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0)
700화
“제가 소환하지 않았는데도 나오실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암흑의 기운이 실로 충천하구나!
언데드 마법사, 버두스는 충만한 힘을 깊게 호흡했다.
원래 다른 차원의 존재들은 한 번 소환되면 힘이 회복될 때까지 다시 소환되기 힘들었다.
게다가 버두스는 구울의 왕에게 입은 부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상태.
버두스 본인도 이렇게 부름 없이 현계에 나오게 될 줄은 몰랐는지 주변의 상황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강대한 거미 괴수가 난동을 부리며 더욱 더 독한 숨결을 내뱉고 있었다.
-잠깐. 설마 저번처럼 스승의 시험은 아니겠지?
“어, 그게.”
이한은 멈칫했다.
저번 흑마법 중간고사 때 선배들의 언데드 웨이브를 오해하고 막기 위해 버두스를 불렀던 이한이었다.
열심히 계약자를 위해 싸워줬던 버두스는 나중에 진상을 알게 된 뒤 온갖 욕설을 퍼부었었고.
‘이것도 스승의 시험인가?’
굳이 따지자면 교장 선생님의 시험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사고인 만큼 시험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겠지. 저런 괴물을 시험 상대로 내보내는 스승은 없을 테니까.
“……”
-그런데 저 죽음의 기사들은 왜 날 저렇게 쳐다보는 거냐?
언데드 마법사는 데스 나이트들이 보내는 시선에 의아해했다.
풋내기 견습기사들도 아니고 생전의 영광과 사후의 고난을 모두 겪은 죽음의 기사들이 이상할 정도로 두려워하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데스 나이트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교수님을 언데드로 만드신 겁니까?
“아닙니다.”
이한은 정색하고 대답했다.
아무리 오해를 해도 그렇지 너무 심한 오해 아닌가.
데스 나이트들은 이한의 대답에 아쉬워했다.
-크윽!
-조금 기대했소만…
“……”
언데드 마법사는 설명해달라는 듯이 이한을 불렀다. 아까부터 저 데스 나이트들의 행동이 영 이상했던 것이다.
“아. 그, 버두스 가문의 이름을 가진 마법사가 계시는데, 그 분과 저 죽음의 기사들 사이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과연. 그런 거였나. 죽음의 기사씩이나 되어서 호들갑이 심하군. 아무리 가문의 이름이 일치해도 그렇지, 일개 마법사에게 겁을 먹다니.
“하하.”
이한은 버두스 교수를 만나보면 의견이 조금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버두스 교수에게는 강함을 떠난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대륙은 물론이고 다른 계에도 버두스 가문이 수백 개는 될 텐데 말이야.
“맞는 말씀이십니다.”
-쯧쯧. 그런데 혹시 그 마법사의 종족이 어떻게 되나?
“예?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내가 아직 피륙(皮肉)으로 된 몸뚱아리를 가졌을 때의 종족은 비버 수인이었지. 혹시나 싶어서 물어봤다. 흔한 종족은 아니니까!
“……”
이한은 아까 아난시가 소환됐을 때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다.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고 몸이 차갑게 굳는 기분이었다.
설마?
‘아니.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눈앞의 언데드 마법사가 리치고 구울 왕의 궁전에서 일했다지만, 근본은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버두스 교수의 선조일 리가 없지 않은가.
-넌 왜 멀쩡히 서있는 거야?
“!”
거추장스러운 데스 나이트들을 치우던 아난시가 이한을 뒤늦게 발견하고 눈동자를 번뜩였다.
데스 나이트들은 황급하게 외쳤다.
-버ㄷ… 마법사 님. 도와주십시오!
-버ㄷ… 버ㄷ… 제기랄, 지원을 부탁드리겠소!
-알겠다! 협력하도록 하지!
언데드 마법사는 노련한 리치인 만큼 쓸데없는 대화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뱀과 뼈와 암흑 원소가 움직이며 마법진을 그렸다.
-너는 이쪽에 들어가라!
-보호 마법진입니까?
이한이 마법진에 들어가자 데스 나이트들이 물었다.
보호 마법진치고는 특이했던 것이다.
-마력 흡수 마법진인데?
“마력 흡수 마법진입니다.”
-……
언데드 마법사와 이한의 대답에 데스 나이트들은 순간 멈칫했다.
지금 아난시를 토벌해야 할지 주인님 제자의 마력을 착취하려는 리치를 토벌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수제자께서는 마력 흡수당하면서 왜 이렇게 침착한 거야?’
