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43)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343화(1342/1343)
1343
화
발드로가드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정교하고 복합적이었다.
단순히 마법 하나만 시전되는 것과, 여러 개의 마법이 복합적으로 시전되는 건 그 흐름 자체가 다른 것이다.
달칵!
이한은 손에 든, 오쿨로가드의 예지 마법 소세계가 담긴 마도서를 내려다보았다.
책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달칵대고 있었다. 이한은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 멋대로 움직이는 책과 엮여서 좋은 꼴을 본 기억이 없는데.’
특히 해골 교장의 검은 책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였다.
처음에는 마법을 몇 개 전수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구산팔해로 들여보내더니 야차왕과…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이한의 분노를 느꼈는지 검은 책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달칵! 달칵!
“교수님. 책이 열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만?”
“잔단니 학생. 책이 열어달라고 해서 무조건 열어주면 안 됩니다. 위험한 책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한은 마법사가 만날 수 있는 위험한 책에 대한 예시를 들어줬다.
책을 펼쳤다가 물리적으로 공격을 당하거나, 아래 바닥이 열린다거나, 다른 곳으로 텔레포트되거나, 환상을 본다거나…
열심히 메모하던 잔단니는 의문을 느꼈다.
“그런데 교수님. 대체 왜 이런 책을 만드는 겁니까?”
“……”
그러게?
이한은 ‘마법사의 실력이 늘어날수록 성격이 더러워진다’라는 가설 대신 다른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냈다.
“마법의 비의는 자격 없는 사람에게 들어가면 커다란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자신의 마법이 담긴 책에 시련을 부여하고 시험을 숨겨놓는 겁니다.”
“과연!”
달칵! 달칵! 달칵!
오쿨로가드의 마도서는 점점 더 심하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걸 본 죽음의 기사가 옆에서 권했다.
-후계자 님. 한 번 열어보고 어떤 마법인지 파악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혹시 소세계 익히라고 이러시는 건 아니죠?”
-무, 무슨! 절대 아닙니다!
죽음의 기사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사실 그게 맞았기 때문이었다.
‘역시 날카로우시군…!’
예지 마법, 그것도 오쿨로가드의 예지 마법 소세계를 익히면 손해볼 건 없을 것 같아서 은근히 권한 거였는데 바로 눈치챌 줄이야.
이한은 한숨을 한 번 내뱉은 다음 몇 개의 마법을 준비했다. 잔단니가 다시 물었다.
“교수님. 지금 준비하시는 마법은 뭡니까?”
“책이 공격할 때를 대비해 방어 마법을 몇 개 걸어놨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이한은 두 발드로가드 학생에게 마법을 하나씩 더 걸어주었다.
얌전히 받고 있던 잔단니는 다시 의문을 느꼈다.
‘교수님 본인한테는 왜 안 시전하시지?’
“됐습니다. 그럼 열겠습니다.”
탁!
책이 열리자 그 안에서 정교한 마력의 흐름이 맞물리며 수십 개의 마법을 자동으로 시전했다.
마치 유크벨티레의 칼렌다리움 아티팩트 같았다.
자체적으로 기록된 마법을 시전해 하나의 마법을 완성시키는…
‘잠깐. 마법을 전수하는 마도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마법 시전이 가능한 아티팩트형 마도서인가?’
이한은 책이 알아서 마법을 완성해나가는 모습에 생각했다.
마도서는 두 가지 부류가 있었다.
하나는 일반적인, 마법을 시전하는 방법에 대해 기초부터 시작해 알려주는 마도서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마도서 자체가 그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아티팩트인 경우였다.
이런 경우에는 굳이 마법을 배우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었다. 직접 사용하면서 마법에 대해 감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소세계, 카타스코포스. 예언하겠습니다.
책에서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오쿨로가드의 예언서는 소세계 마법 카타스코포스가 담겨 있었다.
예지 마법의 다른 점술에 비해 통제도 힘들고 원하는 대로 미래를 관측하기도 힘들었지만, 대신 그 정확도는 매우 강력했다.
어떤 마법인지 이해한 이한은 살짝 긴장했다.
