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66)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67화(1266/1266)
1267
화
조우린의 말에 정신을 차린 이한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칭찬이라 하더라도 선량한 드래곤의 칭찬과 비버 수인 놈의 칭찬은 다른 법.
버두스 교수가 ‘이야 살아 움직이는 거 같은데? 하나 더 만들어!’하고 칭찬하는 것과 조우린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노라!’하고 칭찬하는 건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버두스 교수 밑에서 혹사당한 보람이 조금은 있군.’
조우린이 왜 놀라는지는 알 것 같았다.
이한이 반강제로 익힌 버두스 교수의 독자적인 마법이 얼마나 많던가.
<비블레의 마력 발산 부여>, <비블레의 마력 흡수 부여>, <비블레의 마력 증폭 부여>, <비블레의 마력 증량 부여>, <비블레의 마력 가속 부여>…
이 모든 게 다 버두스 교수의 사악한 야망을 위한 마법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한의 부여 마법 실력을 대폭 상승시켰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같은 마법 조각상이라 하더라도 세밀하게 부위 하나하나에 마법을 걸어서 연계시키니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터.
“전하. 이게 마법의 힘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식과 경험이 융합되면 이렇게 세세히…”
-주인님.
“…아니, 살아 움직이잖아!?!?”
이한의 비명에 조우린은 볼을 부풀렸다.
그러니까 살아 움직인다고 아까부터 말했는데!
-주인님. 저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옥처럼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아름다운 블랙 드래곤 조각상은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여기서 제 명예와 핏줄로 맹세하겠습니다. 약자를 보호하고 신성한 영역을 수호하리라고 말입니다.
“……”
“……”
충격에 빠진 이한을 조우린이 붙잡고 흔들었다. 지금 조우린에게는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것이다.
“이한, 이한.”
“예… 예?”
“왜 블랙 드래곤이 완성된 거야? 심지어 성격도 우만 같노라.”
분명 조우린은 자신과 같은 색을 가진 골드 드래곤을 조각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한이 이것저것 마법을 걸고 하다 보니 어느새 살아 움직이는 블랙 드래곤 조각상이 탄생한 것이다.
심지어 더 열받는 건 성격도 우만 같다는 것이었다. 상대가 약한 조각상만 아니었어도 조우린의 일격을 날렸을지도 몰랐다.
“…잘 모르겠습니다. 마법이란 정말 신비하고 난해한 것이라…”
다시 정신줄을 붙잡은 이한은 등 뒤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변명했다.
안 그래도 변신도 블랙 드래곤으로 했는데 조각상까지 이런 게 튀어나왔으니 식은땀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진상을 알게 되면 조우린이 최소한 우만은 공격할 것 같았다.
‘가르시아 교수님. 죄송합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한은 크게 자책했다.
분명 입학했을 때부터 가르시아 교수가 가르쳐주지 않았던가.
마법은 끝없는 겸손함으로 마주봐야 한다고.
조금 익숙해졌다고 건방지게 다른 생각을 하면서 마법을 시전하니 이런 결과물이 튀어나오지!
‘침착하자. 그래. 이유가 없진 않다.’
사실 이한은 이와 비슷한 현상을 이미 목격한 적이 있었다.
바로 뛰어나고 감수성 넘치는 부여 마법사들이 모이는 마법학교. 페트로가드에서였다.
이 페트로가드의 마법사들은 영감과 행운의 힘을 빌려 지금은 실전된 원시 마법의 길, 즉 작품에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마법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조각상이나 위대한 예술가가 그린 젊은 왕자의 초상 같은 게 좋은 예시였다.
영원한 생명까진 아니어도 한정적으로 생명을 부여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실제로 이한의 동문 선배이자 강력한 마법사인 위대한 예술가도 원하는 대로 성공시키지 못해서 끙끙 앓지 않았던가.
‘…문제는 왜 지금 그게 완성되었냐는 거지.’
이한은 깊은 혼란에 빠졌다.
마법에 잠깐 집중 안 한 게 이렇게까지 상상 못한 결과로 돌아올 거라고는 정말 몰랐다.
이게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었단 말인가?
다른 집중 안 한 놈들은 마법 실패나 머리카락 끝이 조금 불타는 정도던데…
‘내가 무슨 마법들을 시전했더라? 상승 작용? 중첩 효과? 아니면 혹시 무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을 한 것 때문에?’
-주인님과 계약하신 위대한 선조 드래곤이시여! 저처럼 미천한 드래곤이 이렇게 뵙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습니다.
“아, 아니. 조우린이 그 정도는 아니노라.”
상대의 반응에 주먹을 쥐고 노려보던 조우린이 오히려 당황했다.
너무 공손하다 못해 비굴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아닙니다. 저는 드래곤의 핏줄을 타고 났지만 완전하지 못한, 사실상 반쪽짜리 존재. 진정한 드래곤 앞에서 드래곤이라고 할 자격도 없는 존재입니다.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조우린은 화가 나서 조각상을 꾸짖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면 조우린이 가서 일격을 날려버리겠노라! 너도 훌륭한 드래곤인데!”
-선조님…!
“응!”
비굴할 정도로 자학이 심한 조각상을 달래고 나자 조우린은 마음이 조금 풀린 모양이었다.
“음. 조우린이 오해한 것 같노라. 저 드래곤은 우만보다 더 착하노라.”
“…??”
이한은 살짝 당황했다.
이 올해 새로 온 감찰관이 분명 에인로가드에서는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저지르긴 했지만…
…그래도 조우린에게는 꽤 착한 동생 아니었나?
“우만 전하도 꽤 착…”
“음?”
