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08)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308화(1307/1312)
1308
화
앗! 선배님! 연락주셨군요! 지금 봤습니다!
……
…죄송합니다.
혹시 발드로가드에 관한 헛소문 때문이야? 그런 거라면 너무 신경쓰지 마. 헛소문은 곧 사라질 테니까.
헛소문 아닙니다.
‘응?’
디레트는 깃펜을 든 손을 잠깐 멈추고 방금 읽은 문장을 다시 읽어보았다.
‘내가 피곤해서 독해력이 떨어진 걸까?’
저 이번 학기 발드로가드 교수로 일하게 됐습니다.
“콜록콜록콜록콜록콜록!”
경악할 만한 문장에 디레트는 날개를 펄럭거릴 만큼 크게 기침했다.
선배의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가이난도는 탑의 벽으로 달려가 창문을 열고 환기했다.
‘큭! 하루에 3번 청소를 하고 먼지를 치웠어야 했는데…!’
만약 이한이 여기 있었다면 ‘내가 그러게 뭐라고 그랬어’하며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가이난도는 부디 선배가 하루에 2번만 청소했다는 사실을 알아치리지 못하길 간절히 빌었다.
대체 왜!?
정말 긴 사정이 있습니다.
당연히 긴 사정이 있었겠지! 짧은 사정으로 어떻게 발드로가드 교수가 되겠어?!
디레트는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혹시 에인로가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 아니지? 선배, 친구, 후배, 교수, 교장, 교칙…
후배가 마음에 안 들어 할 것 같은 요소들을 나열해보던 디레트는 문득 속으로 생각했다.
‘어라? 너무 많지 않나?’
이쯤 되면 에인로가드에 장점이 없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니.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물론 마음에 안 드는 선배나 교수나 교장 선생님은 있긴 한데, 그런 것 때문에 발드로가드 교수 자리를 맡진 않습니다.
그러면?
…일종의… 사기를 당했습니다.
발드로가드한테!? 죽여버리겠어!
발드로가드한테 사기당한 게 아니라… 여하튼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참. 친구들한테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
친구들한테는 비밀로 해달라는 말에 디레트는 당황했다.
하긴 어차피 학기가 시작되면 알게 될 테니 미리 말할 필요가 없긴 했다. 디레트가 방학 때 다른 후배들과 만날 일도 없었고.
하지만 현재 마탑에 후배 한 명이 있는데…
‘잊어버린 거 아니야?’
네 친구인 가이난도한테도 말하지 마?
말했다가는 난동피우거나 탈출하려고 할 텐데 그래봤자 징벌방만 갈 겁니다. 그냥 학기 시작할 때까지 숨겨주십시오.
‘설득력이 있군.’
디레트는 이한이 냉정하게 판단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저 황족 후배의 성격상 저런 소식을 들으면 광분해서 데굴데굴 구를 가능성이 높았다.
고민하는 사이 종이새가 새로 날아왔다. 유크벨티레가 보낸 종이새였다.
화르륵!
디레트는 열어보지도 않고 검은 화염을 쏘아 종이새를 떨어뜨렸다. 가이난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선배님은 왜 안 보세요?”
“요즘 이상한 헛소문이 담긴 종이새들이 많이 날아오더라고…”
“헉! 저도요!”
* * *
하늘을 나는 마차 안에서 이한은 새로 사귄 발드로가드 임원진과 기존에 알고 있던 발드로가드 학생들에게 각각 연락을 준비했다.
그 모습에 해골 교장은 마차 밖으로 밀어버리고 싶다는 눈빛을 보냈다.
“마법 공부 안 하냐? 소세계나…”
“이것만 좀 하고 하겠습니다.”
“차라리 마부석이 낫겠군. 저 꼴을 보느니 내가 마차를 몰겠다.”
해골 교장은 죽음의 기사를 마차 안으로 쫓아내고 자신이 마부석에 대신 앉았다.
기사는 매우 어색한 자세로 이한이 하는 걸 쳐다보았다.
