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14)
714화
“여기, 워다나즈도 데리고 가시죠. 견학도 시킬 겸.”
“뭐?”
다른 클럽 회원들의 제안에 세비우스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난 위치 이동시킬 때 혼자 다니는 거 알잖나.”
“이번만요. 이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맞아요. 해골 교장의 별장을 털었으니 실력은 검증된 거 아닙니까. 선배 발목을 잡진 않을 겁니다.”
평소와 달리 물러서지 않고 부탁하는 클럽 회원들의 모습에 세비우스는 회원들이 정말 워다나즈를 가입시키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크게 한몫 챙기는 걸 직접 본다면 이 클럽의 매력을 느끼리라.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뭘 저렇게…’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 세비우스 성격에, 후배를 억지로 가입시키려고 하는 에인로가드의 클럽들은 솔직히 꼴사나웠다.
하지만 같은 클럽 회원으로서 다른 회원들의 열망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평소 위험한 일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고 나섰던 회원들의 헌신을 떠올리며 세비우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좋아. 따라오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잘 됐다!”
“워다나즈 님.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많이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이걸 배운다고 해야 하나…?’
옆에서 선배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졸지에 따라가게 된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따라가긴 할 테지만!
* * *
“투명화 마법은?”
“쓸 줄 압니다.”
“!”
땅거미가 내려앉는 저녁의 에인로가드를 향해 걸어 나가던 세비우스는 멈칫하더니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2학년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후배가 투명화 마법을 쓸 줄 안다니.
과연 해골 교장의 별장을 턴 녀석이라 뭔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었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자.”
세비우스는 7층에서 6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멈추더니 근처 넓적한 바위 위에 앉았다.
이한은 의아해했다.
‘비밀 창고를 터는 게 아니었나?’
처음 본 선배의 도둑질을 따라온 건 당연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기본적으로 에인로가드의 먹이사슬은 학년이 낮을수록 선배들의 먹잇감이 되는 구조.
마법 실력의 차이도 있었지만 정보의 차이도 컸다.
선배들은 후배들이 모르는 온갖 기기괴괴한 장소와 법칙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한은 세비우스의 작업을 도우며 선배들이 애용하는 창고나 공방 위치를 좀 얻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여기서 기다리고 있지?
“7층에서 6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더 있습니까?”
“꽤. 7층이 넓다보니까 이상한 지름길이나 샛길도 많지. 해골 교장의 방으로 이어지는 길도 있다더군.”
“그게 정말입니까?”
“나야 모르지. 본 적 없으니까… 잠깐. 온다.”
세비우스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흰 호랑이 탑 학생을 보며 자세를 잡았다.
“투명화 마법.”
“예.”
둘은 빠르게 투명화 마법을 시전했다. 세비우스는 이한의 투명화 마법 주문이 훨씬 빠르고 다르다는 걸 깨닫고 의아해했다.
‘어디서 배운 거지?’
보통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자주 쓰는 투명화 마법은 3서클 마법인 >하급 투명화>였다.
시전자 주변에 열광학미채를 얇게 깔아버리는 방식의 마법으로, 여러 투명화 마법 중 가장 익히기 쉽고 시전하기 쉬운 편이라 많이 쓰였다.
그런데 방금 후배가 쓴 마법은 >하급 투명화>가 아니었다. 주문도 달랐고 구조도 달랐다. 어디서 배운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아차. 집중해야지.’
가장 쉬운 도둑질이라 하더라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됐다. 방심은 도둑의 가장 위험한 적이었다.
“준비된 환상이여, 나와라.”
세비우스가 스크롤을 꺼내 찢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계단 아래쪽에서 환상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놀랍게도 해골 교장의 데스 나이트였다.
-이 도둑놈, 거기 서라!
“으… 으악!”
걸어오던 흰 호랑이 탑 학생은 데스 나이트를 보고 기겁해서 넘어졌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짐을 모조리 옆으로 던져서 몸을 가볍게 만든 다음 검 한 자루만을 꼬나쥐었다.
“큭. 어떻게 알았지?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잡혀가지 않겠다! 와라! 검이여, 변형해서 적을 막아라!”
흰 호랑이 탑 학생의 검이 마치 액체금속처럼 물결치더니 파도로 바뀌어 데스 나이트를 공격해나갔다.