조우린이 고개를 돌렸다. 이한은 예지 학파 마법사로서 불길한 미래를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위험하다!
“…하시지만 저 조각상보다는 덜하시긴 하군요.”
“정말로 맞노라! 우만은 조우린한테 힘든 일을 시키고, 계약자와 놀지도 못하게 하고, 계약자를 뺏어가기까지 하노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나쁜 드래곤 같습니다. 선조님. 제가 비록 한낱 약한 존재라 하더라도 맞서 싸우겠습니다!
충성스러운 조각상의 모습에 조우린은 크게 감동했다.
저게 진짜 동생이지!
“저 드래곤을 조우린의 집으로 데리고 가야겠노라!”
그러나 조우린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이변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잠, 잠깐. 이게 대체… 설마 만드시던 조각상이십니까?”
“유크벨티레 전하! 전하의 능력을 의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만, 설마 이런 것까지 가능하실 줄은… 이건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이나 가능한 것 아닙니까?”
“페트로가드에서도 이게 가능한 건 극소수요. 그들이 알면 크게 난리가 나겠군! 그들이 싫어하는 버두스 교수의 학파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원래 유크벨티레를 찬양하고 아첨하던 사람들보다, 유크벨티레를 싫어하거나 이번 의뢰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들이 더 크게 놀랐다.
설령 유크벨티레의 능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런 인맥쌓기용 의뢰에서 무슨 대단한 마법이 나오겠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조각상은 정말로 대단했다. 유크벨티레를 제 2의 비블레 버두스라고 싫어하던 마법사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건 에인로가드 부여 마법 학파와 전혀 다른 방식의 마법 아닌가!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의 방식으로 이렇게 완벽하게 구현해내다니. 어쩌면 이번 의뢰에서 가장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건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버두스 교수와 그 학파를 싫어하는 사람들인데…
아까까지만 해도 유크벨티레로 충분히 위장할 수 있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조우린이었지만, 이제까지 왔던 것보다 몇 배는 되는 인파가 몰려와서 말을 걸어오자 안색이 변했다.
이렇게나 많다고!?
두 시간 후.
“헉, 헉. 조우린… 아니, 유크벨티레는 정말 힘드노라…”
“고생하셨습니다. 전하.”
사실 유크벨티레였다면 저걸 다 상대해줄 필요도 없이 그냥 휙 사라져버리거나 축객령을 내렸을 것이다.
성실한 성격인 조우린이었기에 두고 나가지 못했을 뿐.
“…생각해보니 우만도 고생이 많노라.”
조우린은 살짝 반성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학기 동안 동생 때문에 손해본 것만 생각하느라 심술이 나있었는데, 방금 겪은 고생 때문에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이렇게 수많은 인파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힘들고 짜증나는데 우만은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맡고 있는 것 아닌가.
손윗누이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기회다 싶어서 이한은 입을 열었다.
평소 우만에 대해 이야기만 해도 투덜댔던 탓에 역효과가 날까봐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
마음 같아서는 둘을 좀 화해시키고 싶었다.
화해라기보다는 조우린이 일방적으로 화를 내는 것에 가깝긴 했지만 어쨌든!
“확실히 우만 전하께서도 고생이 많으십니다.”
“으응.”
이한은 에인로가드의 사악한 교수들과 사악한 교장, 그리고 사악한 학생들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여기에 맞서는 감찰관이 얼마나 힘들고 또 얼마나 기특한지도.
실감 나는 설명에 집중해서 고개를 끄덕이던 조우린은 멈칫했다.
“그런데 이한.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아무 잘못이 없고 다 착하다고 했잖…”
“전하. 이야기를 들으시는 도중에 끊으시면 안 됩니다.”
“알겠노라…”
조우린은 헷갈렸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만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드래곤 형태로 돌아가 에인로가드 부지의 땅을 갈아엎고 썩은 나무를 치우고 망가진 시설을 보수하느라 고생한 게 조금은 용서되는 것 같았다.
전부는 아니고…
다 들은 조우린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결심했노라! 앞으로 조우린은 우만을 응원해야겠노라.”
“잘 생각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 감찰관 역할이었다. 조우린이 지지해준다면 우만에게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럼 응원해주는 김에 가서 마법을 좀 도와주는 게 어떠니?
마귀할멈이 불쑥 다시 나타났다. 조우린은 놀라는 대신 상대의 기운을 확인하듯 콧등을 찡그렸다.
“고나달테스와 비슷하지만 더 혼란스럽고 탁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노라.”
제법이구나! 역시 동생보다는 누이가 낫지.
“!”
조우린은 혹시 상대가 꽤나 좋은 사람인가 싶었다.
“무슨 일로 다시 오셨습니까?”
말 그대로란다. 젊은 드래곤이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그 능력이 아직 다 완성되지는 않았지. 대마법이란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
이한은 갈등하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마귀할멈의 비술을 제대로 시전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안 그래도 방금 말도 안 되는 실수로 상상 외의 마법을 완성시키지 않았는가.
하지만 아까부터 우만이 고생하는 게 눈에 밟혔다. 게다가 조우린에게 방금 그렇게 말해놓고서 자신이 도우러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좋습니다! 지금 도우러 가겠습니다. 가면서 비술 좀 설명해주십시오. 최대한 천천히, 쉽고 자세하게, 2학년 학생 수준으로…”
같잖은 엄살 떨지 말거라.
앞장서서 움직이는 이한의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조우린은 볼라디 교수에게 물었다.
“이한은 왜 교수에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노라.”
볼라디 교수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부탁하면 대신 시전할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제자가 직접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마 제자가 갖고 있는 그 특유의, 마법에 대한 적극성과 진취성 때문이리라.
이걸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