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92)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92화(1291/1304)
1292
화
‘내 친구지만 진짜 뻔뻔해.’
버두스 교수만큼은 아니어도 이한 또한 뻔뻔함이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런 둘이 치열하게 맞붙는 걸 보니 가이난도는 갑자기 감회가 새로웠다.
이 대단한 광경을 자기 혼자 말고 다른 친구들도 봤어야 했는데…
“그래? 잠깐만.”
버두스 교수는 종이새를 보내서 다시 확인해보았다.
“소세계 마법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게 맞다는데? 여기 봐. 가르시아 교수가 적어놨잖아.”
“……”
못마땅하다는 듯 얼굴을 굳히는 친구의 모습에, 가이난도는 속으로 탄식했다.
아직 교수를 이기기에는 친구가 부족한 모양이었다.
* * *
“그래서 뭡니까? 뭘 시키실 겁니까?”
“시키려는 게 아니라 소세계 마법을 보여줄 건데?”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뭡니까? 뭘 시키실 겁니까?”
“시키려는 게 아니라 소세계 마법을 보여줄 거라니까?”
‘내가 지옥에 왔나?’
가이난도는 둘을 따라가며 양쪽 귀를 틀어막았다.
어지간한 흑마법 저주는 이 대화 앞에서 이름도 내밀지 못할 것 같았다.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병들 것 같다!
성각관 앞에 도착한 버두스 교수는 뒤뚱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이한은 그 뒷모습을 보며 심각한 목소리로 가이난도에게 속삭였다.
“가이난도.”
“응?”
“내가 신호하면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불을 질러. 그 핑계로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
가이난도가 기가 막혀서 잠깐 정지하자, 이한은 그걸 수락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알겠지? 잘 부탁한다.”
“아, 아니. 이한…! 그건 아닌 것 같아!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러나 이미 친구는 위로 올라가버린 뒤였다. 가이난도는 울먹이며 급히 쫓아갔다.
뒤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모르는 버두스 교수는 평소 차고 다니던 유리 정육면체 목걸이를 꺼내 공방의 진열대 위로 올려놓았다.
“이거 보여?”
“수리? 개선? 검사? 복제품이나 부품 제작?”
“보이냐고!”
자꾸 제자가 딴소리만 하자 버두스 교수가 보기 드물게 짜증을 냈다.
다른 멍청한 마법사면 모를까 워다나즈 정도면 똑똑한 축에 속하는데 왜 이런 말을 못 알아듣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제자에게도 한계가 찾아온 걸지도 몰랐다.
버두스 교수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하루 25시간씩 마법을 하다보면 종종 사람이 망가지곤 했던 것이다.
“예. 보입니다.”
“마법도 보이지?”
“이게 그… 마그눔 오푸스 아닙니까? 교수님께서 쓰신?”
이한은 ‘그리고 교장 선생님 분신에게 탈탈 털리셨죠’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아무리 버두스 교수가 얄밉더라도 상대의 체면을 완전히 짓뭉갤 수는 없었다.
물론 학생들끼리 모이면 ‘야 예전에 교장 선생님 분신이 버두스 교수 개패듯이 패버린 거 진짜 대단하지 않았냐?’같은 대화를 꽃피우긴 했지만…
“아! 교수님이 쓰고도 개박살난 그거구나!”
“……”
“……”
이한의 착오가 있었다면 바로 가이난도가 뒤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가이난도는 그 때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 때 그걸 직접 못 본 게 너무 아쉬웠는데! 얼마나 아쉬웠냐면 친구들하고 환상 마법으로 그 날 있었던 일을 재현하는 책까지 만들었어!”
“…그딴 짓을 하고 있었냐?”
경악할 만한 시간 낭비에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가이난도를 포함해 저걸 만드는 데에 시간을 낭비한 놈들은 모조리 이름을 기억해둘 생각이었다.
“아, 아냐. 시간 그렇게 오래 안 썼어. 증언 수집하고 그림 그리고 환상 마법 시약 준비하고…”
“……”
가이난도는 말하면 말할수록 스스로의 무덤을 파고 있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그냥 지금이라도 아래층에 내려가서 불을 지르는 게 낫지 않을까?
