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54)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54화(1254/1266)
1254
화
이한을 직접 만나보지 못한 탓에 반응이 늦은 다른 교수들과 달리 마르하진 교수는 한발 빠른 반응을 선보였다.
첨탑 밖으로 몸을 날린 뒤 비행 마법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아래에서 보고 있던 우만은 깜짝 놀랐다.
‘아니?!’
방금 이한 일행이 올라가기 전, 황제의 목소리는 이렇게 지시했었다.
우만 너는… 아래에서 대기하도록 해라… 날벌레가 도망치면 잡도록…
-???
날벌레가 무슨 소리였나 했는데 밖을 날아가는 마법사를 보니 왠지 모르게 확신이 들었다.
저거구나!
우만이 크기를 줄인 용으로 변해 솟구쳐 올라오자 마르하진 교수는 아차 싶었다.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 때문에 예지가 뒤흔들려서 이런 쉬운 함정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당했다. 패배를 인정한다!”
“패배라니 무슨…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겠군!”
우만은 혹시 본 사람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높은 곳에서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저, 저기 드래곤이!
-또 개수작이야? 술 좀 그만 마시라니까!
-아니! 드래곤이 있었다니까!
…몇몇 주정뱅이들이 주점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
“저런!”
마르하진 교수가 우만에게 잡혀서 다시 탑의 창문으로 들어오자 오쿨로가드의 마법사들은 탄식했다.
상대는 실로 치밀했다.
마차를 위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탈출 경로를 막는 함정까지. 예지 마법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사악한 짓을 하려고 이런 기습을 가했단 말인가?
“실로 어리석었다. 예지를 잡아먹는 괴물이라면 얼마든지 이런 수단을 쓸 수 있었을 텐데.”
“수도라는 점 또한 방심의 원인이었다! 이 원인을 기록해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똑똑똑-
“저, 안녕하십니까?”
위에서 방금 탈출극이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이한이 조심스럽게 탑 상층부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 막 도착한 이한 일행이었다.
오쿨로가드 마법사들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일행을 환영했다. 대신 이한과 접촉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조심했다.
“……”
자신을 무슨 전염병 걸린 환자처럼 대하는 모습에 이한은 살짝 상처받았다.
조금 너무하지 않나?
“죄송합니다. 오쿨로가드에서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예지 마법의 정확성에 민감해지시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이한은 내색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단 사과하러 온 자리 아닌가. 저번에 협ㅂ… 아니, 조금 무례한 편지를 보낸 만큼 이 정도 대우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했다.
“워다나즈. 너와 저번에 한 약속은 분명 정해진 절차와 과정에 따라 오쿨로가드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분노가 너를 멋대로 움직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르하진 교수가 대표해서 말하자 자리에 있던 오쿨로가드의 다른 교수들도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워다나즈가 방문할 때를 대비해 오쿨로가드에서는 치밀하고도 강력한 예지 보호 장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워다나즈가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따로 방문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어떤 분노가 이 젊은 마법사를 뒤흔든 것일까?
“어… 그게… 음… 그… 좀 편지가 무례했던 것 같아서 직접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
“……”
자리에는 싸늘한 침묵이 맴돌았다. 요네르와 닐리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친구지만 정말 도망치고 싶다.’
아무리 우정의 힘이 강하다 하더라도 저 예지 마법사들이 보내는 차갑고 싸늘한 시선을 견뎌내는 건 쉽지 않았다.
“고작 그것 때문에 내일 방문한다니! 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
갑자기 오쿨로가드 교수 중 한 명이 이상한 말을 하자 이한은 당황했다. 파리딤이 옆에서 속삭였다.
“충격으로 인해 시점에 혼동이 오신 모양입니다. 아마 지금이 어제라고 착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예지 마법이나 시공간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들에게서는 종종 일어나는 리바운드였다.
이한은 뛰어난 마법사답게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
“예지를 잡아먹는 괴물이 한 번 방문하면 우리의 마법은…”
“누가 예지를 잡아먹는 괴물입니까!”
