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13)
713화
특이한 클럽 이름에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위치 이동> 클럽이라니. 공간 마법 연구와 관련된 게 아닌가 싶었다.
“클럽 이름이 괜찮군.”
“그렇습니까?”
랫포드는 반색했다.
“역시 워다나즈 님.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올해 공간 마법을 연습해야 하거든.”
다른 학파 마법들은 작년에 배운 것들의 연장선상에 있겠지만, 시공간 마법은 거의 새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이한도 걱정이 많았다.
만약 공간 마법을 연구하는 선배들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공간 마법 말입니까?”
랫포드는 이한이 갑자기 왜 새로운 마법 이야기를 하나 싶었지만, 그냥 납득해버렸다.
원래 눈앞의 친구는 심심하면 새 마법을 주워 와서 공부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다음 주에 또 새로운 마법을 시작했다고 해도 랫포드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쪽입니다.”
7층 추방자 마을에 다닥다닥 모인 건물들 옆에 난 샛길로 들어간 랫포드는 골목길을 따라 더욱 깊숙이 전진했다.
이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꽤 먼 곳에 있군?”
“아무래도 건물을 구하기 힘드니 말입니다.”
클럽의 특성상 비밀과 보안이 중요한 만큼, 다른 클럽들처럼 대로변에 위치할 수는 없었다.
랫포드의 말에 이한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확실히 여기 추방자 마을은 멀쩡한 건물을 찾기가 힘들다고 했지.’
겉에서 보면 도시처럼 번성한 마을이었지만, 실상 건물들의 대부분은 출입 금지된 위험한 곳이었다.
랫포드의 >위치 이동> 클럽이 골목 깊숙한 곳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여기서 지하로 내려가셔야 합니다.”
“지하까지? 랫포드. 만약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날 납치하는 줄 알았을 것 같군.”
“하하. 어떤 간 큰 사람이 워다나즈 님을 납치하겠습니까?”
“선배들이.”
“농담도 참.”
“농담이 아니라 진짠데.”
이한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랫포드는 믿지 않았다.
선배들이라 하더라도 똑같은 사람인데 이한을 납치하려고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설령 몇몇 선배들이 멋모르고 착각해도 몇 대 맞으면 제정신이 돌아오리라.
“다 왔습니다. 여기입니다.”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 침침한 하수도 통로를 따라 걷던 랫포드는 벽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벽돌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클럽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타났다.
‘도서관 클럽보다 훨씬 은밀한 곳에 있는 느낌이군.’
왜 이렇게 으슥하고 은밀한 곳에 있나 싶었지만, 이한은 공식 클럽과 비공식 클럽의 차이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회원 숫자가 많고 자금력이 있는 공식 클럽이야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커다란 건물을 쓸 수 있겠지만 비공식 클럽은 아무래도 구석지고 외진 곳에 위치한 건물을 쓸 수밖에 없을 테니까.
‘클럽의 자금력 차이가 느껴지는 슬픈 현실이군.’
“여러분. 계십니까?”
-랫포드 왔군!
-뭐? 누가 왔다고? 설마 해골 교장이 보낸 추적자…
-아니, 아니. 랫포드 왔다고.
-아. 다행이군.
‘?’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선배들의 대화는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 느낌이었다.
‘최근에 해골 교장이라도 습격하셨나?’
“클럽에 관심 있는 친구를 데리고 왔습니다.”
-친구를? 실력은?
“실력은 확실합니다. 제 명예를 걸고 보장합니다.”
-랫포드가 그렇게 말한다면 확실하겠지. 환영한다.
철컥-
안에서 빗장 올리는 소리에 이한은 클럽의 보안이 참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덜컥찰카당탕탕!
그러나 그 뒤로 들리는 자물쇠 여는 소리, 사슬 푸는 소리 등등이 연달아 들리자 이한은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다.
“혹시 안에 악마라도 가뒀나?”
“하하.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사교 장소에 악마를 가두겠습니까?”
“워다나즈 가문은… 아니, 됐다.”
마침내 문이 열렸다.
>위치 이동> 클럽의 건물은 학년 휴게실과 비슷한, 따뜻하고 안락한 분위기였다.
장작이 타닥거리며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 근처에서는 선배 한 명이 깃털을 벗기고 내장을 빼낸 새 몇 마리를 꼬챙이에 꿰어서 노릇하게 굽는 게 보였다.
