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87)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87화(1286/1287)
1287
화
“정답은 소세계 에우앙겔리온이었어요.”
공간을 쪼개서 접근하는 적을 무한히 멀어지게 만드는 이 고대의 겉옷은 지금 서리거인 왕이 보여준 권능과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시공간을 뒤틀어 마법사가 원하는 결과를 구현해낸다.
정답을 들은 이한은 문제를 틀린 학생들이 그렇듯 변명했다.
“소세계 뒤나미스도 미래의 가능성을 끌어오면 저주를 풀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요?”
“…농담이었습니다.”
험악하게 일그러지는 스승의 표정을 본 이한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다른 소세계 마법들도 가르시아 교수가 썩 선호하진 않았지만, 소세계 뒤나미스는 꺼려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시전하다가 들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마법사가 미래에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의 가능성을 끌어온다는 건, 현실의 규칙을 뒤트는 것에 익숙한 마법사들에게도 터무니없이 느껴질 만큼 과격한 마법인 것이다.
당연히 시전하는 사람에게도 막대한 부담이 돌아왔다.
이한 같은 경우에는 가르시아 교수가 보는 앞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소세계 뒤나미스를 난사했던 만큼 더더욱 미운 털이 박혀 있는 상태였다.
“혹시 나 없는 사이에 소세계 뒤나미스 연습했어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한 학생이라면 나 없는 사이에 몰래 탈주해서 수도에 가는 것도 어렵지 없겠죠. 그렇다면 소세계 뒤나미스 연습하는 것도 별로 문제가 없을 테고요.”
“……”
이한은 등 뒤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용서해주신 줄 알았는데 은근히 뒤끝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교수님들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가장 관대하고 친절하신 분이시다.’
뒤끝 심한 에인로가드 교수 순위를 세운다면 여전히 가르시아 교수는 가장 최하위였다.
버두스 교수가 뒤끝을 보여주면 ‘뭐 어쩌라는 거지?’싶었지만 가르시아 교수가 뒤끝을 보여주면 ‘내가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법.
이한은 괜히 불만 갖는 대신 자신의 업보라고 생각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헷헷.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교수님께서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얼음 안에 갇혀 있던 이반나는 뒤에서 오고 가는 대화에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시공간 마법 이야기가 나온 것도 놀라웠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소세계 마법들은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저걸 2학년 후배가 다 익혔다고?
배그렉 교수의 휘하에서 마법을 익힌다고 들었을 때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었고, 그것도 모자라 전 학파를 다 수강한다고 들었을 때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건 이제 더 이상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오해겠지? 내가 뭔가 잘못 들었거나 했을 거다.’
“어쨌든 소세계 뒤나미스 같은 위험하고 허술하고 당장이라도 금지시켜야 할 마법은 아니고요. 에우앙겔리온을 말한 거였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관료들은 왜 금지 마법에 안 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자의 뻔뻔한 아첨에 가르시아 교수는 노려보다가 결국 시선을 풀었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해골 교장이나 버두스 교수 정도는 되어야 가능했다.
“이한 학생이 소세계 에우앙겔리온을 펼칠 때 겉옷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분명 마법의 감각 자체는 이한 학생에게도 남아있을 거예요.”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이란 게 이론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감각적인 부분도 상당히 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전에 한 번만 성공하면 그 뒤부터는 성공률이 크게 올라가는 것도 그래서였다.
마법사의 굳건한 의지, 그리는 심상, 체험한 감각 등등이 모두 급상승하는 것이다.
젊은 왕자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고대의 소세계 마법에 입문한 이한이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유산에만 의존하진 않았다.
직접 고삐를 잡지 않고 주도권을 넘겨주려는 마법사에게 끌려 다닐 만큼 소세계 마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예. 어떤 느낌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 감각이 중요해요. 이한 학생은 중급 수준의 공간 이동 마법까지 익혔으니, 이제 슬슬 그 모든 축적을 활용해볼 때가 됐죠.”
쿵!
가르시아 교수는 허공에서 거대한 솥을 불러왔다.
세 다리를 가진 이 솥에서는 기묘한 마법적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한은 처음 보는 아티팩트에 놀라움을 느꼈다.
