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1)
701화
“학파들 중에는 특이한 학파들도 있다. 너희들이 1학년 때 본 학파들 말고도…”
“네 개 이상 듣는 학생은 안 물어보세요?”
가이난도가 손을 들고 묻자 페르세는 따끔하게 혼을 냈다.
“내 시간 빼앗지 마라. 후배. 아무리 내가 선배라지만 너희들의 장난을 다 받아줄 순 없어.”
“아, 아니…”
가이난도는 매우 억울해했다.
친구를 위해서 물어본 거였는데!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아. 특이한 학파.”
“흑마법 같은 학파를 말하시는 겁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가이난도는 발끈했다.
그러나 질문한 건 이한이었다. 가이난도는 빠르게 분노를 취소했다.
“흑마법 학파는 특이한 학파 축에도 안 끼지. 숫자가 비교적 적을 뿐이지 계속 학파의 인원이 유지되고 전통이 내려오잖아.”
“저희 때는 진짜 폐지될 수도 있다고 선배들이 걱정하시던데요.”
가이난도의 말에 페르세는 무시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에인로가드에 특이한 학파란 건 너희가 이름도 들어본 적 없거나 ‘이걸 누가 듣나’정도는 되어야 해. 듣고 싶다면 교장 선생님 찾아가서 교수를 구해와달라고 부탁하거나, 혹은 이걸 연구하는 5학년이나 6학년 선배가 있어서 운 좋게 배울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지.”
‘뭔지 알겠군.’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 마법이나 볼라디 교수의 마법이(이걸 학파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에 속했다.
‘잠깐. 시간 마법은 학파가 따로 있나?’
“선배님. 질문 있습니다.”
“뭐지?”
“시간 마법은 에인로가드 내에 학파가 따로 있습니까?”
“어… 잠깐만.”
이한의 질문은 페르세에게도 어려웠는지, 페르세는 소라고둥 형태의 아티팩트를 꺼내더니 물었다.
“유크벨티레 선배님. 올해 시간 마법 학파 강의가 있습니까?”
-없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강의가 언제였습니까?”
-14년 전이군. 시간 마법에 관심 가지는 후배가 있다면 주제 파악하라고 전해주도록.
“조언 감사드립니다.”
페르세는 대답을 듣고 후배들에게 전해주었다.
“한동안 듣는 사람 없어서 사라졌다는군. 정 관심 있으면 5학년 때 네가 직접…”
말하던 페르세는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입을 가렸다.
후배들한테 이런 끔찍한 말을 하려고 하다니!
“…방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해.”
“5학년이요?”
페르세는 지팡이를 격렬하게 휘둘렀다. 가이난도는 침묵 저주를 맞고 항의하는 손짓을 선보였다.
“후배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명심해둬라. 선배들을 존경하고 공경할 필요는 없지만, 선배들 앞에서 4에서 1을 더한 학년을 언급하지 마라! 특히 4학년 선배들 앞에서는 더더욱!! 알겠어?”
“죄, 죄송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페르세의 눈빛이 마치 궁지에 몰린 절박한 짐승 같았기에, 2학년 후배들은 그 기세에 압도당했다.
“하던 이야기로 돌아오자. 2학년 때 강의는 이제 너희들이 고른 학파 위주로 굴러가게 될 거다. 필수 강의나 선택 강의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학파 내에서 너희가 고른 관심사에 따라 정해지지.”
같은 학파라 하더라도 마법사가 추구하는 목표는 제각각이었다.
소환 마법이라 하더라도 어떤 마법사는 정령 특화, 어떤 마법사는 무생물 특화, 어떤 마법사는 고대 유물 특화…
그런 만큼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은 자신이 고른 학파 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강의를 영리하게 선택할 줄 알아야 했다.
“참고로, 고르는 일이 꽤 어려울 거다.”
“어째서인가요?”
“강의가 정말 많거든.”
페르세는 칠판을 끌고 오더니 거기 위에 둘둘 말린 거대한 종이를 펼쳤다.
소환 마법의 끔찍한 사례들
화염 정령 소환 마법과 원소학
골렘 소환의 경제학적 분석
고대 유물 연구에서 소환 마법의 필수성이란?(2학년 금지)
교장 선생님의 소환수들이 가진 약점이란?
