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05)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305화(1304/1304)
1305
화
사람들이 호응해주자 이한도 다음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어느 날, 에인로가드를 지키는 기사들이 실수를 저질러서 교장 선생님에게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이들이 매달릴 교수대를 스스로 만들고 매달리라고 명령했죠. 그러자 한 기사가 다른 기사에게 이렇게 외치지 뭡니까. ‘빨리 만들어! 주인님을 화나게 만들면 안 돼!’라고 말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와하하하하!”
“…뭐하는 건가?”
이칼도렌 공작은 황당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한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대답했다.
“발드로가드 사람들과 친해지고 있습니다만.”
“이 몸이 에인로가드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에인로가드의 비밀은 유지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공작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본인도 그 비밀을 알기 위해 첩자까지 들여보낸 만큼, 해골 교장의 제자가 저렇게 떠드는 거에 위화감이 상당했다.
저래도 되나?
“아하. 전 마법 안 걸려서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라…!”
이칼도렌 공작은 답답해했다.
워다나즈의 안부를 물은 게 아니라 지금 저 농담 자체가 괜찮냐고 물은 거였는데!
“아. 이런 농담해도 괜찮냐고요?”
“그렇지!”
“어차피 사람들이 안 믿어서 괜찮습니다.”
“……”
공작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주변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저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에인로가드에 대한 과장된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였다.
‘하긴 이 몸도 조사하기 전에는 다 헛소문이라고 생각했었지…’
에인로가드에 관한 소문에는 규칙이 있었다.
그럴듯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가짜 소문이었고, 말도 안 되게 느껴지면 의외로 진짜 소문이었다.
“어쨌든 왜 오셨습니까?”
“네 도움이 필요하다. 저 무지렁이들이 마법의 중요성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단 말이다.”
“하긴 마법이 금화는 많이 먹는 주제에 남는 건 의외로 없는 편이긴 합니다.”
“……”
이칼도렌 공작이 배신자라도 보는 듯 쳐다보자 이한은 뒤늦게 수습했다.
“그 사람들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이해가 간단 겁니다. 마법에 아무리 투자를 하고 기부를 해도 눈에 띄는 성과는 백 번 중 한 번 나올까 말까 아닙니까. 그럴 바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도 이해는 가죠.”
“무슨 소리인진 알겠지만 지금 사악한 대마법사가 이 몸을 죽이기 직전이란 말이다! 저번에 굶어 죽어가던 이 몸을 살려줬던 것처럼 한 번만 더 도와다오!”
“알겠습니다. 진정하십시오.”
“그리고 혹시 여기 주방을 빌려서 식사 한 끼 차려줄 수 있나?”
“예? 제가 왜?”
“…아무것도 아니다. 어쨌든 가자!”
분위기를 타서 창피한 부탁까지 같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칼도렌 공작은 빠르게 후퇴했다.
일단 지금은 미식보다 기부금을 모아가야 했다.
공작이 이한을 데리고 나타나자 귀족들은 알아보고 탄성을 내뱉었다.
“혹시 악신 원정의 그…”
“맞습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
한 몇 달은 떠들고 남을 이야깃거리가 찾아오자 귀족들은 흥분했다.
이칼도렌 공작은 분위기를 파악한 뒤 기침하며 끼어들었다.
“워다나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마법에 대해 다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 위대한 마법의 매력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겠나?”
“맞아요! 듣고 싶습니다! 에인로가드에서는 최근 어떤 마법이 있었나요?”
“소문에는 일렌딜이란 마법사가 정령계 반향의 비약을 완성하기 직전이라던데? 그 물약만 있으면 평범한 사람도 정령계에 방문해 정령들과 대화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에인로가드는 폐쇄적인 집단이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마법적 연구는 밖으로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다.
필요한 마법의 비용, 시약, 재료 등등을 모으다보면 외부의 마법사나 세력들과 교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소문들은 더 과장되고 자극적으로 변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다.
