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80)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80화(1279/1287)
1280
화
“크윽…!”
징벌방 안에서도 천리 밖을 보는 친구의 감시에 괴로워하던 가이난도는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이동하자.”
“????”
랫포드와 살코는 눈을 끔벅였다.
혹시 워다나즈가 징벌방 안에서 원격으로 이 황자 놈한테 환상 마법이라도 걸었나??
“지금 뭐였지? 뭘 한 거냐?”
“뭐가? 이동하자고 했는데?”
“아니… 방금까지만 해도 워다나즈의 감시가 있냐 없냐 하던 놈이 왜 갑자기 정신을 차리는 건데? 무섭잖아!”
“그야 신경써봤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가이난도는 오히려 살코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주변에 감시가 있나 없나 확인도 했고,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운명을 받아들일 뿐.
“……”
“…푸른 용의 탑 놈들은 다 저러냐, 랫포드?”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쉽게 순응하는 가이난도의 모습에 둘은 더더욱 경악했다.
대체 이 탑은…?!
“야. 다 들리거든? 그리고 아까 확인한 건 이한이 종종 감시를 붙여놓을 때가 있어서 그런 거야.”
가이난도는 푸른 용의 탑에서 있었던 일화를 둘에게 들려주었다.
다른 친구들과 몰래 숨어서 마법사 카드를 하거나, 마법사 윷놀이인 마도척사를 할 때마다 이상하게 이한이 들이닥치는 경우가 잦았던 것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한이 휴게실에 투명한 감시용 정령을 배치해놨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아까도 혹시 있나 확인한 거지.”
“…랫포드, 그런 게 있냐?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제가 알기로 워다나즈 님은 정령하고 안 친해서 저런 거 못할 텐데요?”
둘은 안 들리게 수군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워다나즈의 거짓말 같았다.
그보다 가이난도와 같이 논 멤버 중에 첩자가 있는 것 같은데?
‘워다나즈 놈. 진짜 황자를 갖고 노는구나!’
감시당하고 있으면서도 진짜 감시는 모르게 하다니.
같은 탑의 리더로서 살코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흰 호랑이 탑의 모라디가 친구들을 능수능란하게 조종한다지만 워다나즈는 그 차원이 달랐다.
심지어 여기 푸른 용의 탑 황자 놈은 그냥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내가 남 이야기 할 때가 아니었군. 나도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었으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살코는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살코도 푸른 용의 탑 학생을 욕할 때가 아니었다. 자리에 있지도 않은 워다나즈에게 조종된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자신의 곁에도 첩자가 있을지도 몰랐…
‘헉!’
살코는 순간 랫포드를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랫포드 또한 워다나즈와 매우 친한 마법사 중 하나였다.
설마…?
랫포드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살코는 고개를 흔들었다. 랫포드처럼 성실하고 봉사 정신 투철한 친구가 그럴 리 없었다.
“그래. 황자 말대로 움직이자고.”
앞에서 살코가 먼저 걸어가자, 뒤에 있던 랫포드는 의미심장하게 미소지었다.
* * *
에인로가드에는 여러 지하 구역들이 있었다.
지하 광산 구역도 있었고, 호수 지하도 있었으며, 산맥의 지하도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복잡하고 정신없는 미궁을 꼽는다면 에인로가드 본관 건물 지하를 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에인로가드 본관의 지하에는 끝이 없었다.
가장 지하층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마 해골 교장 본인도 모를 거라고 학생들은 수군거리곤 했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계속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곳. 그게 바로 에인로가드의 지하였다.
그렇기에 1학년 때 학생들은 지하 1층 이상으로 내려간 적이 별로 없었다.
워다나즈 같은 이상한 놈이나 겁없이 지하 2, 3층 넘어 내려갔지 일반적인 학생들은 별 일 없으면 굳이 아래로 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이난도 일행은 다른 학생들을 발견했을 때 일단 경계부터 했다.
“사람이다!”
“진짜 사람 맞아? 사람 흉내내는 언데드 아니야?”
“…황자, 너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이상할 정도로 구체적인 의심에 살코는 당황했다.
