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99)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99화(1298/1304)
1299
화
“표정으로 욕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발드로가드의 필요성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혀 이해한 놈의 표정이 아닌데? 워다나즈 네 마음도 이해는 간다. 발드로가드 놈들은 성질을 건드리는 재주가 탁월하지. 심지어 본인들은 의도하지 않았다는 게 더 악질적이야.”
해골 교장은 감탄과 질투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성질 건드리기의 전문가로서 경쟁의식을 느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긴. 솔직히 말해서 교장 선생님은 선천적으로 성질을 건드리는 재주를 타고나진 않았다. 노력으로 올라온 후천적 인재에 가깝지.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는 버두스 교수 같은 사람이고.’
젊은 왕자만 봐도 해골 교장이 선천적인 재능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축전이 열린다면 발드로가드도 참가해야 해. 그들의 상징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지.”
“그리고 그 사람들의 금화주머니도 말입니다.”
“내 속마음을 읽지 마라. 건방진 녀석.”
해골 교장은 밖에 있는 기사들에게 지시했다. 고도를 낮추라는 지시였다.
“워다나즈 네가 발드로가드에 방문한 적이 있었나?”
“없습니다. 학생들은 꽤 봤습니다만.”
“그렇군. 참고로 미리 말하는 거지만 발드로가드의 영지가 풍광명미하고 산명수려하고 놈들의 생활이 안락하고 평안해보이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속이 텅 빈 껍데기일 뿐이다. 놈들이 향락이란 착각에 빠져 온갖 유흥에 젖어 있을 때 진정한 마법사들은 고독하지만 가치 있는 마법의 비의를 찾아 외로운 길을 걸어나가는 거지.”
“……”
이한은 황당하다는 듯이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해골 교장이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건 함정에 빠진 학생을 조롱하거나 놀릴 때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제 와서 발드로가드 전학을 고민하진 않을 테니까요.”
“네 세 번째로 큰 장점은 둥지를 가릴 줄 아는 바로 그 판단력이다.”
이한이 대답하자 해골 교장은 즉시 칭찬했다. 말하는 걸 보니 정말 이한이 발드로가드 전학을 고민할까봐 걱정한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창문 밖을 봐도 좋다.”
“뭐 얼마나 화려하길래… 아니, 저건 뭡니까!?”
“이미 말했으니 전학은 안 된다.”
옆에서 말하는 해골 교장의 목소리는 들어오지 않을 만큼 발드로가드의 정경은 충격적이었다.
이건 마법학교라기보다는 차라리 궁전에 더 가까웠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아름다운 탑과 궁전의 벽들은 물론이고, 그 지붕들은 온갖 커다란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러 궁전들 사이로 잘 차려 입은 온화한 표정의 학생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게 보였다.
에인로가드는 보통 학생들이 힘을 모아서 연구실에서 탈출한 오염체와 싸우거나 학생들끼리 서로 물자를 갖고 다투는데…
은빛 물이 솟구치는 분수 앞에서는 발드로가드가 초대한 악단과 음유시인, 배우들이 모여서 학생들을 위한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마법은 안 하나?’
무심코 두리번거리던 이한은 공중에 떠있는, 마름모 형태의 공중 마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발드로가드에도 마법에 진심인 사람은 있었던 모양이었다. 저런 식으로 공중에 띄워 놓는 형태의 마탑은 유지 자체가 어려운 만큼 마법 실력이 부족한 곳에서는 보기가 힘들었다.
“공중 마탑이라니, 발드로가드에서도 마법에 진지한 마법사는 있는 모양입니다. 상급생들이 저기서 공부하는 모양이죠?”
“저긴 발드로가드 놈들이 지칠 때 풍경 구경하라고 외부에 의뢰해서 만든 풍경탑이다.”
해골 교장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한은 그 대답에 마차 밖으로 떨어질 뻔했다.
“풍… 풍경 구경은 날아다니는 탈것을 타고 하면 되잖습니까? 당장 마차도 있고…”
“탑에 앉아 느긋하게 시와 노래를 들으며 구경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겠지. 워다나즈. 공격하지 마라. 저 마탑에 상처라도 나면 흑마법 학파는 일 년 동안 지원금 없이 보내야 한다.”
“…안 합니다. 제가 왜 다른 마법학교의 시설을 공격하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이한은 슬며시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저 마탑의 용도와 가격을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꽉 쥐게 된 것이다.