…
…
1학년 때와 달리 통일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온갖 이름이 다 있는 강의에, 학생들은 아연실색했다.
“이, 이 강의가 다 있는 겁니까?”
“아니. 없는 강의가 훨씬 많아.”
페르세는 후배들이 더 겁을 먹기 전에 빠르게 설명했다.
에인로가드의 강의란 건 보통 교수들이나 대륙에서 제일 불행한 5, 6학년 학생들이 맡아서 진행됐다.
매 해 교수들과 불행한 마법사들은 강의 목록들을 써서 올리고…
…그리고 그 목록들은 해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
“????”
“어, 그래도 됩니까?”
“안 되지. 그래서 저 강의들 중 상당수는 가르칠 교수님이 안 계시거나 선배님이 안 계셔. 또 상당수는 너희가 들어야 시작되는 강의고. 아무도 안 듣는데 진행하는 교수님은 없으니.”
‘음.’
이한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용히 침묵했다.
“결국 직접 확인해봐야 해.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학파 교수님께 여쭤보는 거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부분에 맞춰서 강의를 추천받는 거지.”
페르세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종이 위의 강의 목록들이 바뀌었다.
화염 정령 소환 마법과 원소학
화염 식물학
화염 재료를 사용해서 정령 기쁘게 하기
가장 유명한 화염 원소계들
“예전에 교수님께서 적어주신 추천 강의들이지.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선배님. 질문이 있습니다. 버… 모든 교수님께서 그렇게 상세하게 추천을 해주실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래. 나도 버… 모든 교수님들이 그렇게 상세하게 추천해주지 않는다는 건 잘 안다. 그리고 너희들은 운이 좋은 편이지. 뛰어난 선배가 한 분 계시거든.”
페르세는 존경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 요네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선배님은… 4학년에서 1학년 더 나가신 분인가요?”
“그렇지. 하지만 선배님께서는 그걸 전혀 괴롭게 생각하시지 않는다. 그게 정말 대단한 점이시지.”
“혹시 그 분이 유크벨티레 선배님이십니까?”
이한은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페르세는 반색하며 대답했다.
“맞아. 어떻게 알았지?”
“어… 예전에 밖에서 뵌 적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이 상담을 해주시는 겁니까? 강의 상담을?”
“그래.”
“……”
이한은 질색했다.
디레트 선배가 조언해줬던 말들이 아직도 선명했던 것이다.
‘이 사람이 무언가를 상담해줄 수 있는 사람이란 말인가?’
아예 동명이인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버두스 교수도 동명이인이 있지 않은가. 어쩌면 유크벨티레 선배도 그럴 수 있을지도 몰랐다.
둘이 성격도 좀 비슷한 거 같고…
“이제부터 상담을 시작할 텐데,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선배님께서는 나 못지않게 시간을 낭비하는 걸 싫어하시니.”
“선배님. 저 혹시…”
“조용히! 빨리 들어가.”
“…예…”
* * *
보통은 알기 힘들었지만, 에인로가드에서 5학년 이상 보내는 것에도 장점이 있긴 했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의 선배나 동급생들 대부분이 졸업한다는 점이었다.
유크벨티레가 자신의 악명을 딱히 신경 쓰진 않았지만 지금 남은 푸른 용의 탑 학생들 대부분이 유크벨티레의 후배라는 점은 명성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
솔직히 말해서 동급생이 아닌 후배가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급생들에게 유크벨티레는 ‘버두스 수제자’였지만 후배들에게 유크벨티레는 ‘푸른 용의 탑 최고 두뇌이자 존경스러운 선배’인 것처럼!
유크벨티레의 무관심은 몇몇 사악한 선배들과 대비되어서 친절함으로 포장되었다.
유크벨티레가 가진 마법에 대한 광기는 직접 접할 일 없는 후배들에게 그저 뛰어난 지성으로 보일 뿐.
원래 접할 일 없이 멀리서 보면 해골 교장도 제국의 멋진 대마법사 아니겠는가?
유크벨티레는 탁자 위에 복잡한 구조를 가진 시계 아티팩트를 꺼냈다.
시계 아티팩트는 그 크기가 거대해서 탁자보다는 종루 같은 곳에 어울릴 것 같았다.
‘언제 들어오는 거지?’