다행히 버두스 교수가 가이난도를 구해줬다.
“개박살나지 않았어!”
“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개박살이죠 그 정도면.”
이한은 빽 소리를 지르는 버두스 교수의 모습에 뭔 개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나 버두스 교수는 단호하고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 날 있었던 마법 대결은 팽팽했어! 아주 조금의 차이였단 말이야.”
“그게 팽팽하면 저하고 교장 선생님이 결투해도 팽팽이죠… 진심으로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언령 한 방에 소세계가 취소됐는데?”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정확히는 이한이 미친 분신을 강의실로 데리고 갔다) 이한은 냉정했다.
버두스 교수가 역사를 왜곡하려고 해도 바로 틀린 부분을 지적했다.
“만약 내가 고나달테스의 분신이 언령으로 역마법을 펼칠 걸 예상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소세계를 펼쳤을 거야. 정말 아주 조금의 차이였던 거지.”
“리베룸 베토는 쓰지도 못하고 뺏기셨잖습니까. 자꾸 그딴 억지 부리시면 교장 선생님 불러와서 결투해보라고 할 겁니다.”
“이, 이한. 화났어?”
가이난도는 눈치를 보며 물었다.
하긴 당연한 질문이었다. 누구든 버두스 교수와 대화하면 화가 날 테니까.
그러나 친구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화 안 났는데? 그냥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거잖아.”
“그… 그냥 교수님의 말도 어느 정도는 맞다고 하고 넘어가자.”
가이난도는 마치 친구와 자신의 처지가 뒤바뀌었다고 느꼈다.
원래 이한이 말리고 자신이 저런 말을 했는데, 왜 반대가 됐지?
그러나 가이난도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한은 미친 분신의 업적에 대해서는 상당히 엄격했던 것이다.
버두스 교수 같은 작자가 그 업적을 훼손하거나 위조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안 돼. 저건 헛소리야. 교장 선생님 불러올 테니까 어디 한 번 해보십시오.”
“아, 아니야! 아니야… 내가… 내가 틀렸어.”
“!!!!!”
가이난도는 기절할 듯 놀랐다.
에인로가드에 들어와서 버두스 교수가 ‘내가 틀렸어’라고 인정하는 걸 처음 들어본 것 같았다.
어쩌면 다른 선배들도 일평생 들어본 적 없을지도 몰랐다.
‘나, 나 지금 뭘 들은 거지?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야? 이거, 기록해둬야 하는 거 아니야??’
에인로가드 역사에 길이 남을 법한 사건을 이렇게 놓쳐도 되나 싶어 가이난도는 허둥댔다.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친구는 이런 강렬한 사건에도 어떤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더 크게, 정확하게 말하십시오. 안 그러면 교장 선생님 부르겠습니다.”
“으… 으흑. 내가… 틀렸어… 나하고… 고나달테스의 분신과의 차이는… 상당히…”
“상당히?”
“…꽤… 많이… 큰 것 같아…”
“정확히 어떤 분야의 마법이죠?”
“부여 마법… 부여 마법…”
“흥. 이번만 넘어가겠습니다. 앞으로 말조심하십시오.”
버두스 교수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어떤 폭언에도 전혀 타격이 없는 버두스 교수였지만, 해골 교장을 부른다는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부여 마법에서 자신이 밀린다고 선언한 건 정말로 분한 모양이었다.
교수 또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부여 마법 분야에서 교장의 미친 분신에게 패배했단 사실을.
‘도망가고 싶다.’
가이난도는 훌쩍이는 버두스 교수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 사이에서 진땀을 흘렸다.
혹시 이 모든 게 악몽이 아닐까?
“그래서 이 마그눔 오푸스는 왜 보라고 하신 겁니까?”
“네가… 쿨쩍. 휘도르의 형태를 이용해서 다른 소세계를 펼쳤다는 걸 듣고… 마그눔 오푸스도 비슷한 방법이라 보여주려고 했지…”
버두스 교수는 코를 한 번 크게 풀었다.
생각보다 멀쩡한 이유에 가이난도는 깜짝 놀랐다.