느왈카 교수님. 저번 연회에서 길게 이야기하지 못해서 참으로 아쉽습니다. 교수님의 연극 강의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었는데… (중략)…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을 어떻게 모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학생들을 어떻게 강의에 집중시키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혹시 강의실 문을 물리적으로 폐쇄해보신 적이 있으신 지도 궁금합니다. 만약 그런 적이 있으시다면, 학생들이 탈주 시도를 했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학생들이 다시 강의를 들으러 왔는지도 궁금합니다…
크라하 교장 선생님. 저번 연회 때 장대하고 방대한 발드로가드의 역사에 대해 듣지 못해서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중략)… 발드로가드의 교칙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혹시 교수가 학생을 공격했을 때에 관한 교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니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교수가 강의실 문을 물리적으로 폐쇄했을 때에 관한 교칙이 있는지, 교수가 학생을 추적해서 강제로 강의실로 끌고 갔을 때에 관한 교칙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 또한 단순한 호기심입니다. 제가 원래 호기심이 좀…
‘내용이 좀 이상하지 않나?’
죽음의 기사는 위화감을 느꼈다.
발드로가드에서 어떤 걸 가르칠지 열심히 고민하시는 줄 알았는데, 뭔가 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어떤 마법을 어떻게 가르칠까가 아니라 어떤 학생을 어떻게 모아서 어떻게 못 도망치게 할까 같은데?
“후. 다 됐다.”
이한은 뿌듯한 표정으로 종이새를 보냈다. 죽음의 기사는 뭐라고 말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후계자 님도 분명 무슨 생각이 있겠지.’
그리고 솔직히 발드로가드에서 사고 좀 쳐도 그게 그리 큰 문제인가 싶기도 했다.
“다음은…”
이한은 자신이 아는 발드로가드 학생들을 생각해보았다.
일단 알자드크 가문의 잔단니가 있었다.
‘보석을 물쓰듯 쓰는 미친 사람이었지.’
그리고 크라하 가문의 이렌디가 있었다. 이한보다 한 학년 위인 이 학생은 에인로가드의 파수꾼 클럽에도 가입한 기묘한 학생이었다.
‘보석을 물쓰듯 쓰는 미친 사람이었지.’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졸업생 중에 마법범죄자인 키타렌아눔도 있었다. 이 마법사는 놀랍게도 발드로가드 출신이었다.
‘보석을 물쓰듯 쓰진 않았지만 미친 사람이었지. 흠. 보석을 물쓰듯 쓸 것 같기도 하군. 마법범죄자니까.’
기억을 정리한 이한은 자신이 가진 발드로가드의 이미지가 생각보다 흐릿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미움이란 감정은 사실 상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단 대화를 해봐야겠어.’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강의실 문을 폐쇄하고 마법을 익힐 때까지 가둬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런 것들을 미리 파악해놔야 학기가 시작했을 때 백전백승이 가능했다.
이한은 가장 접촉하기 쉬운 크라하 가문의 이렌디에게 일대일로 대화를 시도했다.
고나달테스:이펠드렘. 그 소식 들었나? 발드로가드에 관한 놀라운 소식이 있는데.
이펠드렘:저를 속이려는 거면 그만두세요! 발드로가드 학생이라고 얕보시는 거죠?
“……”
이건 정말로 억울했다.
‘나는 오히려 말렸는데!’
물론 이한이 발드로가드 학생들을 볼 때마다 재산을 모두 털고 싶은 충동을 느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파수꾼 클럽 내에서는 양심에 어긋난 행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회원들이 이 발드로가드 학생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려는 걸 말리면 말렸지!
그러나 그 말리는 태도가 거칠었기 때문인지 이펠드렘은 아직도 이한을 경계하고 있었다.
‘어쩌면 가명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고나달테스란 가명이 기본적으로 좀 위협적인 걸지도.’
>고나달테스:저번에 에인로가드 학생을 대접하는 일을 도와줬는데 이렇게 의심하다니 너무하군.
이펠드렘:앗, 그건… 그, 죄송해요. 확실히 그랬었죠. 사과드릴게요.
이한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에인로가드 학생이었다면 ‘그럼 과거로 돌아가서 보상 달라고 해’가 나왔을 것이다.