유크벨티레가 2학년 후배들의 방대한 강의 선택을 도와주는 이유는 선배로서의 책임감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책임감은 유크벨티레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유크벨티레가 강의 선택을 도와주는 건 오로지 3학년 때 친구들과 진행한 거래 때문이었다.
-이 오르비도스의 눈물을 혼자 쓰겠다고, 유크벨티레?!
-너희는 어차피 가져가도 못 쓰지 않나?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건 우리가 모은 거다. 유크벨티레! 세 명이 징벌방에 가는 희생으로 해골 교장의 창고에서 갖고 온 거란 말이다!
-거래하지. 뭘 원하나? 원한다면 네 소형 비행선 연구에 대한 조언을 해주겠다.
-필요 없어, 이미 다 완성했다고! …잠깐, 근데 조언이 필요해보여? 그렇게 부족한 것 같나?
-한 10% 정도군.
-10% 정도라… 그래도 그 정도 부족한 거면 괜찮은 편인데?
-아니. 10% 정도 완성되었다는 소리다. 그 연구는.
-……
-…유크벨티레. 쟤 소형 비행선 연구 조언은 필요 없다.
-잠, 잠깐. 난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가 원하는 건 네가 2학년 후배들을 좀 도와주는 거야. 안 그래도 올해 강의는 너무 혼란스럽다고. 80%가 없는 강의라니 말이 돼?
-후배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왜 도움을 요청하는 거지? 친척이 있나?
-친척이 있긴 한데,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유크벨티레. 선배로서 도와주고 싶은 거다. 귀족의 명예인 거지.
-난 황족이지만 그런 쓸데없는 챙김이 내 명예와 상관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혹시 명예란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아, 됐고! 거래할 거야, 안 할 거야!
-하겠다.
-진심이야? 꽤 오래 걸릴 텐데?
-아티팩트를 만들어서 대신 처리하게 되면 시간이 단축되겠지.
-역시… 잠깐. 유크벨티레. 그러면 조건을 추가하겠어.
-뭐지?
-졸업할 때까지 2학년 후배들 강의를 좀 도와줘라.
-드디어 정신이 나갔나?
-싫으면 관둬. 그리고 유크벨티레. 오르비도스의 눈물을 훔칠 생각은 하지 마. 거래 파기되면 지금 부술 테니까. 네 속셈을 모를 줄 알고? 너보다 마법은 못하더라도 우리 역시 에인로가드 학생이야.
-…!
유크벨티레는 감은 눈을 떴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불쾌한 거래였다. 동급생들한테 저렇게 한 방 먹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유크벨티레는 졸업 때까지 재능 없는 2학년 학생들의 강의를 맞춰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아티팩트 위에 손을 올려라. 네가 듣는 학파를 떠올리고, 네가 가진 학파의 관심사를 떠올려라.”
“그, 그거면 됩니까?”
상대 학생은 당황해서 물었다. 유크벨티레는 대답 대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차가운 시선에 압박감을 느꼈는지 2학년 학생은 서둘러 아티팩트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계가 하루의 강의 일정을 짜내 올렸다.
“…!!!”
후배는 경악해서 아티팩트를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이 강의 시간표는 자신이 듣는 학파나 가진 관심사는 물론이고 자신이 생각하지 않았던 강의도 나왔던 것이다!
“어, 어떻게 물 원소 유동성 강의가…? 전 관심이 없는데요?”
“이 시계는 네 능력도 같이 분석한다. 네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부족한 능력을 채워줄 강의도 추천해주지.”
“그, 그런…!”
“계속 거기 서있을 생각인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후배는 열심히 강의 이름을 적은 뒤 밖으로 나갔다.
유크벨티레는 다음 후배가 들어오자 눈을 감고 방금 했던 말을 다시 내뱉었다.
또 다음 후배도, 또 또 다음 후배도…
“안녕하십니까.”
어딘가 억지로 변조시킨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유크벨티레는 후배의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고 눈을 떠서 쳐다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티팩트 위에 손을 올려라. 네가 듣는 학파를 떠올리고, 네가 가진 학파의 관심사를 떠올려라.”
“예.”
이한은 미친 선배가 자신을 안 쳐다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을 올렸다.
빨리 해결하고 튈 생각이었다.
팅!
“…?”
시계가 철컥거리다가 멈추자 이한은 당황했다.
유크벨티레가 감은 눈을 뜨려고 하자,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망토를 집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