‘원래 광기 없이는 주인님 밑에서 배우기 힘들지 않습니까.’
데스 나이트들이 멈칫한 사이 언데드 마법사는 마력 충전을 끝냈다.
계약자의 마력이 워낙 넘쳐나는 만큼 준비하는데 별로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의 암흑 원소까지 충만했으니…
-내게 새겨져라, 펜타그라마톤!
넘치는 힘에 언데드 마법사는 소세계(小世界)까지 사용했다.
마법사와 그 지근거리의 흑마법 한계가 해제되고 마법사의 영창보다 앞서 수십, 수백 개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흑색 오라가 데스 나이트들을 감싸고 갑주를 두텁게 만들었다. 시퍼렇게 음에너지로 타오르던 검은 더욱 더 날카로워지고 살벌해졌다.
-잛핣갌밠ληαεγδ■■■■…
인식의 한계를 넘어선 수준으로 빠르게 마법이 시전되자 주문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은 서로 간섭하거나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데스 나이트들을 강화시키고 아난시를 약화시켰다.
-아아아악!
어떤 공격을 맞아도 단단한 외골격만 믿고 날뛰던 아난시도 수십 개의 저주가 밀물처럼 들어오자 고통을 느꼈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은 데스 나이트들은 포효하며 덤벼들었다.
-잠, 잠깐! 잠깐!
-늦었소. 아까 말로 할 때 들었어야지!
살아있을 때처럼 생기 넘치는 마력을 끌어내진 못하지만, 데스 나이트들이 죽음의 주인에게 맹세하고서 받은 권능들은 그걸 충분히 능가했다.
그릇의 한계 없이, 암흑의 힘을 무한정 받아낼 수 있는 권능!
흑마법의 힘을 빌린 데스 나이트들은 시커먼 흑색 오라를 뿜어내며 아난시를 제대로 도륙했다.
-훌륭하군!
언데드 마법사는 데스 나이트들의 싸움을 보고 만족스러워했다.
웬 가문 이름 겹치는 마법사 때문에 겁을 먹길래 얼마나 허접스러운 기사들인가 싶었는데, 싸우는 걸 보니 생전에도 충분히 용맹스러운 기사였음이 분명했다.
쿵!
마침내 거대한 거미가 쓰러지자 언데드 마법사는 기사들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다들 수고 많았소. 그대들의 검이 그 명성만큼 영원하기를!
-마법사 님, 당신의 마법 또한 영원불멸하길 빌겠습니다!
-그런데 저 거미는 어쩌다 나온 거요?
-휴, 주인님께서 학생들을 시험하려다 나온 거지요.
-……
언데드 마법사는 입을 떡 벌리고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한은 재빨리 학생들 쪽으로 도망쳤다.
* * *
전투가 끝나고 소란을 수습한 데스 나이트들은(그 수습에는 흥분해서 욕설을 퍼붓는 언데드 마법사를 말리고 돌려보내는 것도 있었다) 다시 검문을 진행했다.
이번 검문은 아까와 달리 조용하고 평화스러웠다.
밀수를 시도하던 학생들이 전부 잡혀간데다가, 서로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이었다.
-통과.
“감사합니다.”
-통과.
“쟤가 아까 걔인가요?”
-통과하라고 했소. 학생. 물론 질문에 대답해주자면 맞소.
“이야…”
“혹시 쟤가 워다나즈인가? 난 에인로가드의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해골 교장이 만들어 낸 가짜 소문이 아니었단 말야?”
아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한이 아난시의 독성 숨결 사이를 뛰며 데스 나이트들과 같이 있던 걸 본 선배들은 신기해하며 수군거렸다.
이한은 시선을 피하기 위해 가이난도를 들어올렸다. 가이난도는 불쾌해하며 발버둥쳤다.
-통과하시오.
“아. 예. 죄송합니다. 후배! 혹시 격구 클럽에 관심… 컥!”
데스 나이트들은 규칙을 어기는 학생들을 단호히 제재했다.
클럽 추천, 학파 추천, 연구 추천 등 아직 준비가 덜 된 2학년 학생들을 그리 멋대로 꼬드길 수는 없었다.
-클럽 추천도, 학파 추천도 안 되오.
-그리고 학파 추천은 의미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뭐…
“……”
이한은 상처 받은 표정으로 데스 나이트들을 쳐다보았다. 뒤늦게 알아차린 데스 나이트들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배낭 주시오.
“여기 있습니다.”
이한은 압수용 배낭을 꺼냈다.
압수당하기 위해 적당히 채워 온 배낭이었다.