“이게 뭡니까?”
“가르시아 교수의 마문정(魔問鼎)이다.”
옆방에서 볼라디 교수가 대신 대답해줬다.
이 기묘한 솥은 가르시아 교수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아티팩트 중 하나였다.
제국에 온갖 효과를 가진 아티팩트들이 있었지만, 이 마법 솥의 효과는 그 중에서도 특출났다.
무려 소세계 학습 유도의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가능합니까?!”
“솥 자체에 소세계 마법을 새로 설계해서 집어넣었으니 가능한 일이지.”
“배그렉 교수님. 교수님 안 불렀거든요.”
아직도 선배한테 화가 나있던 가르시아 교수는 보이지 않는 옆방의 교수에게 쏘아붙였다.
보다 못한 이한이 대신 변명했다.
“배그렉 교수님께서도 도와주려고 그러신 겁니다.”
“…그렇긴 하겠죠. 사실 이거 설계할 때 교수님께서 같이 도와주시긴 했어요.”
“예?”
이한은 의외의 말에 크게 놀랐다.
“혹시 재료를 대신 뺏어다주셨습니까?”
“이한 학생…”
‘쟤 배그렉 교수 별로 안 좋아하나?’
귀로만 듣고 있던 이반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배그렉 교수 밑에서 배우는 건 물론이고 매우 친하다고 들었는데 이건 헛소문이었나?
가르시아 교수는 어이없어서 잠깐 할 말을 잃었다가 대답했다.
“배그렉 교수님이라고 언제나 폭력적인 수단을 쓰는 건 아니에요. 마법적으로도 조예가 깊으시거든요.”
“죄송합니다. 순간 그게 가장 먼저 떠올라서… 재료 강탈이 아니라 설계를 같이 도와주신 거군요.”
“…재료도 조금 모아주시긴 했어요.”
“……”
“(……)”
이한은 물론이고 얼음 안에 갇혀 있던 이반나도 할 말을 잃었다.
그럼 후배 말이 맞잖아?
시선을 눈치 챈 가르시아 교수가 황급히 말했다.
“조금! 아주 조금이었어요. 어디서 파는 것도 아니고 사악한 마법범죄자들이 갖고 있던 거니까 제국법으로도 합법이었고요!”
“그, 그렇군요.”
여기서 더 말해봤자 제자한테 선배의 험담만 하게 될 거 같아 가르시아 교수는 헛기침으로 화제를 돌렸다.
“으흠. 이한 학생. 슬슬 잡담은 그만하고 학습으로 들어가보죠. 솥 안의 액체에 손을 담가보도록 하세요.”
“교수님. 그런데 제가 정말로 소세계에 정식 도전할 수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이반나는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외쳤다.
하도 이 자리에서 상식을 벗어난 파격적인 말만 오가다보니, 후배의 저 말이 갑자기 반갑고 정겨웠다.
너무나도 타당하고 논리적인 지적이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 학생이 익힌 소세계 마법들이 좀 특이하거나 제한적이긴 하죠. 하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다양한 소세계 마법들을 체험하고 경험했으면 충분히 도전할 자격이 있어요.”
“그래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아!’
이반나는 다시 한 번 속으로 외쳤다.
사실 후배가 못 익히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 후배의 발언을 옹호하게 됐다.
그만큼 여기서 나눈 대화가 이반나의 상식을 뒤흔들었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한 학생. 꼭 한 번에 완벽하게 익히란 건 아니니까요. 불완전한 소세계 마법이어도 괜찮아요. 휘도르처럼요.”
이한은 아직 소세계 휘도르를 완전히 완성하진 못했지만, 수옥탄을 갈고 닦아 휘도르에 가깝게 관념을 불어넣는 데에는 성공한 상태였다.
지금 가르시아 교수가 전수하려고 하는 소세계도 비슷했다.
소세계 테르미날리아.
이 소세계는 이런 공간 계열 권능들을 파훼하고 돌파하는 데에 탁월한 힘을 갖고 있었다.
