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10)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10화(1210/1219)
1210
화
-으음. 아니다. 단서가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햄스터는 노련한 마법범죄자답게 금세 정신을 차렸다.
요새에 숨겨진 마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지하 감옥에 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들이나 옛 동화를 읽고 ‘지하 감옥에 보물이 있을지도 몰라!’하는 거지, 일반적으로는 지하 감옥에 귀한 걸 보관해두지 않는 것이다.
지하 감옥에 보관해두는 건 보통 죄수였다.
정말 귀한 건 요새 상층부 같은 확인된 이들만 들어올 수 있는 가까운 장소에 두지 굳이 지하 감옥 같은 애매모호한 곳에…
“아닙니다. 제 직감을 믿어주십시오. 지하 감옥에 무언가 있습니다!”
-그, 그래?
햄스터는 살짝 흔들렸다.
이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가 이렇게까지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다.
언제나 얄밉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상태에서 종알대던 놈이 저런 확신을 보여주다니.
정말 뭔가 있을지도 몰랐다.
이한은 햄스터가 속은 것 같자 빠르게 움직였다. 시간을 주면 이 햄스터는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행히 지하 입구 근처에는 다른 뱀파이어들이 없었다. 인근이 붕괴된 탓에 이성을 잃은 망자들도 이 주변은 돌아다니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건…”
무너져 내린 입구를 통해 아래로 내려온 이한은 통로에 난 처참한 흔적을 보고 놀라워했다.
뱀파이어 망자들이 무슨 벽과 천장에 거는 장식마냥 곳곳에 박혀있었던 것이다.
-놈이 탈출한다… 막아야 해…
-교활한 대마법사가 수작을 부렸다… 적들이 침입해왔단 말이다…
이 망자들은 이미 전투는 예전에 끝났고 본인들도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요새 위의 망자들도 비슷했지만 그나마 이들보다는 나은 처지였다. 적어도 돌아다닐 수는 있었으니까.
햄스터는 망자들이 처참하게 기어다니든 걸려있든 상관하지 않고 흔적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요새에 숨겨진 마법의 단서가 될지도 몰랐으니까.
-암살자가 처치한 적들인가보군. 보통 쾌속한 자가 아닌데.
전투 마법사라 하더라도 그 유파는 제각기 다양했다. 정답이 없는 문제인 만큼 더더욱 마법사 본인의 개성이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지금 이 전투 마법사의 스타일은 속도중시형.
비교적 높은 수준의 마법들은 속도와 은신에 투자하고, 적을 공격하는 마법들은 낮은 서클 마법들을 조합해서 최소한의 파괴력만을 충당하는 방식의 마법 전투였다.
이런 방식으로 싸우기 위해서는 적의 약점을 빠르게 간파하는 눈썰미와 급소에 공격을 찔러 넣는 숙련도가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족한 파괴력이 발목을 잡게 되어 있었다.
-흥미롭긴 하지만 강력하고 비범한 마법과는 거리가 멀군. 정말 여기 단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햄스터는 다시 의아해하며 물었다.
물론 이런 전투 마법사가 보여주는 성취는 놀랍고 독보적이긴 했지만, 햄스터가 찾는 마법은 아니었다.
이 햄스터가 원하는 건 야차왕이 관심을 가지고 생귀로스가 숨길 만큼 강력하고 비범한 고대 마법이었지 저런 식으로 일반적인 마법을 극한까지 단련하고 조합하는 기예가 아닌 것이다.
“물론입니다. 더더욱 확신이 듭니다. 그보다 여기 이 망자 좀 보십시오.”
이한은 상반신만 있는 망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햄스터와 달리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어떤 마법을 썼는지 한눈에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망자가 이한에게 신음했다.
-암살자가… 탈출했다… 쫓아야 해…
“알겠다. 알겠어. 조용히 좀 해.”
-암살자가… 탈출했다니까… 아주 사악한…
이성을 잃은 망자가 말을 안 듣자 이한은 저주를 시전해서 입을 막아버렸다.
햄스터가 찍찍대며 물었다.
-뭘 보란 거냐? 악신에게 당한 비참한 모습을?
“그게 아니라, 여기 절단된 흔적 말입니다. 이건 무슨 마법 같습니까?”
