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696)
696화
“선배님은?!”
요네르는 이한이 혼자 돌아온 걸 보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
“잡혔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워다나즈 님이 안 잡혀서요.”
“불행 중 다행이네. 출발하자!”
“……”
이한은 친구들을 경악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혹시 자신의 친구들은 사람의 마음이란 게 없는 것일까?
* * *
무사히 빠져나온 셋은 마차의 문양을 서둘러 지우고 짐칸을 떼서 분리시켰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헤어졌던 장소로 이동했다.
“!”
“없군…”
“이한. 이동해야 해.”
“알고 있어. 가자.”
다른 친구들이 없다고 해서 찾으러 갈 수는 없었다.
애초에 계획을 세울 때부터 미리 가정한 상황 중 하나였지 않던가.
대응 때문에 자리를 떠나야 한다면 학교 정문 앞에서 다시 만나자고.
이한이 마차를 모는 동안 계속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자 요네르가 옆에서 위로했다.
“다들 괜찮을 거야. 아마 상단 마차가 조금 일찍 나온 것 때문 아닐까?”
“그렇겠지? 데스 나이트 순찰대하고 만나진 않았겠지?”
“어, 그런 것도 있어…?”
“몰라. 하지만 있을 수도 있겠지.”
“……”
요네르는 어이없어했지만 이한은 상당히 진지했다.
학교 안을 들어갔다 나오면서 많이 느낀 것이다.
데스 나이트 순찰대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워다나즈 님.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랫포드가 귀를 쫑긋거리며 신호했다.
어디선가 음산한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으흑흑…
“…뭐, 뭐지? 몬스터인가…?”
요네르는 당황했다.
이제 새벽을 넘어 어둠이 거의 다 흩어지고 있었는데 무슨 유령 계열의 몬스터가 나온단 말인가?
-학교로 돌아가기 싫어…
-으헝헝…
“……”
“……”
이한과 친구들은 언덕 너머에서 펑펑 울고 있는 다른 친구들을 발견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몬스터가 아니라 학교로 돌아오는 친구들이었던 것이다.
“애들아.”
“워다나즈!”
“그만 울고 가자.”
“워다나즈 너처럼 에인로가드가 잘 맞는 사람은 몰라!”
“…아니 이 자식들이.”
이한은 분노해서 지팡이를 뽑아들었다.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수도 있었겠지만 밀수를 진행하는 동안 쌓인 정신적 피로가 인내심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사람이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어떻게 저딴 말을?
“당장 눈물 멈추고 뛰어가지 않으면 여기서 눈물을 더 흘리게 해주마.”
“이, 이 나쁜 자식!”
친구들은 이한을 욕하면서 후다닥 학교 방향으로 도망쳤다.
이한은 그들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감히 저런 말을 지껄이다니.”
“……”
“……”
요네르와 랫포드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한은 둘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너희들도 헛소리라고 생각하지?”
“응? 으응. 물론이지.”
“헛, 헛소리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한은 아덴아르트와 추종자 패거리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아. 황녀님.”
“워다나즈. 편지 잘 받았습니다.”
“음. 저도 잘 받았습니다…”
대답하면서 이한은 말끝을 흐렸다.
아덴아르트의 편지를 잘 받았다고 해도 될지 좀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앞으로 내용을 좀 적게 쓰라고 해도 되나? 조금 무례하지 않나?’
옆에 있던 추종자 한 명이 이한을 부러워하며 말했다.
“전하께 편지도 받았나? 부럽군!”
“너도 보내면 되잖나.”
“멋대로 그렇게 친한 척 하면 무례한 짓이야, 워다나즈!”
‘단체로 편지 안 보내는 게 더 무례한 것 같은데…’
좋게 말해서 공손함이었지 솔직히 따돌림 아닌가 싶었다.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좋게 말해주기로 했다.
“하긴. 너희야 방학 기간에도 가까이 지냈을 테니 편지를 보낼 일이 없었겠지.”
아덴아르트는 무표정한 얼굴에 흐뭇함을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가족들과 만남을 끝낸 후 추종자들은 아덴아르트 곁에 모여 방학 기간을 같이 보낸 것이다.
참으로 충실하고 충만한 겨울방학이었다.
사냥, 설산 탐사, 마법사 길드 견학, 공방 작업 참가, 연회 등등.
“저희도 같이 즐겁게 보냈습니다.”
