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15)
715화
뜨겁게 의욕을 불태우는 후배의 모습에 세비우스는 피식 웃었다.
시련을 맞이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시련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련을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사람.
눈앞의 후배는 확실한 후자였다. 위치 이동 클럽의 동료들이 왜 이 후배를 새로 들이고 싶어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어려울수록 불타오르는 성격인가보지?”
“?”
그냥 버두스 교수와 쌓인 원한이 많아서였기에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교수님이 싫ㅇ…”
“버두스 교수의 물건은 쉽게 건드리기 힘들다.”
세비우스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한은 아쉬운 눈빛으로 흰 호랑이 탑 선배들의 창고를 쳐다보았다.
‘기억해놔야겠군.’
뛰어난 도둑은 무엇을 훔칠지보다 무엇을 훔치지 않을 것인지를 현명하게 결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점에서 원래 목표로 하고 있는 책만 조용히 챙겨서 나오는 세비우스는 뛰어난 도둑이 맞았다.
하지만 이한은 조금 다른 스타일의 도둑.
수틀리면 와서 다 챙겨서 튀는 도둑에 가까웠다.
“교수는 안 그래도 건드리기 어려운데 버두스 교수는 특히 더 어렵지.”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버두스 교수가 비싼 재료를 많이 갖고 있다 보니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노리는 편이지. 그 때문에 버두스 교수의 방비도 다른 교수보다 철저한 편이고.”
“……”
선배들 사이에서 보물 비버 취급 받는 버두스 교수의 이야기를 듣자 이한은 황당함을 느꼈다.
사람이 이런 식으로 인기가 좋을 수도 있구나!
“다행히 우리가 노리는 건 교수의 책이라서 그나마 낫다. 버두스 교수는 아마 갖고 있다는 사실도 잊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어렵다는 건 변하지 않아. 최소한 몇 가지 마법을 익히고 들어가야 한다. 참. 아까 창문은 어떻게 연 거지?”
지금 생각해보니 아까 흰 호랑이 탑 창고 창문을 방어하던 마법은 3개였다.
>팔다르 르지의 중급 금속 결계>.
금속 물질에 걸어놓으면 적대적인 침입자가 발생했을 때 금속이 변화하며 침투 시도를 막아내는 마법이었다.
>악센의 신비 강화>.
마법 자체의 힘을 강화시키고 증폭시키는 마법으로서 그 자체로는 별 의미 없지만 다른 마법과 결합시키는 걸로 위력이 배가됐다.
>젠바야의 중급 자물쇠>.
비물리적인 침입 시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방어 마법이었다. 원래 세비우스가 해제하려던 마법은 이 마법이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마법들이 추가되고 서로 연계 효과를 만들어내자 뚫지 못하게 된 거였는데…
이 후배는 어떻게 열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력을 응축시킨 뒤 최대한 넓은 면적에 망치처럼 휘두르면…”
“워다나즈 가문의 비전 마법인가보군.”
이한의 진심 어린 설명에도 불구하고 세비우스는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다.
워다나즈 가문의 비전 마법이라서 말해줄 수 없다는 걸 저런 터무니없는 방식을 말하는 걸로 돌려서 대답하다니.
과연 푸른 용의 탑 출신다운 대답이었다.
“가문의 비전 마법이라면 말해줄 필요 없다. 비밀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지. 칭찬 받을 일이야.”
“……”
후배가 노려보았지만 세비우스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 마법이 있다면 분명 위험한 상황에 도움이 될 거다. 그렇지만 그것만 믿어서는 안 돼. 다른 마법들이 필요하다.”
“어떤 게 있습니까?”
“투명화 마법은 쓸 줄 아니까 됐고, 벽을 부술 줄도 알아야 해. 혹시 관련 마법 익힌 것 있냐?”
가장 난이도 낮은 방법은 목재나 암석을 톱밥이나 모래로 변환시키는 마법이었지만, 이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변에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위치 이동의 생명은 그 속도와 은밀성에 있는 만큼 빠르고 강력한 마법일수록 좋았다.
