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88)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88화(1287/1287)
1288
화
가르시아 교수와 선배가 옆에서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이는 동안, 이한도 극한의 집중 상태에 빠져 있었다.
‘느껴진다. 가르시아 교수님이 무엇을 말씀하신 건지 알 거 같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마법적 경험과 감각들이 어떠한 계산도 거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이한을 인도했다.
이건 마법사들만이 알 수 있는 지혜의 희열이었다.
소세계 휘도르를 닮은 형태의 물방울.
그 물방울에 강력한 공간 인지의 관념이 집중되자 이한은 이게 소세계 테르미날리아라는 걸 확신했다.
휘도르와 좀 많이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가르시아 교수도 해골 교장의 제자였으니 분명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솥에서 손을 뺀 이한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소세계 테르미날리아가 어떤 마법인지 알 거 같습니다!”
“아마 아닐 걸요…”
“!?”
* * *
가르시아 교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한은 소세계 테르미날리아가 물방울 형태에 담는 마법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원래는 그냥 마법사의 몸 내부에 펼치는 강한 공간 인지 계열 마법인 것이다.
당황한 이한은 되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완성이 된 겁니까?”
“이한 학생이 무의식적으로 소세계 마법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겠죠.”
“아니 어떻게 그런 말씀을?!”
말도 안 되는 누명에 이한은 깜짝 놀랐지만 교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옆방에 있던 볼라디 교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시아의 의견에 동의한다.’
“가문과 탑과 창고의 물자에 맹세코 저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조금도 없습니다, 교수님!”
“이한 학생은 혹시 ‘무의식’이 뭔지 모르나요?”
가르시아 교수는 제자의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 제자가 이러는 걸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원래 마법사의 잠재의식은 본인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 제자 같은 경우에는 아마…
‘여러 난해한 소세계 마법들을 반강제로… 아니, 사실 자의적이긴 했지. 자의적으로 시전해오면서 필요성을 느꼈을 거야.’
마법사는 마법을 배우고 수련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청사진을 그리게 되어 있었다.
이 마법을 배우면 다음에는 어떤 마법을 배울 것인가?
그 뒤에는 또 어떤 마법을 배울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이한 학생처럼 난이도 높은 고위 마법들을 여럿 접해 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지향점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소세계 테르미날리아를 접한 순간 이 제자는 자신이 봐왔던 소세계 마법들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며 자신에게 맞게 개선한 것이다.
“제가 교장… 젊은 교장 선생님의 휘도르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긴 했습니다만.”
‘굳이 앞에 젊다고 안 붙여도 알아듣는데…’
“그래도 이미 완성된 소세계 마법을 굳이 다른 소세계 형태로 개선할 이유가 있습니까?”
이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무의식이 그렇게 기괴할 리가 있나?
‘교수님이 아직 악신 토벌 사건으로 분노가 풀리지 않으셔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지도 모른다.’
“다른 마법을 위해서다.”
안에서 볼라디 교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이번에는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하기로 했다.
“다른 마법이요?”
“그래.”
소세계 휘도르가 대단한 것은 작은 물방울 하나에 파괴적인 관념을 응축시켜서도 있었지만, 볼라디 교수는 그보다는 그 형식이 더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작은 물방울 하나에 파괴적인 관념을 응축시킬 수 있다면 다른 관념은 담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아마 제자도 비슷하게 판단한 게 분명했다.
다양한 학파의 마법을 익히고 있는 만큼, 지금 무리를 해서라도 휘도르 형태의 다른 소세계 마법을 익혀 놓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진짜 무슨 헛소리를 저렇게 진지하고 길게 하시는 거지?’
듣던 이한은 이걸 자신이 왜 안 끊고 듣고 있나 싶었다.
사실 이건 가르시아 교수님이 끊어줬어야 했다. 아까도 조용히 하라고 일갈하지 않으셨던가.
“일리가 있네요.”
“그렇지.”
“……”
이한은 이 징벌방에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없나 싶어서 둘러보았다.
있는 거라고는 얼음 안에 갇힌 선배와 흥미로워 죽겠다는 듯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오쿨로가드 학생밖에 없었다.
‘예지 마법사들이 괜히 옛날에 두려움과 증오를 산 게 아니야.’
열심히 기록하는 파리딤의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솔직히 얄미운 것도 사실이었다.
예지 마법사들은 사람의 마음이란 게 없는 것일까?
“이한 학생.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결과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일단 휘도르 형태로 다른 소세계 마법을 응용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이해했습니다.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럴 때는 실행이죠. 자. 연습해볼까요?”
‘교수님이 요즘 내 말을 잘 안 들어주시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예전에는 징징대도 가르시아 교수님이 성심성의껏 들어주셨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약간 건성건성 들으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방금도 이한이 말하는데 다 듣지도 않고 바로 마법 실습으로 넘어가자고 했고!
역시 악신 토벌 사건 때문일지도 몰랐다.
크게 헛다리를 짚으며 이한은 마법을 준비했다. 일단 얼음에 갇힌 선배가 있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연습해야 했다.
“
물이여…
”
이제는 얼마나 시전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많이 시전했던 마법이었다.
구체 형태의 물을 불러오는 1서클 기초 마법.
사실 진지하게 도전하면 주문 없이,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문을 더 축약시킬 순 있었지만 이한은 그러지 않았다.
음률 주문과 반복 영창으로 얼마든지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게 기회를 열어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작년과 같은 1서클 마법이라 하더라도 그 뒤에 담긴 지혜의 깊이는 차원이 달랐다.
빙글!
작은 물방울 형태로 압축된 물이 점점 더 강한 마력으로 인해 변화하기 시작했다.