1서클 마법 <공간 인지>처럼 왜곡된 환경 안에서 마법사의 감각을 확보하는 마법이었지만, 그 범위와 수준은 소세계 마법인 만큼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 소세계를 불완전하게라도 익힐 수 있다면 서리거인 왕의 권능을 파훼하는 건 물론이고 앞으로 있을 여러 시공간 마법 학습에서의 난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터.
“앗. 불완전해도 괜찮습니까? 그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그거에요, 이한 학생!”
‘……’
이반나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제국은 넓으니 저런 마법사 하나 있을 수도 있겠지!
…도저히 이해는 안 가지만…
* * *
솥 안에 손을 집어넣자 찰박이는 소리가 났다. 안에 든 물은 마치 질량이 없는 것처럼 저항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한 학생. 아까 이야기했던 걸 떠올려보세요.”
소세계 테르미날리아를 학습시킬 준비를 하면서, 가르시아 교수는 제자에게 지시했다.
이제까지 배우고 경험해 온 여러 시공간의 마법들.
이 모든 마법들이 솥 안에 떠오르고 증폭되면 그 가속을 타고 바로 소세계에 입문시킬 생각이었다.
가르시아 교수의 말대로 여러 마법들의 편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세계 에우앙겔리온.
시공간 마법 학파의 여러 공간 이동 마법들.
그리고 <마귀할멈의 차원 위상 뒤틀기>…
“?”
가르시아 교수가 고개를 홱 돌려서 제자를 쳐다보았다. 방금 분명 못 봤던 마법이 있었던 것이다.
‘저건 또 언제 배운 거야??’
이한은 못 본 척 마법에 집중했다. 사실 정말 집중하기도 해야했다.
“이한 학생. 소세계 테르미날리아를 곧 직접 체험하게 될 테니 집중하세요! 갑니다!”
“예!”
솥 안에 가르시아 교수가 펼친 소세계가 폭풍처럼 소용돌이쳤다.
그 소세계를 직접적으로 받아들인 이한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마치 자신의 경험처럼 깊숙이 흡수했다.
‘좋아. 1차는 통과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안심하는 눈빛으로 제자를 쳐다보았다.
이 추체험(追體驗)의 솥이 가진 1차 난관은 낯선 소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적절한 경험과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무리 솥이 돕더라도 한계가 있었다.
그 다음 2차 난관은 받아들인 낯선 소세계를 어떻게든 다시 자신이 솥 안에 펼쳐넣는 것.
여기서 해야 몸 안에 그 감각이 분명하게 남았다.
‘…된다! 힘내요, 이한 학생!’
제자가 소세계 마법을 놓치지 않고 펼치려고 하자 가르시아 교수의 기쁨은 더더욱 커졌다.
이러면 2차 난관까지 사실상 극복한 셈이었다.
최소한 불완전한 테르미날리아 정도는 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게 기뻐하던 가르시아 교수는 멈칫했다.
제자가 다시 펼친 소세계 마법이 예상과 달랐던 것이다.
‘뭐지?’
이건 테르미날리아가 아니었다.
솥 안의 물 사이를 유영하는 또다른 작은 물방울.
이 소세계 마법을 가르시아 교수는 지나치게 잘 알고 있었다.
‘휘도르잖아?!’
가르시아 교수는 순간 전수가 실패했나 싶었다.
테르미날리아가 나와야 하는데 갑자기 휘도르가 나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현상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것도 이상했다.
시공간 마법에 대한 집중을 그렇게 했는데 왜 상관없는 휘도르가 나온단 말인가?
‘…아니, 휘도르가 아니야!’
그제야 가르시아 교수는 상황을 명확히 깨달았다.
이건 파괴적이고 사나운 관념으로 이뤄진 휘도르가 아니었다.
겉모습만 똑같은 물방울일 뿐, 그 안에 담긴 건 테르미날리아의 규칙과 비슷했다.
즉…
‘새로운 소세계!’
제자가 기존 소세계를 전수받는 게 아니라 새로운 소세계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가르시아 교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새로운 소세계를 만들 줄이야…!”
“(교수님. 제발 동상 좀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이반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텔레파시를 보냈지만, 정신이 팔린 가르시아 교수는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