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15)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15화(1215/1219)
1215
화
“원래 악마는 잘 협력 안 하잖습니까. 저렇게 협조하는데 놀랄 수밖에 없죠. 그에 비해 위대한 벼락장군이시자 뇌공왕의 칭호를 가진 페르쿤트라 님께서는 언제나 제 든든한 후원자셨던 만큼 믿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다급하고 아쉬운 게 많을수록 이한의 아첨은 길어지고 자세해졌다.
페르쿤트라는 뻔히 눈에 보이는 수법에 당하면서도 흔들리는 자신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 계약자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친해진 모양이었다.
…흥. 그래.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가보도록 하자.
-정령왕치고는 너무 쉬운 거 아닌가?
마후다가 의문을 표했지만 페르쿤트라는 무시했다.
악마의 말 따위에 흔들릴 만큼 어수룩한 정령은 없었던 것이다.
뇌창은 찌를 수만 있다면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뇌공왕의 벼락과 악명 높은 악마의 창술이 결합된 이 멸사(滅邪)의 일격은 일반적인 소세계보다 몇 단계는 높은 위력을 자랑했다.
설령 상대가 신급 존재라 하더라도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을 적중시키는 일이었다.
지금 야차왕과 생귀로스는 말 그대로 영역을 찢고 부수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에인로가드의 교수들과 기사들은 발빠르게 움직여 몇 겹의 포위망을 구축한 뒤 생귀로스에게 타격을 주고 있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교수고 기사였기에 가능했다.
아직 학생인 이한이 저 싸움 사이를 날카롭게 파고들어가 일격을 날릴 수 있을까?
심지어 놈은 네 공격을 한 번 봤다.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면 바로 경계할 거다.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놈은 분명히 허점을 드러낼 겁니다.”
그렇긴 하겠지.
페르쿤트라는 그 말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멀쩡한 신적 존재였다면 허점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자아라는 걸 가지게 된 오염되고 미숙한 악신.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게 몇 번이고 확인된 놈이었다.
분명 기회는 온다!
좋다. 그러나 그 소세계 마법은 그만 쓰도록 해라.
“바실리오스 말씀이십니까?”
……
“에우앙겔리온?”
돌아가버리기 전에 작작하지 못해?!
계약자가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자 페르쿤트라는 우르릉댔다.
무슨 소세계를 말하는지 뻔히 알면서 같잖은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미래를 끌어오는 마법을 말하는 거다. 그 마법은 위험해. 마법에 취한 마법사들은 언제나 험한 꼴을 봤지.
마법에 취하는 게 꼭 햄스터만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 워다나즈도 겪을 수 있었다.
특히 뒤나미스 같은 소세계는 더더욱 위험했다. 워낙 강력하고 유혹적인 만큼 마법사 본인이 한계를 가늠하지 못하고 들이마시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쓸 수 없는 마법을 현실로 끌고 오는 전능한 감각.
그런 감각은 마법사에게 달콤한 맹독이었다.
“이해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이제 말을 좀 듣는군.
“그럼 딱 세 번 정도?”
……
-…야차가 괜히 치유해준 거 아닌가?
악마도 황당해했다.
이 마법사는 겁이 없나?
아무리 막대한 마력이 지탱해준다지만 정신의 혹사나 육신의 피로는…
-혹시 지팡이의 정령이나 팔찌의 악마들을 믿고 그러는 거라면 그만두는 걸 추천하지.
사실 사라탄이나 마후다가 협력하는 것 자체가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 난폭한 추방자 정령이나 지독한 복수자 악마가 자원해서 마법의 부담을 나눠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가까웠다.
사라탄 같은 경우는 원래 힘을 잃어버리고 지팡이를 육체 삼아서 버티고 있는 정령.
아무리 강한 정령이라도 육체로 삼은 지팡이가 박살나는 걸 감안하고 부담을 나눠받을 수는 없었다.
악마들은 아직 나눠받을 수 없나?
-이쪽도 폭동 직전이다. 나도 저 아래로 내려가면 한동안 못 올라오겠지.
저 심층부의, 아직 깨어나지도 않은 악마들은 갑자기 받은 고통 때문에 반쯤 광란에 빠져 있었다.
이런 악마들이 폭주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팔찌 안에서 수십 악마가 나와 이한의 몸을 두고 다투게 둘 수는 없었다.