순간 원래 휘도르에 가까운 파괴적인 성질을 일순 보이더니 다시 물방울로 돌아왔다.
그 모습에 가르시아 교수는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졌다. 마치 ‘내가 뭐랬어요 이한 학생’이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큭. 원래 이런 마법으로 썼으니까 익숙해서 그런 건데.’
변명하고 싶었지만 지금 주문을 반복해서 강화하는 상황이라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물에 소세계 테르미날리아가 모여들었다.
실로 기묘한 감각이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마법인데도 이한은 주변 공간을 완벽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공간 인지 마법과 비슷했지만 훨씬 더 초월적인 감각이었다. 옆방에 있던 볼라디 교수가 가르시아 교수한테 들키지 않게 마법 거울로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볼라디 교수가 갑자기 작은 돌멩이를 하나 던졌다. 이한은 놀라서 무심코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다.
“!”
돌멩이는 잡았지만 이한은 뒤늦게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지금 돌멩이는 분명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각도인 볼라디 교수의 독방에 있었는데, 이한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서 잡아버린 것이다.
‘그렇군. 단순한 공간 인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구나!’
관측만 가능할 뿐 어떤 간섭도 불가능하다면 그건 반쪽짜리 마법이었다.
인근 공간을 인지할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세계 테르미날리아의 진정한 힘이었다.
콰직!
이한이 잡았던 돌멩이가 갑자기 다른 쪽에서 튀어나오며 박살났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소세계 마법으로 공간에 간섭한 탓에 상당히 불안정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서둘러야했다. 이한은 괜한 테스트나 확인을 하는 대신 바로 물방울을 움직여 선배의 얼음 동상을 향했다.
물방울이 접근하자 서리거인 왕이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의 거리를 접근하는 동안에도 공간이 멀어지고 밀어내는 감각이 실로 기묘했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뚫는다.’
이한은 주문을 더욱 반복해서 읊으며 마력을 강화했다.
마법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마력을 더 불어넣어서 완력으로 승부를 볼 뿐.
물방울은 느려지고, 또 느려졌지만 멈추진 않았다.
이윽고 얼음에 닿는 순간!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얼음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방금까지 갇혀 있던 이반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외쳤다.
“정말로 풀었어! 이 미친 자식!”
“예?”
“칭찬한 거야. 고마워!”
“……”
이한은 떨떠름한 시선으로 선배를 쳐다보았다.
친구들이 갖고 있는 종이 뭉치 뺏으려던 것도 용서해주고 구해줬더니 돌아오는 말이 미친 자식이라니.
얼음 동상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이한은 선배에게 따지지 못했다. 깨진 얼음들이 얼기설기 뭉쳐지더니 낯익은 형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한은 보자마자 경악했다.
실로 지긋지긋하기 그지없는 형상, 바로 서리거인 왕의 형상이었다.
믿고 있었다. 도전자여. 분명 제대로 난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이다! 자, 공간마저 얼어붙는 혹한에서 다시 한 번…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르시아 교수는 주문을 완성했다.
이미 이한이 소세계를 준비할 때부터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간 덩굴이 서리거인 왕의 분신을 휘감자 순간 움직임이 정지되었다.
잠깐, 끼어들지 마ㄹ…
서리거인 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볼라디 교수가 튀어나왔다.
무슨 마법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짐작도 안 가는, 시커멓게 타오르는 칼날이 번뜩이며 서리거인 왕의 몸통을 연속으로 관통했다.
이 비열한 훼방꾼ㄷ…
“한 방 더요, 교수님!”
가르시아 교수는 서리거인 왕을 더 거세게 얽매며 외쳤다.
그리고 그렇게 외치지 않아도 볼라디 교수는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어 있는 다른 손에 번뜩이는 단검이 들리더니 서리거인 왕의 급소를 차례대로 찔렀다.
이미 관통상으로 인해 크게 타격을 받은 서리거인 왕의 분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매우 진노한 왕은 이 방해를 잊지 않겠다는 듯이 외쳤다.
오늘 왕의 행어를 방해한 자들을 절대 잊지 않겠…
“남의 영지에 멋대로 불법침입해놓고 어디서 뻔뻔하게! 도전이면 무슨 짓을 다 해도 되는 줄 아나요!”
가르시아 교수는 오히려 역정을 냈다.
불같이 화를 터뜨리는 모습에 이한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하도 침착한 모습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가르시아 교수는 애초에 서리거인 왕이 나오면 개박살을 내려고 속으로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악신 사건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른 차원의 사악한 강자가 또 학교를 얼씬거리다니!
“교장 선생님한테 말해서 원정대 보낼 테니까 목 내밀고 기다리고 있으세요!”
…오늘은 이만 서리거인의 왕이 물러나도록 하지.
가르시아 교수의 협박이 생각보다 위협적이었는지 서리거인 왕은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 물러났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가르시아 교수는 부서지는 형상에 돌멩이까지 던졌다.
돌멩이는 얼음 형상을 관통하고 그 뒤에 징벌방 벽에 깊숙이 박혔다.
“…이한 학생. 이반나 학생. 괜찮아요?”
상황이 정리되자 가르시아 교수는 두 학생을 보며 말했다.
이반나는 아직 얼떨떨함이 가시지 않아 고개만 끄덕였다.
“괜, 괜찮습니다. 교수님.”
그러나 옆에 있던 후배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매우 감격한 표정으로 이렇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어라? 이렇게 감격할 일인가? 대단하시긴 했지만…’
이반나는 자신이 뭔가 놓치고 있나 싶었다.
계속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있기도 했고…
하지만 곧 이어서 나온 후배의 말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저는 교수님들이 왕하고 다시 붙어보라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