창고지기와 데스 나이트들은 주변을 슬쩍 한 번 둘러보더니 속삭였다.
-지나가십시오.
“예?”
-그냥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고생하는데 이 정도는 갖고 들어가셔도 됩니다.
데스 나이트들은 물론이고, 눈을 붕대로 가려서 보이지 않는 창고지기한테서도 동정심이 느껴졌다.
해골 교장의 하수인들 중에서 이한을 안쓰럽게 여기지 않는 자는 드물었던 것이다.
“…아, 아니. 교칙을 그렇게 멋대로 바꿀 수는…”
물론 이한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이야기였다.
이한은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혹시 아까 아난시와 같이 싸워서 통과시켜주시는 겁니까?”
질문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그 고생을 하며 갔다 온 지하 밀수의 의미를 지키려는 절박함이었다.
-그건 아닙니다. 원래 수제자 님은 조금 갖고 들어가게 해드리려고 했습니다.
-빨리 지나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이한은 축 늘어진 어깨로 배낭을 챙긴 뒤 앞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데스 나이트들은 의아해했다.
-왜 좋아하지 않으시지?
-연기하시는 거겠지. 주인님의 눈은 학교 곳곳에 있지 않나.
-과연…! 이런 말은 좀 실례일 수도 있지만, 역시 주인님의 제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허허. 당연하지!
* * *
‘…헛수고는 아니었다.’
검문을 통과하고 푸른 용의 탑으로 향하며 이한은 기운을 회복했다.
사실 배낭 정도니까 데스 나이트들이 불쌍하게 여겨서 통과시켜준 거지, 밀수용 마차를 갖고 왔다면 아무리 데스 나이트여도 ‘이건 좀’이라고 반응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하 밀수는 절대 헛수고가 아니었던 것이다.
“맞는 말이야. 이한. 그건 절대 헛된 짓이 아니야.”
가이난도는 보기 드물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한은 살짝 감동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독까지 먹으면서 희생했잖아!”
“……”
옆에서 요네르가 속삭였다.
“방금 걸로 23번째야.”
“…들어갈 때까지만 좀 봐주자고.”
검문을 끝내고 하나둘씩 푸른 용의 탑 앞에 모인 2학년 학생들은 선배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지루하다는 듯이 뱀가죽 부츠 끝을 까닥거리며 기다리던 푸른 용의 탑 선배는 2학년 학생들이 모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왔군. 여기 징벌방 간 2학년은 없겠지? 만약 있다면 너희들이 나중에 전해주도록. 나는 퀼베르크 가문의 페르세다. 이번에 4학년으로 올라가지. 너희들에게 에인로가드 청동 학년의 삶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선배님께서는 4학년 대표… 학생회장… 우두머리… 그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런 건가요?”
“아니.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건 그냥 제비뽑기에서 졌기 때문이야. 그리고 방금 말한 건 없어. 교장 선생님이 있다고 해도 속지 마. 놀림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 난 2학년 때 교장 선생님의 말에 속아서 있지도 않은 학생회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었거든.”
“……”
페르세는 키가 크고 근육질이었다. 푸른 용의 탑보다는 흰 호랑이 탑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뱀가죽 부츠에 걸린 마법과 등에 걸어놓은 격구채를 보고 이한은 상대가 격구를 매우 좋아한단 걸 깨달았다. 아니면 격구채를 무기로 쓰거나.
“너희가 밀수에 참가하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군. 매 해 속는 사람들이 나오거든.”
“선배님들께서 더 말려주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누군가의 질문에 페르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가 말리면 더 하려고 하더라고.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
“……”
“어쨌든, 시작할까? 나도 4학년인 만큼 시간이 많지 않거든. 너희가 이번 학년에 알아둬야 할 건 크게 클럽, 강의, 의뢰 정도겠지. 클럽은 내일부터 회원들이 와서 설명해 줄 테니 강의부터 설명할까. 여기서 학파 한 개 듣는 사람?”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페르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2학년 때 하나 더 전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무래도 연구가 유연해지거든. 두 개 듣는 사람?”
꽤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페르세는 만족스러워했다.
“언제나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가장 학구적이고 지적으로 뛰어난 편이지. 혹시 세 개도 있나?”
아덴아르트가 손을 들었다. 페르세는 존중을 담아 공손히 목례했다.
후배라도 세 개 학파를 전공하는 마법사라면 이런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존경을 표한다. 대단한 위업이지만, 하다가 힘들면 학파를 줄이는 것도 생각해봐. 교수님께서도 양해해주실 테니까.”
‘그런가?’
이한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