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28)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28화(1228/1243)
1228
화
“드드드드드드래곤이잖아!”
“조우린은 드래곤이노라.”
조우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네르를 쳐다보았다.
푸른 용의 탑 휴게실에서 드래곤의 모습으로 데굴데굴 굴러다니기까지 했는데 왜 이제와서?
“아, 아니. 조우린 전하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에 놀랐단 게 아니라… 그, 징벌방에 드래곤이 둘이나 있는 게 놀라워서요.”
“앗.”
조우린은 그제야 살짝 부끄러움을 느꼈다.
계약자나 볼라디 교수는 같은 감방에 있어서 몰랐는데, 감방 안에서 밖의 사람을 보니 잊었던 수치심이 몰려들었다.
혹시 징벌방에 갇혀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인가??
“왜 거기 계세요?”
“그게, 조우린은… 조우린의 일격을…”
“조우린의 일격이요?”
“응… 그러니까…”
조우린은 우물쭈물대다가 재빨리 동생을 가리켰다.
“우만은 슬퍼서 스스로 내려왔노라!”
“…???!!!”
“요네르. 너무 묻지 말고 의뢰 이야기나 해줄래?”
보다 못한 이한이 나섰다.
저러다가 조우린도 우만처럼 펑펑 울음을 터뜨릴까봐 두려웠다.
“그, 그래. 의뢰 때문에 왔지… 언니한테 연락이 왔거든? 네가 징벌방에 있다고 하니까…”
“방학 때 오라고 하셨어? 방학 때도 힘들 것 같은데.”
“아니. 더 잘 됐다고 하시던데. 집중하기 좋을 거라고. 직접 찾아오시겠대.”
“……”
이한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 * *
메이킨 가문의 요아넨은 필요한 시약을 담은 짐꾸러미를 공중에 띄운 채 자신감 있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또 불타고 있구나.’
저 멀리서 탑 하나와 그 근처 부지가 활활 타고 몬스터들이 위아래로 날뛰고 있었지만 요아넨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에인로가드는 원래 방문할 때마다 하나씩 이상한 구석이 있었으니까.
-이쪽으로 오십시오. 메이킨 님.
“잘 부탁드리겠어요.”
몇 번 만난 적 있는 죽음의 기사들은 이 뛰어난 연금술사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에인로가드는 외부인에게 불친절하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에인로가드는 능력 있고 기부금을 크게 바치는 마법사한테는 나름대로 친절했다.
“이번에 악신 토벌 때문에 워다나즈 님이 갇혔다는 게 사실인가요?”
-갇힌 게 아니라 약간의 반성 정도죠.
-일종의 자숙이라고나 할까요?
기사들은 재빨리 변명했다.
누가 들으면 에인로가드가 학생 하나 제대로 통제 못해서 악신과 직접 대결하게 내버려둔 것 같지 않은가.
공식적인 발표는 어디까지나 교수들의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서 재량껏 참가한 것으로 될 터였다.
-제국 신문은 믿지 마십시오. 그놈들 아주 쓰레기입니다.
-맞는 이야기를 하는 적이 없어요!
‘요네르가 한 말이 진짜였구나…’
요아넨은 속으로 생각했다.
죽음의 기사들이 제국 신문을 믿지 말라고 헐뜯을수록, 요네르에게 들은 이야기의 신뢰도가 올라갈 뿐이었다.
언니, 이번 의뢰는 좀 차질이 생기게 됐어. 친구가 악신하고 직접 싸우는 바람에 징벌방에…
충격적이고 놀라운 이야기긴 했다.
하지만 뛰어난 마법사는 예상 밖의 일을 겪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추구할 줄 알아야 했다. 요아넨은 동생의 편지에서 쓸만한 정보를 찾아냈다.
징벌방에 있다니.
어떻게 보면 징벌방은 작업에 집중하기 좋은 장소 아닌가?
요아넨은 바로 해골 교장에게 편지를 써서 징벌방을 빌릴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답장을 받은 동생도 매우 좋아했다.
징벌방에서까지?! 진짜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러고 싶지 않아!
긍정적인 동생의 반응에 요아넨은 만족스럽게 편지를 보냈다.
도와줘서 고마워. 징벌방에서 보자.
“잠깐. 학생 한 명만 더 데리고 갈게요.”