과연 이 예언서는 어떤 예언을 할 것인가?
‘계속 발드로가드 교수를 하게 될 거다 같은 건 아니겠지. 설마.’
야차들의 왕을 찾으라. 그에게서 작은 세계에 담긴 지혜를 받게 될 것이니.
탁!
이한은 예언서를 마차 벽에 집어던졌다.
그러나 해야 할 예언을 다 한 예언서는 만족한 듯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방, 방금 뭐였습니까? 교수님?”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참. 제가 예지 마법은 정확도가 낮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잊지 마십시오.”
‘분명 저번 징벌방에서도 오쿨로가드 학생이 비슷한 예지를 했던 것 같은데.’
죽음의 기사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분명 저번 징벌방에서 오쿨로가드 학생 파리딤이 후계자에게 필요한 마법을 예지할 때 야차왕의 이름이 나왔던 것이다.
예지가 한 번이면 모를까 두 번이면…
“무슨 생각 중이십니까?”
-오쿨로가드 놈들이 아주 간교합니다! 후계자 님은 신경쓰지 마십시오!
이한이 떠보듯 묻자 죽음의 기사는 즉시 대답했다. 이한은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는 없는 땀구멍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이런 부분도 점점 더 주인님을 닮아가시는군…!’
* * *
치이익!
“빨리, 사제님! 언제 떠날지 모른다니까!”
“아. 진짜! 입 안 다물고 있으면 그쪽 입에 용액을 부을 거예요!”
시아나는 짜증을 내며 옆에서 재촉하는 흰 호랑이 탑 학생을 구박했다.
연금술에서 제일 위험한 게 서두르는 거였다.
급하다고 시간 줄여서 만들었다가는 그냥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랫포드는 초조한 표정으로 창문 밖을 쳐다보며 물었다.
“메이킨 님. 그렇게 어렵습니까?”
“초대장에 걸린 마법은 간단한데, 초대장 종이 재질이 너무 고급이라서…”
요네르는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지금 카페 2층에 있는 손님이 일어나기 전까지 초대장을 완전히 복제해서 원본을 돌려줘야 했다.
문제는 초대장의 종이가 너무 고급이라는 것이었다.
차라리 마법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면 위조하기 쉬웠을 텐데!
학생들은 발드로가드의 방법에 솔직히 감탄했다.
“에인로가드에서 왜 이런 방법을 안 쓰지? 어설픈 마법보다 훨씬 나은 거 같은데.”
“그야 비싸니까…”
“아.”
“다 됐다! 빨리 돌려놓으세요!”
“지금 갑니다!”
랫포드와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이 다시 뛰쳐나갔다. 카페 2층에 있던 손님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워다나즈 교수가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발드로가드에 이 정도 되는 마법사가 올 줄이야.
-사실 발드로가드에 그만한 마법적 저력이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가 발드로가드에 방문할 리 없지 않습니까.
“……”
“……”
“무기 뽑지 마!”
지젤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급히 말렸다.
제국 신문에 ‘에인로가드 학생들, 일레이나스 시에서 대난투!’같은 제목으로 실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모라디! 저 자식들이 헛소문을 자꾸 유포하잖아!”
지젤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친구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정확히는 ‘말이 좀 통하는’ 친구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이거 헛소문 아닌 것 같지 않아?’
‘그럴… 그럴지도…’
헛소문이 한두번 도는 건 평범했지만, 계속 가는 곳마다 들리는 거면 이야기가 달랐다.
아덴아르트가 심각한 표정으로 살코에게 물었다.
“아티팩트 답장은 아직도 안 되고 있습니까?”
“없어, 없어.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못 보고 있는 것 같아.”
각 탑의 수석과 차석이 모인 아티팩트에서도 이한은 아직 아무 대답이 없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앙라고가 발끈했다.
“내가 말했잖아! 교장 선생님한테 물건을 다 뺏겨서…”
앙라고는 계속해서 ‘물건 전부 압수’가설을 밀고 있었다.