그 옆의 다른 선배들은 시약을 손질하고 있었다. 나무 궤짝 위의 문양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잘 풀리지 않았는지 인상이 찌푸려졌다.
“다 됐다. 먹으면서 해.”
“뭐야. 무슨 고기야?”
“수프 클럽에서 받은 고기지. 덫 좀 빌렸어. 일이 잘 안 되어가나?”
“석공 클럽 문양이 잘 안 지워지네.”
‘…?’
이한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따뜻하고 안락한 분위기긴 했는데, 이 분위기는 무언가 좀 다른 의미로 익숙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한이 친구들을 데리고 밤에 나가서 물자를 확보하고 왔을 때 같은…?
“으아아악! 푸른 용의 탑 학생이잖아?!?”
그제야 이한을 깨달은 선배들이 기겁해서 외쳤다.
랫포드가 초대한 만큼 당연히 검은 거북이 탑 학생인 줄 알았는데, 아무리 봐도 푸른 용의 탑 학생이었던 것이다.
이한은 살짝 당황해서 물었다.
“어, 여기 클럽은 푸른 용의 탑은 가입 못 합니까?”
“그, 그런 규칙은 없는데.”
“보통 푸른 용의 탑이 가입하진 않지. 다른 탑도.”
“??”
이한은 왜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가입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공간 마법에 관심이 있는데 왜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왜 안 합니까? 혹시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공간 마법에 관심을 안 가지는 이유가 있습니까?”
“공간 마법?”
이번에는 선배들이 당황할 차례였다.
“무슨 공간 마법?”
“위치 이동 클럽 아닙니까? 공간 마법 연구회 같은 건 줄 알았는데요.”
“……”
“…어, 워다나즈 님. 그런 곳 아닌데요.”
랫포드가 당황해서 속삭였다.
“…그러면 어떤 곳인데?”
“그, 물건의… 위치를 영구히 이동시키는 클럽입니다.”
아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드디어 깨달은 이한은 전율했다.
어쩐지…!
* * *
위치 이동 클럽.
나름 전통 깊은 이 클럽은 검은 거북이 탑 출신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위치 이동꾼만을 선별해서 받았다.
엄격한 가입 기준이 있는 만큼 보통 푸른 용의 탑이나 흰 호랑이 탑 학생은 가입할 일이 없었다.
“내가 너희 탑이나 흰 호랑이 탑을 모욕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두 탑 놈들은 재주가 없어. 그 자식들이 하는 건 약탈이나 습격에 가깝다고.”
클럽 선배 중 한 명이 설명했다.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어느 누구든 물자를 ‘빌리는’ 일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었지만, 그 방식에는 차이가 좀 있었다.
위치 이동 클럽 학생들이 보기에 다른 탑의 방식은 난폭하고 우악스러웠던 것이다.
조용히, 몰래 빼돌려야 지속 가능한 도둑질이 가능한데 매번 소란을 일으키고 싸움을 만드니…
“네가 그 후배지? 공식 클럽들이 납치하려고 한다는?”
“아니, 어떤 미친 사람들이 워다나즈 님을 납치하려고 하는 겁니까?”
랫포드는 기겁했다.
목숨이 아깝지 않나?
“랫포드. 에인로가드 학생들도 반쯤 납치되어서 학교에 들어 온 거잖아. 클럽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
“여하튼 워다나즈. 우린 공식 클럽들과 달라. 아무나 가입시키지 않는다.”
‘공식 클럽도 아무나 가입시키는 건 아닌데.’
근엄한 자세로 거절하려는 선배들을 보자 이한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이한은 가입하겠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선배. 워다나즈 님은 자격이 충분합니다.”
“랫포드. 마법 잘하는 거하고는 전혀 다르다니까. 1서클 마법만 쓸 줄 아는데 위치 이동을 잘 하는 놈이 있고 5서클 마법을 써도 위치 이동은 못하는 놈이 있어.”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봐도 자격이 충분하다니까요.”
랫포드가 완강하게 물러나지 않자 선배들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너도 알지? 우리 클럽은 친분만으로 가입할 수 없다는 거. 업적이 있어야 해.”
“업적 말입니까?”
이한은 무슨 소린가 싶어서 물었다.
