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31)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331화(1330/1336)
1331
화
이쯤 되면 진짜 자신을 제외한 제국의 거물들이 모인 모임이 있나 의심이 갔다.
‘진짜 있는 거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거기에 몰래 가입할 방법이 없는지, 가입할 경우 가명은 무엇으로 해야 할 것인지(고나달테스는 아무래도 저기서는 위험할 것 같았다) 고민하는 사이 라게사가 설명해줬다.
“저번에 본 서리거인이 부러워하면서 떠들던데?”
“……”
생각보다 훨씬 더 하찮고 시시한 이유였다.
서리거인들은 도전, 영광, 명예 등등을 좋아하는 호전적인 이들이었고 왕에게 인정받은 이한을 상당히 존중해줬다.
그 존중을 표시하는 방법이 비뚤어져서 그렇지!
-너는 왕과 대면한 도전자로군!
-아닙…
-그렇다면 내가 널 정정당당히 쓰러뜨려서 그 영광을 빼앗겠다! 영광의 소유자로서 도전에 응해라! 잠깐! 어딜 도망가는 거냐!
“서리거인 왕의 인정을 받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애송이 네게 좋은 일이지.”
“그렇게 좋은 일이면 라게사 님이 대신 가져가주십시오. 앗.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서리거인 왕을 만나면 제가 라게사 님한테 졌다고 말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독기가 아주 바짝 올랐군. 그만 놀려야겠다.’
라게사는 살짝 반성했다.
발드로가드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이 너무 웃겨서 조금 심하게 놀린 것 같았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상대가 독기가 오르든 말든 전혀 걱정되지 않았지만 이 마령관의 제자는 독기가 오를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저 애송이 안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해적들도 감히 짐작하지 못하는 광기가 잠들어있었다.
“놀리려고 한 말이 아니야. 잘 들어봐라.”
“저도 놀리려고 한 말 아닙니다. 그럼 라게사 님이 받아가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일단 들어보라니까? 서리거인의 왕은 종족의 유산을 물려받은, 무시 못 할 차원의 강자다.”
라게사는 이한을 달래기 위해 서둘러 말했다.
그러나 이한은 의심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라게사를 쳐다보았다.
또 무슨 말로 놀리려고…
“그런 강자와의 대결은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서리거인들의 역사에 얼마나 많은 권능과 마법이 존재했을까? 그 중에는 현재 제국의 마법으로는 재현하기 힘든 옛 마법들도 있겠지. 시련 뒤에 있을 이 보상들을 생각하면, 자. 애송아. 아직도 서리거인 왕의 추적이 꼭 나쁜 일로만 보이냐?”
“예. 다 들어드렸으니 라게사 님이 받아가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
생각해보니 눈앞의 마법사는 익혀야 할 마법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마법사였다.
그런 마법사한테 서리거인 왕과 대결하면 그 기나긴 유산에서 어떤 걸 얻을까 기대되지 않냐고 해봤자 좋은 대답이 나올 리 없었다.
오히려 더 부담스러울 뿐!
“말해봤자 소용없을거다. 서리거인 왕의 인정은 그렇게 양도가 되는 게 아닐 테니까.”
“칫.”
“애송이, 혹시 속으로 ‘그래도 한 번 양도는 해봐야지’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이한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옆에 있던 부관 갈바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둘 다 지독하시군.’
마법사들은 단순한 대화 하나도 이렇게 치열하고 집요해야 한단 말인가?
좀 쓸데없이 치열하고 집요한 거 같긴 한데…
“저기 소세계 마법이나 봐라. 저기 위로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는 냉기의 흔적이 보이지?”
“예. 박동치는 걸 보니 안쪽에 마력이 연결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팔각형 형태의 구조…”
“…이 거리에서 그거까지 감지해내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애송이 네 감지 능력이 대단한 건 알겠다. 저게 아마 소세계일 거다. 비슷한 기록을 본 적이 있지.”
라게사는 기대된다는 듯 키히히 웃으며 품속에서 두툼한 수첩을 꺼냈다.
