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82)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82화(1281/1287)
1282
화
세이렌들이 물러나는 속도는 정말로 재빨랐다.
어찌나 빨랐는지 멀리서도 첨벙거리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릴 정도로.
“물러난 게 아니라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는데?”
옆에 있던 가이난도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쉿. 워다나즈를 자극하지 마라. 연락두절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아니, 솔직히 이한 보고 도망치는 게 한둘이 아닌데 왜 아직도 저러는지 모르겠어.”
가이난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말했다.
정령부터 시작해서 온갖 존재들이 친구를 보고 도망쳤는데 왜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는 걸까?
흑마법 학파인 가이난도 입장에서 저건 축복 받은 재능이었다.
그런 말을 하면 등짝을 한 대 맞아서 차마 말은 못했지만…
‘나는 언데드들 겁먹게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언데드계에 건너가면 맨날 언데드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얕잡아보는 게 느껴졌다.
친구처럼 무시무시한 위엄이 있으면 좋을 텐데!
“가이난도 님도 마법사 카드 매번 지지만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부정하시잖습니까. 누구나 그런 거죠.”
“뭐… 뭐… 뭐… 어, 어떻게 그런 모욕적인 말을?! 네가 그렇게 품위 없고 천박하고 비열하고 사악한 마법사인 줄은 몰랐어, 랫포드!”
‘아니. 이 자식 황족이 맞긴 하군.’
살코는 살짝 놀랐다.
평소 맨날 단순하고 짧은 어휘(간식, 디저트, 식사 등등)만을 써서 진짜 황족 맞나 싶었는데 이 자식도 필요할 때가 되니 꽤나 고급스러운 어휘를 구사할 줄 알았다.
-살코, 왜 대답이 없지? 혹시 가이난도하고 말도 안 되는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겠지. 세이렌이 도망쳤다는 헛소문 같은…
‘헉.’
살코는 기겁해서 대답했다.
-무슨 소리냐? 그런 대화는 하지 않고 있었다.
-글씨체가 조금 떨리는 거 같은데?
-아까 세이렌을 막느라 가이난도가 무식하게 우리한테 저주를 걸어서 그런 거다.
-아. 현기증 노래로 막았나보군. 가이난도한테 하급 영혼 방어 마법 좀 익히라고 전해라. 올해 초부터 말했는데 아직도 안 익혔군.
“…그거 3서클 마법이라고…”
가이난도는 울상이 되어 변명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 먼 곳에서도 잔소리를 할 수 있지?
-2학년이면 3서클 마법 정도는 충분히 익힐 수 있는 범주인데 말이지.
“!??!!?”
* * *
“새파랗게 겁에 질렸는데?”
이반나는 멀리서 가이난도를 보고 중얼거렸다.
종이와 대화하던 후배 한 명이 새파랗게 겁에 질리더니 엉덩방아까지 찧은 것이다.
팔가는 놀랍지 않다는 듯 말했다.
“강력한 아티팩트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지.”
특히 저런 대화 가능한 아티팩트들은 더욱 더 조심해야 했다.
이 아티팩트가 그저 순전히 마법사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어떤 사악하고 강력한 타차원의 존재가 갇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지혜와 힘에 취해 마구 털어놓았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아마 아티팩트가 본색을 드러낸 모양이야.”
“그럼 정말 저 아티팩트가…”
“그래. 가능성이 높다.”
팔가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우연일지 몰라도 몇 번이고 저 아티팩트로 난관을 해결했다는 건…
저 종이 뭉치가 그들이 찾는 지혜의 초상화에 버금가는 아티팩트라는 걸 의미했다.
“그럼 할 건 하나밖에 없네. 뺏자!”
“잠깐. 이반나.”
“말리지 마. 네가 말리면 나 혼자서라도 나설 거니까.”
“그런 뜻이 아니다. 잘 생각해봐라. 아무리 후배들이라 하더라도 저 아티팩트가 진짜라면 쉽게 뺏을 수 있을까? 이미 경계하고 있는데?”
“…!”
아픈 곳을 찔린 친구의 표정이 변했다.
확실히 팔가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경계를 푼 상태면 모를까, 경계하고 있는 후배들을 상대로 아티팩트를 탈취하는 건 쉽지 않았다.