랫포드도 자랑하고 싶었는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소득은 적지만 그만큼 우정이 있었던 겨울방학이었다.
“오. 어떻게 보냈는데?”
“워다나즈 가문의 저택에 방문해서 영지 구경했습니다.”
“!”
랫포드의 말에 아덴아르트는 놀라워하며 살짝 부러움을 느꼈다.
워다나즈 가문의 영지는 마법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궁금한걸요? 워다나즈 가문의 영지라니.”
“맞아. 에인로가드 같은 곳이려나?”
“너희들, 말이 너무 심하잖아. 하하.”
추종자들이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아덴아르트는 솔깃했다.
다들 관심이 있다면 다음 방학에는…
“너희들도 방문하지 그랬어?”
“아. 그건 안 돼. 황녀 전하께서 다른 귀족 가문 영지에 방문하면 괜한 소문이 돌 수 있으시거든.”
“제국의 정치를 고려한 아주 세심한 순서가 필요한 일이죠. 충성파 영지를 방문했으면 다음은 귀족파 영지를 방문해야 하고.”
“우리 가문은 중립파인데.”
“그래도 안 돼. 전하께서는 엄격하시거든.”
아덴아르트는 자신이 했던 말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자 시무룩해졌다.
“다음은?”
“플라허 시에 가서 가이난도 님 저택에 방문했습니다.”
“그건 별로 안 부러운데.”
“재미없어보여.”
“황녀 전하 저택이 더 나았을 것 같군.”
즉시 시큰둥한 추종자들의 반응이 튀어나왔다.
아덴아르트도 저건 별로 부럽지 않았는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는 생각이 나서 추종자들을 쿡쿡 찔렀다.
“지금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뭘 말입니까?”
“…저번에 말한 것 말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아! 아아!”
추종자들은 기억이 나서 외쳤다.
“워다나즈!”
“응?”
“네가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황녀 전하께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빵을 훔쳤다는 오해를.”
“그 정도까진…”
“그건 오해다! 전하께서는 우리가 먼저 빵을 뺏겨서 되찾아주신 거다.”
“맞아요. 전하께서는 절대 먼저 뺏으신 게 아니죠.”
“……”
“……”
요네르와 랫포드는 뿌듯해하는 추종자들과 아덴아르트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시선을 보냈다. 다른 건 몰라도 저들은 해명에 별로 솜씨가 없어보였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하면 없던 누명도 생기지 않겠는가.
“하긴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지.”
이한은 그렇게 대답하며 둘을 쳐다보았다. 요네르는 즉시 맞장구쳤다.
“나는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했었는데!”
“맞습니다. 빵 도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저도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하!”
셋의 대답에 아덴아르트와 추종자들은 매우 만족해하며 떠나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 친구가 나타났다.
달카드 가문의 아산이었다.
“아산. 잘 지냈나? 편지는 잘 받았고?”
“잘 지냈지. 좋은 방학이었어. 형님과 누님께서 편지 받고 기뻐하시더라.”
“다행이군.”
“네가 동생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
“하하. 농담이라도 기분 좋군.”
“진담 같던데? 다음에 워다나즈 네가 언제 오냐고 물으시더라고.”
“……”
이한은 앞으로 달카드 가문은 조금 조심해서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괴짜 가족은 충분히 많았기에 더 이상 늘리고 싶지 않았다.
“이한. 저기!”
요네르가 기쁨을 참으며 속삭였다. 저 멀리서 닐리아 일행이 오고 있었다.
“다들 무사해!”
“정말 다행입니다!”
“…가이나도 안색이 왜 저렇지?”
이한은 의아함을 느끼고 중얼거렸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가이난도의 안색만 반쯤 언데드인 것마냥 창백했던 것이다.
“원래 저러지 않았어?”
“저랬던 것 같습니다만.”
둘의 반응에 이한은 자신이 순간 잘못 봤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창백한 거 맞잖아!”
“흑마법 배워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런 효과 없거든? 다들 괜찮나?”
친구들이 다가오자 이한은 상태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가이난도의 안색이 창백한 것 말고 다른 문제는 없었다.
“가이난도. 넌 왜 얼굴이…”
이한이 묻자 가이난도는 기다렸다는 듯이 씩 웃었다.
독으로 앓아서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자랑할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선배는 어디 갔어?”
“잡혔어.”
