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56)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57화(1256/1266)
1257
화
“잠깐! 공작 전하께서는 스스로 오셨잖소.”
고블린 교수는 반격에 나섰다.
사실 이번 건은 워낙 그 액수가 커서 그냥 당해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상황을 보면 팽팽하게 겨룰 만한 상황이었다.
‘벨라론 공작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데리고 온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어서 스스로 왔을 터. 그렇다면 에인로가드 마법사라 하더라도 소개비를 요구할 순 없을 것이다.’
이한은 몰랐지만 이 우카블록 교수는 부업으로 제국 법정에서 변호사 역할도 종종 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짧은 순간에 논리의 허점을 발견하는 솜씨가 날카로웠다.
“스스로 오신 게 아니라 제가 데려왔습니다.”
“…거짓말! 말도 안 돼!”
우카블록 교수가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외치자 이한은 바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방금 한 모욕에 대한 보상금을 내놓으란 뜻이었다.
“……”
이 고블린 교수는 깊게 분노했다. 이한이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부끄럽구나! 이렇게 수양이 얕다니.’
데카로가드의 교수로서 방금 실수는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자신을 잃지 않고 만물을 변화시켜야 할 마법사가 무례하게 남을 거짓말한다고 비난하다니.
“크흑.”
일단 보상금을 내놓은 뒤 우카블록 교수는 침착하게 물었다.
“공작 전하. 정말로 에인로가드 마법사들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렇소.”
벨라론 공작의 목소리에는 살짝 짜증이 섞여 있었다.
빨리 금화 주고 돌아가고 싶은데 이 못된 마법사가 붙잡아놓고 있는 것이다.
“어, 어떻게…?!”
“진심 어린 부탁. 그것밖에 없습니다.”
이한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방법을 알려줬으니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했다.
우카블록 교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금화를 쥐어줬다.
오늘 저지른 실수들은 평생 잊지 않으리라!
* * *
“저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를 조심하거라!”
공작이 지불한 금화를 크게 뜯긴 우카블록은 제자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샤빗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게으르고 귀찮아보이던 교수가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크게 느껴졌다.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말 한 마디에도, 동작 하나에도 황금을 탈취하려는 의도가 숨어있겠다고 경계하겠습니다.”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다.”
“??”
“분명 저 마법사는 데카로가드에 방문하려고 할 것이다!”
“…!!!”
데카로가드 학생은 스승의 말에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이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위협이었던 것이다.
마법학교 내에서 학생들끼리 서로서로 금화를 탈취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외부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데카로가드는 밖의 황금을 흡수하는 곳이었지 다시 내놓는 곳이 아니었다.
“학교가 보유한 황금의 총량이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실로 두려운 일이지… 오쿨로가드의 마법사들이 저 기재(奇才)의 방문을 꺼린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오쿨로가드 마법사들이 들었다면 모욕감에 부들부들 떨었을 것이다.
예지의 순수성을 위한 마법적인 이유와 저런 탐욕을 같이 놓고 비교하다니?
뒤에서 흉악한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 이한은 떠나려는 공작을 마중나갔다.
“전하. 일이 다 끝나신 다음에 마차를 타고 가시는 게…”
“나는 원래 걷는 걸 좋아했습니다! 걸어서 돌아갈 겁니다!”
“전하 정도 되는 분이 혼자 돌아다니시면 위험합니다. 그리고 왜 갑자기 존대를…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나는 검술에 조예가 있고 강력한 아티팩트들을 갖고 있습니다. 제발! 제발 돌려보내주시오!”
이한은 주변에 보는 눈이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면 무슨 납치범처럼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아니… 알겠습니다. 하긴 전하께서 갖고 계신 아티팩트 정도면 누가 덤벼들지도 못하겠군요.”
“필, 필요하시다면…”
공작이 말뜻을 오해하고 아티팩트를 상납하려고 하자 이한은 재빨리 막았다.
받아서 챙기려던 가이난도가 의아해했다.