세비우스 같은 경우에는 >아투가의 칼날바람> 마법과 >바위 포식 정령>을 조합해서 사용했다.
벽을 자른 뒤 그 사이로 정령을 보내 벽을 먹어치우게 하는 것이다.
“>투탄타 가문의 바위 분해> 마법을 익히긴 했습니다만, 아직 완전하지 못해서…”
“가문 비전 마법? 위력을 볼 수 있겠냐?”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마법이라 하더라도 그 종류는 무한히 많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벽에 구멍을 뚫는 마법이라고 치면, 수백 가지도 넘는 방법으로 벽에 구멍을 뚫는 게 가능했다.
변환 마법도 가능하고 부여 마법도 가능하고 순수한 원소 마법만으로도 가능하고…
물론 이런 마법들이 전부 다 남아있었다면 마법사들의 머리는 복잡해서 터져버렸을 것이다.
효율 위주로 마법을 구분하는 현재 제국 마법 체계 하에서 배우고 있는 만큼, 마법사들뿐만 아니라 학생들 또한 이런 마법들 중 가장 효율적인 마법을 찾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몇 예외가 있었다. 가문에서 내려오는 비전 마법이 바로 그 중 하나였다.
가문에서 내려오는 만큼 마법끼리 경쟁해서 사라지거나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신 경험 많은 마법사도 직접 보기 전에는 어떤 마법인지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시간이 좀 걸릴 텐데요.”
“시간이 걸리는 마법들이 있지. 기다릴 테니까 해봐.”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팡이를 꺼냈다.
>투탄타 가문의 바위 분해>는 작년에 살코에게서 배운 가문 마법으로서, 그 때도 어려워서 두통을 불러왔던 마법이었다.
어지간하면 마법을 배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한이 아니었지만 이 마법은 4서클 마법인데다가 그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실제로 이한은 그 때 살코가 이한을 암살하려고 가르쳐준 게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였다.
‘생각해보니 화나는군. 이 자식. 자기도 못 익혔으면서 날 가르쳐주다니.’
살코 본인도 어려워서 아직 못 익혔는데 이한은 할 수 있을 거라고 가르쳐주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놈이었다.
그 이후 이한은 이 마법을 몇 번 연습해봤지만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미루게 되었다. 익혀야 할 마법이 수십 개인데 모든 마법을 다 익힐 수는 없었다.
부수려는 바위의 조각 한 줌을 챙기고, 주문을 준비하고, 집중한 뒤…
“투탄타의 이름으로, 바위여 부서져라!”
쩍!
빈 강의실 벽 한구석이 칼로 도려낸 것처럼 가루로 변하자, 세비우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법의 위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 못 익혔다면서?”
세비우스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분명 후배는 다 익히지 못했다고 먼저 말했었다.
그런데 방금 시전을 보니 딱히 다 익히지 못한 것 같지 않았다.
시약을 쥔 뒤 주문을 외우자마자 거의 바로 시전이 되지 않았나?
이 정도면 다 익혔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다 못 익힌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하니 잘 되네요.”
이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 자신도 이렇게 잘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한동안 연습을 안 한 게 예상 밖의 도움이 된 걸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 사이 한 개고생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 걸 수도 있었고…
‘미친놈인가?’
물론 이한의 사정을 모르는 세비우스 입장에서는 후배가 약간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혹시 자랑하려고 이러는 건가?’
보아하니 5서클 마법에 상당한 위력이었다.
추가적인 준비나 시간 소모 없이 한 번에 이렇게 벽을 가루로 만들다니.
그런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자랑하고 싶은 것도 이해가 갔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잘 되었다니 기쁘군.”
“감사합니다.”
세비우스는 노련한 위치 이동꾼답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배의 생각을 모르는 이한은 순진하게 감동했다.
‘사람의 말을 잘 믿어주시는구나.’
“마지막으로 필요한 마법은 전투 마법이다. 버두스 교수는 인공 소환수들을 파수꾼으로 부리는 걸로 악명이 높지. 최대한 피하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 무력은 필요해. 전투는 자신 있냐?”
