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62)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63화(1262/1266)
1263
화
‘마법 이야기였어?’
새끼 바실리스크 덕분에 조우린은 괴롭힌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마법 교육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조금 괴롭힘처럼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법을 배우는 건 원래 그렇게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했노라.”
-누가 그런 말을 했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새끼 바실리스크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진 몰라도 아주 못된 사람이 틀림없었다.
“이한이 그랬는데…”
-……
새끼 바실리스크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하긴 평소에 놓치기 쉬웠지만, 바실리스크의 주인인 이 마법사 또한 마법에 있어서는 상당히 엄격한 사람이었다.
교수가 이한을 달달 볶는 것처럼 이한도 친구들을 달달 볶는 것이다.
“유크벨티레 전하.”
“그러니까 꼭 괴롭히는 것처럼 보여도 그게 진짜 괴롭히는 게 아닐수도 있…”
“유크벨티레 전하?”
“앗! 유크벨티레가 맞노라!”
자신을 부르는 걸 무시하고 새끼 바실리스크와 속삭이던 조우린은 반복해서 부르는 이름에 한 박자 늦게 깨닫고 황급히 외쳤다.
말을 걸어 온 마법사는 존경심 가득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저번에 뵈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마력이 중후하고 패기가 넘치십니다. 그 사이 무슨 깨달음이라도 있으셨습니까?”
평소 마력을 갈무리하고 다니던 유크벨티레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미처 숨기지 못한 강력하고 순수한 마력의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드래곤 같은 마력이었다.
“유크벨티레는 매순간 깨달음을 얻노라. 계속 나오는 간식 같은 거지.”
“오오…!”
상대가 겉모습도, 마력도, 심지어 말투도 좀 달라졌지만 마법사는 의심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 유크벨티레라고 단언했기 때문이었다.
“올해가 에인로가드 5학년이시라면 통과해야 할 시련들이 여럿일 텐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 유크벨티레는 다 끝냈노라.”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마법사는 깜짝 놀랐다.
이 마법사가 에인로가드 출신은 아니었지만, 졸업하지 않고 에인로가드에 남은 고학년 학생들이 얼마나 괴물들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괴물들이 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난이도 높은 업적인지도.
5학년 학생으로서 학습은 물론이고 온갖 발표나 연구를 통과시켜야 할 텐데…
내년까지 가지도 않고 전부 끝냈단 말인가?
“물론이노라!”
“대단하십니다, 정말!”
마법사는 이번 축제가 끝나고 돌아가자마자 에인로가드에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유크벨티레의 연구가 완성되었다면 마법사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몰려들 테니 직접 찾아가서 보는 건 무리더라도 논문이라도 받아 보고 싶었다.
마법사를 배웅하자 조우린은 뿌듯하게 말했다.
“음. 처음에는 조우린도 걱정했는데 이제는 괜찮은 것 같노라!”
생각했던 것보다 남을 흉내내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조우린은 자신감이 붙었다.
새끼 바실리스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너무 길게 말하시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좀 짧게 말하시는 게…
“어떻게?”
-이러면 어떨까요? ‘비켜라’ ‘방해하지 마라’ ‘도움이 안 되는군’ 같은 식으로요.
“그, 그건 너무 무례하노라…!”
조우린은 경악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한테 저렇게 대답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사람은 원래 저렇게 대답했는데요…
새끼 바실리스크의 말에도 조우린은 믿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유크벨티레 님! 혹시 순례자들이 모여서 만든 마법 작품을 봐주실 수 있으십니까?”
“관두시게! 유크벨티레 전하께서는 형편없는 작품을 매우 싫어하시는…”
누군가 유크벨티레에게 축제 참가자들의 작품을 보여주려고 하자 다른 사람들이 말리려고 했다.
수준 이하의 작품을 보여줘봤자 이 황족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뻔했던 것이다. 괜히 자리의 분위기만 싸늘해질 터였다.
“음! 실로 훌륭하노라!”
“?!!!”
유크벨티레를 만난 적 있는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순례자들이 모여서 급히 만든 작품에 저렇게 호평을 해줄 줄이야.
잡나무들을 크고 거칠게 깎아서 만든 마법 작품들은 투박하고 유치한 면이 강했다. 어린애들이나 좋아하지 뛰어난 마법사는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러나 유크벨티레는 진심으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더 보고 싶노라!”