흑마법 학파에서 무슨 사람 흉내내는 언데드라도 나왔었나?
“아, 아니. 이한이 이런 거 의심부터 하라고 해서…”
정확히는 ‘일단 믿지 말고 경계부터 해라’였지만 가이난도는 자기 좋을 대로 재해석했다.
이한이 들었다면 등짝을 한 대 때렸을 소리였다.
“뭐야? 너흰 누구냐?”
상대방도 가이난도 일행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허리춤에 찬 검과 복장을 보고 일행은 상대가 흰 호랑이 탑 선배들이란 걸 깨달았다.
“저 선배는… 우킴 가문의 팔가 선배다. 옆에 있는 건 에스타 가문의 이반나 선배야.”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네 탑 학생들 중 가장 인맥이 넓은 편이었다.
암시장부터 시작해서 에인로가드의 물류를 흐르게 만드는 상인들이 모여 있는 만큼 당연했다.
워다나즈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에인로가드 상계의 큰손들은 대부분 검은 거북이 탑 출신이었다.
그런 만큼 살코와 랫포드는 두 선배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았다.
가이난도는 잔뜩 긴장해서 물었다.
“흰 호랑이 탑 출신이면 칼 든 강도 아냐?! 선공해야 하지 않을까?”
“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해. 하지만 저 선배들은 좀 온건한 편이다.”
살코도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칼 든 강도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일단 앞에 둘이 3학년 학생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쪽은 2학년 2.5명인데 앞은 3학년 2명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불리했다.
게다가 여긴 지하 4층 아닌가. 어디선가 처음 듣는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데 싸우고 싶진 않았다.
다행히 두 선배는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팔가 선배는 결투 클럽 소속으로서 명예를 중요시하는 만큼 후배하고 굳이 불필요한 싸움을 할 성격은 아니었고, 이반나 선배는 흰 호랑이 탑에서 이름난 밀수꾼으로서 검은 거북이 탑과 꽤 상부상조하는 사이였다.
“저는 투탄타입니다, 선배님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뭐야. 투탄타였나? 여긴 왜 내려왔지?”
“선배님들과 같은 이유 아니겠습니까!”
“늪지대?”
질문에 살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흰 호랑이 탑 선배들은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주변부터 확인했다.
에인로가드에서는 후배라고 하더라도 절대 얕봐서는 안 됐다. 특히 어떤 후배는 매우 치명적인 맹독을 갖고 있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꼭 그런 후배까지 안 가더라도 후배들을 앞에 세우고 뒤에 매복해있는 놈들도 있었다. 경계해서 나쁠 건 없었다.
“…다른 놈들은 없는 거 같군. 너희도 초상화 소문을 듣고 내려왔냐?”
“예.”
“시험 기간인데 용케도 내려왔군.”
랫포드는 검은 거북이 탑 소속답게 재빨리 아첨했다.
“선배님들도 대단하십니다. 벌써 시험을 끝내고 내려오시다니.”
“……”
“……”
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얼굴이 굳었다. 그 모습에 랫포드는 아차 싶었다.
설마 이 선배들도?
가이난도가 옆에서 속삭였다.
“왜 그런 말을 해! 선배님들이 시험을 안 보고 내려왔을 수도 있잖아!”
“제발 닥쳐라 황자놈아…”
살코는 이를 갈며 말했다.
다른 탑 선배를 자극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팔가는 헛기침을 했다. 선배의 체면이 있는데 이 주제로 길게 이야기해서 좋을 게 없었다.
“음. 그런 셈이야. 너희도 그러면 늪지대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건가.”
“그렇습니다.”
“포기하는 게 좋을걸.”
대화를 듣고만 있던 다른 선배, 이반나가 입을 열었다.
“우린 지금 포기하고 돌아가는 길이었거든.”
“예? 그게 정말이십니까?”
“정말이야. 늪지대 앞에 서보면 알게 될 거다.”
살코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 조심스럽게 늪지대 가까이 접근했다.
지하 4층의 어두컴컴한 통로를 전부 차지하고 있는 질척질척한 늪지대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깊었다.
