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36)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336화(1335/1336)
1336
화
잠시 후 이한과 라게사가 돌아왔다. 이 사략함대의 제독은 보기 드물게 반성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들어라. 이 토르게르드의 딸은 가끔 수평선 너머의 목표를 뒤쫓느라 무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지.”
“제독님! 그 말씀만으로도 저희는 정말 기쁩니다!”
해적 한 명이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원래 사과 안 하던 사람이 사과 한 번 하면 그 효과는 극대화되기 마련이었다.
부하로서 맨날 잔소리만 들었던 만큼 라게사의 사과는 천금보다 더한 가치가 있었다.
“무슨 소리지? 네가 아니라 여기 애송이한테 사과하고 있는 건데.”
“앗.”
“혹시 평소 내가 실수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해적들은 재빨리 동료와 거리를 벌렸다.
바다는 냉혹한 곳이라서 가끔 동료가 파도에 휩쓸려서 사라져도 눈물을 머금고 나아가야 했다. 괜히 찾으려고 했다가는 피해만 커졌다.
“아닙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평소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한 것들을 말해보는 건 어떠냐? 응?”
궁지에 몰린 해적은 땀을 뻘뻘 흘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이런 행동들을 고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일주일 내내 망루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보초를 서야 할지도 몰랐다.
어둠거인은 쭈그린 채로 흥미롭게 관찰했다. 필멸자들 중 해적 일을 하는 이들은 행동이 제법 재밌었다.
“라게사 님. 사과나 마저 해주십시오.”
“알겠다. 알겠어. 애송이. 토르게르드의 딸이 정식으로 사과하마. 앞으로는 소세계를 추천하기 전에 그 소세계가 정확히 누구의 것인지 파악하도록 하지.”
“???”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해적들은 의문에 빠졌다.
소세계에 무슨 비밀이 숨어있었기에 그 제독님이 사과까지 한단 말인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원래 서리거인 왕이 물려받았어야 하는 소세계였습니다.”
“아! …그게 왜…?”
왕이 쓰던 거면 더 좋은 거 아닌가?
그러나 해적들은 이한의 사나운 눈빛에 더 이상 묻지 못했다.
“그보다 슬슬 시작이나 하자.”
라게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어둠거인은 바로 무기를 뽑아들었다. 암흑 원소가 짙게 응축된 이 나무곤봉은 더 이상 목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색이 짙고 강도가 단단했다.
-와라!
“거인답지 않게 눈치가 빠르군. 애송이! 두들겨 패서 차원 너머로 쫓아내라!”
-정당하게 도전하려고 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겠지. 왕의 도전자. 네 실력을 낱낱이 조사해서 기록해놓겠다!
어둠거인은 현명한 거인답게 이한이 일대일로 싸워주지 않을 가능성도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서리거인이나 화염거인과 달리 이런 기습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휘리릭!
어둠거인의 몸 위로 순식간에 갈고리 달린 밧줄이 날아들었다.
해적들이 꺼낸 이 밧줄은 유령선에서 자란 넝쿨과 심해 몬스터의 근육 힘줄을 꼬아 만든 것이라 강력한 내구도와 마법 저항력을 갖고 있었다.
“흡!”
해적들은 폭발적으로 오러를 끌어올렸다. 이 해적들은 마법에는 일자무식이었지만 몸을 쓰는 육탄전에는 기사 못지않은 강함을 자랑했다.
육신 위로 마력을 불태우며 일제히 당기자 어둠거인은 신음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으윽. 이건 예상 못했다. 왕의 도전자. 내 공격을 받아라. 한 번이면 된다!
‘정말 더 상대하기 싫군.’
이한은 속으로 생각한 뒤 해적들을 응원했다.
“여러분들만 믿습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교수님!”
이한의 응원까지 듣자 해적들은 호탕하게 웃으며 밧줄에 힘을 가했다.
그 때 라게사가 경고했다.