거기 위에는 온갖 낙서들이 적혀있었다. <제국 나포세 덜 내는 법>, <예전에 고나달테스가 침몰시킨 보물선 위치?> <올해 제국 최고의 럼주 증류소 10곳> 등등.
이 대해적은 이한의 시선을 느꼈는지 경계하듯 가렸다.
“나포 세금 덜 내는 비법은 못 알려준다.”
“정말 아쉽습니다.”
“눈을 떼질 못하는군.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방법이거든. 어디 보자… 아! 여기 있군. 휘페르보레아! 서리거인들의 냉기로 만들어진, 칼날 같은 바람이 깃든 땅. 그 땅과 연결된 주머니를 열면 가뒀던 바람이 휘몰아친다…”
‘냉기 계열 소세계인가?’
서리거인들이 주로 다루는 권능이나 살고 있는 차원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별로 놀랍지 않았다.
완전히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이한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물 원소를 잘 다루는 마법사는 냉기 원소도 잘 다루는 경우가 많지. 애송이. 너도 그렇지 않냐?”
“확실히… 그런 편이긴 합니다.”
당장 4서클 마법인 <펭에린의 냉기 원소 분신>을 익혔던 것처럼, 이한이 시전할 수 있는 마법들을 정리해보면 냉기 원소 계열 마법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다.
“반대로 냉기 원소를 잘 다루게 되면 물 원소를 다룰 때도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경우가 꽤 있지. 이 소세계를 손에 넣는다면 애송이 네가 다루는 물 원소 마법도 한층 상승할지 몰라.”
“오…”
이한은 약간 속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생각보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역시 사략함대를 이끄는 대해적의 연륜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 유적을 노리고 계신 겁니까?”
“아니. 저 유적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서리거인들이 남긴 보석들 때문이지. 내가 무슨 마법학교 교장도 아니고 소세계 하나 얻어서 기록해놓겠다고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잖냐!”
“……”
“어쨌든 애송이 너도 이렇게 왔으니 슬슬 진입을 해봐야겠군.”
노해적은 신중하게 빙산과 그 안에 갇힌 유적을 훑어보며 말했다.
누가 봐도 단단히 봉인된 입구였다. 이한은 어떻게 들어갈지 의아해했다.
“함선의 마법 대포로 뚫으실 겁니까?”
“아니.”
“그럼 별도의 화염 마법이나 스크롤 같은 걸 갖고 오신 겁니까? 느리게라도 녹일 수 있는 아티팩트나…”
금화가 좀 많이 들긴 하겠지만 이런 것도 방법 중 하나였다.
스크롤을 연사해 화력으로 밀어붙이거나, 설치형 아티팩트를 배치해 꾸준히 입구를 녹이거나.
그러나 라게사는 또 고개를 저었다.
“그런 낭비를 하는 해적이 어딨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필요하실 때는 잘만 쓰셨으면서…’
이한은 속으로 살짝 투덜댄 뒤 다시 물었다.
“그럼 뭡니까?”
“사실 원래는 바람과 조류를 기다렸다가 마법의 힘을 극대화시키려고 했다.”
라게사의 말에 이한은 무슨 소리인지 바로 이해했다.
이 대해적은 가문에서 내려오는 여러 비전 마법들을 익힌 강력한 대마법사였고, 무엇보다 해적 마법이라는 독창적인(그리고 위험한)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였다.
주변 환경에서 흐르는 마력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흐름을 강화시켜 폭주시키는 마법!
불안정하고 위험했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일반적인 마법보다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라게사 정도 되는 해적이라면 바다 위와 아래를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을 수 있을 테니, 준비만 제대로 하면 저 입구를 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좋은 방법 같습니다.”
“키히히.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니지. 때가 맞을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하거든. 진짜 좋은 방법은 따로 있다.”
“뭡니까?”
“애송이 네가 다시 해적 마법을 쓰는 거지. 예전에 했던 것처럼.”
“……”
이한은 질색하며 물러났다.
예전에 라게사가 강요해서 해적 마법을 강제로 배웠을 때 끝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거 한 번 쓰고 건물 복도며 천장이며 다 박살나지 않았었나?’
