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9)
709화
깜짝 놀란 이한은 일단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혹시 회중시계를 싫어하셨습니까?”
상대가 버두스 교수였다면 ‘마법 잘하면 답니까? 오늘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 낯짝에 마법 한 방은 갈기겠어!’라고 외쳤겠지만, 상대가 가르시아 교수인 만큼 무언가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거센 들숨과 날숨으로 침착을 되찾은 가르시아 교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좌절했다.
“…이한 학생, 저건 어디서 났어요?”
“네? 학교 밖의 골동품 가게에서 싸게 샀습니다만.”
“……”
가르시아 교수는 비밀스러운 물건을 언젠가 튀어나오게 하는 에인로가드를 저주하고, 아무 물건이나 일단 갖다 팔고 보는 에인로가드 학생들을 저주하고, 또 그 학생들이 금화에 미치게 만든 에인로가드 교장을 저주했다.
휙-
교수가 힘없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날아갔던 회중시계가 돌아오고 박살난 벽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한 학생. 사실 이 시계는… 제가 만든 거예요.”
“예?!?!?!”
이한은 해골 교장이 사실 왕족 출신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보다 더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성실하고 선한 가르시아 교수님이 회중시계에 이런 문구를 새겼단 말인가?
축하한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후배여. 이걸 읽고 있다면 너는 위대한 마법을 경험한 뒤겠지.
이 시계에 각인된 마법을 익힌다면 날 찾아와라. 그러면 마땅히 비전을 알려주겠다!
-위대한 선배가
달칵!
“…굳이 다시 읽을 필요는 없잖아요?”
이한이 회중시계를 열고 안에 적힌 글자를 다시 읽자, 가르시아 교수는 재빨리 뚜껑을 닫았다.
“아. 혹시 교장 선생님이 강권하신 겁니까? 이런 문구를 써넣으라고?”
“솔직히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아니요, 아무도 강요 안 했어요. 이한 학생. 제가 쓴 거죠.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이런 걸 왜 강권하겠어요?”
“저한테는 강요하셔서…”
“……”
가르시아 교수는 나중에 한 번 해골 교장을 붙잡고 이한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 추궁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실하고 선량한 학생한테 무슨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게 하려고 저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한 학생. 사람은… 살다보면 달라져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저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때가 있었지요.”
“혹시 버두스 교수님도 예전에는 다르셨습니까?”
“교수님은 예전에도 그러셨… 이한 학생.”
“죄송합니다. 너무 궁금해서 그만.”
가르시아 교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한 학생. 학창시절에 저는 좀 거칠었어요.”
“!”
이한은 충격을 받았다.
가르시아 교수가 거친 사람이었다니.
지적인 가이난도, 사려 깊은 버두스 교수만큼 상상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거칠…
‘음. 생각해보니 상상이 가긴 하는군.’
가르시아 교수의 주먹과 방금 박살났던 벽을 보니 상상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오히려 왜 이제까지 상상을 못했나 싶었다.
“특히 마법 쪽에서는 더더욱 그랬는데, 친구들이 왜 제 마법을 따라오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냈었죠.”
“누구라도 그럴 겁니다.”
“보통 안 그렇죠. 억지로 맞장구치지 마세요.”
가르시아 교수는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뒤였다. 억지 아부는 단호하게 차단했다.
이한은 살짝 시무룩해졌다.
“아마 모든 학파 마법을 다 듣고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누구라도 이상해질 겁니다.”
“이한 학생은 나중에 끝나고 거울 좀 보고 가세요. 여하튼 그 때 저는 시공간 마법을 혼자 연구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데에 성공했어요. 그걸 시계에 담게 되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이 시계를 에인로가드에 남겨놓으면 후배 중에 뜻 있는 사람이 보고 시공간 마법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아닐 것 같은데.’
이한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흑마법 학파나 음악 마법 학파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인기 없거나 없는 마법 학파를 새로 만드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전략적으로 후배들과 동료들을 끌어모으고 학파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보여줘야 하지, 이상한 아티팩트에 도발 문구를 적어놓는다고 찾아오지는 않는 것이다.