“조심해라. 놈은 생각보다 교활하다!”
-흡!
“거인이 마법을?!”
어둠거인이 변환 마법을 사용하자 해적들은 깜짝 놀랐다.
설마 거인이 마법으로 탈출을 시도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더더욱!
“조심하라고 했을 텐데?
이-하!
”
갑자기 대포 발사하는 소리와 함께 유적 벽에서 마법이 튀어나와 어둠거인을 감쌌다.
거대한 새로 변해 탈출하려던 어둠거인은 마법의 그물에 묶여서 신음소리를 냈다.
-으음. 상대가 너무 많군. 이러면 도전자의 실력을 파악하기가 정말 힘들다.
“또 또 또 저러면서 도망치려고 하는군. 앞으로는 그냥 서리거인을 부르던가 해야겠다. 이 지긋지긋한 거인 녀석 같으니!”
라게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둠거인은 다시 변신했다. 이번에는 뱀으로 변해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죽음의 기사는 지긋지긋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방패를 후려갈겼다.
음의 에너지가 오러처럼 방패에서 폭발하자 뱀으로 변신한 어둠거인은 크게 힘이 빠져서 소리를 질렀다.
-으윽! 이건…
-일 다 했으면 얌전히 차원으로 꺼져라, 거인아! 안 그래도 후계자 님은 할 일이 많으시다!
‘역시 같은 학교 사람밖에 없구나!’
이한은 죽음의 기사가 해주는 말에 감동했다.
구석에 몰린 어둠거인은 원래의 커다란 덩치로 돌아오더니 곤봉을 휘둘렀다.
암흑파가 쏘아져나가자 이한이 재빨리 나섰다.
“
암흑이여, 여기에 모여라!
”
암흑 원소는 생명체와 상극인 원소라 단순하게 다뤄도 위력이 상당했다.
해적들이 전부 탈진해서 쓰러지기 전에 먼저 암흑 원소를 다룰 줄 아는 이한이 나서는 게 맞았다.
어둠거인은 이한이 암흑 원소를 더 능숙하게 통제해서 잡아끄는 걸 보고 감탄했다.
-과연. 이런 것도… 악!
“좋게 말할 때 꺼져라. 슬슬 내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으니! 계약으로 불러낸 존재라고 무조건 존중해줄 줄 안다면 큰 착각이다!”
라게사는 쇠사슬로 어둠거인을 두들겨 패며 경고했다.
차원 너머에서 온 존재들은 무적이 아니었다. 물질계에서 커다란 타격을 입고 역소환되면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이건 그들에게도 약점이었기에 협상 조건으로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어둠거인은 코웃음쳤다.
-우리 거인들은 어차피 영역을 떠나지 않아서 크게 다쳐도 상관없다!
“……”
‘진짜 서리거인 부를 거 그랬나?’
이한은 갑자기 후회가 됐다.
그냥 아는 거인 부를 걸 왜 또 모르는 거인을 불러서 일을…
-이렇게 된 이상 역소환될 때까지 도전자의 실력을 볼 수밖에. 가라!
어둠거인은 그냥 두들겨 맞으면서 끝까지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라게사와 죽음의 기사, 해적들에게 총공격을 당하면서도 이한에게 집요하게 마법을 시전했다.
-이 마법은 어떻지?
-이 마법은…
-암흑 원소를 정말 잘 다루는군. 그렇다면 이 마법도 한 번… 악! 으윽! 잠깐! 딱 한 번만 더…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을 선택한 결과, 어둠거인은 빠르게 역소환됐다.
역소환되기 직전까지 한 번만 더 시험하게 해달라며 발버둥치는 모습에 해적들은 어이없어했다.
뭐 저런 놈이 있냐?
“어쨌든 돌려보냈습니다, 교수님!”
“다들 고생했다.”
라게사는 부하들을 칭찬한 뒤 이한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 발드로가드의 새 교수는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라게사는 보다가 설마 싶어서 물었다.