고작 이런 말에 경계를 풀다니.
두 마법학교 학생들은 늑대와 양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이펠드렘:덕분에 워다나즈 님을 잘 대접할 수 있었어요.
고나달테스:잘… 됐군…
이한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자신이 아닌 척 위장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이펠드렘:도와주셔서 감사하지만 이건 다시 한 번 말씀드릴게요.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전부 사악하지도 않고, 전부 돈을 뜯으러 방문하는 것도 아니에요. 실제로 워다나즈 님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구요.
고나달테스:그래…
이펠드렘:지하에 악마를 가두고 싶다는 말 같은 것도 안 했구요!
고나달테스:본론으로 들어가지. 마침 하려던 이야기니까. 발드로가드에 그 워다나즈가 이번 학기 교수로 부임하게 됐는데.
이펠드렘:헛수작 부리지 마! 어디서 감히!
고나달테스:?
이펠드렘: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내가 발드로가드 학생이라고 얕잡아보다니!
“……”
이한은 당황했다.
이제까지 다른 회원들이 어떤 무례한 소리를 해도 예의를 갖췄던 선량하고 친절했던 마법사가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다니.
‘주인이 바뀌었나?’
고나달테스:왜 화를 내는 거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거짓말이 아니다. 확인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이펠드렘:잠시만 기다리고 있으세요! 만약 아닐 경우 고나달테스 당신과는 절대 앞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정말로죄송합니다!!!
이펠드렘은 10분 정도 장문의 사과와 반성을 적어서 올렸다.
그리고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듯이 물었다.
이펠드렘:대체 어떻게 워다나즈 님을 교수로…? 믿을 수가 없어요. 혹시 에인로가드 교장 선생님에게 거액의 뇌물을 바친 걸까요?
‘아니?’
이한은 살짝 놀랐다.
이 크라하 가문의 학생은 발드로가드답지 않은 마법 실력만큼 날카로운 식견 또한 갖고 있었다.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근접한 것이다.
이펠드렘:그리고 고나달테스 당신은 대체 어떻게 이걸 안 거죠?
고나달테스:에인로가드 학생들은 다 아는 수가 있지.
이펠드렘:과연…!
사실 없었다.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이펠드렘:워다나즈 님에게 마법을 배우는 건 제 오랜 소망이었어요. 정말로 기쁘네요!
고나달테스:갑자기 궁금해져서 묻는 건데, 발드로가드에 너처럼 마법 강의를 들으려고 하는 학생이 몇 명이나 있지?
이펠드렘:잠깐만요. 옆에 잔단니 선배님이 계시는데, 물어보고 올게요.
‘앗. 일이 잘 풀리는군.’
이한은 뜻밖의 행운에 기뻐했다.
잠시 후 이펠드렘이 대답했다.
이펠드렘:다 물어보고 왔어요. 2명이에요.
고나달테스:…뭔가 잘못 쓴 거 아닌가? 2명이라고?
이펠드렘:네! 저하고, 잔단니 선배님 이렇게 두 명이요.
고나달테스:아하. 내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 같군. 발드로가드 친구. 내가 물어본 건 발드로가드 전체에 몇 명쯤 관심이 있을 것 같냐는 뜻이었는데.
이펠드렘:그러니까 2명이라니까요?
이펠드렘은 고나달테스가 왜 이해를 못하나 싶었다.
자신은 듣고 싶었고, 잔단니 선배도 듣고 싶어하니, 총 2명 아닌가.
“……”
이한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고나달테스: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2명이라니!
이펠드렘:음… 생각해보면 조금 더 있을 것 같긴 해요. 마법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있긴 하거든요. 종종 이야기도 같이 하고요.
고나달테스: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펠드렘:하지만 걔네들은 이번 학기에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고나달테스:무슨 일이지?
이펠드렘:세덴 교수님의 연극 강의죠. 올해 정말 반응이 좋아서, 다음 학기 때 다들 여기에 집중할 것 같아요.
“……”
이한은 글씨를 쓰다 말고 좌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