다행히 이한이 말해주지 않아도 가르시아 교수는 스스로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안 오더군요.”
“마법 난이도가 좀 있다 보니…”
“그런 문제가 아니죠 사실.”
가르시아 교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한 학생이 이 강의를 들으러 온 것도 놀랍지만, 방학 때 저 시계를 손에 넣었을 줄이야.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이런 게 업보란 걸까요…”
“교수님은 여전히 제 존경의 대상이십니다!”
이한의 아부에 가르시아 교수의 수심 어린 얼굴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고마워요. 이한 학생.”
“앞으로 누가 이 시계에 대해 물어보면 교장 선생님이 써놨다고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가르시아 교수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 * *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가르시아 교수는 시공간 마법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시간 마법, 사실 시간 마법을 공부하다 보면 공간 마법에 대해 필수적으로 배우게 되어 있어요. 둘은 어느 정도 상호보완적인 면모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한 학생이 시간 마법을 배우게 된다면 두 마법에 대해 기초를 다진 뒤 심화로 나가게 될 텐데…”
말하던 가르시아 교수는 머뭇거렸다.
“그런데 이한 학생은 정말 괜찮나요?”
“네?”
“지금도 모든 학파를 다 듣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여기에 없는 학파까지 추가를 굳이 한다는 게…”
“괜찮습니다. 교수님. 전 교수님 강의가 듣고 싶습니다.”
이한은 진심이었다.
온갖 기괴한 강의들이 목록에서 스멀거리고 있는 지금 차라리 가르시아 교수의 강의가 훨씬 더 믿음직스러웠다.
괜히 난이도 높다고 바꾸다가 제 2의 볼라디 교수를 만나는 수가 생겼다.
“이한 학생…”
가르시아 교수가 빤히 쳐다보자 이한은 멋쩍어했다.
훌륭한 제자가 보내는 단단한 신뢰에 가르시아 교수가 감동받은 모양이었다.
“1학년 때는 그래도 좀 부정했는데, 요즘 이한 학생을 누군가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
이한이 어이없어하는 사이 가르시아 교수가 화제를 전환했다.
“그러면 >시간 인지>와 >공간 인지>부터 시작해볼까요?”
“아. 둘 다 익혔습니다.”
“…언제요? 혹시 다른 사람하고 같이 익혔나요?”
가르시아 교수는 팔짱을 끼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마법에 집중하느라 그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한은 곧이곧대로 대답했다.
“저번 방학 때 알시클 님하고 같이 익혔는데요.”
“아하.”
가르시아 교수는 마도서에 ‘펭에린 가문의 알시클을 거꾸로 매달 것’이라고 몰래 메모해놨다.
“잠깐.”
“왜 그러나요, 이한 학생?”
혹시 들켰을까봐 가르시아 교수는 슬쩍 마도서를 덮었다. 이한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대답했다.
“>공간 인지>는 작년 초에 발파탄 선배하고 익혔습니다.”
“아하!”
가르시아 교수는 메모에 ‘발파탄 학생도 같이 매달 것’이라고 메모 밑에 추가했다.
외부 마법사나 선배나 아주 하는 짓들이 똑같았다.
이한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미소지으며 가르시아 교수는 말했다.
“그럼 다음 마법으로 넘어가도 되겠네요, 이한 학생!”
“교수님 혹시 화나셨습니까…?”
“무슨 소리에요, 이한 학생. 전혀 화 안 났는데요?”
가르시아 교수는 예리한 제자의 직감에 속으로 찔려하며 둘러댔다.
“다음 마법은 >하급 체내 시간 연장>이에요. 2서클 마법이지만 난이도는 3~4서클에 버금가니, 너무 서두르진 말도록. 알겠죠?”
“예.”
시간 마법의 그 극악한 난이도는, 마법의 개념 자체가 세계의 법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 있었다.
마법사가 불을 붙이고 싶다면?
세계의 법칙을 살짝 속여서 땔감 위에 불씨가 붙은 것처럼 만들면 그만이었다.