심지어 저 아티팩트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맞는 말이야. 그보다 팔가. 아닌 척하면서 어떻게 뺏을지 고민하고 있었구나? 역시 너도 흰 호랑이 탑의 피가 흐르고 있었어.”
“무… 무슨 소리냐! 아니야! 널 막으려고 말한 거다! 그리고 흰 호랑이 탑의 정신은 그런 게 아니야!”
둘이 떠드는 사이 호수 안쪽에서 무언가 거대한 게 솟구쳐 올라왔다.
그건 차라리 섬이라고 부르는 게 걸맞을 만큼 커다란 존재였다. 이 바윗덩어리는 우렁우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세이렌을 괴롭히는 거야?
“…?!?!?!”
처음 보는 몬스터의 모습에 두 3학년 학생들도 크게 당황했다.
에인로가드 지하에 심연괴수, 공간을 오염시키는 촉수를 갖고 있는 식인식물, 졸업을 포기하고 지하로 은둔한 선배 등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몬스터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대체 뭐지?
“불, 불가살이! 불가살이다! 저건 불가살이야!”
이반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에인로가드 지하 호수 어딘가에 불가살이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이야!
무쇠를 먹고 성장하는 이 부정형의 몬스터는 정해진 생김새가 없었다.
뭘 먹고 어디서 자라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지는데, 저 덩치를 보니 어지간히도 잘 지낸 게 분명했다. 그것도 일이년이 아니라 수십년 단위로.
“어떤 미친 선배가 불가살이를 마법학교에 데리고 온 거야!? 학교 무너지면 어쩌려고!?”
이반나는 깊게 분개했다.
미친 짓을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불가살이 같은 몬스터가 성질 나쁘게 성장하면 작은 마을 하나는 그냥 파괴되었다.
“에인로가드가 저 정도에 무너지진 않겠지. 그보다 우리도 나서야 할 것 같은데.”
팔가는 후배들과 협력해야 하나 고민했다.
아까 세이렌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불가살이는 정말 후배들끼리 상대할 방법이 없어보였다.
체급 차이부터가 너무 심한데다가 어지간한 공격은 전부 막힐 텐데…
“그냥 빠지는 게 낫지 않아?”
“안 돼. 그럴 순 없어.”
“쳇. 알겠어. 시선을 끌어보도록 하지.”
두 선배가 즉석에서 계획을 짜는 사이 가이난도가 겁에 벌벌 질려서 외쳤다.
“저, 저희 안 괴롭혔어요!”
그런데 왜 세이렌들이 저렇게 겁에 질려서 도망쳐?
“몰라요! 집에 침입자라도 왔나보죠!”
되는 대로 던진 말이었지만 꽤나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종종 세이렌의 영역에 들어가 이들의 눈물이나 조개껍질을 훔쳐서 달아나곤 했던 것이다.
불가살이는 설득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건 말이 되네.
“혹, 혹시 불가살이 님이신가요?”
맞아. 내 정체를 아는 거 보니까 고학년인 모양이군?
“아뇨. 2학년인데요…”
작년에도 1학년 학생이 왔었는데, 혹시 작년 신입생들이 다들 특별한 거야?
“……”
“……”
누가 왔을지 묻지 않아도 일행은 알 수 있었다. 살코는 재빨리 이한에게 불가살이를 만났다고 연락을 보냈다.
-너 혹시 불가살이하고 싸우거나 하진 않았지? 불가살이에게 겁을 줬거나?
-그 덩치가 어떻게 나한테 겁을 먹어? 미쳤냐?
-그, 그건 그렇지만… 원래 두려움이란 건 비논리적이잖아.
“사실 그 1학년 학생이 제 친구에요.”
뭐? 진짜?
불가살이는 놀란 반응을 보였다. 가이난도는 상대가 왜 놀라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내가 이한의 친구치고는 너무 상냥해 보이는 걸까?’
너는 별로 강해보이지 않는데?
“…친, 친구 사이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건 그렇긴 해. 다들 여긴 무슨 일로 왔어?
불가살이는 느긋한 태도로 물었다.
상대가 공격할 것 같지는 않자 일행은 안심하고서 대답했다.
