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91)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91화(1290/1304)
1291
화
이한은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저기 봐. 가이난도. 오늘 하늘이 참 아름답다.”
“…아니! 방금 사람이 끌려갔잖아!”
가이난도는 기가 막혀서 소리질렀다.
친구가 너무나도 태연해서 혹시 자신만 환각을 본 건가 싶을 정도였다.
“뭐… 에인로가드에서는 원래 종종 사람이 끌려가잖아. 버두스 교수님도 그렇고.”
“그,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래도…!”
탈주하던 버두스 교수가 끌려가는 것과 졸업에 실패한 4학년 학생이 끌려가는 건 그 충격이 달랐다.
후자는 이상하게 더 두려웠다.
“가이난도. 난 네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다.”
“그치!? 에인로가드가 이상한 거 맞지?!”
“네가 두려운 건, 잠재의식 어딘가에 있는 불안함 때문이야. 3학년과 4학년을 앞두고서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 널 불안하게 만드는 거지. 그럴수록 마법을 갈고 닦아서 마주해야 해.”
“…아냐. 그냥 기사들이 선배를 끌고 가서 두려운 거야.”
가이난도는 정색하고 대답했다.
* * *
이한은 가이난도를 데리고 학기 내에 확인하지 못했던 곳들을 점검했다.
푸른 용의 탑에 위치한 개인실, 2학년 공동 창고…
“이런. 창고가 텅텅 비었군.”
“나, 나만 먹은 거 아니야.”
“딱히 널 탓한 건 아니었는데. 여럿이 먹어야 하니까 소모가 빠를 수밖에 없겠지.”
…워다나즈의 비밀기지, 배낭 안의 지하실, 본관 7층 클럽 관리 구역, 숲에 숨겨놓은 임시 야영지와 오두막들…
“받아 적어. 가이난도. 밀가루 두 포대, 요정꿀 다섯 병, 장작 열두 더미, 외투 여덟 벌, 장갑하고 모자도, 냄비하고 항아리, 솥… 아니. 어떤 미친놈이 솥에 구멍을 낸 거야? 1학년도 아니고.”
가이난도는 움찔하며 받아적었다.
독을 다루는 일이 많은 흑마법 학파는 확률적으로 솥에 구멍을 낼 일이 조금 높은 편이었다.
물론 그 논리로 따지면 연금술부터 시작해서 다른 학파들도 마찬가지였기에 가이난도는 괜히 변명하는 대신 꾹 참았다.
“소금하고 향신료 세트는 아직 괜찮군. 온 김에 고기 좀 훈제해놓고 가야겠다.”
“고기가 있어?”
“기다려. 잡아올 테니까.”
“에이. 이한. 그런 건 내가 할 수 있어.”
솥에 난 구멍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가이난도는 자원해서 나섰다.
사슴까진 무리더라도 토끼를 몇 마리 잡아오면 죄책감이 조금 줄어들 것 같았다.
“됐어. 괜히 마력 낭비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돌아다녀야 하는 곳도 아직 많은데.”
이한은 친구를 오두막 안에서 쉬게 한 다음 밖으로 나섰다.
에인로가드에 있다 보면 왜 우레걸음 교수가 그렇게 오두막과 텃밭에 집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지속적으로 채소를 기르고 고기를 잡아오지 않으면 에인로가드에서의 식단은 상당히 열악해지는 것이다.
그런 걸 피하기 위해서는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야영지와 오두막을 추가해가면서 식량 수집 루트를 늘려야 했다.
‘잠깐. 근데 우레걸음 교수님은 외출이 자유잖아? 그냥 배부른 취미셨군.’
30분 후.
쿵!
가이난도는 오두막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리가 조금 크지 않나?
“이한. 뭘 잡아왔… 으아악! 드레이크잖아!”
“산맥에서 내려온 모양이야.”
이한은 살짝 피곤한 표정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몬스터, 드레이크가 그 뒤에 널브러져있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가이난도는 할 말을 잃었다.
“멧돼지 서식지를 다 망가뜨리고 있더라고. 막을 수밖에 없었어.”
“으, 으응. 이한. 사실 솥에 구멍낸 거 내가 했어.”
가이난도는 피칠갑이 된 친구의 모습에 압도되어 바로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랬어? 조심하지 그랬냐.”
“내, 내 손바닥에도 똑같이 구멍낼까?”