이한은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다른 친구들마저 요네르나 랫포드처럼 피도 눈물도 없이 반응할까봐, 이한은 재빨리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최대한 멋진 각색까지 곁들여서!
“말도 안 돼…!”
“놀랍군! 그런 선배였을 줄이야!”
효과가 있었는지 친구들은 아까와는 다르게 반응했다.
요네르와 랫포드는 민망했는지 이한에게 따로 속삭였다.
“난 그냥 너라도 나와서 다행이라고 한 거야. 알고 있지?”
“전 그 선배님이 배신하다 잡힌 줄 알았습니다.”
시아나는 정말 믿기 힘들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런 마법까지 써가면서 시선을 끌어주실 줄이야.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정말 동감이군. 선배가 기사 가문은 아니지만, 기사다운 희생이었다. 처음 봤을 때 그런 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말이야.”
“워다나즈 네 행동이 선배의 마음을 바꾼 거야. 산맥의 사냥꾼들 중에도 괴팍하지만 친해지면 좋은 사람이 있거든.”
이한과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데 선배의 희생을 기념했다.
대화를 끝낸 이한은 다시 가이난도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넌 얼굴이 왜 그래?”
“…잠깐만. 나중에 말할래. 지금 말하면 내 이야기가 좀…”
“뭘 나중에 말해? 지금 말해.”
“아냐! 지금 말하면 비교되어서 약하다니까!”
떠드는 사이 이한은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마치 거대한 마법이 이한의 감각을 속이고 몰래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 기분.
팟!
“!”
아니나 다를까 그 위화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정신을 차리자 정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2학년 학생들은 모조리 안으로 이동해있었다.
반갑다!
“…예…”
“반갑네요…”
2학년 학생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해골 교장에게 인사했다.
에인로가드에서 보낸 1년이 이들을 학습시킨 것이다.
새 학기가 기쁘지 않느냐?
“기쁘네요…”
그렇겠지! 너희는 이제 더 이상 무쇠대가리가 아니다! 학교에서 일 년 동안 값진 시간을 보냈으니 청동대가리 정도는 되겠지!
“……”
“……”
청동의 자격을 얻은 학생들은 기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눈빛으로 해골 교장을 노려보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너희들은 너희 선배들을 만나 이야기 할 자격이 있다! 너희보다 앞서 들어와, 너희보다 먼저 공부해, 너희보다 훨씬 지독하고 악랄한 약탈자들을 만나게 되는 거지!
“클럽도 가입 가능한가요?”
그러엄! 하지만 마법 연구나 새로 들을 수 있는 강의를 묻지 않고 사교 활동만 신경 쓰는 걸 보니, 네 미래가 뻔히 보이는구나!
질문 하나 던졌다고 욕만 먹은 흰 호랑이 탑 학생은 투덜거렸다.
너희가 어떤 강의를 듣고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어떤 식으로 금화를 확보하고 어떤 식으로 클럽 활동을 할지는 내가 아닌 너희 선배들이 설명해줄 거다.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이후에 있을 검문 시간에 너희 선배들 솜씨를 보게 될 테니까.
“검문 시간?”
“그게 뭐지?”
아직 모르는 몇몇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한 일행은 표정을 관리했다. 아는 것처럼 보여서 좋을 게 없었다.
난 이만 갈 테니 좋은 하루 보내거라…고 하고 싶지만, 한 가지는 하고 가야겠지.
해골 교장은 마력을 폭포처럼 끌어올리며 말했다.
이제 너희는 선배들을 만나 이야기 할 자격이 있으니, 후배들과 만나 이야기 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이 금제가 사악한 너희로부터 선량한 무쇠대가리들을 보호할지어니!
외침과 함께 강력한 마법이 녹색 파장을 연속으로 일으키며 학생들 사이를 물결처럼 수놓았다.
올해 2학년 학생들 전원에게 금제가 시작된 것이다.
1학년들에게는 인식되지 않고, 2학년들에게는 직접 접촉할 수 없게 만드는 금제!
학생들도 이미 1학년을 겪었기에 당황하거나 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였다. 금제나 제약이나 비밀 맹세는 에인로가드에서 숨 쉬듯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는 와중에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마법이 걸린 느낌이 안 났던 것이다.
“어, 교장 선생님? 절 빼놓으신 것 같습니다만.”
너는 마력 많아서 잘 안 걸린다. 스스로 피해 다녀라.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