“초상화를 찾으러 내려왔습니다.”
초상화? 아, 그거 말하는 거구나.
“…!!!!!”
학생들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불가살이의 반응은 ‘그런 게 있었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정, 정말 있나요!?”
말하는 초상화 아니야? 작은 친구들이 안쪽에 들어가서 숨겨놓는 걸 봤어.
‘찾았구나!’
작은 친구들이란 건 다른 선배들을 의미하는 것일 테고, 저 안쪽에 들어가서 숨겨놨다는 건 소문이 맞았다는 걸 증명했다.
남들이 건너기 힘든 늪지대는 물론이고 호수와 폭포까지 넘어서 안쪽에 숨겨놨다니.
“혹, 혹시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음. 작은 친구들이 비밀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그 신입생한테 잘 대해주라고 했으니까.
“예? 누가요?”
뭐가?
“누가 이한한테 잘 대해주라고 한 거죠?”
2학년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던졌다. 불가살이는 당황했다.
아, 안 그랬어. 아무도 그런 말 안 했어.
“방금 하셨…”
그만 물어봐! 그리고 나는 스스로 에인로가드 지하에 흘러들어왔어. 어떤 학생도 날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
학생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살코의 뒤에서 한 사람이 쉭 나타났다.
흰 호랑이 탑 3학년 선배 이반나였다.
“!?!”
살코는 아차 싶었다.
불가살이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선배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순간에 기습을 하다니! 대체 왜!’
이를 악문 살코는 방어를 굳혔다. 곧 이어질 강력한 타격을 각오하면서.
“
바위여, 내 몸을 덮고…
”
그러나 선배는 살코를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살코가 들고 있던 종이 뭉치 아티팩트를 뺏은 뒤 기쁨에 차서 외쳤다.
“내가 손에 넣었다! 내가 손에 넣었다고!”
“????”
후배들이 미친놈 보듯 쳐다보았지만 이반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탈출을 시도했다.
얻을 걸 얻었으니 탈출할 때였다.
“
그림자여, 당겨라!
”
놀랍게도 저 멀리 고정된 이반나의 그림자가 주인을 확 끌어당겼다. 변환 마법의 창의적인 응용이었다.
“선배님! 잠깐만요! 대체 그걸 왜…”
“후배들, 사과하도록 하지. 하지만 기억해둬. 에인로가드에서는 그 누구도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이반나는 쉭 다시 날아갔다. 가이난도와 친구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쳐다볼 뿐이었다.
대체 저걸 왜 훔쳐가는 거지?
저게 훔칠 만한 물건이야?
불가살이도 의아했는지 물었다.
딱히 대단한 아티팩트 같진 않았다.
고작해야 통신 마법 정도만 걸린 것 같았는데?
“선배님! 이유라도 알려주십시오! 그걸 왜 훔쳐가시는 겁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이반나는 코웃음을 쳤다.
저런 질문으로 발을 묶으려는 건 1학년 때나 하는 짓이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저걸 대답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다.
“이반나, 너!”
분노한 팔가가 앞에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후배들이 도망칠 수 있게 시선을 끈다고 해놓고 갑작스럽게 도둑질을 한 것에 화가 난 모양이었다.
이반나는 작별인사를 하듯 손을 흔들었다.
‘오직 한 사람만이 보물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법이지. 팔가.’
아티팩트에게 새 주인이 나타났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이반나는 종이 뭉치를 펼쳤다.
-살코, 무슨 일 있냐? 왜 대답이 없지?
-떨어뜨린 거 아니야? 누가 훔쳐갔거나…
-이걸 누가 무슨 이유로 훔쳐갑니까?
-…교, 교장 선생님이 우리 감시하려고 훔쳤을 수도 있어.
-진짜 최악의 비유군.
소모임에 모여서 떠들던 에인로가드의 2학년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웬 처음 보는 낯선 글씨체가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거짓말하지 마! 모습을 드러내! 난 네 정체를 알고 있다, 고대의 보물! 대가를 치를 테니 모습을 드러내라!
-?????
-뭐야??
-누구세요?
-모습을 드러내라니까!
-그쪽이 누군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그냥 에인로가드 2학년들이 모인 작은 클럽인데요…
-암호인가? 수수께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