪지대에 있었다.
확실히 길을 잃고 흘러들어온 놈은 아니었다.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호전적이었다.
물 원소 마법을 제대로 익힌 놈이었는지, 비교적 파괴력이 부족한 편인 물 원소 마법으로도 망자들이 접근하기도 전에 쓸어버리는 게 보였다.
‘위험한 놈이군. 대체 누구냐?’
강력한 마법사는 그 존재만으로도 악신숭배자들에게 위협이 됐다.
설령 지금은 적이 아니더라도 언제 적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불사자는 다시 한 번 찬찬히 마법사를 관찰했다.
상대는 고위 마법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걸로 수준을 확신할 순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 시전하지 않는 걸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마 그 가능성이 컸다. 여기까지 찾아 온 것만으로도 놈은 만만치 않은 마법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마력이… 무슨…?!’
관찰하던 불사자는 상대의 마력량을 뒤늦게 깨닫고 경악했다.
정체를 고민하느라 놓치고 있었는데, 놈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전투를 지속하고 있었다!
“!”
마법사가 전투를 끝내더니 시선을 돌렸다. 이쪽의 접근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하긴 아까 신도들이 발견했을 때부터 알아차렸으리라. 저 정도 되는 마법사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불사자는 섣부른 기습이나 공격 대신 약간의 존중을 담아 말했다. 이 독선적인 주교에게서는 매우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반갑소. 마법사.”
* * *
“저거 프라흐갈 교단 놈들 아닙니까?”
-이마에 표식을 새겨놓은 걸 보니 맞군. 사제들이 여럿 온 거 보니 제법 공을 들였는데.
“…계약했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이한은 마귀할멈과의 계약을 떠올렸다.
분명 마귀할멈이 나서서 프라흐갈과 임시 연합을 주선해줬던 것이다.
햄스터는 찍찍대며 동의했다.
-마귀할멈 같은 강자는 말에 힘이 있어서 허튼 소리를 쉽게 하지 않는다. 마귀할멈이 성사됐다고 말했다면 된 거다.
“휴.”
-그런데 저 놈들이 그걸 알고 있는 게 맞느냐?
햄스터의 지적은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윗선에서 임시 연합을 했어도 아래 놈들은 모를 수 있는 것이다. 그 지적에 이한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이야기부터 먼저 하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몇 초 차이난다고 구박을 하는 이한의 모습에 햄스터는 치를 떨었다.
-만약 모르는 놈들이라면 그렇게까지 지위가 높지 않은 놈들일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
“저 숫자를 보고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십니까?”
이한은 매우 떨떠름했다.
프라흐갈 교단 사제들이 스스로를 바쳐 강력한 언데드 거물을 소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여기서 설마 그런 걸 또 소환하는 건 아니겠지?
“반갑소. 마법사.”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제가 인사했다. 그 정중한 태도에 이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심시키려는 걸 수도 있긴 했지만 일단은 공격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마귀할멈 님의 계약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군.
“그쪽의 성함을 묻고 싶소만?”
사제의 질문에 이한은 평소처럼 가명을 쓰려고 했다. 악신숭배자한테 이름을 알려줄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스…”
스테달 나고를 외치려던 이한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생각해보니 이건 프라흐갈 교단을 털고 다닐 때 썼던 가명 아닌가!
“스?”
“스쳐지나가는 인연인데 무슨 이름까지 말하겠나.”
이한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상대 사제의 눈빛에서 기묘한 빛이 맴돌았다.
‘무언가 이상하군.’
마치 저 사제는 본인이면서도 본인이 아닌 것 같았다. 이한은 정신을 집중해 영혼 시야를 강화시켰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 사제의 육신에는 두 개의 영혼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영혼이 2개일 수가 있습니까?”
-뭐라고? 아… 악신숭배자다운 수법이군. 자기 목숨이 아까우니까 영혼의 파편을 부하에게 심어놓고 조종하는 거다.
햄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부작용과 후유증 때문에 그런 방법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지금 햄스터 꼴로 지내는 걸 보면 차라리 그게 더 나았을지도…
딴생각을 하던 햄스터는 불길하게 일렁이는 마력에 전율했다.
-조심해라! 놈이 사악한 권능을 사용한다!
“어떤 권능입니까?!”
뱀 문양을 한 사제의 눈빛에서 사악한 악신의 힘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한을 휘감으려고 했다.
상대의 방어를 뚫고 그 안의 내면을 염탐하려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 힘은 가볍게 튕겨나가더니 공허하게 사라졌다. 뱀 문양을 한 사제의 눈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뭐, 잘 됐군.
“좀 빨리 말해주시면 안 됩니까? 집중 좀 해주십시오!”
햄스터는 이를 갈았다.
에인로가드를 벗어나니 이 자식이 유독 날카로워졌다.
-집중하고 있다. 방금 건 놈이 기습을 한 거라서…
둘이 속삭이는 사이 불사자는 육신의 출혈을 멈췄다. 방금 권능 실패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권능이 튕겨나간 것도 충격이었지만, 놈의 무덤덤한 반응은 더더욱 충격이었다.
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냉정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