망자의 상반신을 보아하니 먼저 구슬 형태의 원소 마법으로 타격당한 뒤 잠깐 발이 묶였을 때 크게 베인 것 같았다.
전자는 알고 있었지만 후자는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다.
-보자… 저런 절삭력이라면 바람이나 얼음… 둘 다 아니군. 바람이면 절단면이 더 파괴적이고, 얼음이면 서리가 보였을 테니. 암흑 원소를 썼을 가능성이 높겠다.
“예? 배ㄱ… 암살자가 암흑 원소에도 능통했단 말입니까?”
-원소의 달인이 아니더라도 마법은 쓸 수 있다. 필요한 만큼만 익히면 되니까. 말했듯이 이 암살자는 숙련과 조합으로 파괴력을 만들어내는 유형이라 그런 거에는 별로 구애받지 않을 거다.
“과연. 과연.”
대충 알아내야 하는 걸 알아낸 이한은 나머지 단서를 기반으로 마법을 역산하기 시작했다.
‘암흑 원소 계열에, 절삭력이면 검 형태. 공격이 동시에 일어났으니까 직접 가서 휘두르신 건 아닐 테니 소환… 그렇다면 적 뒤에서 소환해서 휘두르는 형식이겠군. 낭비를 싫어하시니 검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즉발형으로 사라지게 만드셨을 거고.’
-…단서는 안 찾냐?
햄스터의 질문에 이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게 단서입니다. 절 믿어주십시오.”
-그, 그래.
슬슬 햄스터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믿음직스러워서 좋긴 한데, 이 자식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확신에 차있는 거지?
“흠… 이 <기습의 암흑검>은 3서클 정도입니까?”
-4서클이지. 서클도 못 세냐?
햄스터는 혼란스러워하던 것도 잊고 황당해했다.
현재 제국 마법 분류 체계는 이 고대를 숭상하는 마법범죄자가 인정할 만큼 깔끔하고 쉬운 편이었다.
이제 막 마법에 입문한 풋내기면 모를까 에인로가드를 졸업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마법사가 몇 서클인지 헷갈리다니.
“마법 서클 셀 일이 없어서 헷갈렸습니다. 사람이 착각도 좀 할 수 있지 그걸 가지고 그렇게 비난을 하시다니.”
이한은 오히려 반박했다.
일반적으로 마법사들은 1서클 마법을 오랜 기간 동안 익히고, 그 다음 2서클 마법을 오랜 기간 동안 익히는 식으로 발전해나갔다.
그러나 이한은 1서클 마법을 익히는 도중에 미치광이들이 와서 2서클 마법을 가르치고 그걸 익히는 도중에 다른 미치광이들이 와서 3서클 마법을 가르치는 식으로 마법을 배웠다.
워낙 빠르고 압축적으로 배운 만큼 이 마법이 3서클인지 4서클인지 직관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냥 익힐 수 있나 없나 정도만 구분하면 되는 것 아닌가!
‘미친 놈 아니야 이거?’
물론 햄스터는 그런 반박에 더더욱 황당해할 뿐이었다.
어디 가서 마법을 역산해서 추측해내는 놈이 그거 서클 착각했다고 말한다면 아무도 믿지 못하리라.
“그러면 다음 흔적을 보겠습니다. 이건 혹시 어떻게 움직인 건지 이해가 가십니까?”
다음 질문은 더더욱 난해했다.
자기 몸을 감옥 창살 개폐 장치에 사슬로 칭칭 감은 간수 망자 하나와, 창살 안쪽에서 쓰러져 있는 망자 하나가 있었다.
얼핏 보면 이상할 게 없었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망자가 쓰러지는 즉시 창살이 닫혔을 텐데 볼라디 교수는 어떻게 흔적 없이 창살 안쪽으로 들어가서 상대를 죽인 걸까?
밖에서 공격한 것도 아니었다. 창살 안쪽의 망자는 근접 계열 마법으로 죽은 게 분명했다.
공간이동을 쓴 것도 아니었다. 굳이 창살 안쪽의 망자 하나 죽이겠다고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할 리 없었다.
마찬가지로 간수가 앞에 있는데 창살 안쪽 망자를 먼저 죽였을 리는 없을 것이고…
-생각이 짧군. 시간 마법이다. 가속으로 속도를 늘린 거겠지.
