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2)
702화
“이게 무슨 짓이지?”
얼음처럼 차가운 선배의 목소리에 이한은 재빨리 대답했다.
“선배님께서 추워 보이셨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어라?’
이한은 살짝 당황했다.
버두스 교수한테는 충분히 통했을 텐데…
아무래도 유크벨티레는 버두스 교수보다 사회적 지능이 더 높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버두스 교수처럼 행동하는 거야?’
고민하는 사이 유크벨티레는 망토를 치우고 이한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무관심과 경멸이 절반씩 섞여 있었다.
“다시 시계 위에 손을 올려보도록.”
“…?”
이한은 다시 한 번 놀랐다.
놀랍게도 상대는 이한을 못 알아보고 있었다!
‘뭐지? 2학년 시작의 행운인가?’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갓 2학년에 올라온 이한을 불쌍히 여겨 행운이 도와주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대한 의심을 사지 않고 빠져나가는 거다.’
그러는 사이 유크벨티레는 작은 확대경을 꺼내 후배를 바라보았다.
직접 만든 상급 마력 인식의 렌즈를 끼운 확대경이었다.
마력을 다루는 게 마법사라지만, 마법사라고 마력의 흐름을 완벽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평온해 보이는 공간도 수많은 마력의 흐름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타고난 마력 감응 능력을 가진 사람도 감각만으로 잡아내기 힘들 만큼 마력의 흐름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유크벨티레가 만든 이 간단한 아티팩트는 후배의 마력 흐름을 정확하게 인식시켰다.
대체 후배가 무슨 헛짓거리를 했길래 아티팩트가 멈췄는지, 유크벨티레는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쨍!
가동시키자 확대경 렌즈가 그대로 깨져나갔다.
“……”
“……”
유크벨티레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자기 눈동자에 마법을 시전했다.
“꿰뚫어라.”
>바콴탈라나의 청안>이 시전되자 확장된 공간의 정보가 유크벨티레의 뇌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사람의 얼굴은 잘 기억 못해도 마력은 잘 기억하는 유크벨티레는 금세 후배의 마력을 기억 속에서 떠올려냈다.
“워다나즈 가문의 2학년?”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닐까요?”
이한은 체념 섞인 목소리로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다.
* * *
후배를 알아 본 유크벨티레는 아까보다 훨씬 더 친근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차를 내오거나 다과를 권하지는 않았다.
눈앞의 후배한테 먼저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유크벨티레 기준에서는 매우 친근한 태도였던 것이다.
“연구는 생각해봤나?”
‘올 게 왔구나.’
선배의 질문에 이한은 각오를 다졌다.
다행히 이한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준비한 대답이 있었다.
“저는 영광입니다만, 불행히도 선약이 있습니다. 또 그 분께서는 다른 연구를 같이 병행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셔서…”
“어떤 무례한 사람이지?”
“디레트 선배님이신데요.”
“……”
유크벨티레는 살짝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섭섭한 표정을 한 버두스 교수를 상상하기 힘든 만큼 눈앞의 선배도 마찬가지였기에 이한은 꽤 놀랐다.
“나한테 그렇게 말해놓고 자기가 독점하려고 하다니. 디레트, 실망스럽군.”
‘반박하면 안 된다. 반박하면 안 된다.’
이한은 디레트를 변호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디레트가 해준 말이 있었던 것이다.
-후배, 넌 푸른 용의 탑이니까 유크벨티레를 만나게 될 수도 있어.
-만나면 어떻게 합니까? 죽은 척을 할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안 통할 거야. 유크벨티레는 바로 맥박 확인할 테니까. 그냥 내 핑계 대.
-예? 선배가 절 죽였다고요?
-…아니! 나 때문에 다른 연구 참가할 시간이 안 된다고 변명하라고!
-그런… 선배한테 너무 손해 아닙니까?