이한은 발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악신숭배자들의 악질적인 음해를 다른 마법학교가 써먹어도 된단 말인가?!
오쿨로가드 교수들은 크게 대경실색해서 사과했다.
“사과한다. 워다나즈!”
“부디 진정해라! 다가오지 말고 호흡을 해다오!”
“……”
사과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더 기분이 나빠지는 건 처음이었다.
이한은 그냥 원래 이야기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됐습니다. 사과는 제가 하려고 왔습니다. 분명 오쿨로가드 마법사 분들은 제가 보낸 편지 때문에 불쾌해하셨을 겁니다.”
“그렇다. 몇몇 교직원들은 습격을 주장했다.”
“……”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굳이 듣자 이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뒤에 있던 볼라디 교수가 입을 열어 질문했다.
“그 교직원들의 성함은 어떻게 되지?”
“분명…”
“그만! 알려주지 마십시오!”
이한은 재빨리 끼어들었다.
물론 실현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습격 이야기까지 나온 건 찜찜하긴 했다.
곧 오쿨로가드를 방문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의 이름을 캐내서 볼라디 교수한테 알려주면 더 찜찜해질 것 같았다.
나중에 제국 신문에 <오쿨로가드 모 교수, 의문의 죽음!?> 같은 게 실리기라도 하면…
“그래서 제가 사과하려고 온 겁니다. 서로 사이의 앙금을 떨치고 제국의 마법학교로서 뭉칩시다!”
뒤에서 보고 있던 조우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한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데 저런 사과가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노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뒤에서 들려오는 두 파충류족의 대화에 이한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앞으로 새끼 바실리스크의 간식은 일주일 정도 금지될 것 같았다.
“그게 전부인가? 용건의?”
“예.”
“알겠다. 사과는 받아들여졌다.”
오쿨로가드의 교수들은 과연 뛰어난 마법사들이었다.
속으로는 이한을 한 대 치고 싶어도 차가운 이성으로 최적의 선택을 내린 것이다.
‘고작 그거 때문에 여기 왔냐!’고 화를 내는 건 통쾌하고 쉽겠지만 그러면 저 마법사만 더 오래 남을 터.
그냥 사과를 받아주고 돌려보내는 게 나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몇 가지만 더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이해했다. 말해보도록 해라.”
“사과를 받아주셨으니, 가르시아 교수님을 뵙게 되면 기분 나쁜 기색을 드러내거나 화를 내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
“……”
이한의 친구들도 슬슬 이 대화가 사과 같지 않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이건 사과가 아니라…
‘협박 아니야?’
그러나 오쿨로가드 마법사들은 역시나 냉정했다.
여기서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최적의 선택을 골랐다.
“약속하겠다.”
“사과를 받아주셨으니 가르시아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거에 전적으로 협조도 좀 해주셨으면…”
“약속하겠다.”
“다른 마법학교 마법사들이 비난하면 호되게 욕해주십시오.”
“약속하겠다.”
“이한, 그만해. 가르시아 교수님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겠어.”
보다 못한 친구들이 이한을 말렸다.
포섭도 적당히 해야지 저 정도로 꼭두각시를 만들면 가르시아 교수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제가 이런 부탁 드렸다는 건 절대 들키시면 안 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한은 꾸벅 인사하고 문 밖으로 나갔다. 눈치를 보던 우만은 재빨리 이한 일행에 합류했다.
훌륭하구나…
황제는 이한의 수완을 칭찬했다.
물론 약간 해골 교장스럽긴 했지만, 원래 제자인 만큼 비슷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같은 짓도 해골 교장이 하면 가증스러운 제국법 능멸 행위였지만 이한이 하면 제자의 기특한 선행이었다.
다음은 데카로가드 마법사들이 좋겠구나… 벨라론 공작을 찾아가렴.
“아. 마차를 돌려드려야 하는군요.”