-하. 난 괜찮다.
조용히 듣고 있던 사라탄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바로 정령과 악마가 구박을 했다.
허세부리지 마라. 애송이.
-저러니까 잡혔군.
-…이런 개새끼들이! 내가 원래의 힘만 있었다면 너희 둘을 묘목으로 묻어버렸을 텐데!
사라탄이 분노했지만 둘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애초에 왕(王)급 정령인 페르쿤트라에게 저런 방랑자 정령은 가소로울 뿐이었고, 악마인 마후다는 애초에 정령에 대한 존중이란 게 없었다.
사라탄은 말이 안 통하는 둘 대신 이한을 설득했다.
-날 믿어라. 버틸 수 있다.
“그게 정말인… 잠깐. 너 원래 좀 자주 틀렸…”
-이번엔 달라. 애초에 내 목숨이 걸린 일인데 틀리겠냐?
‘설득력이 있군.’
확실히 이한도 이 말에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정령이 아무리 계산 실수를 자주해도 그렇지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을 실수할까?
…한 번. 정말 필요할 때 한 번만 쓰는 거다.
결국 페르쿤트라와 마후다의 뜻도 꺾였다.
정말 결정적인 순간 단 한 번.
그 정도라면 어떻게든 수습이 될 것 같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왔을 때 야차왕이 놀라지 않은 걸 보면, 저 야차는 이 상황까지 모두 예측한 게 분명합니다. 그러면 제가 뒤나미스를 쓰는 것도 계산에 넣은 거겠죠. 괜찮을 겁니다.”
페르쿤트라는 계약자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무슨 시간이 날 때마다 야차왕을 원수마냥 욕했으면서 이럴 때는 믿는다고?
‘저런 뻔뻔한…!’
* * *
야차왕은 계획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았지만, 생귀로스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순간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았다.
야차왕은 이른바 방패잡이였다.
어마어마한 방어력과 예지력을 가진 이 현명한 왕은 악신이 뿜어내는 살기와 광기를 정면에서 받아내며 놈을 자리에 묶어두었다.
그리고 죽음의 기사들은 창잡이였다.
거대한 고래를 사냥하는 포경꾼들처럼 이들은 영역의 상하좌우를 빠르게 움직이며 악신의 비대한 몸뚱이에 서늘한 음(陰)의 작살을 박아넣었다.
공격 하나하나는 크게 데미지를 주지 못하더라도 창날이 박히고 사슬이 연결될 때마다 악신의 존재는 조금씩 깎여나갔다.
당장 야차왕의 살점을 물어뜯어도 모자랄 판에 웬 날벌레들이 성가시게 몸을 찍어대자 생귀로스는 불쾌하다는 듯 포효했다.
저-리-꺼-지-지-못-해!
발작하는 걸 보니 인내심이 바닥난 모양이군. 지금 네가 그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사실…
죽인다!
야차왕은 다시 생귀로스의 주의를 자신에게 돌려놓았다.
욕설 하나 없이도 상대의 증오를 한몸에 끌어오는 솜씨에 기사들은 새삼 감탄했다.
어쩌면 야차왕의 권능 중 가장 강력한 권능은 저것일지도 몰랐다.
피아를 가리지 않고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권능!
“
시간은 날실이고 공간은 씨실이 되어 마법의 직물을 만드노니…
”
마지막으로 교수들은 마법사 본연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전장에서 변수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현자들.
대마법이 준비되는 동안 키르민 교수와 볼라디 교수는 날아드는 공격을 쳐내고 시전에 집중 중인 교수를 보호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마법 전투 훈련을 받지 않아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내성이 약했다. 마법이 완성될 때까지 확실하게 지켜야 했다.
“죄, 죄송합니다.”
민망한 마음에 가르시아 교수는 사과했다. 키르민 교수는 그 사과에 오히려 의아해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킴 교수?”
“평소 마법 전투 훈련을 받았으면 두 분도 각자 움직이실 수 있었을 텐데요…”
“배그렉 교수도 아니고 마법사가 싸움박질 연습해서 뭐하겠습니까.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이한 학생도 제가 마법 전투 훈련 안 받아서 못 미덥다고 하더라고요.”
“……”
“……”
잠깐 당혹스러운 침묵이 맴돌았다.