그 순간 데스 나이트의 환상이 사라졌다. 흰 호랑이 탑 학생은 눈을 크게 떴다.
“뭔… 어떤 자식이 이런 장난을… 해골 교장 이 자식, 진짜 졸업하고 나면 두고 보자! 찾아가서 습격하고 만다!”
흰 호랑이 탑 학생은 해골 교장이 학생들을 골려주기 위해 함정을 깔았다고 생각했는지 씩씩대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리고는 던진 짐을 챙기고 다시 터덜터덜 걸어갔다.
“!”
투명화 마법을 풀고 나자, 세비우스의 손에는 책이 들려있었다.
이한은 깜짝 놀랐다.
그 짧은 사이에 세비우스는 흰 호랑이 탑 학생의 짐에 접근해 목표로 하는 책만 챙긴 것이다.
“대단하십니다!”
“기본이지. 위치 이동에 화려한 마법 같은 건 필요 없다. 상대의 행동을 읽을 줄만 알면 돼.”
세비우스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전투에 들어가면 짐을 옆으로 던지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해골 교장의 하수인이 나타났다고 생각하게만 하면 짐을 옆으로 던질 테니, 거기서 책을 챙기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괜히 선배가 아니시군.’
이한은 아까보다 존경심이 섞인 눈빛으로 세비우스를 쳐다보았다.
도서관 클럽에서 책을 팔고 위치 이동 클럽에서 책을 회수하는, 탐욕스럽게 금화를 복사하는 마법사라고 생각했는데…
“움직이자. 회수해야 할 책이 몇 권 더 있으니까.”
‘음. 탐욕스럽게 금화를 복사하는 마법사도 맞는 거 같다.’
세비우스의 뒤를 쫓아가던 이한은 호기심에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선배님. 들키지 않는 도둑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래. 들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
“하지만 책이 계속 사라지면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소지품 중에서 책만 사라지면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의심의 화살을 도서관 클럽에 돌릴 수밖에 없으리라.
‘혹시 무력으로 승부하는 건가?’
이한은 안경곰 수인 선배인 일레그를 떠올렸다.
그런 전투력이 있다면 확실히 의심이나 불만이 있어도 상관없을 법했다.
해골 교장도 온갖 의심과 불만을 사고 있지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못 느낀다.”
“예?”
“못 느낀다고. 이 자식들은 책에 아무런 관심이 없거든.”
언제나 퉁명스럽고 시큰둥하던 세비우스였지만 지금은 보기 드물게 적개심을 가득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도서관 클럽에서 책을 받아가는 놈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받아가서 열심히 읽는 사람들. 이건 상관없지. 그런데 받아간 다음 그냥 베개나 연금술 냄비 받침으로 쓰는 놈들이 있다. 주로 흰 호랑이 탑 놈들이 그러는데…”
‘…가이난도는 도서관 클럽 회원들하고 못 만나게 해야겠군.’
“…그런 놈들은 책을 가질 자격이 없지. 나는 그런 놈들한테서 회수하는 거야. 그러니 아무도 알아차리는 놈이 없지. 나중에 알아차리더라도 돌아다니다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거다.”
“!”
이한은 놀란 눈으로 세비우스를 쳐다보았다.
그냥 금화에 미친 선배인 줄 알았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니.
‘책을 가져가서 읽지 않는 놈들한테서 다시 훔친다니. 이건 확실히 할 법한… 아니, 그래도 이상하긴 한데, 납득이 가는 이상함이군.’
그냥 미친 사람보다는 납득이 가는 미친 사람이 조금 더 친근하기 마련.
이한은 눈앞의 선배가 그냥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도서관 클럽에서 규칙을 세우면 어떻습니까? 가져간 책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읽어야 한다고 하는 거죠.”
“그런다고 지키겠냐?”
“책에 저주 걸면 지키지 않겠습니까?”
“……”
세비우스는 경악의 시선으로 후배를 쳐다보았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매우 진지한 얼굴이었다.
‘미친 놈 아니야 이거?’
하긴 워낙 태도가 공손하고 얌전해서 잊고 있었는데, 눈앞의 후배는 모든 클럽에서 데리고 가고 싶어하는 인재였다.
에인로가드에서 뛰어난 인재는 어딘가 광기를 품고 있기 마련.