이한은 일렌딜 선배와 아는 사이였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그 물약은 끔찍한 실수였습니다. 선배님께서 정령들과 친해서 착각하신 거죠. 평범한 사람이 정령계에서 울려 퍼지는 반향을 감지할 수 있게 되면 금세 미쳐버릴 겁니다.”
“……”
“……”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방금 일렌딜의 이름을 꺼낸 귀족이 당황해서 되물었다.
“그, 그래도… 그걸 깨달았으니 개선해서… 더 좋은 물약을 만들 수 있겠지?”
“글쎄요. 힘들 것 같습니다만. 근본적인 부분을 착각하신데다가 일렌딜 선배님도 다른 일로 바쁘셔서…”
“내 친구가 그 물약에 꽤 많은 투자를 했는데?!”
“저런…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마법 연구란 게 원래 이렇습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아요.”
분위기는 어색을 넘어 침울함에 도달했다. 귀족들은 술렁거렸다.
“이 정도일 줄이야…”
“마법에 투자하는 건 대해를 건너는 선단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잠깐만 따로 이야기 좀 하지.”
이칼도렌 공작은 이한을 따로 불러냈다.
그리고 애원하듯 속삭였다.
“대체 왜 이러는 건가! 혹시 이번 기회에 이 몸을 확실히 죽이려고 이러는 건가?!”
“아니… 그게… 근데 실패한 물약인데 잘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순 없잖습니까…”
이한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부러 이런 게 아니었다. 일렌딜 선배가 착각한 걸 어떡한단 말인가.
사실 이한 본인도 그 물약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금, 아주 조금 기대를 가졌었다.
하지만 막상 완성된다 하더라도 듣는 것만으로는 정령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선배에게 비난을 퍼붓고 숲을 떠나게 됐다.
-좀 제대로 알아보고 만드셔야 할 거 아닙니까!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시다니!
-내, 내가 실수하긴 했지만… 네가 화낼 이유는 없지 않아?! 투자자도 아니면서…!?
-아무 노력도 안 해도 정령한테 사랑받으니 이런 착각이나 하시는 거죠!
-그, 그건 더 상관없잖아…!
-됐습니다! 파수꾼 클럽에서 말이나 조심하십시오!
지금 냉정해진 상태에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화를 낼 것까지는 없었었다. 이한은 죄책감을 느꼈다.
‘다음 학기에 사과해야지. …아, 아니. 다다음 학기인가?’
“둘러대거나 속여도 됐잖나!”
“마법 망친 건 일렌딜 선배인데 그걸 왜 제가 속여야 합니까?”
이칼도렌 공작은 이한에게 화를 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온순해 보이더라도 이 마법사는 해골 교장의 제자였다. 고집을 쉽게 꺾을 리 없었다.
“…코홀티! 코홀티란 마법사에 대해 다들 들어봤나? 에인로가드 졸업생이라고 하던데!”
공작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화제를 꺼냈다.
저 멀리서 해골 교장이 노려보는 눈빛의 살기가 짙어지고 있는 게 매우 신경 쓰였다.
“코홀티 선배님은 왜 갑자기?”
“황무지 별잡이에서 복무하던 도중 새로운 마법을 개발했다더군. 정말 대단하지 않나?”
“아! 저도 들어봤어요! 시약 가루를 뿌리는 것만으로도 악마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는 마법이라고! 이 마법이 더 발전되면 온갖 사악한 자들을 다 잡아낼 수 있겠네요? 이 마법에 후원하는 건 어떨까요?”
분위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자 공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한에게 눈빛을 보냈다.
제발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아다오!
그러나 이한은 매우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마법, 사실 백 년 전에 실전되었던 마법을 재발굴해서 살짝 바꾼 겁니다.”
“……”
“…그, 그러면 속임수인가요?”
“속임수는 아닙니다. 일단 기존 마법과 다르긴 하니 말입니다.”
이건 저번에 디레트와 이야기할 때 들은 것이었다.
-후배. 여기 제국 신문 봤어?