“혹시 어둠거인이 쓰는 마법이 마음에 들어서 분석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부끄러운 건 아니다. 애송이. 오히려 좋은 습관이지.”
“그렇습니까?”
“그런데 어디 가서 말하지는 마라. 어둠거인들 더 찾아올라.”
라게사가 보기에 어둠거인들은 예상보다 훨씬 집요했다.
이한이 어둠거인이 쓴 마법을 역으로 분석해서 쓰고 있으면 신나서 달려올지도 몰랐다.
“……”
* * *
“제독님께서 나오신다!”
섬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적들은 멀리서 걸어오는 라게사와 그 기함 선원들을 보고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잡혀 있던 탐험대원들은 눈치를 보다가 같이 소리를 질렀다.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찾으셨습니까?”
“그래! 원하는 건 다 손에 넣었다.”
라게사가 굳이 크게 외치지 않아도, 뒤에 따라오는 부하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싱글벙글 웃는 부하들은 누가 봐도 원정의 성공을 알리고 있었다.
그 뒤로 따라오고 있는, 이번에 새로 발드로가드 교수에 취임한 마법사도 밝게 웃…?
‘아니. 표정이 왜 저렇지?’
‘무슨 일 있나?’
이한의 표정만 매우 심란한 걸 보고 선원들은 당황했다.
다 같이 원정에 성공했는데 한 명만 저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라게사 님. 마법사 님은 왜 저러시는 겁니까?”
“안에서 배운 마법 때문이지. 그 마법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거다.”
라게사는 갑판 위로 의자를 끌고 와 앉은 뒤 코담배를 한 줌 집었다. 선원들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제독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오래 기다리느라 고생들 많았다. 바로 다시 출항을… 잠깐. 이놈들은 누구냐?”
“발드로가드 학생들입니다!”
“아니. 이놈들 말고.”
이 노해적은 짜증을 내며 손을 휘저었다.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항의하듯 말했다.
“라게사 님. 저희는 명예로운 발드로가드 학생으로서 존중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판 위의 밧줄이 발드로가드 학생을 칭칭 감더니 거꾸로 매달았다.
“저놈들 누구냐고.”
“아. 탐험대입니다. 그, 라게사 님 해역 밖에서 떠들던 놈들 말입니다.”
“아아아! 그 놈들이었군. 누군가 했네.”
라게사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자꾸 밖에서 문 열라고 난리치던 머저리들이 있었던 것이다.
손가락을 튕겨 럼주를 콸콸 컵에 부으며 라게사는 탐험대를 휙 둘러보았다. 탐험대원들은 누구한테 맞았는지 기세가 팍 죽어있었다.
“누가 때렸냐?”
“아니오?”
선원들은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새 발드로가드 교수를 살짝 쳐다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라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안 때렸다니 그럼 맞은 사람도 없겠군. 너희도 별다른 불만은 없겠지?”
“예! 없습니다! 명성 자자한 사략함대를 이끄는 제독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제야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부러진 뼈 탐험대>의 탐험대원들은 재빨리 외쳤다.
여기서 괜히 고집을 부리거나 헛소리를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릴 수 있었다.
원정도 끝냈겠다, 럼주도 마셨겠다 기분이 좋아진 라게사는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
“그렇게 눈치가 없던 놈들이 눈치가 좀 돌아온 모양이군. 그렇다면 토르게르드의 딸도 자비를 베풀도록 하겠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면 항구에 내려다주마. 어떠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더 물어볼 건 없고?”
“저…”
탐험대 소속, 엘프 마법사가 눈치를 보더니 손을 들었다. 라게사는 말해보라는 듯 병을 흔들었다.
“제독님. 저 분은…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발드로가드 교수님이라고도 들었습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라게사는 그 질문에 안타깝다는 듯이 탄식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바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습격을 당해도 네 자업자득이니 날 원망하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