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61)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62화(1261/1266)
1262
화
“전하. 전하.”
당황한 이한은 일단 조우린을 말리러 갔다.
저걸 그냥 받으면 어떡한단 말인가.
“저희는 유크벨티레 선배님이 아닙니다. 실패할 수도 있어요.”
이한의 마음속에서 유크벨티레의 위치가 버두스 교수와 비슷한 곳에 자리 잡긴 했지만, 그 마법 실력까지 부정할 순 없었다.
만약 유크벨티레만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이라도 필요하다면 의뢰는 즉시 실패였다.
그러나 조우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조우린도 알고 있노라.”
“???”
“어차피 실패해도 조우린이나 이한은 손해 보는 게 없노라! 이건 유크벨티레의 책임이노라!”
“……”
진짜 너무 자신감을 불어넣었나?
이한은 에인로가드 학생이나 할 법한 발상을 하는 조우린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상하게 용들의 법정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는 기분이었다.
“음! 만약 성공한다면 이한은 보수까지 강탈할 수 있노라.”
스스로가 세운 완벽한 계획에 조우린은 뿌듯함까지 느꼈다. 이 드래곤은 자신의 계약자가 전율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슨 의뢰였나?”
이한은 한숨을 참고 일단 수습을 위해 귀족에게 질문을 던졌다.
두터운 외투를 걸친 귀족은 둘의 밀담을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재는 원래 괴팍하기 마련.
유크벨티레 또한 그 스승의 학통을 이은 마법사인 만큼 괴팍함 또한 비슷하게 물려받았다.
본인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즉시 제국 법정에 고소당할 수도 있는 만큼(실제로 전적이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는 못했지만, 이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상대가 의뢰를 수락한다고 했어도 바로 말을 뒤집고 거절할 가능성이 있었다.
‘휴. 받아들이실 모양이군.’
“전하의 이름으로 아티팩트를 제작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여기 보시면…”
귀족이 내민 공방의 이름과 그 시설, 소속 마법사들의 구성을 보자 이한은 기억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
이건 분명 학기 초 유크벨티레 선배가 갖고 와서 보여준 적 있는 의뢰였다.
“이ㅎ… 아니, 스테달. 이 의뢰는 어딘가 이상하노라.”
조우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인로가드 학생들과 같이 지내며 온갖 다양한 의뢰 제안서를 구경한 조우린이었다.
폭주한 정령 퇴치, 몬스터 알 확보, 저주받은 아티팩트 정화, 이상현상 분석과 측정 등등.
의뢰들은 제각각 특징이 다양했지만 목적은 뚜렷했다.
그러나 지금 이 제안서는 이상했다.
…전하의 이름을 빛내줄 아티팩트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십시오…
기껏 유크벨티레 같은 마법사를 불러놓고 요구 조건 하나 없이 자유롭게 아티팩트를 만들라고 하다니.
조우린의 상식에 이건 매우 이상한 제안이었다.
“혹시 함정?!”
“함정은 아니고, 인맥을 위한 의뢰에 가깝습니다.”
유크벨티레는 보수까지 받아가며 자유롭게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고, 상대는 그 유크벨티레가 만들어 준 아티팩트를 받았다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앞에 있는 귀족은 당사자가 아니라 연락을 전하기 위해 온 전령이었다.
애초에 하급귀족을 전령으로 쓸 만큼 권세 있는 가문이 아니라면 이런 비싸고 사치스러운 의뢰는 맡기지 못하는 것이다.
‘마르캉 가문이군. 대귀족 가문인가.’
몇 번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제국 남부에서 화훼업으로 유명한 대귀족 가문이었다. 이한은 제국 신문 경제란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가문들은 잘 기억하는 편이었다.
“앗! 이한의 이름도 있노라.”
조우린은 의뢰 제안서에 쓰여 있는 이름들을 보고 놀랐다.
유크벨티레뿐만 아니라 이한의 이름도 적혀 있었던 것이다.
외투를 걸친 귀족은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워다나즈 님까지 초대하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소문을 들어보니 일이 바빠서 에인로가드 밖으로 나오시질 못한다고 하더군요.”
“……”
“……”
정확히는 일이 바쁜 게 아니라 징벌방에 갇힌 것이었지만 둘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낮말은 새로 변신한 가르시아 교수가 들을 수 있었고 밤말도 쥐를 부리는 가르시아 교수가 들을 수 있었으니까.
