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43)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43화(1243/1243)
1243
화
“파리딤 님?”
“앗. 예.”
보고서를 작성하던 파리딤은 재빨리 종이를 덮었다.
혹시 상대의 화가 풀린 것일까?
“저녁으로 혹시 먹고 싶은 게 있으십니까? 전하께서는 화이트 초콜릿 푸딩을 원하시는데.”
“앗. 저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점술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 점술을 펼쳤는데 좋은 점괘가 나왔습니다.”
“어떤 게 나오셨길래?”
이한은 의아해했다.
이 오쿨로가드 출신 마법사는 학풍에 걸맞게 원칙주의자였다. 당연히 예지 마법으로 상대에게 아첨을 하지 않았다.
이한은 제국 금화 하나만 받아도 ‘당신은 황제가 될 상이군!’같은 말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정말 좋은 점괘인가?’
“이번 학기 끝에 ‘해방’의 징조가 있습니다.”
“오!”
이한은 반색했다.
징벌방에서 대화하면서 느낀 건데, 이 파리딤은 확실히 마법사 카드 점술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오쿨로가드의 특성 덕분일지도 몰랐다.
이 마법학교의 예지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집단행동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필요하지 않는 마법에는 굳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이한은 파리딤이 ‘저는 물을 소환할 줄 모릅니다’라고 말했을 때 순간 가이난도마냥 핑계를 대는 줄 알았을 정도였다.
-후. 그 속임수는 이미 가이난도가 썼습니다.
-속임수라니요?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잘…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이난도 님께서 혹시 그런 속임수를 쓰신 적 있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앗. 예.
어찌되었든 간에 이런 선택과 집중은 장점을 날카롭게 갈고 닦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파리딤은 예지 마법에 있어서도 한정적인 마법만을 사용했다.
마법사 카드, 동전, 구름의 모양만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 또한 오쿨로가드의 교칙 중 하나였다.
‘내가 본받기에는 이미 너무 늦긴 했지만, 이렇게 점술에 진지한 마법사의 점괘라면 효과가 강력할 것이다.’
“이걸 보십시오. 그림자 순찰대 카드입니다.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닐리아가 욕하던 것만 떠오르는데.’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림자 순찰대 출신 친구만큼 여기 순찰자들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게 해방의 징조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레인저들은 예로부터 해방을 상징해왔죠.”
“참으로 타당합니다. 역시 오쿨로가드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만족한 이한은 파리딤을 크게 칭찬했다. 아무래도 오늘 파리딤의 식사는 조금 더 풍성해질 것 같았다.
기쁜 마음으로 이한은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지기로 했다. 오쿨로가드 마법사들에게서는 여러모로 배울 점들이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 그림자 순찰대 카드 옆에 해골 교장 카드가 있으면 권력자가 옆에 있으니 해석이 달라지는 거 아닙니까?”
이한의 질문은 진지하게 따진 게 아니라 순수한 의문이었다.
이 오쿨로가드 출신 마법사가 왜 이번에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지 시원하게 설명해줄 거라고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파리딤의 눈빛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었다. 잠시 후 이 마법사는 자신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다니!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다니!”
아무래도 최근 있었던 일들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게 분명했다.
오쿨로가드에서 이런 뻔한 실수를 저지르면 한 학년 내려가도 할 말이 없었다.
“…아, 아니. 뭐… 무시해도 되지 않습니까? 해골 교장 카드가 응원하는 역할이라고 치면…”
“아닙니다. 제대로 지적해주셨습니다. 옆에 에인로가드의 영주님이 계시니, 이건 해방이 아니라 외부에서의 노역을 뜻합니다!”
“……”
이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방금 파리딤은 자신의 발언으로 저녁 식사 식단이 몇 단계 내려갔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예지 마법사도 자신의 미래는 알아차리기 힘든 법이었다.
“이 그림자 순찰대는 영주님에게 힘든 의뢰를 받아 고생하고 있는 미래를 상징하는 겁니다.”
“와.예지마법은정말기쁨으로가득차있습니다.”
이한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파리딤은 그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그렇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한 안개 같은 것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탐구하는 보람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 들어봤자 화만 날 것 같아서 이한은 화제를 다시 마법 이야기로 돌렸다.
“저번에 오쿨로가드의 방식을 이야기하다가 잠깐 멈췄습니다. 점술의 정확도를 높이고 상징을 명확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이한에게 교수의 미래가 보인다고 말했다가 대화가 터져나간 것이었지만, 파리딤은 조심스럽게 넘어갔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이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는 교수의 미래에 대해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파리딤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법사로서 더 높은 지위, 더 높은 권한, 더 높은 마법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왜 거부한단 말인가.
물론 에인로가드의 방식은 오쿨로가드와 조금 다르겠지만, 교수라는 자리의 힘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였다.
“먼저 ‘대가’가 있습니다. 현재 제국의 점술들은 미래를 엿보는 대가를 피하기 위해 다양하고 모호한 상징을 사용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대가를 먼저 지불해 피해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예. 마력 같은.”
“…마력을 대가로 쓰는 점술은 희소한 편이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파리딤은 오늘자 보고서 내용에 적어 넣을 걸 기억해놨다.
이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는 그 특유의 마력 때문인지, 마력을 대가로 사용하는 점술을 즐겨 쓴다… 인과를 비트는 것도 마력으로 해결하는데… 이럴 거면 오쿨로가드는 왜 그렇게…
‘아차. 보고서를 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되지. 내가 무슨 생각을.’
순간 머릿속에 든 사악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파리딤은 고개를 흔들었다.
환경이 바뀐 탓에 잡념이 예지를 방해하는 걸지도 몰랐다.