“어?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미쳤어?!”
친구들의 타박에 가이난도는 속으로 투덜댔다.
‘아까 데카로가드 마법사들한테는 이렇게 해놓고 왜 공작한테는 안 되는 건데?’
“그러면 조심히 가십시오. 전하.”
“!”
정말 해방되자 벨라론 공작은 그제야 정신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았다.
방금까지는 죄수 같았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산발이 되었던 백발도 매만진 뒤 헛기침을 했다.
“…배웅 고맙소. 내가 방금 초조해서 조금 말실수를 한 것 같군.”
“조금?”
이한은 가이난도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공작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뛰어난 마법사들을 도와 제국의 미래를 거들다니 정말로 영광이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우만도 기쁘오.”
우만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작이 방금처럼 패닉에 빠져 저택에 돌려보내달라고 추태도 부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일을 크게 도와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아무리 황제가 공작을 하찮게 여기더라도 우만은 제국의 일원으로서 감사를 표해야 했다. 그게 우만의 성격이었다.
“부디… 부디 폐하에게 잘 말씀드려주시오.”
벨라론 공작은 우만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해방되어서 기쁘긴 했지만 동시에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 일을 하면서 실수를 몇 번 저지른 것이다.
남작이 가르시아 교수한테 건방떨기 전에 막지 못한 것도 있었고, 남작의 뺨을 좀 살살 때린 것 같기도 했고, 저택에 보내달라고 엉엉 운 것도…
황제를 만나본 적 없는 제국 사람들은 이 어진 황제에게 환상을 품었지만, 주기적으로 대면하는 벨라론 공작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제국의 황제는 사납고 뒤틀린 심정을 가진 포악한 완벽주의자였다. 사소한 실수만으로도 크게 처벌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벨라론 공작이 믿을 만한 건 황제의 아홉 자식들밖에 없었다.
“음… 그게… 이 우만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게 나을 거요.”
우만은 옆을 향해 눈짓했다. 공작은 그 동작에 깨달음을 얻고 외쳤다.
“…아, 조우린 전하를 말씀하시는…!”
“더 옆에!”
“??”
벨라론 공작은 조우린 전하의 옆을 쳐다보았다.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가 친구들과 수군거리고 있었다.
-참. 저 마법사들이 내 이름을 가르시아 교수님에게 말하지 못하게 해야 해.
-협박으로?
-협박할 거지?
-협박이라면 가능성 있어보여.
-…설득할 거다…
대단한 재목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 있는 황제의 직계 자식들과 비교해보면 아직 아무 지위도 없는 젊은 마법사에 불과했다.
에인로가드의 교수도 여기 있는데 일개 학생이 황제 폐하를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농담하시는 거요? 아직 학생이잖소. 아무리 공을 세웠다지만…”
“정말이오. 총애라면 우만이나 누님보다 훨씬 더…”
“전하. 그러지 말고 제발 부탁드리겠소!”
벨라론 공작은 우만이 귀찮아서 대충 둘러댄다고 생각했는지 애걸복걸했다.
그 눈치 없는 모습에 우만은 황제가 왜 이 공작을 하찮게 여기는지 알 것 같았다.
‘기껏 알려줘도 믿지 못하다니…!’
“조우린 전하. 혹시 이 늙고 보잘것없는 사람을 기억하고 계시는지…”
“응?”
공작은 조우린까지 불렀다.
이한이 심심하지 말라고 쥐어준 커다란 회오리사탕을 천진난만한 얼굴로 핥고 있던 조우린은 의아해하며 돌아보았다.
“전하! 부디 폐하에게 이번 일을 잘 말씀드려주시오.”
“조우린보다 이한한테 말하는 게 훨씬 효과가 있을 텐데?”
조우린은 공작이 워낙 불쌍해보여서 진심으로 말해줬다.
황제의 직계 자식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똑같은 말을 하자, 아무리 눈치가 없는 공작이라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정말 황제가 저 젊은 마법사를 더 아낀단 말인가?!
