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89)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89화(1288/1304)
1289
화
예상하지 못한 말에 이반나는 콜록대며 기침을 했다.
‘잘못 들었나?’
“야, 야. 아무리 그래도 교수님들이 그런 소리를 하실 리가 없잖아.”
“여기는 싸우기 좋지 않다.”
볼라디 교수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반나는 미친놈 보듯 교수를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볼라디 교수는 다시 말했다.
“징벌방의 시설이 파괴될 수도 있지.”
“그러면 좋은 거 아닌…? 아, 그랬다가는 버두스 교수님이 갇힐 곳이 없어지겠군요.”
이한은 깨달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반나는 미친놈 보듯 후배를 쳐다보았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그건 아니에요. 이한 학생. 어차피 에인로가드에는 징벌방이 많아서, 여기가 부서진다 하더라도 교수님은 다른 곳에 갇히실 거예요.”
“이런. 그렇군요.”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이한 학생이나 배그렉 교수님이 다른 징벌방에 가게 됐을 테니 좋은 선택은 아니었겠죠?”
“……”
이반나는 마지막으로 미친놈 보듯 가르시아 교수를 쳐다보았다.
에인로가드에 다니면서 가르시아 교수를 이런 눈빛으로 보게 될 줄이야…!
‘교수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이유가 어쨌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서리거인 왕하고 붙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너… 너…”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뭐라도 지적해보려던 이반나는 포기했다.
원래 지적도 적당히 미친 사람한테나 할 수 있지, 너무 미친 사람한테는 뭐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풀어줘서 고맙다. 그… 소세계… 소세계 익힌 거 맞지? 소세계로…”
“아직 완전하게 익힌 건 아닙니다. 숙련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죠.”
이한은 선배의 착각을 정정해줬다.
형태가 변형된 소세계 테르미날리아를 완전히 펼치려면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원래 마법은 한 번 시전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막힘없이, 또 자유자재로 펼치기 위해서는 완전한 숙련이 필요했다.
‘뭐라는 거야…’
이반나는 질린 눈빛으로 후배를 쳐다보았다.
결국 소세계로 푼 건 맞다는 소리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거였다.
고작 2학년 학생이 소세계로 서리거인 왕의 저주를 풀었는데 누가 거기다가 ‘음 이건 엄격하게 따지면 완전한 소세계가 아니군요’같은 소리를 한단 말인가.
“이한 학생의 말이 맞아요. 확실히 완전한 소세계는 아니었죠.”
“휘도르의 형태를 더 개선…”
가르시아 교수와 볼라디 교수가 이한의 말에 동의했다.
둘은 어떻게 하면 방금 보여준 소세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조언을 쏟아 부었다.
이한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 조언들을 진지하게 받아 적었다.
그 모습을 본 이반나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더니 징벌방 계단 위로 허겁지겁 도망쳤다.
나름 에인로가드에서 미친 사람들을 많이 봐온 이반나였지만 오늘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광기에는 그 끝이 없구나!
* * *
“이한. 선배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아.”
“네가 선배를 팔아넘겼으니까 그렇지. 조심해라.”
이한은 가이난도를 보며 쯧쯧 혀를 찼다.
기말고사 기간도 어느새 그 끝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미리 시험을 다 본 이 황자는 하루에 간식 까먹는 숫자만큼 자주 징벌방에 놀러왔다.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이한은 슬슬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지 그러냐?
‘이 자식. 다음 학기 때 흑마법 어렵다고 투덜댈 거면서…’
볼라디 교수가 옆방에서 즉석 집필한, <소세계 휘도르의 형태와 그 응용에 대하여> 마법서를 내려놓고 이한은 본격적인 잔소리를 할 준비를 했다.
“아, 아니. 내 소문이 아니라 이한 네 소문이야.”
“뭐? 왜?”
“마법에 미쳤다는 소문이…”
“뭘 이제 와서 새삼.”
이한은 심드렁하게 가이난도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마법에 미쳤다는 소문은 1학년 1학기 때부터 에인로가드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다.
그 소문이 이제 와서 선배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는 건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 그렇긴 한데… 이번엔 좀 다른 것 같은데…”
가이난도는 우물쭈물하며 말끝을 흐렸다.
물론 친구가 마법에 미쳤다는 건 2학년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 정도였으니 선배들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소문은 뭔가 좀 더 생생하고 격렬했다.