“전하…!”
“오늘 전하를 처음 뵈었지만, 그동안의 소문이 얼마나 악의적인 헛소문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격한 참가자들과 순례자들은 가짜 유크벨티레에게 환호성을 터뜨렸다.
역시 제국의 소문이란 건 믿을 게 안 되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었을 줄이야!
* * *
“지금 부족한 건?”
친구가 가면을 쓰고 달려왔지만 요네르는 당황하지 않았다. 곁에 있던 연금술사들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누구십니까?”
“아… 도와주러 온 마법사에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요네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면을 쓰고 나타난 마법사는 품질이 떨어지는 시약에 추가로 마력을 부여해 성능을 강화시켰다.
그걸로도 모자라 남는 빈 솥에 전부 물을 올리더니 동시에 물약 제조를 시작했다.
추위 보호 물약은 1학년 때부터 만들던 물약이었다. 이한은 계량도 하지 않고 시약들을 나눠서 던져 넣은 뒤 염동력을 사용해 도구를 동시에 조작했다.
솥 안의 마력을 확인한 뒤 부족한 곳에는 추가로 마법을 시전하고, 넘치는 곳은 액체 조작으로 양을 다른 솥에 덜어 담았다.
순식간에 솥 다섯 개 분량의 물약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이한은 연금술사들에게 외쳤다.
“30분 후 불 끄고 물약병에 담아 넣도록!”
가면을 쓰고 나타난 마법사는 왔을 때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연금술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렇게 급하고 과격하게 물약을 만드는 건 처음 보았던 것이다.
연금술이란 마법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복잡한 학문이라 동작 하나, 순서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무슨 나루터 여관 주인이 솥에 수프 끓이듯 대충…?!
“아니?!”
연금술사들은 솥 안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놀랍게도 다섯 솥 안의 내용물들의 상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던 것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물약을 보며 연금술사들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물약을 저리도 짧은 시간에, 그것도 대량으로 완성할 수가 있단 말인가?
“대, 대체 저 분은 누구십니까? 저 정도 연금술사라면 이름을 못 들었을 리가 없…”
“아… 어… 그, 나고 가문의 스테달이에요.”
요네르는 새로 가명을 말하기도 뭐해서 친구가 자주 쓰는 가명을 던졌다.
“과연…!”
“들어본 적 있습니다! 나고 가문의 스테달이라면 분명 연금술에도 뛰어나다고!”
“네? 들어본 적 있어요?”
예상 밖의 반응에 요네르는 살짝 당황했다.
그렇게 유명했나?
친구가 쓰는 가명이 이렇게 바로 호응이 나올 만큼 유명할 줄은 몰랐는데…
* * *
“파리딤 님!”
“아. 오셨습니까. 지금 뼈 주사위 점을 펼치기 위해 대가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예지 마법사들은 신중하게 마법의 제물을 준비중이었다.
미래를 엿보는 일이 마법사에게 강한 부담을 주는 만큼, 대가를 먼저 바침으로서 완충을 시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뼈 주사위 점은 뼈로 만든 백면체 주사위를 굴림으로서 현재 자리의 취약점을 점치는, 이런 행사에서 자주 펼쳐지는 점이었다.
잘 어울리는 제물로는 황동 주괴 5개, 1년 넘은 촛대와 거울, 일주야 동안의 진심 어린 기도 등등이 있었다. 마법사들은 어떤 제물을 어떻게 나눠서 부담할지 고민 중이었다.
“이거 마력 지불 가능한 점 아니었습니까?”
“예? 그렇긴 합니다만…”
이한은 마법사들 사이에 있던 뼈 주사위를 집어들더니 던졌다. 예지 마법사들은 기겁해서 외쳤다.
“위험…!”
그러나 이한이 피를 토하거나 저주를 받아 나뒹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가면을 쓴 이 마법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사위를 다시 굴리고 또 굴렸다.
“1, 17, 45, 88, 94. 더 안 나오는군요. 이 정도면 된 거 같습니다. 그럼 이만!”
이한이 사라지자 자리에 있던 예지 마법사들도 방금 전 연금술사들처럼 크게 충격을 받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어… 어떻게 한 겁니까? 저 분은 대체 누구십니까?”