이한은 공작의 마차를 훑어보며 말했다.
잘 빌려 썼으니 이제 돌려줄 때…
무슨 소리니. 마차는 가져도 좋다. 다음 갈 곳에는 공작을 데리고 가거라. 공작이 해결하지 못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전하거라…
“……”
이한은 벨라론 공작한테 살짝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좀 죄송한데요.”
“쉿! 그런 소리 하면 크게 혼날 수 있다네. 공작은 그저 제국의 꼭두각시일 뿐.”
우만은 방금 황제에게 배운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이한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불을 좀 질렀다고 해서 엉엉 울던 드래곤에게 저렇게 냉정한 면모가?
우만이 지나가고 나자 조우린이 몰래 속삭였다.
“이한. 우만과 달리 조우린은 절대 저렇게 생각하지 않노라.”
만약 우만이 나쁜 드래곤으로 취급받더라도 조우린은 살아야 했다.
나쁜 드래곤이 둘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쁘다고까지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보다 전하. 데카로가드 마법사들을 상대할 때 왜 공작 전하가 필요한 겁니까?”
“잘 모르겠노라…”
“아. 우만 전하를 부른 겁니다. 우만 전하!”
“……”
조우린은 이한이 안 보는 사이 동생의 뒤통수를 째려보았다.
아는 게 조금 더 많고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나다고 해서 으스대다니.
어쩌면 우만은 정말 나쁜 드래곤일지도 몰랐다.
“데카로가드 마법사들 말인가?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자네라면 알 줄 알았는데.”
“변환 마법사들의 마법학교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이상은 잘 모릅니다.”
굳이 첨언하자면 사교적인 마법사들이 많다는 것 정도?
그 때문에 에인로가드 변환 마법 학파 학생들은 언제나 외부 마법사들을 질색했다.
이상할 만큼 변환 마법 학파에는 사교적인 마법사들이 많았던 것이다.
“데카로가드 마법사들은 황금을 좋아하네.”
“…!”
이한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뒤에서 듣고 있던 친구들은 겁에 질렸다.
혹시 친구가 데카로가드로 전학간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 * *
벨라론 공작은 마차가 돌아오자 낯빛이 환해졌다.
그리고 마법사들이 동행을 요구하자 다시 낯빛이 어두워졌다.
“집중하시오! 공작!”
“알, 알겠소. 명심하겠소!”
우만이 호되게 다그치자 공작은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 모습에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살짝 긴장했다.
“우만 전하께서 왜 저러시지?”
“에인로가드에서도 저러시는 거 아니야?”
사실 공작을 괴롭히는 것보다, 그걸 그대로 에인로가드에 갖고 올 수도 있다는 게 걱정이었다.
학생들은 학기 초창기에 이한의 조언을 받지 않은 감찰관의 규칙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을 더 이상 친절하게 대할 가치가 없다고 확신해도 이상하지 않긴 해.”
“가이난도. 그러니까 좀 성실한 모습을 보였어야지!”
“내가 이럴 줄 알았냐?!”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고 반박은 못하는군.’
이한은 속으로 생각하며 마차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 여기 운하 앞 대시장 구역에서 데카로가드 마법사들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마법사 님. 찾으시는 게 있으십니까?”
“아. 혹시 데카로가드 마법사 분들이 묵고 계시는 곳을 아십니까?”
“압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쾌활한 상인의 말에 이한은 반색하며 마차에서 내렸다.
놀랍게도 데카로가드 마법사들이 머무는 곳은 거기서 열 걸음도 떨어져 있지 않은 여관이었다.
“뭐야. 바로 앞이었잖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한은 그래도 상인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바쁜 와중에 이런 친절을 보여주다니.
그러자 상인은 손바닥을 내밀었다.
“…?”
“은화 한 닢입니다.”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가격을!”
가이난도가 놀라서 외쳤다. 상인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이건 저희 데카로가드의 원칙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