‘그렇군. 여긴… 마법학교보다는 정말 왕정이나 궁정에 가까운 곳이군.’
궁전 형태의 여러 건물들이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로는 먼지 한 톨 없이 아름답게 포장된 산책로와 즐길거리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마탑도 도서관도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진지한 마법보다는 흥미와 즐거움을 위한 마법에 가까웠다.
이한은 도서관에서 나오는 학생들이 한아름 들고 나온 책 목록이 <탐정 토베리즈 명작선>인 걸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법책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도 마법사라기보다는 고전적인 의미의 귀족에 가까웠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한은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다. 그냥 다 약탈해버리고 싶다. 내 안에 이렇게 파괴적인 욕망이 있었을 줄이야?’
이한은 혹시 해골 교장이 옆에 있어서 사악한 기운이 옮은 거 아닌가 의심했다.
“진정해라. 워다나즈. 발드로가드에 온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다들 겪는 일이니.”
해골 교장은 제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발드로가드의 정경을 마주한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은 누구나 극심한 파괴욕과 약탈욕에 시달렸다.
어쩌면 이 발드로가드의 풍수적 특성이 좋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
“눈빛과 표정에서 그 살기를 거두도록 해라. 여기 애송이들이 겁먹고 도망칠 수도 있으니.”
“그런데 학교에서 상당히 강한 마법의 힘이 느껴지는데, 이건 어떻게 된 겁니까?”
“눈썰미가 좋군. 맞다. 발드로가드에는 강력한 보호 마법이 설치되어 있다. 황제 폐하께서 직접 걸어주신 마법이지.”
“설마! …혹시 교장 선생님, 발드로가드 약탈하신 적 있으십니까?”
‘역시 후계자 님이시다.’
마차를 몰던 죽음의 기사는 속으로 감탄했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발드로가드 출신 귀족 가문들에 대한 황제 폐하의 우호적 표시입니까’나 ‘제국 마법학교를 영원히 우대하고 지키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군요’같은, 완전히 틀린 소리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후계자는 듣는 즉시 ‘해골 교장이 약탈해서 보호 마법을 걸어준 건가’란 추측부터 들어갔다.
남들보다 세 걸음은 앞서나가는 기민한 판단력이었다.
“안 했다. 하지만 제법 날카로운 추측이군. 그 이유도 적잖이 있겠지.”
다른 마법학교들은 황제 폐하가 직접 마법을 걸어주지 않았다.
에인로가드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마법들이 층층이 적층된 곳인데다가 그 영지를 제국 최고의 대마법사가 관리하고 있었다.
마법학교들이 다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지만, 제각기 제국에서 손꼽히는 마법사들이 영지와 공방을 꾸려서 머무르고 있는 만큼 그 방어는 어지간한 요새나 외성보다 뛰어났다.
…발드로가드 빼고. 발드로가드는 심지어 성벽도 없었다.
‘어떻게 성벽이 없지? 도망치는 학생들을 어떻게 막으려고? 아. 발드로가드는 외출이 자유였지.’
이한은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학교가 존재할 수 있지?
“다른 마법학교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있지만 발드로가드는… 발드로가드니까. 아니었으면 저 황금과 보석들이 어떻게 멀쩡히 남아있었겠느냐.”
“폐하께서 현명한 선택을 하신 것 같습니다.”
“흥. 아첨꾼 같으니.”
“교장 선생님한테 배운 겁니다.”
두 사제는 마차가 정지할 때까지 투닥댔다.
끼익-
마차가 완전히 착지하자 두 마법사는 문을 열고 내렸다. 마구간에는 제국의 온갖 비싼 동물들이 즐비했다.
“태양비단거북?! 저걸 타고 다니는 겁니까?! 어떻게?!”
“촌스럽게 하나하나 보고 놀라지 마라…”
해골 교장은 오랜만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혹시 이 녀석,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러거나 말거나 이한은 충격과 공포가 섞인 목소리로 계속 외쳤다.
“저 황소는 설마 포말(泡沫) 황소입니까? 물거품으로 된 소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호사가들이나 좋아하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짐승이니까 호들갑 좀 떨지 말고 조용히 해라!”
해골 교장의 말에 마구간에 있던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살짝 째려봤다.