“이한! 진짜 도와주려고 부르셨나봐!”
“가이난도. 부여 마법 학파 아닌 티 좀 그만 내라. 저건 위장이야.”
“…저, 저렇게 눈가에 눈물이 고였는데?”
“눈물은 원래 하품만 해도 고여. 위장에 속지 마. 자꾸 그러면 뛰어난 마법사가 될 수 없어.”
이한은 친구를 따끔하게 훈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두스 교수는 유리 정육면체 안에 갇힌 소세계 마법을 가리켰다.
“이걸 보면 알겠지만, 난 이 캐스크에 소세계를 가둬놨어. 다른 소세계 마법과 달리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시전할 수 있지.”
교수의 말에 이한은 유리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미친 분신에게 당할 때는 너무 재밌어서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지만, 이 유리 캐스크는 실로 흥미로운 물건이었다.
이미 시전된 소세계를 그 상태 그대로 안에 가두다니.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쉽지 않았다.
휘도르의 형태로 다른 소세계 마법을 시전해본 이한이었기에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더 체감이 됐다.
‘나는 즉석에서 시전한 뒤 물방울 형태로 빚어냈다지만, 버두스 교수는 이미 시전된 소세계를 안에 가둔 건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과연. 놀랍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언령 마법 하나로 이 모든 걸 무효화시킨 교장 선생님의 분신…”
“이 마법! 이 마법이 가능한 건 캐스크 각 면의 유리가 별도 마법으로 이뤄진 아티팩트라서 그래!”
버두스 교수는 끽끽대며 말을 끊었다. 평소 절대 볼 수 없는 다급한 모습이었다.
“니그레도, 알베도, 치트리니타스, 비리디타스, 루베도, 카우다 파보니스. 이렇게 총 6개의 고위 마법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결합시켜서 그 안의 소세계를 고정된 상태로 저장해놓는 거지!”
“!”
미친 분신을 찬양하려던 이한은 그걸 잊을 만큼 크게 놀랐다.
어쩐지 유리가 비범하다 했는데 이게 제각각 마법으로 구성된 물질이었다고?
“교수님. 이건…”
“놀랍지? 고나달테스의 분신보다 더?”
“아뇨. 너무 낭비 아니냐고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놀랍다 하더라도 그 정도는 아니니까 자꾸 헛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한 번만 더 그러시면 교장 선생님 불러서 결투시킬 겁니다.”
버두스 교수는 시무룩해졌다.
이한은 옆에서 생각에 잠겼다.
‘이론상 저 아티팩트는 완성만 하면 마그눔 오푸스 말고도 다른 소세계도 저장해놓을 수 있다. 비싸고 낭비긴 하지만… 대단한 아이디어긴 하군.’
놀라운 점은 저렇게 준비를 했는데도 미친 분신의 언령에 즉시 역마법을 당했단 점이었다.
아무리 빨리 소세계를 시전해도 그 소세계를 상대한테 간파당하고 있으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교수님께서 절 부르신 이유는 이 마법을 전수하기 위해서입니까?”
“응.”
“과연.”
문득 이한은 호기심이 생겨서 물었다.
“혹시 유크벨티레 선배님도 이거 배우셨습니까?”
“아냐. 걔는 자기 취향하고 안 맞는다고 안 배웠어.”
‘정말 선배님답다.’
하긴 소세계를 급히 꺼내는 건 이한 같은 전투 마법사나 버두스 교수 같은 제국 현상범한테 필요한 일이었다.
유크벨티레처럼 아예 자신의 길을 부여 마법사로 딱 정해놓은 사람은 저런 수단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이 마법들은 다 익히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하나만 익히더라도 다른 마법에 크게 활용이 가능하니…’
생각 정리를 끝낸 이한이 입을 열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번만큼은 제가 교수님을 오해한 걸 인정하…”
벌컥!
성각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래에서 흑마법사들이 올라왔다.
위대한 흑마법사 아흐락이 세운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아흐락의 후예들이었다.
이한은 격노해서 외쳤다.
“…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습니다!”
“어? 어어? 내가 안 불렀어!”
“스승이란 작자가 제자를 팔아넘기려고 하다니! 가이난도!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