“그래. 업적. 네가 이제까지 해낸 가장 대단한 위치 이동을 말하는 거다. 우린 오로지 실력만 보거든. 실력만 있다면 바로 가입이지. 없다면 아무리 친분이 있어도 안 돼. 무능한 위치 이동꾼은 동료까지 잡히게 하니까.”
‘그냥 도둑질이라고 하면 안 되나?’
이한은 선배들에게 언어의 사회성이란 무엇인지 잠깐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워다나즈. 내가 이제까지 해낸 가잔 대단한 위치 이동은 6층 주방 공략이었다. 무려 11명을 징벌방으로 보낸 마굴이었지.”
“난 4층의 공방을 털었어. 거기 있던 시약 덕분에 반 년은 연구 걱정 없었지.”
“자. 너는 뭘 했지?”
“어… 음…”
선배들이 압박하듯이 쳐다보자 이한은 살짝 긴장해서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전 교장 선생님의 별장을 털었습니다?”
“……”
“……”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이한은 아차 싶었다.
‘아차. 그냥 밀수한 거 이야기할 걸.’
그거면 충분했을 텐데!
“무, 무슨 소리야. 교장 선생님의 별장을 털었다니?”
선배들은 믿기 힘들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아주 조금의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방금 후배가 한 이야기가 진실이길 바라는 기대감이었다.
“워다나즈 님의 말은 사실입니다. 작년에 교장 선생님의 별장을 털었거든요.”
“말, 말도 안 돼…!”
“이런 미친 자식! 어떻게 멀쩡히 밖에서 걸어 다니는 거야?!”
위치 이동 클럽 선배들은 전율로 몸을 떨었다.
신난 랫포드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교수 휴게실부터 시작해서 다른 기숙사 탑은 물론이고 밀수까지…”
“랫포드. 방금 말한 걸로 충분한 거 같다.”
이한은 재빨리 친구의 입을 막았다.
여기서 더 말하면 너무 미친놈이라고 쫓겨날까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워다나즈. 방금 한 말은 취소하지. 넌 들어올 자격이 충분해.”
“우리 클럽에 들어와라. 우리 클럽이 공식 클럽은 아니지만, 풍족하기로는 다른 클럽에 밀리지 않아!”
“식량은 수프 클럽에서 제공받고, 시약은 석공 클럽에서 제공받지. 능력만 있다면 뭐든 필요한 건 다 구할 수 있어!”
필요한 물자들은 에인로가드 내 클럽과 창고에서 제공받는 만큼 위치 이동 클럽 학생들은 나름 풍족하게 지냈다.
물론 징벌방에 갈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그건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위험성 아니겠는가.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 크게 한 몫 챙길 수 있… 엇, 선배님 오셨군. 선배님. 여기 새 인재가 왔습니다! 랫포드 친구인데, 업적이 보통이 아니에요! 솔직히 이번 위치 이동도 데려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인재가 많다고?
밖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제 막 도착한 선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햄스터 수인이었다.
“……”
“……”
이한과 세비우스는 서로 어이없어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 사람, 여기서 뭐하는 거야?’
‘이 자식은 여기서 뭐하는 거야?’
먼저 정신을 차린 이한이 물었다.
“선배님. 도서관 클럽 회원 아니셨습니까?”
“클럽은 이중 가입해도 상관없어. 그리고 난 위치 이동 클럽을 먼저 가입했었고. 넌 여기서 뭐하는 거냐?”
“초대받았습니다만.”
다른 선배 하나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선배, 이 녀석은 교장 선생님의 별장을 털었답니다. 믿겨지십니까?”
“…!”
후배한테 시큰둥한 세비우스였지만 이 말은 경악스러웠는지 놀란 눈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대단하군.”
“운이 좋았습니다.”
“혹시 비공식 클럽도 전부 가입하려는 거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한은 격분해서 따졌다. 그러나 세비우스는 심드렁했다.
“하는 짓만 보면 그런 것 같은데? 마음대로 해라. 능력 있으면 하는 거지. 난 오늘 위치 이동할 게 있어서.”
“어떤 걸 훔치시는 겁니까?”
“책.”
“아, 도서관에 들어가시는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도서관에서 갖고 나오는 건 훔치는 게 아니지.”
세비우스는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내가 책 판 놈한테서 훔쳐올 거다.”
“……”
두 클럽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이한은 에인로가드의 선배들이 가진 저력을 느꼈다.
‘미친 사람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