그런 거라면 지금 답장이 없는 것도 설명이 됐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회의적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이한한테 일 시키는 거 생각해보면 물건을 압수하진 않았을 거야.”
“버두스 교수님도 물건 압수는 안 당한다고. 일 시켜야 하니까.”
“발드로가드 습격하면 징벌방에 오래 갇히나? 공적으로 좀 감안되지 않을까?”
“일단 가서 확인합시다! 직접 보고 확인해야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정말 워다나즈를 팔아넘긴 거면 어떡해?”
“조용히 해!”
준비물을 모두 확보한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각자 잠입할 준비를 했다.
누더기(정확히는 에인로가드 교복이었다) 위에 마법 걸린 망토를 두르고, 아래로 보이는 신발에도 변환 마법과 환상 마법을 걸고…
“아, 신발에 묻은 피는 좀 닦아라! 뭔 살인자냐?!”
“아니…! 어쩔 수 없었어! 이번 방학에 재료를 다 모아야 했다고!”
“여기 오기 전에 피나 오물 묻은 적 있으면 양심적으로 빨리 말해. 위화감 들면 환상 마법 깨질 가능성 있다고.”
…몇몇 학생들은 몬스터를 잡다가 달려와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준비는 끝났다.
학생들은 모두 다 발드로가드에 걸맞은 옷차림을 갖췄으며(몇몇은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긴 했지만), 초대장도 각자 확보했고, 그에 걸맞은 교양도 준비했다.
“연회 참가하면 인사 뭐라고 해야 한다고 했지? 식사는 했나? 오늘 뭐 먹었나?”
“그건 에인로가드식 인사고… 처음 뵙겠습니다 하라니까! 내가 초대해줄 테니까 연회 좀 오라고!”
“그런 곳에 가서 3시간 동안 고문당하듯 서있을 바에는 징벌방에 가겠다. 닐리아 같은 사람이나 거기서 이야기 나누는 거지 난 대화도 안 통하거든? 거기서 좋은 말 고르는 법 이야기하면 통할 거 같냐?”
‘나도 안 통해서 듣기만 하는데…’
닐리아는 묵묵히 속으로 생각만 했다.
검은 거북이 탑 친구들이 자신을 탑 제일의 사교가로 평가해줄 때마다 기분 좋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러다가 들키면 어떡하지?
“다들 출발! 명심해! 들어가서 사고 치지 말고, 음식 훔쳐서 품속에 집어넣지 말고, 에인로가드 아니니까 다른 사람 주머니 훔치지 말고…”
“공격하지 말고, 약탈하지 말고. 발드로가드 학생 지나간다고 침 뱉지 말고.”
“우린 어디까지나 소문을 확인하러 가는 거야. 알겠지?”
각 탑 학생들은 자기들만 믿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빌려놓은 마차가 언덕 위로 출발했다.
“저 궁전이 발드로가드야?”
“아니. 저건 발드로가드 정문이야.”
“……”
“지팡이 내려놔!”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정문을 통과했다.
그 때 누군가 중얼거렸다.
“워다나즈가 계속 여기 있겠다고 하면…”
“어떤 자식이 불길하게 중얼거려?!”
“너 내려! 너 이 자식, 발드로가드 첩자냐?”
“아, 아니야! 그냥 해본 소리였어!”
* * *
“강의실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벌써 말입니까?!”
“…예.”
“따, 따라오십시오.”
발드로가드에서 일하는 하인들은 새 교수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직 학기가 시작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벌써 강의실을 확인하다니. 정말 믿기질 않았다.
“여기입니다.”
언덕 위, 서쪽에 자리 잡은 궁전에 도착한 하인이 말하자 이한은 의아해했다.
“궁전 안의 어디인지도 알려주십시오.”
“예? 이 궁전 전체가… 교수님께서 쓰셔도 되는 곳입니다.”
“……”
이한과 죽음의 기사는 동시에 경악했다.
죽음의 기사는 곧바로 다급히 속삭였다.
-후계자 님. 궁전 때문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저희도 궁전은 지어드릴 수 있습니다.
뼈와 유령으로 된 궁전이긴 하지만 궁전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