“뭐? 아니… 왜 그런 미친 소리를? 해체하는 거나 좀 도와줘. 가죽하고 근막 약화시킬 수 있지?”
다른 마법 학파 학생들이 종종 ‘흑마법 학파는 사람 죽이고 일으키는 것밖에 못하지 않냐’라고 농담하긴 했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오히려 흑마법 학파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만큼 여러 학파에 대응되는 다양한 마법들이 존재했다.
다양한 독과 저주를 사용하면 아무리 질기고 단단한 몬스터의 고기라 하더라도 쉽게 해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흑마법 학파가 아닌 마법사들은 해체 작업할 때 독과 저주를 꺼내면 꺼림칙한 시선을 던지긴 했다.
“흠. 생각보다 양이 많은데.”
가이난도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고기를 염장하고 훈제하고 건조시키고 기름에 절이던 이한은 남은 양을 계산해보았다.
소금이나 기름, 향신료도 무한은 아니었다. 양을 계속해서 보충해야했다.
“푸른 용의 탑에 가서 갖고 올까?”
“아냐. 너무 멀어. 우레걸음 교수님한테 잠깐 빌려야겠다.”
이한은 또 사라진 뒤 잠시 후 돌아왔다. 공중에는 오두막의 선반이 통째로 떠있었다.
“가이난도. 힘들 텐데 이거 좀 잠시 먹고 해라.”
꿀과 설탕절임이 든 유리병들과 말린 과일들이 든 작은 항아리들 사이에서, 이한은 정령복숭아 절임이 든 유리병을 꺼내 던졌다.
가이난도는 깜짝 놀랐다.
“이거 어디 있었어!? 분명 저번에 친구들하고 수색할 때는 없었는데…?!”
“교수님께서 숨겨놓은 거야. 주로 향(香)으로 환상을 거시니까, 오두막 안에 들어갈 때는 코를 막는 게 좋겠지.”
친구가 행복한 얼굴로 간식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이한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작업을 끝낸 고기를 1차로는 지금 오두막에 보관하고, 다음으로는 다른 야영지나 오두막에 나눠 보관하고, 또 비밀기지와 공용 창고, 지하실에 보관하고…
에인로가드에서 매번 배우는 것은 달걀을 절대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 바구니에 담으면 언제 해골 교장이 그걸 노리고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다.
야무지게 여러 채소와 과일, 버섯까지 보충을 끝낸 이한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다시 가이난도를 불렀다.
“가이난도. 다 먹었지? 가자. 7층에 있는 학파 시설 확인하러 갈 거야. 흑마법 학파의 버섯밭은 괜찮은지 모르겠군.”
‘이상하다? 이한은 2학년 아닌가?’
가이난도는 순간 의문을 가졌다.
보통 이런 건 5학년이 하는 거 아닌가?
“왜 그래? 또 구멍 낸 물건이라도 있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생각해보니까 시냇물 숲이나 어둠숲 쪽도 오두막 확인해야 하지 않아?”
“벌써 다 하고 왔다. 가자.”
“……”
혹시 친구가 시간 마법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가이난도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 * *
“이한. 생각해보니까 5학년 선배들은 아직 학교에 있을 수도 있어.”
“하긴 그렇겠군.”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5학년 선배들은 곧 4에서 2를 더한 학년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사실상 이쯤 되면 방학이란 게 의미가 없었다.
아마 내년이 되면 더욱 얼굴을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제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마법을 준비해야 할 테니까.
“이한. 5학년 선배들은 아직 학교에 있을 수도 있다니까?”
“??”
이한은 가이난도가 왜 자꾸 말을 반복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뭐 어쩌라고?”
“…7, 7층에 있는 학파 시설은 선배들한테 맡겨도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가이난도는 주눅들어서 대답했다.
말하면서 왠지 자신이 되게 이상하고 틀린 소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매우 상식적인 대답인데!
“가이난도. 넌 디레트 선배가 불쌍하지도 않냐? 선배는 올해 5학년을 보내셨다고. 사람이라면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지.”
“
이한너는악신하고싸우는한해를보냈잖아…
”
가이난도는 친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꿍얼댔다.
5학년이 힘든 건 알겠지만 그래도 악신하고 정면으로 맞붙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정도 했으면 방학 때는 좀 쉬어도 되지 않나?