볼라디 교수가 친구에게 눈빛을 보냈다. 후배 교수를 잘 위로해보라는 눈빛이었다.
‘이 자식. 나라고 모든 상황에서 다 대답이 준비되어 있는 줄 알아?’
키르민 교수는 울컥했다.
평소 친구 대접이라고는 조금도 안 하는 놈이 이럴 때는 맡겨놓은 것마냥 부탁을?
“…놈의 집중이 이쪽에 쏠릴 때를 대비해 마법 좀 몇 개 더 준비해놓겠습니다!”
결국 키르민 교수는 화제를 돌리는 걸 선택했다.
정말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썩 준수한 화제 전환이었다. 실제로 키르민 교수도 마법을 준비해야 했으니까.
후배 교수에게 모든 걸 다 맡겨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주문과 함께 <키르민의 의식 쐐기>가 준비되었다. 제한적인 소세계 마법 세 개를 기반으로 시전하는 이 7서클 마법은 악신 같은 사념체를 상대할 때 매우 효과적이었다.
시전에 필요한 대가가 컸지만 지금은 시약 좀 아끼겠다고 쪼잔하게 굴 수는 없는 상황.
키르민 교수는 세 개의 반지와 다섯 송이의 영홍화를 꺼낸 뒤 손바닥을 그었다. 피가 닿자 반지 안에 저장해둔 소세계 마법들이 깨어져 나오더니 빠르게 결합해 형태를 갖춰나갔다.
탐욕스럽게 꽃을 먹은 마법은 다음 먹이를 찾았다. 키르민 교수는 쉬지 않고 시약과 마력, 주문을 던져 넣으며 마법을 겨냥했다.
“
쏘아라, 새 의식이여. 적 안에서 똬리를 틀며…
”
마법이 완성되어가자 볼라디 교수가 말했다.
“시전한 후 주변에 환영미로를 칠 수 있나?”
“뭐? 악신한테는 별 의미가 없을 텐데?”
지금 이 의식 쐐기는 박아 넣는 순간 상대에게 새로운 자아를 각성시키는, 일종의 기생사념체 마법이었다.
매우 강력한 마법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상대가 자아에 익숙하지 못한 악신이기에 더더욱 유효했다. 본인에 대해 확신이 없는 자인 만큼 더더욱 새 자아에 낯설어할 것이다.
그에 비해 환영 미로 마법은 이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었다.
넓게 쳐봤자 생귀로스가 움직이는 순간 찢겨나갈 텐데 무엇하러 마법을 낭비한단 말인가.
“워다나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멀리 보내줬으면 좋겠군.”
“…제자가 말 안 듣는다고 투덜대는 건 나중에 해라!”
친구의 마음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워다나즈는 키르민 교수의 제자기도 했으니까.
저기 아래쪽에서 정령왕이 뇌검을 휘두르는 걸 보니 워다나즈는 아직 전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의도도 뻔했다.
악신에게 어떻게든 한 방 먹여보겠다는 것 아닌가.
‘내가 워다나즈를 한 명의 마법사로서 존중한다고 했지만 이런 미친 짓까지 존중한다는 건 아니었는데.’
어디까지나 밖에서 악신숭배자들 쫓아다니고 사냥하는 걸 존중하는 거였지, 교수들과 기사들이 싸우는데 같이 와서 악신에게 덤벼드는 걸 존중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좀 너무 과하게 존중했나?
‘어쩌면 처음부터 학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어야 했을지도…’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고 워다나즈는 자기 스승만큼이나 못된 고집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까 두고 왔는데 꾸역꾸역 차원을 탈취해서 쫓아온 걸 보라. 게다가 들어보니 소세계 뒤나미스를 썼을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환영미로를 치면 그것도 뒤나미스로 돌파 시도할지도 몰랐다.
“…세상의 제자들이 스승의 말을 조금 더 잘 듣길 바라며,
가라!
”
키르민 교수는 완성된 마법을 한 줄기 화살로 쏘아보냈다.
다른 학파의 마법과 달리 천지를 진동시키기도, 정령과 악마를 벌벌 떨게 만들지도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환상 마법 학파는 그런 겉으로 보이는 위력을 따지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적의 영혼 깊숙한 곳에 타격을 입히는 것…
아아아아아악!
생귀로스가 갑자기 발광하듯 울부짖자 키르민 교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효과가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