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11)
711화
생각보다 격렬한 반응에 이한은 억울함을 느꼈다.
선배들이 재촉해서 빨리 결정한 거였는데 이런 반응이 돌아오다니.
그리고 고나달테스란 가명이 왜 문제인지도 의문이었다.
다들 바콴탈라나에, 이악투스에 고대의 인물들을 가명으로 쓰고 있는데 이한은 왜 안된단 말인가?
고나달테스:문제라도 있나?
이악투스:모든 게 문제지. 이 고나달… 와. 못 쓰겠다. 진심으로 소름돋는데.
이악투스는 이한의 가명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려다가 치를 떨었다.
쓰기 힘들 만큼 불길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마법이라는 것은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이었지만 동시에 마법사의 감정적인 영역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기술이었다.
아무리 가명이라지만 제국에서 제일 불길한 이름이라니.
바콴탈라나:가명은… 자신의 자유지.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이악투스:진심으로? 아무리 자유라지만 정도가 있지. 매번 해골 교장하고 대화하는 느낌을 받으라고?
바콴탈라나:가명과 진실을 구분할 정도의 지능은 있을 테니까.
이악투스:솔직해지라고. 바콴탈라나. 너도 고나달테스와 대화하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나는 바콴탈라나하고는 대화할 수 있어. 왜? 바콴탈라나가 기숙사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징벌방으로 끌고 가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고나달테스는 이야기가 다르지!
고나달테스:그럼 버두스로 바꿀까?
이악투스:……
이악투스는 새로 들어온 신입이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 새끼, 뭐하는 새끼지 진짜?’
아무리 에인로가드가 넓다지만 이런 미친놈이 있었을 줄이야.
‘혹시 5학년이나 6학년 선배인가?’
저렇게 해골 교장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려면 보통 광기로는 불가능했다.
5학년, 아니, 6학년은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솔직히 이악투스는 6학년이 되어도 고나달테스란 이름을 함부로 쓰지 못할 것 같았지만…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일이겠지.’
절대 5학년에 올라가지 않을 이악투스 입장에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일.
이악투스는 슬쩍 신입을 떠봤다.
이악투스:혹시 부여 마법 학파인가?
고나달테스:맞다. 어떻게 알았지?
‘아니군.’
이악투스는 혀를 찼다.
버두스 교수의 악명은 부여 마법 학파에만 한정된 게 아니었다. 다른 학파 학생들도 버두스 교수의 악명은 너 나 할 것 없이 잘 알았다.
아마 이 미친 선배가 버두스 교수의 이름을 꺼낸 건, 자신이 부여 마법 학파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만약 부여 마법 학파였다면 일부러라도 피했을 터.
이악투스 본인도 일부러 상관없는 가명을 골랐던 만큼 확신이 섰다.
바콴탈라나:어차피 폭군의 압제에 맞서기 위해 모였을 텐데? 언제까지 가명 하나로 벌벌 떨 수는 없다. 차라리 좋은 기회 같군. 이번 기회에 다들 두려움을 극복해라.
이악투스:말이야 맞는 말이군. 왜, 잠 잘 때도 천장에 해골 매달고 잠들지 그러냐?
투덜거렸지만 이악투스는 새로 가입한 회원의 가명을 바꾸는 걸 반쯤 포기했다.
저런 성격을 가진 선배가 이악투스의 말 몇 마디에 고집을 꺾을 리 없는 것이다.
게다가 클럽의 규칙으로 따져도 어떤 가명을 쓸지는 자신의 자유였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악투스: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나중에 다들 심장마비 걸리는 거 아닌가 걱정되는군.
바콴탈라나:여기 회원이라면 그 정도는 견뎌내야지.
고나달테스:맞아, 맞아.
이악투스:……
새로 들어온 미친 선배 때문에 두통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악투스는 재빨리 결심했다.
‘빨리 화제를 돌려야겠군.’
이악투스:그래서, 혹시 새로 들어온 기념으로 알려줄 소식 같은 건 없어?
고나달테스:어떤 걸 말하는 거지?