-그 2학년 후배가 소세계를 펼쳤다는데?
-뭐? 마법에 미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하군. 5학ㄴ… 아니, 아마 에인로가드에 더 남아서 연구에 몰두할 확률이 높겠어.
-그렇겠지. 벌써 저 정도면 장래는 확정이야. 교수님도 저 후배를 엄청 아끼시더군.
-크라어 교수님이? 어떻게 아끼시는데?
-어… 후배를 다른 마법학교 설득할 때 그쪽 담장 안에 던져놓으려고 하셨지.
-……
-이상하게 들리지만 아끼는 건 맞아. 정말이야.
가이난도의 말에도 이한은 별로 반응이 없었다.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소문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내 소문 신경 쓸 시간에 네 걱정이나 해. 저번에 풀려난 선배가 복수할 수도 있으니까.”
“후후. 그래서 선배가 지혜의 초상화를 얻었다고 헛소문을 퍼뜨렸어. 한동안 그거 신경 쓰느라 복수 못할 거야.”
옆에서 파리딤이 켁켁대는 소리가 들렸다. 오쿨로가드 학생이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운 책략인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군.”
“그런데 이한, 지금 뭐 적는 거야? 마법 공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책도 안 펼치고 종이에 일필휘지로 빼곡하게 적어나가는 이한의 모습에 가이난도는 의아해했다.
이제 친구가 드디어 경지를 돌파해 책을 펼치지 않고서도 마법을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그런 거라면 진짜 무서운데.’
“자. 받아라.”
“???”
친구가 창살 사이로 종이를 내밀자 가이난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받았다.
“이게 뭔데?”
“네가 익혀야 할 흑마법들. 비교적 쉬운 걸로만 적어놨으니까 다음에 올 때까지 익혀놔. 검사한다.”
“……”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 * *
놀러왔다가 혹만 붙이고 돌아온 가이난도는 1초에 1번 간격으로 투덜대며 걸어갔다.
기말고사도 슬슬 끝이라 그런지 교내 곳곳에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이 여럿 보였다.
평소라면 마법사 카드를 하고 있는 곳에 끼어서 대결을 신청했겠지만, 지금 가이난도는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친구에게 받은 ‘익혀야 할 흑마법 목록’이 마치 사악한 마도서처럼 가이난도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이한은 다음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안에서 못 나오잖아?’
사악한 마도서 때문인지 가이난도의 마음 속 한구석에서 사악한 속삭임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생각해보니 친구는 방학 내내 징벌방 안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 흑마법을 익혀야 하는 기간도 사실상 방학 끝날 때까지 아닌가?
물론 그 사이 이한을 방문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어떻게든 참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가이난도. 뭐하다 이제 왔어? 빨리 와. 기말고사 종결 기념 연회다.”
“!!”
휴게실에 들어선 가이난도는 같은 학년 친구들이 연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에 크게 놀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또 놀랐다. 연회의 메뉴가 생각보다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었다.
고기 없이 만든 미트로프, 복숭아 없는 복숭아 타르트, 커피 가루 없이 끓인 커피, 익힌 완두콩, 구운 완두콩, 삶은 완두콩, 갈아서 빵조각 위에 올린 완두콩, 완두콩 잼, 완두콩 수프…
“완두콩이 왜 이렇게 많아?”
“창고를 하나 털었는데 완두콩 창고더라고.”
“그렇구나. …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메뉴가 왜 이래?!”
“뭘 새삼스럽게 그래?”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번 학기에 2학년 학생들은 진정한 에인로가드 식사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었다.
1차로는 감찰관 때문이었고, 2차로는 탑의 거상이 징벌방에 갔기 때문이었다.
이런 고난을 겪고 나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평소 보냈던 일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먹던 식사가 정말 대단한 거였구나!
그런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 학생들에게는 이런 연회 메뉴도 진수성찬이었다.
“가이난도. 내가 다른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선배들은 이 정도도 진수성찬이라고 생각하시더라. 너도 그렇게 생각하면 만족스러울 거야.”