이한도 비슷한 마법을 갖고 있긴 했다. 회중시계의 힘을 빌려야 하긴 했지만 <제한된 시간 가속> 마법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과연…!”
바로 상황이 눈앞에 그려졌다.
빠르게 가속한 뒤 움직이면서 상대의 뒤로 돌 수만 있다면, 공격용으로 어떤 마법을 쓰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그렇게 무식하게 시간 가속 마법을 쓰지 않았을 거란 사실까지 깨달았다.
마력을 아끼지 않고 펑펑 낭비하는 건 이한의 방식이었지 볼라디 교수는 결코 그러지 않았다.
‘아마 경로를 짜놓고 그 경로에 맞춰서 시간 가속을 해놓으셨을 거다. 그 외에는 마법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까 암흑 원소로 된 검을 소환할 때도 적의 뒤에서 짧게 소환하도록 제약을 걸었듯이 이 시간 가속 마법도 그런 게 분명했다.
이한이 흥미로워하며 열심히 마법을 끄적이자 햄스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게 고대 마법의 단서 같지는 않은데?
“단서 하나도 소홀히 여기시면 안 됩니다. 이게 언제 도움이 될지 모른단 말입니다.”
기록을 끝낸 이한은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죽음의 기사들이 쓰는 사슬에 얻어맞고 쓰러진 것 같은 심문관과 간수들이 보였다. 이 망자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암살자를 고문해야 한다고 중얼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잖아?
“그야 암살자가 탈출했으니까 없겠죠.”
-…?????
방금까지 날 믿어라, 단서가 여기 있다 이딴 소리를 자신감 있게 하던 놈이 갑자기 이러자 햄스터는 당황했다.
진짜 미치기라도 한 것일까?
-네가 분명 단서가 있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이한은 텅 빈 독실 안을 둘러보았다. 마법에 대한 흥미를 떠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
벽 아래쪽에 새겨진 짧은 낙서를 발견한 이한은 시선을 집중했다.
워낙 짧고 간단한 낙서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면 놓쳤을 것 같았다.
‘이건…’
낙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해골 교장에게 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누가 어떤 의미로 썼을지는 너무나도 확실했다.
“……”
이한은 고민하다가 재빨리 낙서를 지웠다.
제자로서 이 정도는 스승에게 해드려야 할 것 같았다.
-뭘 지운 거냐? 단서였냐?
“아뇨. 별 거 아니었습니다. 단서였으면 제가 안 지웠겠죠. 이만 올라갑시다.”
-단서가 있다면서!
“착각했나 봅니다. 하하. 그럴 수도 있죠.”
-……
햄스터가 너무 어이없어서 말문이 턱 막힌 사이, 이한은 자리에 있던 남은 망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어차피 자아도 잃어버린 망령들이라 완전히 파괴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다.
‘이 자식… 설마 협박하는 건가?’
햄스터는 당황했다.
그런 거라면 정말 너무 치사한 놈이었다.
* * *
마법은 위로 올라가야 나온다. 아
래는 아무것도 없다…
지하에서 나오자 생귀로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자꾸 이상한 곳을 헤매자 이 불완전한 악신이 초조해진 모양이었다.
햄스터는 사납게 이한을 노려보았다.
‘분명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이한은 뻔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새 상층부에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
거기 있는 자들은 너희 마법사들을 환영할 거다. 서둘러라. 여기 요새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일이니까.
생귀로스는 유쾌하게 웃으며 사라졌다. 그 모습에 햄스터는 더욱 조바심이 난 모양이었다.
물질계와 달리 이런 불안정한 차원은 변화가 극심했다. 예전에 멸망한 요새 정도는 언제 또 무너질지 몰랐다.
-저 말대로 서둘러야 한다. 요새가 무너지면 마법의 흔적은 차원 너머의 공허로 사라지게 돼!
“알겠습니다. 진정하십시오. 지금 가지 않습니까.”
이한은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느긋했다.
마치 손에 넣으면 좋고 아니면 말지 같은 가벼운 태도였다.
그 모습에 햄스터는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이놈도 마법사인데 그런 마법에 관심이 없을 리는 없고… 태연한 척 하는 거겠지. 놈도 분명 지금쯤 속으로 안달이 났을 거다!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허세를 부리는 게 분명해.’
독한 놈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