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넘어진 생쥐를 보자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변명이 흘러나왔다.
“나는 드래곤, 리치, 교장 선생님이 아니다.”
이한 근처에 있던 친구들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붉은여우가 앞을 보라는 듯이 앞발을 뻗었다.
생쥐가 벌떡 일어나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잠깐! 결투하자면서! 귀족답게 명예…”
이한은 습관적으로 명예를 들먹이다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이건 푸른 용의 탑 친구들한테나 잘 먹히는 속임수였다.
-귀족답게 네가 먹은 그릇은 네가 치워라.
-귀족답게 책에서 시약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봐라.
-귀족답게 저 함정 위에 한 번 걸어가 보겠나?
생쥐한테 귀족의 명예를 말해봤자 먹힐 리 없었다. 이한은 급히 말을 바꿨다.
“…생쥐답게 명예를 지켜라!”
물론 생쥐는 듣지 않고 숲 안으로 도망쳤다. 붉은여우는 이한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동물로 변해서 그런지 시선이 좀 더 아팠다.
“어쩔 수 없군. 쫓자.”
보아하니 저 생쥐가 이 숲의 주인쯤 되는 게 분명했다.
생쥐가 왜 마법을 배워서 숲의 주인 노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한은 이제 그냥 받아들였다.
…마법학교라면 그럴 수 있었다.
“거기 서라! 결투를 신청한다!”
생쥐의 뒤를 쫓으면서 결투를 외치다보니 자괴감이 들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샤르칸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생쥐의 흔적을 쫓았다.
생쥐도 쫓기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반격을 시전했다.
“!”
길가에 나있던 열매 달린 덩쿨이 갑자기 모습을 바꾸더니 사나운 흰머리수리로 변했다.
이한은 즉시 대응했다.
“공간이여, 인지되어라. 그리고… 샘솟아라!”
공간 인지 주문이 외워짐과 동시에 이한 주변의 상황이 빠르게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저 멀리서 도망치는 생쥐의 궤적이 눈에 잡힐 듯 확인되었다.
커다란 물덩어리가 빠르게 생성되더니 이한의 의지에 따라 물의 구슬들로 변해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단순히 1서클짜리 >물 생성> 주문에서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형태 변화와 동작 유지까지 진행되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붉은여우 요네르가 깜짝 놀라서 꼬리를 세웠다.
‘!?’
친구가 못 보는 사이 물 마법 선행학습 진도를 자꾸 몇 단계씩 앞서 올라가는데 놀라지 않을 리 없었다.
물론 이한은 예전부터 물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하긴 했었지만…
저건 저번에 봤던 것보다 더 빨라지고, 더 복잡해지고, 더 정교한 공정 아닌가.
괜찮은 거 맞아?
“걱정 마라. 저 정도는 잡을 수 있으니까!”
이한은 친구들의 놀란 반응을 다른 뜻으로 이해했는지, 바로 흰머리수리를 공격했다.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묵직하게 날아드는 물의 구슬에 당한 흰머리수리는 펑 소리를 내며 다시 덤불로 돌아왔다.
“샤르칸. 녀석을 잡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해!”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옆의 샘이 부글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샘 안에 고여 있던 물들이 덩치 큰 슬라임처럼 모습을 갖추며 이쪽으로 덤벼들려고 했다.
“번쩍여라!”
이한은 바로 지팡이를 휘둘러서 >번개 생성>을 갈겼다.
1서클이었지만 원소 중 가장 파괴적이고 빠른 번개를 다루는 마법인 만큼 이런 상황에 적합했다.
파직!
번개 줄기가 샘 슬라임에게 꽂혔지만 멀쩡했다. 워낙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샘 슬라임은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이한은 마력을 집중시키며 다음 수단을 썼다.
“몰아쳐라, 페르쿤트라의 벼락이여!”
2서클 마법이지만 강력한 번개의 정령 페르쿤트라가 직접 개발한 마법인 만큼 그 위력은 상위 서클 마법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았…
…지만 그건 페르쿤트라만 아는 사실이었고, 이한은 여전히 이 마법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이 마법을 쓸 때마다 효과가 별로였던 것이다.
‘이번에도 효과 없으면 한동안 봉인해둔다.’
사실 이한이 만난 적들이 다들 신입생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한 적들이라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한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아무래도 페르쿤트라는 조금 허풍이 심한 정령 같다!