이악투스:뭐든 좋아. 실종됐던 교수님이 돌아왔다거나, 잊혀졌던 강의가 다시 시작했다거나, 어디에 해골 교장의 보물이 있다거나… 보수는 섭섭하지 않게 지불할 테니 뭐든 말해보라고.
고나달테스:벤도졸 교수가 돌아왔다. 시간 마법 강의가 다시 시작됐고.
“!!!!”
이악투스는 예상을 뛰어넘는 정보에 깜짝 놀랐다.
벤도졸 교수가 돌아오고 시간 마법 강의가 다시 시작됐다니?!
후자는 자신과 별 상관이 없었지만 전자는 상관이 있었다.
고나달테스는 대체 어떻게 이런 사실들을?
‘6학년이 거의 확실하다.’
이악투스:그게 정말이냐!
고나달테스:조금만 확인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지.
여기까지 쓴 이한은 슬쩍 계략을 꾸몄다.
파수꾼 클럽이 어떤 곳인지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역으로 다른 회원들의 정보를 캐내보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고나달테스:시간 마법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제법 있다던데 너희들도 들어보는 게 어떠냐?
이한이 방금 같은 말을 적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이한이 시간 마법을 듣고 있는 만큼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숫자를 틀리면 정보를 간접적으로 얻었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한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되어 있었다.
두 번째는 시간 마법 강의에 새로 들어오는 학생을 용의선상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만약 누군가 새로 강의를 들으러 온다면 파수꾼 클럽의 기존 회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악투스:난 됐어. 지금 배우는 마법도 하루가 모자란데.
바콴탈라나:시간 마법은 뛰어난 마법이지만, 간단하게 익히더라도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 비효율적이다.
이악투스:맞아. 시간 마법은 시간 낭비라고.
이악투스:친구들, 방금 농담한 거였어. 웃어주면 안 될까?
고나달테스:(박장대소)
이악투스:고맙다. 고코교꼬고나달테스.
바콴탈라나:잉크를 엎은 건가?
이악투스:아니. 해골 교장 이름 쓰다가 손 떨려서 다시 썼지. 진짜 쓰기 힘들군.
‘실패군.’
이한은 씁쓸해했다. 아무래도 시간 마법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이악투스가 농담에 별 재능이 없다는 것 말고는 알아낸 게 별로 없었다.
‘바콴탈라나는 부여 마법 학파 선배 같은데… 나중에 버두스 교수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겠군.’
물론 일부러 자신의 가명을 자신과 상관없게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바콴탈라나가 보여준 아티팩트 역통제는 부여 마법 학파를 깊게 전공하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는 능력이었다.
이 정도 능력이라면 버두스 교수도 분명 알고 있는 학생일 터.
이악투스:그나저나 벤도졸 교수가 돌아왔다니. 그 사람 강의는 너무 가혹하단 말이지.
바콴탈라나:학생보다 동물을 아끼는 사람이지.
이악투스:제기랄, 이번 학기에 아마 만나게 될 것 같은데… 참. 보수를 주기로 약속했었지. 둘 다 잘 들어라. 이건 정말 귀한 정보니까.
바콴탈라나:듣고 있다.
고나달테스:나도.
이악투스:푸른 용의 탑 소속, 마르캉 가문의 얼데. 3학년.
바콴탈라나:어쩌라는 거지?
이악투스: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올해 이 녀석이 유일하게 밀수를 성공한 모양이더군. 산더미 같은 물자를 어딘가에 쌓아놓은 모양이야.
바콴탈라나:과연. 고맙군. 정말 귀중한 정보였어.
“……”
이한은 파수꾼 클럽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여기 가짜 정보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얼데 선배는 아직 징벌방에 있어서 물자를 나눠받지도 못했는데…
* * *
공식 클럽끼리의 항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한은 클럽들이 전략을 바꿨다는 걸 깨달았다.
각 클럽의 선배들이 찾아와서 한 번 견학해보라고 권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한은 최대한 피했다.
말이 견학이지 갔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회피에도 한계가 있는 법.
이한이 >고대 유물과 소환 마법의 비극적 역사> 강의를 듣고 나오는 길에, 저번 7층에서 본 적 있는 선배 한 명이 팔짱을 낀 채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워다나즈?”