당연히 에인로가드의 늪들은 마법이 걸려 있는 게 많아 일행 또한 준비를 해왔었다. 살코는 단단한 목상을 부숴 갖고 온 조각배를 소환하려고 했다.
“…?!”
그러나 조각배는 순식간에 늪 아래로 가라앉았다. 마치 부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고 역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봤지?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안 본 사이 심해졌어.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거 같아.”
두 흰 호랑이 탑 선배들이 물러나려고 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여기 늪지대는 통과가 몇 배로 힘들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돌아가려던 두 선배는 멈칫했다.
후배들이 포기하고 물러서는 대신 늪지대 앞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에 이반나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꼭 직접 해봐야 포기를 하지.”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우리도 2학년 때는 저랬잖아.”
“좋게 말해줘도 말을 안 듣… 저건 뭐지?”
“?”
팔가는 친구의 지적에 시선을 돌렸다.
검은 거북이 탑의 드워프 학생이 무슨 종이를 꺼내더니 거기에 깃펜으로 글씨를 적어 넣고 있었다.
-황자 놈한테 뭘 줬다고? 열어보라는데?
-이한이 준 주머니가 있긴 한데. 이거 말하는 건가?
“저거, 무슨 아티팩트야?”
“아티팩트는 무슨… 아마 친구하고 연락용으로 갖고 있던 거겠지. 별 거 아닐 거다.”
그러나 둘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후배들이 뭔가 꺼내서 뿌리자 늪지대의 겉표면이 갑자기 걸어갈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변했던 것이다.
-됐다! 가자!
“…???!!!”
* * *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한은 옆방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가이난도가 떠나기 전에 볼라디 교수가 조언해주지 않았다면 늪지대에서 발걸음이 묶였을지도 몰랐다.
“그쪽 늪이 주기적으로 사람의 접근을 막는지는 몰랐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학창 시절에 종종 수련하곤 했다.”
“……”
이한은 멈칫했다.
어라?
‘아, 아니. 정말 위험한 곳이라면 교수님께서 말리셨겠지.’
교수님이 학창 시절에 수련을 위해 찾아갔을 정도로 위험한 장소에 친구들을 보내도 되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볼라디 교수가 그렇게 매몰찬 사람은 아니었다.
만약 그렇게 위험했다면 가이난도가 가지 못하게 말렸을 것이다.
“교수님. 가이난도를 싫어하거나 하진 않으시죠?”
“그게 누구지?”
“?!!!”
이한은 공포에 질렸다.
큰일났다!
“정말 모르십니까!? 저하고 같이 돌아다니는 그… 금발 친구…!”
“농담이다.”
“……”
순간 이한은 앞으로 간식이고 뭐고 안 준다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 친구들이 지하에 내려간 상황에서 지하 전문가한테 건방지게 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 하하. 교수님의 농담은 정말… 재밌습니다! 너무 웃겨서 바로 대답을 못 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군.”
“…교수님 설마… 아닙니다.”
이한은 혹시 볼라디 교수가 앞으로도 더 농담을 하려는 건가 싶어서 불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 * *
-워다나즈? 워다나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겠지?
-미안하다. 배그렉 교수님께서 농담을 하셔서 대답이 늦었다.
-???
-??????
-무슨소리를하는지이해가잘안갑니다.
-나도 이해 잘 안 가니까 뭐라고 하지 마라. 몰라. 교수님께서 기분이 좋으신가봐. 곧 학기 끝이라 그런가?
-아. 맞아. 교수님은 학기 끝나면 석방이지.
-워다나즈는 아니지만.
-……
-알파 님은 말을 왜 그렇게 하십니까!
-아, 아니. 놀리려고 한 게 아니라…!
-다들 시끄럽다. 살코. 늪지대에서 조각배 몰 때 천장 조심해라. 천장에서 종종 몬스터들이 나온다는군.
“과연.”
살코는 친구들과 같이 위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쥐 형태의 몬스터들이 기둥과 조각 사이 숨어 있느 게 보였다.
“또 맞췄어…!”
“저 아티팩트, 대체 뭐냐?”
두 흰 호랑이 탑 선배들은 의문 가득한 시선으로 후배들을 쳐다보았다.
설마 저게 지혜의 초상화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