세비우스는 새삼 후배를 향한 경계심을 올렸다.
“…그랬다가는 클럽 단위로 싸움이 나겠지. 그리고 일레그 선배가 허락하지도 않을 거다.”
도서관 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일레그는 관대하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책을 가지고 나가서 읽지 않거나 훼손시킨다 하더라도 이해해 줄 정도로.
-에인로가드의 도서관이 사라지고 망가진 책들을 다시 만들어서 서재에 꽂아줄 겁니다.
-하지만 선배님. 저 새끼들이 춥다고 책을 장작으로 썼다니까요?!
-용서해줍시다. 책의 즐거움을 모르니 저런 짓을 했겠지요.
하지만 일레그가 용서하더라도 세비우스는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다음은… 또 이 자식이군.”
“누굽니까?”
“모라디 가문의 발파탄. 이 자식은 똑같은 책을 빌려가서 세 번이나 잃어버린 놈이다. 도서관 클럽 회원이었으면 책장형에 처했을 텐데.”
세비우스는 종이에 적힌 이름을 보고 이를 갈았다.
같은 학년인 발파탄은 예전부터 세비우스의 속을 뒤집은 놈 중 하나였다.
흰 호랑이 탑인 것부터가 비호감이었는데, >제국 검술의 역사> 책을 세 번이나 잃어버리기까지 한 것이다.
네 번째로 구해달라는 의뢰는 도서관 클럽 회원들이 그냥 출입금지를 시키려다가 일레그가 중재해줘서 간신히 받아줬을 정도였다.
“……”
아는 선배 이름에 이한은 표정을 관리하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네 번째로 구하셨는데 읽지 않겠습니까?”
“저번에 들었는데 베개로 쓰고 있다더군. 가자.”
‘음. 다른 선배들 잘못 같기도 하군.’
세비우스는 6층으로 내려왔다.
완전히 다른 지역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7층과 달리, 6층은 이한이 원래 알던 학교 본관 건물의 모습이었다.
끝없이 길게 늘어진 복도들과 창문. 강의실 문과 천장 위에 걸린 마법등.
‘방심하지 말자.’
기본적으로 에인로가드 건물은 층수가 높아질수록 위험해지기 마련.
이한은 옆의 문이나 창문에서 언제 괴물이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을 각오를 다졌다.
“이쪽으로.”
세비우스는 창문을 열더니 훌쩍 뛰어내렸다. 이한은 깜짝 놀랐지만 놀랍게도 허공에 계단이 생기기 시작했다.
‘6층, 허공 계단.’
계단을 걸어가던 세비우스는 다른 창문 앞에서 멈추더니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는 잠긴 창문을 열려고 주문을 외웠다.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라…”
마법을 시도하던 세비우스는 혀를 찼다.
“문제 있습니까?”
“흰 호랑이 탑 놈들이 그 사이 방비를 높였나보군. 해제가 안 되는데.”
“제가 해보겠습니다.”
“관둬. 물러나자. 꽤 비싼 마법을 건 모양…”
꽝!
“열었습니다. 들어가면 되는 겁니까?”
“…그래.”
세비우스는 경악, 의심, 혼란 등등이 섞인 눈빛을 후배한테 보냈지만, 프로 위치 이동꾼답게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나중에 물어봐도 되는 것이다.
달칵!
“여긴 흰 호랑이 탑 놈들이 쓰는 창고 중 하나다.”
여러 갑옷과 검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 같이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였다.
물론 걸작이라고 할 만큼 깔끔하게 걸린 건 아니었다. 몇몇 무구는 실패작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다른 건 건드리지 마. 책부터 찾아.”
“예.”
이한은 세비우스의 인내심에 감탄했다. 이걸 보고도 다른 걸 챙기지 않다니.
세비우스는 >제국 검술의 역사>를 챙겼다. 아니나 다를까 구석에 숫돌 받침으로 쓰이고 있었다.
‘죽여버린다 진짜…’
“선배님. 다음은 누굽니까?”
후배의 질문에 세비우스는 아까보다 덜 퉁명스러운 태도로 대답했다.
확실히 이번에 도움이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버두스 교수.”
“예?”
“버두스 교수라고. 무서우면 안 와도 된다. 충분히 수고했…”
“아뇨. 꼭 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