요아넨이 교수용 징벌방으로 가는 대신 기숙사 탑들이 위치한 구역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기사들은 의아해했다.
누구를 데리고 가려고?
-닐리아 학생인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인맥이 넓잖나.
-하긴.
그러나 요아넨의 부름은 예상을 벗어났다. 이 연금술사는 자수정 안경 너머로 눈빛을 빛내며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을 불렀다.
“혹시 황자 전하 계실까요?”
“네?”
휴게실에서 탈옥 계획을 끼적이던 2학년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방문에 기겁해서 재빨리 책상을 엎었다.
죽음의 기사들은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
“황자 전하? 어, 우만 전하를 말하시는 건가?”
“아뇨.”
“엥? 그럼 없는데?”
“……”
학생들 사이에 있던 아덴아르트는 꾹 양손을 움켜쥐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한 명 있잖습니까…!’
아무리 경험 많은 연금술사라 하더라도 이런 반응에는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요아넨은 혼란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 가이난도 학생…”
“아아아! 가이난도!!”
“가이난도가 있었지!”
“……”
-……
“가이난도! 손님 오셨어!”
친구들은 그제야 가이난도를 떠올리고 불렀다.
그러나 가이난도는 보이지 않았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방금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크흠. 참견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이난도 학생은 저기 창가 아래 투명화 마법으로 숨어 있군.
“…비, 비겁해!!!”
창가 아래 숨어 있던 가이난도는 비명을 질렀다.
요아넨을 보자마자 즉시 투명화 스크롤을 찢고 숨었는데 죽음의 기사들이 찾아낼 줄이야!
-한 가지 충고하자면, 가이난도 학생. 우리 같은 언데드 앞에서 시각을 굴절시키는 계열의 투명화 마법은 별 의미가 없네.
“흥. 그렇게 충고를 잘 하면 이한이 악신하고 직접 싸우기 전에나 충고하지.”
-……
죽음의 기사들은 극도로 분노했다.
이 황자 자식이 치사하게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을 휘둘러?!
‘너. 두고 보자!’
“왜 숨어 있었던 거야, 가이난도?”
“…투명 마법 스크롤을 연습하고 있었어.”
“혹시 메이킨 님을 피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무무무무슨 소리야. 아닌데? 절대 아닌데?”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의아해했다.
메이킨 가문의 요아넨은 명성이 높은 연금술사였다.
죽음의 기사들이 납치해가는 것도 아니고 요아넨이 데리러 왔는데 왜 저렇게 질색한단 말인가.
가이난도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필 이한이 징벌방으로 사라져서 도움을 청할 상대가 없었다.
“도, 도와줘.”
가이난도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아덴아르트를 불렀다. 평소에 전혀 이런 말을 한 적 없는 혈족의 부름에 아덴아르트는 당황했다.
“뭐, 뭘 어떻게 말입니까?”
“이번에 끌려가면 미친듯이 일하게 될 거야! …이한처럼!”
친구에게 매우 실례인 비유를 썼지만 아덴아르트는 일단 넘어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여전히 이해가 안 갑니다만.”
“저번에 메이킨 님한테 의뢰 편지가 왔었거든? 그 편지를 받은 다음부터 요네르하고 이한 둘 다 날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봤다고! 지금 가면 분명 부려먹히게 될 거야!”
“!!!”
아덴아르트는 크게 놀랐다.
워다나즈가 요아넨에게 의뢰를 받았다는 것에 놀란 건 아니었다.
아니, 물론 그것도 원래 놀라워야 하긴 했지만 이제 와서는 새삼스러웠다.
아덴아르트가 놀란 건 가이난도의 상황 판단력이었다.
자기 자신이 일할 것 같은 상황이 닥쳐오면 매우 기민한 판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정말 놀랍다!
“놀, 놀랍습니다.”
“도와줘! 나, 나 공부할 거 있다고 해줘.”
아덴아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난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데리고 가십시오. 일정이 비었다고 합니다.”
“?!?!?!”
가이난도는 충격과 절망의 눈빛으로 아덴아르트를 쳐다보았다.
황녀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갑자기 이제 와서 친한 척을 하다니.
내가 왜 도와줘?
“배… 배신자!”
황족들 사이에는 오로지 비정한 음모만 있는 법이었다. 가이난도는 그 사실을 깨닫고 절규했다.
-허허. 따라오시게. 가이난도 학생.