“어느 마탑의 마법사입니까? 알려주십시오!”
요네르와 달리 파리딤은 임기응변에 그리 능하지 못했다.
불쌍할 만큼 허둥대던 이 오쿨로가드의 마법사는 결국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저… 저도 모르는 마법사입니다!”
“……”
* * *
‘닐리아가 조금 걱정되는군.’
이번에는 부여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며 이한은 생각에 잠겼다.
연금술사도, 부여 마법사도 축제 때 바쁘긴 했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부여 마법사들은 서로 싸울 가능성이 높았다.
부여 마법 학파의 평균 인성이 버두스 교수 같다는 뜻은 아니었다. 물론 장인들 중에는 괴짜가 많긴 했지만 버두스 교수는 정말 특출난 예외에 가까웠다.
그보다는 부여 마법사들이 맡은 과제 때문이 더 컸다.
연금술사들은 정해진 물약 몇 개만 계속 만들어내면 됐지만, 부여 마법사들은 마법진 설치는 물론이고 축제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마법 조형물들을 관리하고 확인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문제는 필연적으로 다툼이 일어나기 쉬웠다.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고집이 센 직종인 것이다.
내가 맞니 네가 틀리니로 다투다보면…
“?!”
자리에 도착한 이한은 예상 밖의 상황에 깜짝 놀랐다.
닐리아와 부여 마법사들이 사이좋게 못생긴 악신의 조각상에 걸린 마법을 손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 생각에는 여기에 경량화 마법을 좀 더 걸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니야. 무게는 충분해. 그럴 시간에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참가자들이 급하게 만들어서 균열이…”
물론 다툼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부여 마법사들은 모욕하거나 싸우는 대신 닐리아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강화 마법을 거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크윽. 그렇군요.”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
이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이나 됐다고 벌써 저렇게 친해진 거지?
‘혹시 협박한 건 아니겠지.’
혼란스러웠지만 일단 하나는 확실했다. 닐리아는 별다른 도움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저 모습을 보니 이한은 평소 닐리아가 하던 말도 엄살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모르는 사람들하고 만나면 말하기도 힘들다더니!
* * *
“연금술사님. 감사합니다!”
“난 연금술사가 아니라…!”
“예?”
“…연금술사 맞아요. 흑흑.”
“감사합니다!”
가이난도는 사제들과 함께 해독 물약을 만들고 있었다.
해독 물약이라고 해서 꼭 맹독을 치료하는 물약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 물약의 범주도 상당히 넓어서, 각종 피로나 약한 저주를 낫게 해주는 물약들도 해독 물약에 들어갔다.
거기에 흑마법 학파인 가이난도는 저주를 막는 액막이 물약도 만들 줄 알았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귀한 물약 선물에 크게 감사해했다.
“잘하고 있군.”
자리에 도착한 이한은 안심했다.
요네르와 다른 구역에서 작업 중이라 혹시 무슨 문제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가이난도도 알아서 잘 하고 있었다.
1학년 때 연금술을 얕보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숙련된 솜씨였다.
“이ㅎ…!”
“쉿. 가면 쓰고 있잖아.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아, 알겠어. 그보다 보고할 게 있는데.”
“수도 장난감 가게나 수도 잡지 가게에 확인할 게 생겼다는 보고 같은 건 아니겠지?”
“……”
친구의 말에 가이난도는 움찔했다.
조금 고민했었던 걸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아, 아니거든! 아까 물약 받아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저기 황금잎사귀 숲에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이상했는데?”
“그게 궁금해서 캐물어봤는데, 다들 대답을 피하더라고…”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같은 참가자를 괜히 확실하지도 않은데 신고하는 게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연금술사가 뭐하는 마법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믿고 낱낱이 털어놓겠는가.
“음. 잠시 기다려봐라.”
이한은 잠깐 인파 사이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친구의 얼굴은 한층 굳어진 상태였다.
“들어봤는데 수상하군. 확인해봐야 할 거 같다.”
“…어!? 어떻게 들었어!?”
‘협박했나?!’
가이난도는 친구가 협박했나 싶었다.
역시 에인로가드 출신 전문가답게 짧은 사이에 용케…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가면 벗고 내가 누군지 알려줬어. 감동해서 바로 다 알려주시던데.”
“……”
어쩐지 아까 저기서 환호성 같은 게 들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