-저는 징벌방에 있어서…
-…내가 미안해. 여하튼 여기 봐. 코홀티가 악마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했다고 기사가 실렸어.
-대단하시군요. 순찰자 일을 하시면서 마법 개발까지?
-대단하기는 무슨! 이거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에서 저번에 재발굴한 마법을 살짝만 바꾼 거야! 다른 사람들이면 모를까 제국 흑마법사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어쩌려고 이러는 건지…
-괜찮을 겁니다. 선배. 다른 흑마법사들을 안 만나면 되죠. 황무지 별잡이들은 많이 돌아다녀서 다른 흑마법사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코홀티 선배님도 그걸 알고 하신 걸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한데 위로가 되긴 하네… 고맙다.
“하지만 원본 마법을 생각해봤을 때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 그런데 분명 코홀티란 마법사는 이 발표로 인근 귀족들에게 후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그야… 다른 마법 연구에 돈이 많이 드니까요. 다른 마법 연구에 쓰시려고 받은 거 아니겠습니까?”
어렵고 난해한, 진도도 나가지 않은 마법 연구를 발표하고 돈을 달라고 하면 아무도 주지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이 ‘어휴 저 흑마법사 녀석’이라고 경멸해도 일단 좀 화제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
“……”
완전히 가라앉은 분위기에 이칼도렌 공작은 체념했다.
‘올해는 에인로가드 지하에 있겠군. 워다나즈 저 자가 식사는 대접해주겠지. …아니! 잠깐! 올해는 발드로가드 교수잖아!’
“워다나즈 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귀족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마법이 실패가 많고 어려움이 많은데 마법사들이 마법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 뒤에 성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한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실패와 어려움을 겪더라도, 그걸 겪지 않으면 성공으로 갈 수 없기에 마법사들은 그걸 감내하는 겁니다. 쉽고 편한 방법만을 찾았다면 악신 토벌 같은 업적은 세우지 못했을 거고요.”
‘아니!’
이칼도렌 공작은 크게 놀랐다.
설마 여기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해골 교장의 제자답게 그 심모원려가 상상을 초월했다.
실제로 다른 귀족들도 방금 대답에 감명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계속 솔직하게 대답한 게 오히려 좋은 인상으로 남은 것이다.
어줍잖은 거짓말 대신 진심으로 다가온 미래의 제국 대마법사는 모두를 감동시켰다.
“그 실패와 어려움. 우리도 같이 가게 해주게!”
“저도요! 다음에 에인로가드에 방문하면 뵐 수 있을까요?”
“아. 제가 이번 학기에 발드로가드 교수…”
“콜록콜록콜록!”
이칼도렌 공작은 체면도 잊고 미친듯이 기침했다.
만약 여기서 후원자들이 ‘그래요? 그럼 발드로가드에 해야겠네’라고 하면 공작은 정말 억울해서 숨도 쉬지 못할 것이다.
* * *
“흥. 제법 모았다만 네놈이 끼친 손해만 놓고 보면 만분의 일도 갚지 못했다.”
“……”
공작은 유독 연회장 안이 덥고 숨이 막힌다고 느꼈다. 밖에 나가서 차가운 자유의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그러나 해골 교장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태도였다.
“주제에 스스로 설득도 못해서 박쥐박쥐의 도움을 빌리다니.”
“박쥐박쥐?”
-워다나즈 님 말입니다. 멍청하게 굴지 좀 마십시오.
“……”
이칼도렌 공작은 공손히 손을 모으고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평생 배운 것보다 요 몇 년 사이 얻은 깨달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특히 ‘대마법사가 화났을 때는 입을 다물고 있어라’ 같은 교훈이…
“잠깐. 박쥐박쥐 어디갔지?”
-발드로가드 교수들이 도착해서 그쪽 궁전 연회장에 가셨습니다.
퍽!
이칼도렌 공작은 정강이를 움켜잡고 바닥에 굴렀다. 옆에 있던 하인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괜찮으십니까?!”
“공작이 술이 좀 과했나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