“듣지 마라. 테스투도.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 저 무례한 사람의 말은 깨끗한 물로 씻어버리자꾸나.”
“타우루스. 너는 최고의 동물이자 최고의 소야. 격구 경기 같은 야만스러운 대회에 나가지 않아도 그건 변함이 없단다. 자. 가자. 다른 마구간을 찾아봐야겠다.”
‘젠장. 이름도 멋있네.’
품위 있고 교양 있는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눈앞에서 무례한 말을 하는 외부인을 봤음에도 시비를 걸지 않고 자기들이 자리를 피했다.
만약 에인로가드 학생이 저런 말을 들었다면 바로 면상에 마법부터 갈겼을 것이다.
그 모습에 이한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혹시 우리가 야만인인가?’
분명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야만인이고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문명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상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혹시 마법만 잘 쓰는 야만인일지도…?
“오자마자 잘하는 짓이다.”
“교장 선생님께서 말하신 거잖습니까.”
“워다나즈 가문에서 희귀한 악마들 많이 봤을 텐데 왜 이리 호들갑이냐?”
“악마하고 저게 같습니까?”
희귀한 악마와 희귀한 동물의 차이는 다음과 같았다.
시장에서 희귀한 악마를 팔려고 하면 바로 제국 경비대원들이 달려왔지만, 희귀한 동물을 팔려고 하면 부호와 호사가들이 몰려들어서 금화를 산처럼 쌓아주는 것이다.
“부탁인데 발드로가드 안에 들어가서는 이런 짓 하지 마라. 네 명성이 아무리 대단해도 한계가 있단 말이다.”
해골 교장이 생각하기에 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입 다물고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가만히 있기’였다.
이 전략은 에인로가드에 있는 얼굴값 못하는 몇몇 교수들한테도 종종 시키는 전략이었다.
제자가 저런 교수들만큼 인격이 괴팍하진 않았지만, 하도 거친 마법학교에 있던 만큼 발드로가드 기준으로는 살짝 걱정이 됐다.
“만약 안에서 악신 토벌에 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를 하면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몇 달 정도는 악몽에 시달릴 거다. 알겠느냐?”
“이해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입 다물고 교장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겠습니다.”
이한은 누굴 걱정하냐는 듯 당당하게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해골 교장에게 저런 사교 관계에 대한 걱정을 듣는 건 상당히 불쾌했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닌단 말이야?
“그런데 발드로가드는 이미 협력을 약속한 거 아니었습니까?”
“아둔한 네게 세 개의 단어로 설명해주마. 연회, 대성공, 추가 기부금.”
“세 개가 아닌…”
“그럼 잠깐 기다리고 있어라. 갖고 올 공작이 있으니.”
‘내가 잘못 들었나?’
이한은 귀를 의심했다.
…공작새 같은 걸 선물로 가져간단 소리겠지?
다시 묻기도 전에 해골 교장은 기사와 함께 휙 사라져버렸다. 이한은 얌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마구간이나 다시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까 해골 교장이 한 말이 조금 신경쓰였다.
‘설마 마구간에서 동물 보고 호들갑 좀 떨었다고 모임에서 평판이 깎이나? 깎일 수 있긴 하겠군. 사악한 발드로가드 놈들 같으니.’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앞에서 해골 교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습니다? …아니, 눈동자 색이 왜 그러신 겁니까?”
이한은 깜짝 놀랐다.
현재 해골 교장은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시선을 던질 만큼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인간 형태였다.
하지만 잠깐 안 본 사이 해골 교장의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요즘 발드로가드 유행인가? 교장 선생님도 보통 진심이 아니시군. 이 정도면 기부금에 미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짝 존경심까지 들 정도였다. 해골 교장이 학생들을 많이 괴롭히긴 해도 이런 부분에서는 성실했다.
어쩌면 그런 점 때문에 학생들이 암살을 하지 않는 걸지도…
‘아니면 너무 강해서일수도 있겠군.’
“저긴 어디지?”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해골 교장이 저 멀리 궁전들이 모인 언덕을 가리키며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이한은 이게 무슨 시험인가 싶었다.
“예? 발드로가드잖습니까?”
“그렇군. 같이 가겠나?”
“예?? 아니… 뭐… 지금 발드로가드 연회 준비 같은 거 하시는 겁니까?”
질문에 해골 교장은 대답하는 대신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