친구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가이난도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한이 잡혀가기 전 챙겨줬던 간식들을 야금야금 까먹으며 버틴 이 황자는 거칠고 딱딱한 식사가 나오는 연회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 돼! 이런 연회는 우리가 보낸 학기에 대한 모독이야! 다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가이난도! 아무리 그래도 교수님 창고는 털지 마! 학기 다 끝났는데 징벌방 가면 너만 고생이다!”
가이난도가 뛰쳐나가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황자 녀석, 아직도 철이 덜 들었군!
“완두콩이라도 이렇게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사실에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배가 불렀군.”
“메이킨. 황자가 어디 간 걸까?”
요네르는 친구들의 질문에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가이난도가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깐. 진짜 어디 간 거지?’
이한도 아니고 겁은 은근히 많은 가이난도가 교수님 창고를 털러 갔을 리는 없었고…
생각에 잠겨 있던 요네르를 깨운 건 친구들의 헛소리였다.
“이 완두콩 요리들 괜찮은데 워다나즈한테도 좀 갖다 줄까?”
“그렇지? 나도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어. 이 정도면 워다나즈가 평소 해주던 거랑 비슷할지도?”
“…그만둬!”
기겁한 요네르는 친구들을 말렸다.
일단 끔찍한 맛을 떠나서 징벌방에 있는 친구를 더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걱정 많은 친구를 탈옥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이 바보들, 얼마나 됐다고 맛도 잊어버린 거야?’
그 때 가이난도가 보낸 종이새가 날아들었다. 종이새를 펼친 요네르는 깜짝 놀랐다.
“왜 그래, 메이킨?”
“가이난도가… 다른 탑에 가서 같이 연회를 하자고 제안했다는데?”
“?!!”
* * *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공터로 향하며 수군댔다. 얼굴에는 아직도 놀라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가이난도가 저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는데.”
“맞아. 워다나즈도 아니고.”
워다나즈라면 워낙 다른 탑 학생들과도 교우관계가 넓은 만큼 다 같이 연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워다나즈가 현재 징벌방에 있는 만큼 같이 연회를 진행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황자가 대신 가서 이야기하고 통과시켜서 올 줄이야. 정말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지, 가이난도? 워다나즈가 없으니까 네가 대신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어? 다른 탑 놈들 음식 같이 나눠먹으려고 제안한 건데.”
“……”
“……”
감동받았던 친구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이건 다른 탑 놈들한테는 절대 비밀이다.”
“물론이지. 바로 싸움 일어날라.”
확실히 검은 거북이 탑이나 흰 호랑이 탑까지 합류하자 음식이 풍성해졌다.
가이난도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를 돌아다녔다.
“워다나즈는 잠깐이라도 못 나오나?”
“못 나오겠지. 그러니까 징벌방인 거고.”
“너한테 안 물어봤다. 모라디.”
“그럼 질문을 안 했는데도 대답을 해줬으니 감사히 여기시지.”
‘앗.’
서로 다투는 살코와 지젤의 모습에 가이난도는 아차 싶었다.
원래라면 이한이 말렸을 텐데 하필 여기 없었던 것이다.
“다드 지저해. 이하이 스퍼하거야.”
“…먹던 거나 다 먹고 말해. 미친놈아.”
“다들 진정해! 이한이 슬퍼할거야!”
“워다나즈가 이런 걸로 왜 슬퍼해. 화를 내면 냈지.”
‘헉. 그러네.’
가이난도는 순간 납득할 뻔했다. 하긴 친구가 이걸 보고 슬퍼할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이난도도 에인로가드 학생으로서, 이런 상황에서 물러나면 오히려 불리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두 이한이 불쌍하지도 않아?! 솔직히 양심적으로 말해봐! 여기서 이한의 도움을 안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왜 갑자기 그런 말을… 지금 주제하고 상관이 없…”
“있어?! 안 받은 사람 있냐고!”
“……”
가이난도의 기세에 압도된 학생들은 입을 다물었다. 가이난도는 이한이 징벌방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쉬지 않고 털어놓았다.
“저번에는 웬 서리거인 왕의 저주까지 풀어야 했다니까!?”
“근데 그건 엄밀히 따지자면 황자 너 때문…”
살코가 말하려고 했지만 가이난도는 무시했다.
“심지어 이한은 방학 끝날 때까지 혼자 학교에 있어야 해!”
“황자 네가 같이 남아주면 되겠네.”
“…어?”
지젤의 말에 가이난도는 멈칫했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