땔감 위에 불이 붙는 건 그리 어려운 현상이 아닌 만큼 속이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마법사가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싶다면?
그것 자체가 세계 자체에 대한 충돌이자 반역에 가까웠다.
이걸 감당하려면 마법사는 막대한 저항을 필요로 했다.
그런 본격적인 마법을 쓰기 전, 편법에 가까운 마법이 바로 >하급 체내 시간 연장> 이었다.
마법사 외부가 아닌 마법사 내부의 시간, 즉 체감시간을 늘리는 마법.
노련한 전투 마법사나 검사가 전투 도중 시간이 느려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것들이 바로 이 마법의 원시적인 형태였다.
‘내부만을 다루는 만큼 난이도가 낮긴 하겠군.’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가 본격적인 시간 마법 전에 어떻게든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마법으로 적응시켜주려는 걸 느꼈다.
물론 시간 마법 내에서 난이도가 낮은 편이지 절대적인 난이도만 보면 절대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생각은 찰나에서 순간으로, 순간에서 경각으로!”
다른 2서클 마법들과 달리 길고 복잡한 주문을 외우며 이한은 집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한이 몇 번 시간이 느려지는 경험을 했다는 점이었다.
…이걸 많이 했다는 게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지금은 도움이 됐다.
“이 마법 같은 경우는 시전자 본인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해요. 이한 학생. 시간 인지 마법으로 판단하세요.”
“감사합니다.”
가르시아 교수가 쉬엄쉬엄 하라는 듯이 찻잔을 내밀었다.
어차피 다른 학파 교수들에게 혹사당할 이한이 굳이 여기서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한은 뜨거운 찻물을 단숨에 들이켜고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빈 찻잔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에는 더 뜨겁게 해야 하나?’
* * *
‘큭.’
이한은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마법을 완전히 익히는 데에 실패한 것이다.
몇 번 시간이 느려지는 감각은 있었지만 그걸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면 익힌 게 아니었다.
가르시아 교수가 지금도 아주 빠른 거라고 위로해줬지만, 이한은 속지 않았다.
‘가르시아 교수님은 이런 부분에서는 관대한 분이니.’
버두스 교수가 ‘너 느려!’하면 믿기 힘든 것처럼, 가르시아 교수가 ‘지금도 빨라요!’라고 하는 말도 믿기 힘들었다.
“내 생각에는 그 후배를 직접 설득해야 할 것 같은데. 녀석은 석공 클럽의 자질을 타고 났어. 도서관 클럽 놈들이 채가기 전에 데리고 가야 해.”
“워다나즈 가문에 대해서 소문은 많이 들어봤는데 놀랍군.”
‘젠장.’
이한은 복도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바로 투명화 마법부터 시전했다.
아직 후배들은 보지도 못했는데 선배들부터 피하게 생기다니.
‘좀 더 확실하게 경계할 방법이 필요하겠어.’
-그런데 그 후배는 모든 학파 마법을 듣는다던데, 그게 정말인가?
-으음. 나도 믿기질 않아서 확인해봤는데 정말인 거 같아. 워다나즈 가문과 얽힌 광기 어린 소문이 괜히 생긴 게 아니겠지. 실로 무시무시해…
-바닷물을 통째로 옮겨서 저수지를 만든 것과 모든 학파 마법을 다 듣는 것 중 어느 게 더 무섭지? 난 후자가 더 무섭군.
“……”
이한은 지나가다가 참지 못하고 선배들의 등짝에 마법을 갈길 뻔했다.
왜 다 듣게 됐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저렇게 쉽게 지껄이다니.
우웅-
순간 이한만이 느낄 수 있는 마력 변화가 느껴졌다. 디레트가 만들어 준 아티팩트 노트, >에인로가드의 속삭임>이었다.
‘뭐지?’
친구들이 벌써 마력을 충전하고 낙서를 시작했나 싶어 이한은 의아해했다.
네게 제안이 있다.
-흥. 꺼져라.
……
‘아차. 너무 심했나.’
이한은 상대가 침묵하자 살짝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