“오쿨로가드에서는 그 대가에 횟수도 집어넣습니다.”
“횟수라면, 점술을 시도하는 횟수를 말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나의 집단으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만큼 오쿨로가드의 마법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면모가 강했다.
각자 역할분담은 물론이고 마법을 시도하는 횟수까지도 계산해놓는 것이다.
영지에 쌓인 의지력에는 제한이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오쿨로가드의 마법사들은 이 선택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저는 운점(雲占) 같은 경우에 일 년에 세 번만 펼칠 수 있습니다. 대가를 바친 덕분에 정확도를 높인 겁니다.”
‘에인로가드에서는 힘들긴 하겠군.’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왜 저런 대가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지는 명확했다.
자기 팔을 잘라서 바칠지언정, 점술이 하나 봉인되는 순간 에인로가드에서는 너무나도 불편해지는 것이다.
각자 자기가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마법이 봉쇄되다니…
“저희 학파에서는 액운을 피하기 위해 특별한 행동들을 취하곤 합니다만.”
이한이 말한 에인로가드의 방식에 파리딤은 질색했다.
“그런 행동들은 하나같이 다 기묘하고 괴상망측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지 마법사들이 전부 그런 걸 하고 다니면 영지가 얼마나 혼란스러워지겠습니까? 질서가 사라질 겁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에인로가드는 원래 좀 혼란스러워서 티가 나지 않습니다.”
골렘 선배만 해도 맨날 골렘 상태로 돌아다니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파리딤은 이한이 농담을 하는 건지 진지하게 말하는 건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하튼 횟수를 대가로 바치는 건 꽤 해볼만한 선택 같긴 합니다만…”
고민하던 이한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다시 물었다.
“이런 방식은 어떻습니까? 쓸 수 있는 점술의 숫자를 늘리고, 하나가 봉쇄되면 다른 점술을 펼치는 겁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습니다만.”
파리딤은 상대의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당장 오쿨로가드 마법사들이 다른 마법들을 포기하고 예지 마법만 파고 있는데도 할 줄 아는 점술의 숫자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점술이란 게 기본적으로 어설프게 입문했다가는 사고나기 딱 좋은 것이다.
특히 대가가 위험한 점술일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
“그걸 익힐 때 들어가는 시간이나 위험을 생각해보면 훨씬 더 손해일 겁니다.”
“그것도 생각해뒀습니다. 마력을 대가로 쓰는 점술 위주로 숫자를 늘려나가는 겁니다. 그러면 익히는 건 물론이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
“……”
파리딤은 말문이 막혀서 눈만 깜빡였다.
예지 마법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를 막아야 한…
‘으윽. 잡념이.’
엄격하고 고요한 오쿨로가드에서 수련한 이 마법사는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에인로가드의 2학년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감정.
바로 얄미움이었다.
이 친구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다!
“혹시 오쿨로가드에 기록된 점술들 중 마력을 대가로 쓰는 점술이 있으면 제가 배울 수 있겠습니까? 에인로가드에서도 찾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숫자가 적다 보니.”
“…방문하실 때 말해보겠습니다.”
파리딤은 왠지 모르게 지치는 기분이었다.
오쿨로가드 밖으로 나온 탓에 영지의 보호를 받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그럼 이제 미래를 비트는 마법에 대해 좀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이걸 인과유도의 비전이라고 하시던데, 에인로가드에서는 난이도 높은 서클 마법으로 구현하지만 오쿨로가드에서는 단체로 쌓은 의지력으로 구현하잖습니까. 이게 마력으로 어디까지 대체가 될지…”
당장 일주일 전에 배우자마자 마력으로 대체 성공해놓고 더 욕심을 부리는 이한의 모습에 파리딤은 가슴 속 쓰라림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잡념을 떨쳐내야 한다. 잡념을…’
* * *
위에서 호출받자 파리딤은 차라리 안도감을 느꼈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계속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언젠가 상대의 멱살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미래가 아른거렸던 것이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교수님.”
기골장대한 트롤 혼혈 교수를 목격하자 파리딤은 한층 더 예의를 갖췄다.
저 사람이 바로 오쿨로가드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천재 교수, 가르시아 킴 교수가 분명했다.
‘분명 오쿨로가드에서도 초대했다고…’
그리고 옆에는 아는 얼굴인, 에인로가드 예지 마법 학파인 골렘 선배가 서있었다.
누군가한테 몇 대 맞기라도 했는지 각진 돌들이 찌그러져있었다.
“누군가한테 공격당하셨습니까?”
“절대 아니다! 유언비어 퍼뜨리지 마라! 나는 혼자서 길을 가다가 넘어진 거니까!”
골렘 선배는 펄쩍 뛰면서 부정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길이 미끄럽더라구요. 크라어 교수님도 넘어지셨는데 큰일이에요.”
“정말 그렇습니다.”
“????”
파리딤은 아직 에인로가드력(力)이 부족했다.
이 앞에서 오간 대화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기에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에인로가드에 왔는데 제대로 된 환영도 못 해주고, 미안하게 됐어요. 파리딤 학생.”
“아닙니다. 공적인 업무로 왔는데 사사롭게 환영을 받는다면 오히려 처벌받을 겁니다.”
오쿨로가드의 규칙을 아는 가르시아 교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돌아가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게 오쿨로가드의 교칙이었다.
“징벌방에서 불편한 건 없나요?”
“조금도 없습니다. 워다나즈 님과 예지 마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정말이지 한 대 치고 싶…”
“네?”
“아, 아닙니다! 정말이지 한 번 따로 배우고 싶다는 말이 잘못 나왔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