게다가 친구는 분명 5학년이 될 텐데, 그 때 2학년 후배들이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방금 뭐라고 말했나?”
“아, 아냐! 아무 말도 안 했어! 그, 그러면 이제 다른 학파 시설들을 전부 관리하면 되겠네! 신난다!”
“그건 아닌데. 부여 마법 학파 시설은 유크벨티레 선배님이나 버두스 교수님이 해야지.”
‘음. 이한이 그래도 완전히 미치지는 않은 것 같아.’
가이난도는 살짝 안심했다.
만약 저거까지 친구가 하겠다고 나섰다면 정말 걱정됐을 것 같았다.
* * *
이한은 시약을 아낌없이 사용해가며 흑마법 학파의 버섯밭을 관리했다.
한동안 음의 마력이 줄어서 시들했던 땅이 눈에 띄게 윤택해지는 것이 보였다.
가이난도는 문득 의문이 들어서 물었다.
“시약은 다 어디서 난 거야?”
“선배님한테 받았지.”
“어느 선배? 디레트 선배님?”
“아니.”
“유크벨티레 선배님… 그럴 리가 없겠구나. 그럼…”
“졸업한 선배님 있잖아. 페트로가드에서 만난.”
“앗. 그 사람.”
가이난도는 위대한 예술가를 뒤늦게 떠올렸다.
경매장에 있는 시약들을 탈탈 털어버린 이 선배는 떠나기 전에도 이한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고 사라진 것이다.
인심 후하긴 했지만 이상하고 괴팍한 사람이란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한도 나중에 저런 마법사가 되는 건 아니겠지.’
생각해보니 이미 징조가 조금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내년에 해골 교장하고 조금만 더 싸우고 탈주하면 저렇게 될지도…
‘안 돼! 교장 선생님이면 모를까 이한이 범죄자가 되다니.’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가이난도의 눈에 낯익은 마법사가 들어왔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귀여움과 증오를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
“버버버버버버두스 교수다!”
“그러네. 관리하러 오셨나?”
이한은 살짝 의아해했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기말 때 탈주로 인해 버두스 교수는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버두스 교수도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버두스 교수는 시퍼렇게 멍든 눈가를 매만지며 투덜댔다.
“요즘 운이 없는 것 같아. 자꾸 이상한 적들이 꼬여.”
“교장 선생님이요?”
“아니야! 웬 서리거인이 갑자기 그림 너머에서 습격하더라고.”
“……”
“……”
이한과 가이난도는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리거인은 원래 난폭한 종족이죠. 그런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한 말이 맞아요. 서리거인들은 진짜 사납잖아요.”
“끄응.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이유 없이 습격할 놈들은 아닌데…”
버두스 교수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손목과 발목에 찬 족쇄들이 절그럭절그럭 소리를 냈다. 엄청나게 무거워보였다.
“참. 워다나즈. 방학 때 머문다고 했지?”
“싫습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제자의 매몰찬 거절에 버두스 교수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외쳤다.
“그렇군요. 싫습니다.”
“일 시키려는 거 아니야! 공방에 잠깐만 와줘. 보여줄 게 있어.”
“교수님이 작업하는 걸 보여주시고, 부여 마법을 시전하며 휴식할 시간을 주시려는 거겠죠? 싫습니다.”
“그게 아니라니까!”
버두스 교수는 의심 더럽게 많은 제자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살면서 속기만 한 것도 아닐 텐데 왜 저렇게 의심이 많단 말인가?
“내가 거짓말한 적 있어?”
“예.”
‘와. 진짜 대단하시다.’
가이난도는 살짝 감탄했다.
자기 교수가 아니어서 한동안 말을 안 나눈 탓에 잊고 있었는데, 저 뻔뻔함은 실로 존경스러운 수준이었다.
배우고 싶다!
“이상하다? 난 거짓말한 적 없는데? 여하튼 보여주려는 건 소세계 마법이야. 가르시아 교수가 그러는데 소세계 마법에 본격적으로 도전을 시작했다면서?”
“!”
그 말에 가이난도는 깜짝 놀랐다.
이한이 소세계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건 별로 안 놀라웠지만, 버두스 교수가 이렇게 도와주러 왔다는 게 매우 놀라웠다.
이 사람…
에인로가드 교수가 맞긴 하구나!
“아뇨? 잘못 들으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