파지지지직!
빠른 충전과 함께 격렬해진 번개 줄기가 샘 슬라임에게 내리꽂혔다.
엄청난 진동과 함께 샘 슬라임이 사납게 요동쳤다. 몸의 일부가 증발해서 크기가 줄어들 정도였다.
그러나 샘 슬라임은 여전히 버티고 서있었다.
“페르쿤트라!”
이한은 자리에 없는 정령을 욕하며 바로 새벽별을 뽑아들었다.
닐리아는 당황해서 므앵거리며 이한을 말리려고 했다.
‘이미 쓰러졌어!’
강력한 마법으로 인해 샘 슬라임은 이미 쓰러진 상태였다. 미동도 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했다.
지금 저렇게 서있는 건 그냥 잔여 마력으로 인해 샘에 고여 있던 물들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닐리아의 울음소리는 이한에게 와 닿지 못했다.
이한은 새벽별로 쓰러진 샘 슬라임을 베어버렸다. 그제야 고여 있던 물들이 형태를 잃고 흩어졌다.
“아무래도 정령한테 사기당한 것 같군.”
“……”
* * *
생쥐는 허겁지겁 도망치면서 주변에 변환 마법을 걸었다.
그러나 신입생처럼 생긴 교장인지 드래곤인지 구분 안 되는 침입자는 능숙하게 해치우고 쫓아왔다.
그 점이 더 수상했다.
만약 정말 신입생이라면 저렇게 잘 쫓아올 수가 없는 것이다.
흰머리수리야 그렇다 쳐도, 한철수(寒鐵水)가 고여 있는 샘의 물로 슬라임을 만들어서 쳤는데 숨도 쉬지 않고 바로 해치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해골 교장이 변신한 게 분명했다.
생쥐는 두려움에 떨었다.
몬스터든 악마든 천사든 정령이든 구석에 둥지를 꾸려도 교수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이 마법학교였지만, 아주 가끔가다가 교수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교수가 직접 철거하러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가 분명했다.
생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자신이 해골 교장의 뭘 건드렸단 말인가.
그냥 복도 한구석에 숲을 펼쳐놓고 신입생들하고 놀았을 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닌 것 같았다.
달그락!
뼈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샤르칸이 튀어나와서 생쥐 앞을 가로막았다.
생쥐는 기겁해서 다음 마법을 쓰려고 했지만 이한이 한 발 빨랐다.
“움직여라!”
이한은 바로 하급 조종 마법을 시전해 생쥐를 도망치지 못하게 공중에 띄웠다.
이런 풋내기나 쓸 1서클 마법으로 자신을 띄우려고 하자 생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반격했다.
바로 몸을 변신시켜서…
찍찍?!
생쥐는 깜짝 놀랐다.
몸이 무슨 강대한 마력에 붙잡힌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마법을 시전하려고 해도 시전이 되지 않았다.
상대가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으로 다른 마력이 들어올 틈 하나 없이 생쥐의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고작 깃펜이나 띄울 1서클 마법으로 이런 쓸데없는 통제력을 보여주다니.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해골 교장 특유의 괴팍한 겁주기!
찍찍…
생쥐는 다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떨궜다.
이한은 깜짝 놀랐다.
‘내… 내가 죽였나?’
순간 >하급 조종>을 너무 세게 시전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하급 조종>에는 그런 효과가 없었다. 그냥 띄우고 조종하는 게 전부였다.
다행히 자세히 보니 생쥐는 죽은 게 아니었다. 그냥 포기한 것 같았다.
“이봐. 정말로 나는…”
이한은 어떻게 생쥐한테 ‘나는 드래곤이나 리치 혹은 해골 교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려다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꼭 풀어야 하나?
아까 생쥐가 마법을 쓰는 걸 보아하니 당황해서 그렇지 이한보다 훨씬 수준 높은 마법사였다.
도망치지 않고 온갖 변환 마법을 시전해가며 이한을 공격해오면 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게다가 오해가 풀리면 방금까지 도망친 게 억울해서라도 이한을 독하게 공격할 것 아닌가.
그에 비해 이한을 해골 교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숲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한 번 해본 일도 아니었다. 저번에도 지하에서 해골 교장 흉내로 창고지기의 눈을 피하지 않았던가.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한을 쳐다보았다.
