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44)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344화(1343/1343)
1344
화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설마 궁전 때문에 넘어가겠습니다?”
-예? 방금…
죽음의 기사는 귀를 의심했다.
방금 끝이 ‘까’가 아니라 ‘다’아니었나?
이한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이 궁전의 어디든 사용해도 되는 겁니까? 개조나 추가도…”
“예. 물론입니다.”
하인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는 이 비열한 짓에 치를 떨었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매수하려고 하다니! 아마셋 경도 다시 봤습니다. 그렇게 선한 인상을 해놓고 이런 계략을!
“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들은 원래 각자 궁전을 하나씩 받습니다만…”
죽음의 기사가 펄펄 뛰는 모습에 놀란 하인이 급히 해명했다.
“……”
-……
이한과 기사는 시선을 교환했다. 죽음이 기사는 그냥 체념하고 말했다.
-후계자 님. 앞으로 여기 계셔도 괜찮습니다…
“안 그럴 겁니다. 진정하세요.”
호위를 달랜 이한은 궁전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겉에서 보는 시각적 충격이 커서 그렇지 에인로가드도 교수에게 공간은 넉넉하게 줬다.
교수들이 각자 머무르는 마탑의 안은 에인로가드 영지의 풍부한 마력을 빌려 수백 배 넘게 확장된 상태였다. 이런 마법은 에인로가드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교수님들한테도 이 궁전이냐, 에인로가드 마탑이냐 물으신다면 전자를 고르시겠지…’
햇빛을 받은 궁전의 겉모습은 황금과 수십 종류의 보석으로 인해 아름답게 빛났다. 위에 새겨진 온갖 종류의 조각들은 마치 전시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만들어냈다.
총 3층으로 되어 있는 이 궁전은 별도의 마법이나 확장은 없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공간이 정말 넉넉했다.
이한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확인하고 메모했다.
“흠. 창문.”
-?
죽음의 기사가 의아해했지만 이한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정문, 후문, 북문, 남문… 아. 비밀문이 2개 더 있군.”
궁전의 문들은 그 숫자도 많고 화려했다. 각 문마다 드래곤이나 그리폰, 교단의 상징 등이 음각되어 있었다.
그만큼 높이도 높고 너비도 넓었다. 이한은 신중하게 계산한 뒤 메모했다.
-??
“안뜰… 분수 밑에는 연결되어 있는 곳 없고… 담장 높이가 좀 낮은데… 뭐, 늘릴 수 있겠지.”
다음은 궁전 앞의 안뜰이었다. 대리석 바닥으로 장식된 이 정원은 시간마다 알려주는 분수와 여러 과실수들이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한은 담장을 손가락으로 두드려보았다. 흑단목과 청수목, 그리고 금속도 몇 개 섞인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강도는 충분했다.
-???
죽음의 기사는 멍하니 지켜보다가 뒤늦게 생각했다.
‘혹시 궁전 물건을… 에인로가드하시려는 건가?’
이건 편견이 아니었다. 많은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푸른 용의 탑 출신이라 하더라도 이런 장소에 던져놓으면 본능적으로 훔치려고 하는 것이다.
-후계자 님. 여기 궁전은 에인로가드하실 수 없습니다. 나중에 발각되는 건 물론이고, 학교 전체의 마법이 보호하고 있…
“예? 아니. 도둑질하려는 게 아니라 탈출 경로 찾고 있는 겁니다.”
-…아!
그제야 죽음의 기사는 이한이 뭘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 마법의 궁전에서 에인로가드식 강의가 열리면 출입로는 폐쇄될 텐데, 그러면 당연히 학생들은 탈출할 방법을 고민하게 되어 있었다.
좋은 교수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미리 예상하기 마련.
이한은 이런 면에서 훌륭한 교수였다. 본인이 많이 탈출해본 만큼 궁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탈출 경로를 즉시 계산해냈다.
“창문 보강하고, 입구는 막고, 담장 위에 결계 마법 치고, 바닥은 지하로 못 파고들게 부여 마법 몇 개 더 걸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궁전의 각 홀마다 기초 마법을 준비해놔야 했다.