“이ㅂ…”
늦었다.
이한을 부르려던 공작은 태산 같은 의념이 전신을 짓누르는 걸 느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의념을 보낼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폐, 폐, 폐ㅎ…”
심지어 직접 보고 있었다고!?
‘우만 전하의 말이 맞았다니…!’
쓸데없이 말 걸지 말고 저택으로 돌아가서 근신하도록 해라. 실수에 대한 비판서를 스스로 작성하도록.
“…예…!”
공작은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모르는 척 저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와 좋은 관계를 쌓았으면 됐을 일인데, 그걸 전부 놓쳐버리고 엉뚱한 황제의 자식들에게 아첨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건 에인로가드 때문이었다.
황제가 에인로가드 출신 마법사를 저렇게 총애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크흑!’
* * *
“참. 이 금화는…”
공작을 배웅하고 돌아온 이한은 나눠 받은 금화를 가리켰다.
그러자 데카로가드 마법사들은 재빨리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들의 모습에서는 비장함까지 엿보였다.
“…더 달라고 하려는 게 아니라, 부탁할 게 있어서 그런 겁니다. 이 금화를 가르시아 교수님에게 전달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명목은… ‘데카로가드 마법사들이 이번 교류회를 위해 기부했다’정도면 좋을 거 같습니다.”
“???”
우카블록 교수는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자기가 번 금화를 데카로가드의 이름으로 선물한단 말인가?
“잘 이해가 가지 않소만…”
“가르시아 교수님께서는 마법학교끼리 협력하는 일에 기대가 크십니다. 데카로가드 분들께서 이렇게 자발적으로 기부하신다면 얼마나 기쁘시겠습니까.”
“…!”
우카블록 교수는 솔직히 감동했다.
저런 제자가 있다니.
저건 데카로가드에서는 절대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에인로가드에서는 이런 일도 있단 말인가!”
“아뇨… 보통 없어요.”
“이한이 특이한 거예요.”
보다 못한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착각을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미 감명 받은 우카블록 교수의 귀에는 닿지 못했다.
“솔직히 감동했소.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스승을 생각하는 그 뜻이 갸륵하군.”
‘흠. 지금은 감동비 달라고 하면 안 되겠지.’
이한은 아쉬운 상황인 만큼 참았다. 지금은 부탁을 할 때였다.
“하지만 우리는 데카로가드 마법사로서 그냥 부탁을 들어주지 않소. 잘 알고 있겠지?”
“예. 예.”
모를 리 없었다.
이한은 오늘 뜯어낸 금화들을 전부 돌려줄 각오를 하고 있었다.
탁-
금화 주머니를 위에 올린 이한은 다시 말했다.
“이게 부족하면 제가 방학… 아니, 방학은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방학 끝나고 다음 학기 도중에 다시 방문해서 값을 추가로 지불하겠습니다.”
“……”
“……”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이한은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외상으로 한다고 해서 화났나?’
“어딜… 방문하신다는 겁니까?”
데카로가드의 학생, 샤빗이 스승 대신 물었다. 지금 스승은 너무 충격을 받아서 묻지 못할 것 같았다.
“당연히 데카로가드입니다. 값을 내는데 거길 방문해야…”
“안, 안 오셔도 괜찮소! 하하!”
우카블록 교수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재빨리 금화 주머니를 다시 이한에게 돌려주었다.
“이런 감동적인 일에 비용을 받을 순 없는 것 아니겠소. 그냥 해드리겠소!”
“아니… 교칙상 그러면 안 되잖습니까.”
“감동적인 일화를 들었으니 대가도 드려야겠군!”
교수는 노련하게 이한의 품속에 금화를 찔러 넣었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생각해보니 공작의 소개비가 부족했던 것 같소. 더 가져와라!”
“……”
같이 지켜보고 있던 친구들이 뒤에서 속삭였다.
-혹시 이한이 못 본 사이에 벌써 협박한 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