“앗, 선배님!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한은 속으로는 ‘앞으로 더 빠르게 반응해야겠군’하고 한탄했다.
하지만 선배 앞에서 그런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는 법.
어디까지나 예의바르고 공손하게, 이한은 선배를 쳐다보았다.
상대는 검은 거북이 탑 4학년이었다.
햄스터 수인이라 이한보다 키가 많이 작았는데, 깡마르기까지 한 탓에 어딘가 날카롭고 성마른 분위기를 풍겼다.
“반갑다. 난 세비우스다.”
“이한입니다.”
“나야 알고 있지. 네가 날 모를 테지만. 난 도서관 클럽의 회원이다. 혹시 도서관 클럽이 무슨 클럽인지 알고 있나?”
“잘 모릅니다만…”
“따라와.”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퇴로를 확인하고 탈출 방법을 고민했다.
세비우스는 그런 후배의 속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다른 클럽들처럼 억지로 가입시킬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고.”
“예.”
물론 이한은 선배를 믿지 않았다.
클럽에 억지로 가입시키려는 선배보다 더 믿기 힘든 선배는 ‘난 클럽에 억지로 가입시키지 않아’라고 말하는 선배였으니까.
‘안되겠다 싶으면 공격한다.’
“우리 도서관 클럽은 책을 꺼내고, 보관하고, 전파하는 클럽이다. 에인로가드 도서관에 들어가 본 적 있겠지? 록 드레이크를 잡았을 테니.”
“운이 좋았습니다.”
“1학년이 운으로 잡을 녀석은 아니지. 도서관은 미궁이야. 에인로가드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미궁이지.”
햄스터 수인 선배의 말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에인로가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많은 이한이었지만, 도서관이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들어갈 때마다 지형이 바뀌고 때때로 몬스터들이 나오며 길을 잃으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곳이 평범한 도서관은 아니었으니까.
“2학년 때부터 필요한 책들은 점점 더 많아진다. 그리고 이런 책들은 대부분 도서관에 있지. 우린 도서관의 지도를 만들고, 도서관 안에 들어가서 마도서를 꺼내오는 거지.”
“!”
세비우스의 말에 이한은 놀랐다.
저 미궁에 꾸준히 들어가 지도를 만들고 책을 꺼내온다니.
도서관 클럽이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험하고 거친 클럽이었다.
“그저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 말입니까?”
“그렇지. 돈을 받긴 하지만.”
“……”
이한은 바로 납득했다.
도서관 클럽의 수입원은 책을 구해달라고 의뢰를 맡기는 학생들의 지갑이었다.
가끔은 해골 교장의 허락을 받고 에인로가드 도서관의 책을 구하러 온 외부인도 고객이었고.
“외부인한테 책을 줘도 됩니까?”
“어차피 에인로가드 도서관에 한 번 들어온 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불타고 반출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들어지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 위험한 마도서를 외부인한테 줬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그러면 허락한 교장 선생님 탓이지. 우리 탓이 아니고.”
‘하긴 맞는 말이야.’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납득했다.
세비우스는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지금 클럽들이 싸우고 있는 건 알겠지.”
“…예.”
“아마 결국 타협하게 될 거다. 모든 클럽에 가입하는 식으로. 규칙에 있으니 다들 불만이어도 어쩔 수 없겠지.”
“더 싸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희망 섞인 관측을 이한이 조심스럽게 꺼내보았지만 세비우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래서 억지로 가입시킬 생각이 없다고 한 거다. 모든 클럽에 가입하면 각 클럽에 쓸 시간은 확 줄어들 테니, 억지로 가입시켜봤자 의미가 없을 테니까.”
“!”
이한은 세비우스의 말을 듣고 놀랐다.
이런 배려를 받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면 도서관 클럽은 저를 아예 가입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겁니까?”
“그건 아니지. 그러면 다른 클럽 놈들이 기뻐할 거 아냐. 그냥 가입은 시켜놓을 거다.”
“……”
이한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선배의 푹신푹신한 뒤통수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