일단 원소 마법부터 시작해야 했다. 가장 입문하기 쉬운 마법이고 또 기초 중의 기초였기에 이걸 모르면 진행이 안 됐다.
이렇게 입문을 시킨 뒤, 이 준비가 끝나면 각 학파별로 원소를 활용해 학파 고유의 기초 마법을 시전하게 할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부여 마법 같은 경우는 화염 속성을 강하게 가진 몬스터의 가죽 위에 온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연습시켜주면 좋았다.
‘너무 어려운가? 좀 더 쉽게 해줘야 하나? 백화초 가루를 쓰면 속성이 증폭되니 시전하기 쉽긴 할 텐데.’
정작 이한은 시작부터 버두스 교수한테 끌려와 기초고 뭐고 없이 바로 난이도 높은 마법을 시전해야 했지만, 발드로가드 학생들한테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이한은 솔깃했다.
사실 궁전의 출입로를 막고 강제로 가르치는 건 이한에게도 아주 약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마법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지만 죽음의 기사가 저렇게 말하니 다시 확신이 들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난이도를 낮추고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준비해놓을 생각입니다.”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정말 행운아군요.
“에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후후.”
뿌듯해하는 이한을 보며 죽음의 기사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걸 다 혼자 작업하면 후계자 님의 마법 수련은 언제 하지?’
* * *
서쪽 마법의 궁전에서 음울하고 사악한 계략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도 모르고, 발드로가드의 다른 궁전에서는 또 새로운 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오늘은 유독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손님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우걱우걱-
“야. 음식 훔쳐서 품속에 집어넣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서 뱃속에 집어넣고 있잖아.”
가장 놀라운 점은 푸른 용의 탑 학생들도 저러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 가문으로 돌아가서 연회를 열면 먹을 수 있을 텐데도, 앞에 보이면 일단 배를 채우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에인로가드의 마력이었다.
“월영과(月影果)다! 정말 아름답군!”
“테이블 위에 있으니 이 연회의 격이 한층 살아나는 것 같소. 허허.”
달빛 같은 은색 기운을 뿜어내는, 사과처럼 생긴 과일이 테이블 높은 곳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여기 연회장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있었다. 내장을 치우고 통째로 구운 양고기, 양념과 마늘로 간을 한 소의 어깨살 요리, 수십 마리의 신선한 생선과 작은 새고기, 복숭아나 포도, 멜론 등등의 과일들.
그러나 저 아름다운 달빛 열매 앞에서는 다 빛을 잃는 듯했다.
“저거 맛도 없고 예쁘기만 한 걸 왜…”
“쉿. 조용히 해. 다들 좋아하잖아.”
“예전에 배고파서 저거 한 입 베어 물었다가 며칠 동안 떫은 맛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손님들은 슬슬 수군대기 시작했다.
뭔가 연회에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던 것이다.
-대체 뭐하는 이들이죠?
-마법사 같은데… 거지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요.
다행히 모든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이성을 잃은 건 아니었다.
각 탑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학생들은 돌아와서 다급히 속삭였다.
“확인했어! 서쪽 궁전에 있대!”
“뭐가? 식량 창고가?”
“…워다나즈가, 이 자식아!”
각자 손님으로 위장해서 발드로가드의 하인들이나 다른 초대객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참. 이번 학기, 발드로가드 교수님에 관해서 특이한 소문을 들었는데요.
-아! 세덴 교수를 말하는 거군요. 이번 연극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발전한 연극을 다음 학기에 보여준다니…
-…그거 말고 다른 소문은 없나요?
-그거 말고 다른 소문? 아! 세덴 교수가 그랑덴 시의 <옛 왕의 궁전>에서 열린 연극의 재해석을 보고 깊게 감명을 받았는데, 그 재해석이 무려…
-그런 거 말고요! 워다나즈 교수가 새로 부임했다거나 그런 거 못 들어보셨습니까?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요? 새로 부임한 워다나즈 교수가 그 재해석을 한 사람이라고… 정말 대범하지 않습니까? 이 교수는 숨길 수 없는 예술가의 혼이 있습니다. 이번 발드로가드는 두 예술가가 뜨겁게…
-……
도중에 헛소리를 많이 듣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로 종합됐다.