“음.”
이한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살짝 고민했다.
고민 후에 이한은 결정을 내렸다.
볼라디 교수를 꺼내는 건 안 좋을 것 같았다. 선배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수 있었다.
이한이 쓰러드린 적들을 꺼내는 것도 안 좋을 것 같았다. 너무 속보이는 자랑 같았다.
“몸 하나 지킬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고르고 고른 대답에 세비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갓 2학년이 된, 그것도 푸른 용의 탑 학생인 만큼 전투력에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저런 대답이 나았다. 호승심에 차서 괜한 실수는 하지 않을 테니까.
“그 정도면 됐겠군. 가자.”
* * *
세비우스는 이한을 데리고 본관 밖으로 향했다.
이한은 본관 밖으로 나오자마자 투명화 마법을 자신에게 시전했다. 쓸데없는 마력 낭비에 세비우스는 속삭였다.
“왜 벌써 쓰는 거냐? 마력은?”
“사정이 있습니다. 마력은 괜찮으니 이해해주십시오.”
“……”
후배의 말에 세비우스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같이 위치 이동을 하기로 결심한 이상, 상대가 아무리 후배라 하더라도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넘어가겠지만, 이건 명심해둬라. 네가 쓰러지면 난 널 데리고 나올 수 없어. 나 혼자 빠져나올 거다.”
“알고 있습니다.”
이한은 대답하며 주변에 1학년 학생들이 없나 둘러보았다. 다행히 밤에 빠져나온 신입생들은 없는 모양이었다.
‘빨리 대비책을 마련하던가 해야지.’
“버두스 교수의 성각관을 알고 있냐?”
“예.”
세비우스는 후배가 부여 마법도 듣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그렇다면 당연히 성각관도 알고 있으리라.
“성각관 근처에 창고가 여럿 있다. 대부분은 접근도 할 수 없지만 그 중 몇 개는 마법을 시전하고서 시간이 많이 지나 방비가 헐거워졌지.”
“교수님은 왜 보수를 안 하는 겁니까?”
“창고를 워낙 많이 만들어놔서 본인도 기억을 잘 못해. 그래서 학생들이 더 털어가려는 것도 있고.”
“……”
제자들은 시약 없고 재료 없어서 밖에 나가서 의뢰 받는데, 버두스 교수는 자기가 모은 재료 목록을 까먹을 만큼 창고에 그득그득 쌓아놓은 것이다.
괜히 학생들이 이를 갈고 버두스 교수의 창고만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게 아니었다.
“우리한텐 행운이지. 그 창고 중 하나로 접근해서 들어갈 거다.”
“챙겨야 할 책 이름들은 어떻게 되죠?”
“>제국 투자법 개론>, >마법사여, 투자받은 금화는 갚지 마라>, >제국 아티팩트 유행 개론서>, >백 번의 투자를 받아낸 천재 부여 마법사>, >제국 재료 백과>, >보석학총론>…”
“…아, 아니. 너무 많지 않습니까?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한 번에 다 가져간 거다.”
세비우스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이한은 버두스 교수가 새삼 뛰어난 마법사라는 걸 느꼈다.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라면 자기 제자는 물론이고 자기 제자 아닌 학생들도 다 묻어버리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목숨 부지를 하고 있겠는가.
“동화여, 은화로 바뀌어라. 은화여, 금화로 바뀌어라. 금화여, 보석으로 바뀌어라.”
세비우스가 암호를 외우자 두꺼운 떡갈나무가 일렁거리며 문으로 바뀌었다.
두 학생은 재빨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무질서하게 굴러다녔다. 세비우스는 길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버두스 교수의 창고들은 하나 같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미궁이라서 정신을 놓으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끼릭-
“젠장, 파수꾼이다! 입구부터…”
세비우스는 이한에게 후퇴 신호를 보내려고 했다.
하필이면 입구부터 파수꾼이 돌아다니고 있었을 줄이야.
쾅!
“잡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