그 때문에 에인로가드 선배들이 ‘대체 어떤 놈이 복도를 부순 거지?’ ‘교장의 심술이겠지’ 같은 이야기를 나눴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했다.
“그 때 해적선에서 내린 뒤 백 년 동안 이 마법 쓰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
마법을 가르칠 때만 해도 라게사는 온갖 감언이설로 이한을 설득했었다.
-너는 지금 바다 위의 배를 몰고 있는 거야. 알겠어? 해적선의 선장인 거지.
-뭘 하고 싶냐니까! 해적 선장은 ‘예?’라고 묻지 않아! 해적 선장은 스스로 결정한다!
-바닷바람은 분명히 있다. 자, 자, 자… 느낄 수 있어!
…감언이설이라고 하기에는 좀 거칠긴 했지만 일단 설득이긴 했다.
하지만 이한이 예상 밖의 파괴력으로 건물 복도나 천장, 벽을 박살내버리자 라게사는 단호하게 하선을 명령했다.
“키히. 애송이. 선원들이 왜 배에서 내리는지 아냐? 다시 배에 타기 위해서다. 자. 저 빙산을 보면서 네가 원하는 걸 떠올려봐라. 저번에 애송이들을 박살내버리고 싶어했던 것처럼, 저 입구도 박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옆에서 그러라고 한다고 이한이 바로 증오심을 불태울 수 있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한이 평소 원한으로 넘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주변을 휘도는 마력의 바람이 별다른 이상 없이 움직이는 걸 보자 라게사는 안되겠다 싶었다.
이 마법사의 독기를 끌어올려야 했다.
“자. 저 빙산이 발드로가드라고 생각해라.”
“……”
“발드로가드가 아닌 것 같으면 너를 팔아넘긴 마령관의 분신을 떠올려도 좋아! 저기! 마령관의 분신이 수평선에서 나타났다! 애송이 널 팔아넘긴 황금을 배 위에 잔뜩 올려놨군!”
옆에서 보고 있던 부관과 죽음의 기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너무 유치하지 않나?’
‘아무리 원시 마법이 감정 상태가 중요하다지만 저런 조악한 설득으로는…’
콰오오오-
마력의 바람이 갑자기 거세지자 라게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호탕하게 갑판 위에서 발을 굴렀다.
“먹힐 줄 알았지!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어! 계속 그러면 된다! 저 분신 옆에 마령관도 있는 것 같은데? 저런,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제자한테 화를 내고 있군!”
-…저… 라게사 님…
“조용히! 조용히 하지 못할까!”
죽음의 기사는 주인의 명예를 위해 변명하고 싶었지만 라게사는 재빨리 막아섰다.
지금 흐름이 좋은데 끊어서는 안 됐다.
“좋군. 좋아. 이쪽으로 바람을 모아라!”
라게사는 선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런 마법으로 움직이는 함선의 돛은 평범한 돛이 아니었다.
횡돛이 펼쳐지자 주변을 휘도는 마력의 바람이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콰오오오오오오!
“훌륭해! 자. 뒤쪽으로 이동해라!”
다음 명령이 떨어지자 라게사와 선원들은 갑판 위를 달려 선미 쪽으로 움직였다.
죽음의 기사는 의아해하며 그 뒤를 쫓아갔다.
‘이쪽은 왜 이동하란 거지? 여기에 별도의 마법이 있나?’
-라게사 님. 여기에 무슨 마법이 있기에 이쪽으로 오신 겁니까?
기사의 질문에 라게사는 무슨 멍청한 질문을 하고 있냐는 듯 대답했다.
“여기 마법이 있긴 무슨 마법이 있어?”
-예? 여기 그러면 왜 오신 겁니까?
“애송이가 마법 터뜨리면 잠깐 바다로 뛰어들려고 온 거야.”
라게사는 현명한 해적이었다.
통제하기 힘든 강력한 마법을 갑판 위에서 터뜨릴 때는 만일을 대비해 바다에 뛰어들기 좋은 장소를 준비할 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