서쪽 궁전에 새로 부임한 워다나즈 교수가 있다!
연회장에서 빠져나온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수군댔다.
“오해가 있을 거야. 워다나즈 가문의 다른 사람이라거나.”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사실 난… 마음의 각오를 했어. 교장 선생님이 팔아넘겼겠지.”
“……”
무거운 침묵이 학생들 사이를 감돌았다.
그래도 학생들은 멈추지 않고 비장한 표정으로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저 멀리 보이는 궁전에서는 불빛이 번쩍였다. 마법으로 인한 특유의 마력광이었다.
“워다나즈?”
“…뭐야. 너희 어떻게 여기 왔…”
이한이 놀라서 대답하기도 전에 통곡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한 이한이 되물었다.
“너희 진짜 우는 거 아니지?”
“진짜 우는 거 맞거든!”
* * *
한참을 통곡한 친구들은 제정신을 되찾았다.
그리고 궁전을 둘러본 뒤 깜짝 놀랐다.
“이건…”
“끝났어! 이제 워다나즈는 안 돌아올 거야!”
“…돌아갈 거니까 진정 좀 해라.”
“이런 궁전을 주는데 누가 에인로가드로 돌아가! 미친 사람이나 돌아가지!”
앙라고의 외침에 이한은 멈칫했다.
…그런가?
‘생각해보니 왜 에인로가드로 꼭 돌아가야 한다고…’
퍽!
지젤은 다급하게 앙라고를 걷어찬 뒤 닥치게 만들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들이 앙라고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야. 워다나즈! 네 말이 맞아.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어!”
이런 건 깊게 생각할 기회를 주면 오히려 위험했다. 괜한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 왜 발드로가드에 있는 거야? 교장 선생님이 팔아넘긴 거지?”
“약간 비슷하긴 한데.”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 미친 해골대가리!”
이한은 친구들이 더 오해하기 전에 다급히 해명했다.
“잘 들어봐라. 온전히 교장 선생님의 잘못은 아니야.”
교장 선생님의 분신과 있었던 일을 설명하자, 학생들은 황당하다는 듯 이한을 쳐다보았다.
워다나즈 맞아?
“저런 사기는 황자나 당하는 거 아니었나?”
“내 생각에 가이난도 때문에 워다나즈가 좀 느슨해진 거야. 지능도 전염이 된다잖아.”
“다 들린다. 어쨌든 교장 선생님이 한 건 아니야.”
이한의 말에 친구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동시에 말했다.
“분신 관리 못한 건 교장 선생님이니까 교장 선생님 잘못이지.”
“…그런가?”
이한은 또 살짝 설득될 뻔했다.
친구들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했고…
죽음의 기사는 그 모습에 다급히 끼어들었다. 저쪽으로 생각을 가게 둬서 좋을 게 없었다.
-학생 여러분. 오신 김에 후계자 님을 도와주십시오.
“탈출을 말하시는 거군요!”
“아냐. 습격해서 계약서를 불태우는 걸 말하는 걸 거야.”
“계약서를 훔치는 거겠지. 습격은 너무 과격하잖아.”
-…그게 아니라. 궁전을 강의실로 개조하고 있는데…
바로 야유가 쏟아졌다.
“누가 교장 선생님 하수인 아니랄까봐!”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어차피 듣지도 않는데!”
-다들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후계자 님은 에인로가드처럼 강의를 진행하려고 하십니다! 저기 보이십니까? 저건 징벌방입니다!
야유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눈빛을 빛냈다. 이한은 친구들에게 말했다.
“다들 됐고, 돌아가서 3학년이나 준ㅂ…”
이미 학생들은 각자 궁전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칠지 떠들고 있었다.
이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