괜히 수상한 티를 내면 안 됐다.
“정말 아쉽습니다. 원래도 대단한 인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원정까지…”
처음부터 에인로가드 부여 마법 학파 중에서 가장 명성 높고 장래가 기대되는 둘을 선택해 의뢰를 맡기려고 한 것이었는데, 그 사이 악신 원정으로 이한의 명성이 몇 배는 크게 뛰었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둘을 모두 불러서 아티팩트를 받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우린은 문득 궁금해져서 말했다.
“그쪽은 유크벨티레보다 이한을 더 기대했을 것 같노라.”
“무, 무슨… 전하!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두터운 외투를 걸친 귀족은 펄쩍 뛰었다.
오만하고 냉담한 황족에게 괜히 트집을 잡혔다가 의뢰를 취소당할까봐 매우 두려웠다.
물론 유크벨티레의 지적이 날카롭긴 했다. 유크벨티레도, 워다나즈도 뛰어난 기재였지만 둘 중 한 명을 고른다면 당연히 후자였다.
지금 마르캉 가문이 정말로 원하는 건 마법 실력이 아니라 명성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걸 곧이곧대로 말할 만큼 귀족은 멍청하지 않았다.
“전하. 전하께서는 5학년이십니다. 사실상 에인로가드의 교수들과 크게 차이가 없는 위치시며, 그동안 발표하신 마법과 작품들은 제국을 찬란한 지성의 빛으로 밝히셨습니다! 그에 비해 워다나즈 님은 운 좋게 여러 공적을 세웠지만 아직 2학년에 불과합니다. 감히 말하자면 풋내기라고 할 수 있지요.”
귀족은 유크벨티레가 후배에게 경쟁심을 느끼는 것 같아서 재빨리 아첨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한을 더 기대했을 것 같노라’같은 말을 왜 하겠는가.
아첨을 들은 조우린은 즉각 반응했다.
“이게!”
자신의 계약자를 비방하자 분노한 드래곤은 조우린의 일격을 준비했다.
이한은 다급히 달려가 조우린을 붙잡았다. 귀족은 당황해서 쩔쩔맸다.
“하하. 유크벨티레 님께서는 후배를 많이 아끼… 아끼신다. 그런 말은 삼가는 게 좋겠군.”
이한은 말하면서도 너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 구역질까지 났지만 꾹 참고 견뎠다.
외투를 걸친 귀족은 사색이 되어서 사과한 뒤 자리를 떴다. 이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다. 마법진 작업 수십 개보다 이게 더 지치는 것 같은데.’
“저 귀족 이름이 궁금하노라.”
조우린은 떠나는 귀족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무슨 짓을 하려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전하. 복수는 아무것도 낳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한은 분명 저번에 복수는 잊기 전에 빨리 해야 좋다고 했었…”
“자! 아티팩트나 같이 고민해보죠.”
이한은 화제를 바꿨다. 다행히 조우린은 의심하지 않았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게 꽤나 재밌어보였던 것이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건 많이 어려울 것 같노라.”
“아무래도 그런 편견이 좀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사실 아티팩트 제작은… 음. 생각해보니 어려운 거 맞군요.”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한테 하던 것처럼 일단 달래고 보려던 이한은 빠르게 반성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하 정도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애초에 많이 어려운 아티팩트를 만들 생각도 없고요.”
이번 의뢰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많이 어려우면 안 됐다. 조우린이 같이 만드는 만큼 소외될 수 있었다.
오래 걸리면 안 됐다. 가르시아 교수보다 먼저 돌아가야 하는 만큼 이번 축제 안에 끝을 내야 했다.
거기에 가능하다면 유크벨티레 선배의 명예도 망치면 안 된다는 조건도…
‘음. 이건 무리 같군. 그냥 포기해야겠다.’
이한은 세 가지 조건 중 마지막 조건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저거까지 챙기고 갈 자신이 없었다.
유크벨티레 선배가 만든 아티팩트가 수십 개가 넘을 텐데 그 중 하나 정도는 졸작이어도 괜찮겠지!
“여기 공방은 수도에 위치해 있으니 마법사들이나 시약은 이쪽으로 갖고 와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앗. 가서 만드는 게 아니야?”