‘생쥐를 어떻게 설득하려고 고민하는 건가?’
“그렇다. 내가 바로 교장이다.”
찍!
한쪽 눈을 뜨고 슬며시 이한을 보려던 생쥐는 다시 양눈을 질끈 감고 뒤로 드러누웠다.
그럴 줄 알았다는 태도였다.
“……”
“……”
동물로 변한 친구들이 던지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한은 못 본 척 무시했다.
“하지만 자비를 베풀어서… 나와 여기 이 친구들을 내보내준다면 너를 내 언데드 권속으로 만드는 건 넘어가주도록 하지.”
이한은 최대한 목소리를 음산하게 깔고 말했다.
언데드 권속이 뭔지는 이한도 잘 몰랐지만 대충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었다.
그러자 생쥐는 바람이 만들어질 정도로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찍찍찍찍찍!
생쥐는 어떻게든 해골 교장을 빨리 내보내고 싶었는지 필사적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이한과 친구들은 숲의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저 멀리서 다시 학교의 친숙한 복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잠깐.”
나가려던 이한과 친구들은 멈칫했다.
생쥐가 충격에 찬 눈동자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설… 설마?
“아니. 한 명이 더 있어서. 잠깐만.”
가이난도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 * *
이한은 다시 들어가서 가이난도를 찾아왔다.
흰색 쥐는 이한을 보자마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매달렸다.
“가이난도군.”
친구들도 확신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은 흰색 쥐를 지팡이 위에 올렸다.
가이난도는 다시 만난 친구들의 모습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감동하다가 닐리아의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찍찍찍찍찍찍찍찍!
“응?”
이한은 닐리아를 보고 가이난도를 쳐다보았다.
“괜찮아. 안 문다.”
물론 가이난도의 귀에 그런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가이난도는 외투 주머니 속으로 숨어버렸다.
이한은 가이난도를 억지로 빼내는 대신 안에 있는 맥주사탕만 빼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럼 작별이군. 숲의 생쥐. 앞으로 여기를 지나갈 일이 생기면 또 보자고.”
옆에서 듣고 있던 요네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박 아닌가?
실제로 생쥐도 그렇게 받아들였는지 파들파들 떨었다.
결국 생쥐는 찍찍대며 숲 바닥에 파놓은 자신의 보물을 꺼냈다.
마력이 듬뿍 담겨 있는 신비한 뼈였다.
찍찍찍…
생쥐는 이걸 받고 자신은 넘어가달라는 듯이 애처롭게 이한을 쳐다보았다.
물론 이한은 뼈에 별 관심이 없었다. 모르툼 교수라면 모를까…
달그락!
그 순간 샤르칸이 달려들었다. 뼈와 뼈가 어지럽게 얽히더니 비어 있던 샤르칸의 부분들이 채워졌다.
“…!”
그렇게 앙상하던 소환수가 이제는 빈틈 하나 없이 완성된 모습으로 바뀌자 친구들은 소환 마법의 신비에 탄성을 내뱉었다.
이한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샤르칸이 얼마나 위험하다고 하셨더라?’
번개걸음 교수의 말에 따르면, 샤르칸은 매우 고고하고 난폭한 놈이었다.
지금은 불완전해서 고분고분했지만 완전해지면 원래 생전의 성격이 나올지도 모른다!
‘모르툼 교수가 신입생을 배려했을 희박한 가능성에 걸 것인가, 아니면 안전수칙을 잊었을 자명한 가능성에 걸 것인가?’
당연히 후자였다.
이한은 바로 지팡이부터 잡고 샤르칸을 쳐다보았다.
“…샤르칸?”
주인의 부름에 샤르칸은 바로 달려와서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한에게 달려들어서 사나운 포효와 함께 목을 노리며 뼈 송곳니를 들이대지도 않았다.
샤르칸은 그냥…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다시 부르자 엎드려서 고개를 땅에 박았다.
“???”
친구들은 저 뼈 소환수가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당황했다.
사냥꾼인 닐리아는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저건…
‘반항기 같은데…?’
사냥꾼들이 기르는 충성스러운 개나 늑대도 자라면서 말을 안 듣는 때가 있었다.
영혼이 성숙해지면서 반항심이 생겨난 탓이었다.
‘…근데 언데드인 뼈 소환수도 반항기가 있어?’
닐리아는 믿기 힘들어서 눈만 깜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