-내 인생은 5학년 결정했을 때부터 이미 손해였어. 여기서 늘어난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
-……
-…미안. 후배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었다. 하여간 유크벨티레한테는 내 핑계 대는 게 그나마 통할 거야. 참. 유크벨티레가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그냥 가만히 있어. 반박하지 말고. 반박하는 순간 말려드는 거야.
동급생들은 버두스 수제자 같은 모욕적인 칭호를 유크벨티레에게 붙였지만, 사실 유크벨티레는 버두스 교수와 크게 달랐다.
버두스 교수가 사회적 지능이 아예 없다면 유크벨티레는 있는데 안 쓰는 거였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만큼 만만하게 보고 접근하면 안 됐다.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게 가장 좋았다.
‘참는다.’
이한이 인내하는 사이 유크벨티레는 차갑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만족스럽군. 디레트도 드디어 수준 맞지 않는 후배들을 챙기는 걸 그만두고 자기 마법에 몰두하기로 했나… 5학년이 되었으니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결투 신청하면 내가 질까?’
이한은 순간 눈앞의 선배한테 결투를 신청할 뻔했다.
어떻게 디레트를 모욕해도 저렇게 모욕할 수가!
유크벨티레는 이한의 생각도 모르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디레트의 연구 때문이라면 내가 잠깐 양보하지.”
“정말이십니까?”
“물론. 나중에 디레트를 설득하면 되니까.”
“……”
이한은 갑자기 디레트가 매우 걱정됐다.
버두스 교수의 설득이란 건 대충 상대가 진절머리가 날 때까지 괴롭히는 것이었는데…
…그 제자가 과연 얼마나 다를까?
‘정말 여기서 이 사람을 제압해야 할지도 모른다!’
설마 까마득한 후배가 암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유크벨티레는 다시 아티팩트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 아티팩트가 왜 작동불가 상태가 됐는지 생각해봤는데. 꽤 많은 학파를 듣고 있다고 했지?”
“예.”
“아마 그게 원인이겠지.”
유크벨티레는 거대한 강의 시계 아티팩트를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대체 가능한 강의는 제외하도록!”
많은 학파를 듣는다면 그에 따른 강의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유크벨티레는 강의 중에서 다른 강의와 겹치는 내용이 있거나 대체 가능한 강의는 제외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팅!
“……”
“……”
시계는 철컥거리다가 멈췄다. 유크벨티레는 아주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렸다.
부여 마법 학파의 마법사로서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이런 경우를 예상하지 못하다니.”
“죄, 죄송합니다.”
“네 잘못이 아니지. 내 잘못이다. 가르시아 교수님의 전례도 있었는데 간과하다니.”
“……”
이한은 복잡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기뻐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제외 가능한 학파를 찾아보도록.”
“그런 것도 됩니까?”
“그래. 예지 마법도 일부 넣었으니까.”
“!”
선배의 말에 이한은 깜짝 놀랐다.
복잡한 아티팩트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아티팩트였다.
예지 마법까지 들어가 있을 줄이야.
“이 시계는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겁니까?”
“우선순위가 있다. 학파와 관심사, 능력은 말했었지? 그 다음은 재능과 교수다.”
“재능과 교수… 교수 말입니까?”
이한은 이상함을 느끼고 되물었다.
재능이야 알겠는데 교수는 뭐지?
“재능은 네가 모르는 네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이상하고 특이한 강의가 나온다면 그쪽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도록. 마지막은 교수인데, 간단하게 말하면 인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다. 아무래도 스승과 잘 맞지 않으면 배우기 힘들 테니까.”
“세상에 그런 기능이?!”
이한은 경탄의 시선을 보냈다.
에인로가드 신입생을 찾을 때 해골 교장의 대마법 대신 저런 마법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교수님의 우선순위를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마법에서 스승과의 인격 적합성은 가장 중요하지 않은 부분인데.”
유크벨티레는 후배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한은 시무룩해졌다.
철커덕, 철커덕, 철커덕… 팅!