“우만 전하께서 열심히 축제를 돕고 있는데 저희가 빠질 순 없죠. 사람 손이 부족할 겁니다.”
“……”
조우린은 여기 참나무 언덕을 빠져나가 수도 거리에서 놀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에 시무룩해졌다.
동생 때문에!
“일단 모양을 정해보시죠. 전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노라…”
“괜찮습니다. 어차피 자유롭게 만들어도 된다고 했으니까요.”
이한은 조우린을 격려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번 의뢰는 조우린에게 마법의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기회로 삼아 볼 생각이었다.
“자. 보십시오.”
세밀한 염동력과 함께 근처에 있던 흙이 드래곤의 모양으로 깎여나갔다.
위엄 넘치는 드래곤의 모습에 조우린은 매우 기뻐하다가 멈칫했다.
“이건 조우린이 아닌데?”
“…황제 폐하시죠. 멋있지 않습니까?”
“응. 그런데 조우린이 아니노라.”
조우린은 빤히 쳐다보았다.
압박감을 느낀 이한은 재빨리 드래곤을 무너뜨리고 다시 만들었다. 이번에는 조우린의 본체를 그대로 꼭닮은 형태였다.
“이런 조각상이나 장식품을 아티팩트의 형태로 잡아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자유롭게, 원하시는 모양을 골라보십시오.”
“!”
아티팩트 제작의 즐거움에 눈을 뜬 조우린은 여러 가지 창의적인 생각에 들뜬 표정을 지었다.
“조우린이 아이디어가 있노라!”
“말해보십시오.”
“조우린을 타고서 악신과 맞서 싸우는 이한의 모습을 아티팩트로 만들겠노라!”
“…그것만 빼고요!”
기겁한 이한은 조우린을 말렸다.
일단 사실 왜곡인데다(조우린은 그 자리에 없었다) 저건 다른 귀족 가문에게 줄 아티팩트인데, 그 아티팩트 형태가 이한이 드래곤을 타고 있는 모습이라면 보는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
-저 진열실에 장식된 아티팩트의 형태가 놀랍군요. 저건 혹시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입니까? 왜 드래곤을 타고 있죠?
-설마 드래곤하고 계약이라도 한 건 아닐 테고… …혹시 계약했습니까? 드래곤의 계약자가 있었다고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이한의 부탁에 조우린은 매우 아쉬워했다.
“잘 만들었으면 조우린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음유시인들을 속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이한은 경악했다.
점점 조우린의 생각이 이한의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지는 기분이었다.
고민하던 조우린은 타협으로 이한을 뺀 나머지를 형태로 잡았다. 즉 드래곤 형태의 조각상 아티팩트였다.
“잘 만드셨습니다.”
“하지만 이건 뼈대에 불과하노라. 중요한 마법이 텅 비어 있는데…”
“마법은 이제 하나씩 채워 넣으면 되죠. 원하시는 마법을 생각해보십시오. 보통 조각상은 수호나 정화, 경계나 수리 같은 마법들이 주로 걸려 있습니다.”
마법 조각상은 보통 저택에 설치되는 만큼, 영역을 보호하거나 정화하는 계열의 마법들이 자주 설치되었다.
그 정도 마법들은 이한도 얼마든지 순식간에 그려넣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봤자 4서클 이하 정도일 테니 충분하지.’
그렇게 생각한 이한은 순간 자기 자신의 감각에 경악했다.
어쩌다가 4서클 마법이 이렇게 만만한 게 된 거지?!
“이한?”
“하,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 잠깐 다른 구역 돌면서 일 도와드리고 올 테니, 그 사이 어떤 마법을 넣을지 한 번 고민해보십시오. 누가 말 걸면 길게 대답하지 말고 최대한 오만하고 무례하게 자기 할 말만 하면 대충 비슷할 겁니다.”
“……”
-……
이한은 아까 그 귀족에게 공방의 시약과 장비, 마법사들을 이쪽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한 뒤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새끼 바실리스크와 단둘이 남은 조우린은 조용히 물었다.
“이한이 유크벨티레를 싫어하는 것 같노라.”
-그 사람이 주인님을 많이 괴롭히긴 해요.
“그, 그런데 왜 가만히 있었어?!”
조우린은 크게 놀라서 새끼 바실리스크를 쳐다보았다.
바로 교수나 해골 교장한테 일러야지!
-…그 사람들도 주인님을 괴롭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