-어허. 버둥대지 말고.
“가이난도 님. 혹시 가시기 싫으신가요?”
“…안 가면 혹시 어머니한테 편지 보내시…”
요아넨은 대답 대신 웃었다. 가이난도는 훌쩍이며 말했다.
“따라갈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 * *
“지금 징벌방 안에는 누가 있죠?”
“이한하고 교수님이요.”
“버두스 교수님인가요?”
“아뇨. 배그렉 교수님이요.”
“???”
요아넨은 멈칫했다.
어라?
‘혹시 이름을 착각한 거 아니야?’
가이난도라면 배그렉과 버두스를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쉽게도 기사들은 징벌방 앞까지만 배웅해줬기에 물어볼 수가 없었다.
“배그렉 교수님은 왜?”
“탈주하셔서 갇힌 걸로… 알고 있는데요.”
“왜 탈주하셨죠?”
“그, 악신숭배자들이 자꾸 성가시게 굴어서 처리하려고…?”
“과연. 그러면 워다나즈 님은 왜?”
“그… 이한도 화가 나서 외출 때마다 토벌했어요.”
“……”
안경 너머의 요아넨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방금 말로 가이난도의 증언은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여기군요.”
“맞아요. 이한!”
가이난도는 급히 친구를 불렀다.
요네르의 언니와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든든한 친구가 필요했다.
“잠깐 기다리도록 하거라! 조우린은 반드시 배그렉 교수를 이겨야 하노라! …이한. 여기서 무슨 카드를 내는 게 좋을까?”
“쉿. 전하. 목소리 좀 낮추십시오. 다 들립니다.”
“?!?”
“…드, 드래곤이 왜 여기에?!”
요아넨은 그제야 징벌방의 위화감을 뒤늦게 깨달았다. 가이난도도 놀라서 외쳤다.
“마법사 카드 하고 있었어?!”
‘지금 그게 중요하다고?’
요아넨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황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확실히 징벌방에 블랙 드래곤이 훌쩍이며 있는 것만큼, 두 죄수가 한 징벌방을 사이에 두고 카드를 주고받는 것도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카드를 내면 받아서 가운데로 옮겼다. 그리고 조우린이 카드를 내면 또 그걸 받아서 마찬가지로 옮겼다.
“조우린 전하?!?!”
요아넨은 뒤늦게 드래곤이 하나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징벌방에 드래곤이 둘이라고?!!
“앗. 메이킨 가문의 요아넨이구나.”
“전하. 왜… 왜 거기 안에 계시죠?”
“……”
조우린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외쳤다.
“조우린은 사실 조우린이 아니노라!”
‘정말 빨리 배우시는군!’
이한은 감탄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의 비기 중 하나인, ‘사고치고 다른 사람인 척 하기’를 자연스럽게 쓰다니.
“언니. 말해놓은 거 다 준비해놨어.”
요네르가 지친 목소리로 불렀다. 그제야 요아넨은 동생이 다른 빈방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너도!??!”
“아니거든!”
같은 죄수 취급을 받자 요네르가 발끈했다.
빈 방을 빌려서 작업 도구와 시설을 설치해놓은 것 뿐이었다!
‘…혹시 요네르가 우리를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겠지.’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저 붉은 머리칼의 친구가 여기 세 죄수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신경쓰였다.
우린 떳떳한데!
“조금만 기다리도록 하거라! 조우린은 반드시 이길…”
“전하. 지금 작업에 들어가면 이번 판은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앗! 연금술 작업이 더 중요한 것 같노라!”
조우린은 재빨리 카드를 쓸어버렸다. 이한은 원래 조우린이 다음에 뽑을 카드를 슬쩍 확인했다.
‘이런. 한 턴만 더 버티셨으면 역전하셨겠군.’
볼라디 교수의 손패에는 대부분 쓰레기들밖에 없었다. 손패 숫자만 보고 조우린이 속아넘어간 것이다.
“가이난도. 너도 아마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우리 작업을 조금 도와줬으면 좋겠다.”
“알겠어. …그런데 혹시 나 없는 동안 계속 징벌방에서 마법사 카드 한 거 아니지?”
가이난도가 건너편의 빈방을 힐끔거렸다. 이한은 단호하게 경고했다.
“너 징벌방 내려오면 하루에 25시간 마법 공부 시킨다.”
“…그렇게까지 화낼 건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