“……”
“……”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시계가 다시 멈췄다.
유크벨티레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아까보다 살짝 깊어졌다.
“이번엔 왜 이런 겁니까?”
“…재능이 부족한 학파가 없나보군. 놀라운데…”
유크벨티레는 새삼 후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부여 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는 생각했었지만(덤으로 정령 친화력도), 이렇게 보니 새삼 말도 안 되는 다재다능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학파에 고르게 재능을 갖고 있단 말인가?
“재능이 부족한 학파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말했듯이 이건 내 잘못이다. 사과하지 말도록.”
뛰어난 부여 마법사는 허점이 발견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법.
허점이 발견될수록 아티팩트는 더욱 발전하기 마련이었다.
…이런 후배가 또 나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좋다. 그러면… 제외 가능한 학파를 다시 찾아보도록. 가장 안 맞는 교수를 중점으로!”
“!”
유크벨티레가 가장 마지막 우선순위, 교수와의 궁합으로 제외할 학파를 찾아보라고 다시 명령하자 이한은 놀랐다.
‘나하고 가장 안 맞는 교수가 대체 누구일까?’
솔직히 누군지 궁금한 게 사실이었다.
너무 짐작 가는 사람이 많다보니 오히려 더…
팅!
시계가 다시 멈췄다.
“……”
“…사이가 안 좋은 교수가 없나보군.”
“이건 고장 난 겁니다!”
이한은 발끈해서 외쳤다.
무슨 이런 미친 시계가 있단 말인가?
아니면 유크벨티레가 예지 마법에서 실수를 한 게 분명했다. 부여 마법사가 무슨 예지 마법을 안단 말인가.
“제가 버… 하여간 몇몇 교수님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십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그 교수들은 널 안 싫어하는 모양인데. 이렇게 결과가 나온 걸 보니.”
“……”
이한은 선배의 무뚝뚝한 설명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생각해보니 몇몇 교수의 성격을 봤을 때 강의를 피할 경우 억지로 강의가 추가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시계가 그것까지 예지했다면?
‘무섭다…!’
“어쩔 수 없군.”
고민하던 유크벨티레가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습니까?”
“독학 가능한 쉬운 강의는 제외하고, 어려운 강의 위주로.”
“아니 그건 뭔…?”
철커덕!
시계가 연기를 뿜어내며, 드디어 하루치 강의 일정표를 완성시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 공간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 꽉 찬 일정표였다.
유크벨티레는 받아 적으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은 매우 떨떠름한 표정으로 받아 적었다.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 강의는 배워둘 가치가 있지. 배워두면 연구를 진행할 때 미세한 오차가 훨씬 줄어들 테니까. 강의 듣기 전에 다음과 같은 재료를 챙겨가라…”
일정표를 다 적자 유크벨티레는 몇몇 강의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해주었다.
>고대 유물과 소환 마법의 비극적 역사> 강의를 듣기 전에는 정신 방어 계열 아티팩트를 최소한 3개 정도 구비해야 하고…
열심히 메모하던 이한은 살짝 감사함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함을 느끼라고 시간을 써서 설명하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연구를 돕고 싶어졌나?”
“아니요?”
* * *
설명이 끝나고 저녁이 됐음에도 이한과 친구들을 쉬지 못했다.
탑의 새로운 공간들을 방문하기 전에 밀수품부터 처리해야 했던 것이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일부는 각자의 개인실에, 일부는비밀기지에, 일부는 오두막에, 일부는 2학년 휴게실에…
양이 많은 만큼 오늘 저녁 내내 작업을 해도 모자랄 수 있었다.
“후배.”
“!”
탑을 나서던 이한은 디레트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선배.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야. 너 2학년이야. 이제 나하고 이야기해도 징벌방 안 가.”
“제가 1학년 만나면 징벌방 갑니다.”
“무슨 소리야? 1학년들은 널 못 보는데?”
“저한테만 금제가 안 걸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