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17)
717화
“어디서 구한 거냐?”
“버두스 교수님한테 받은 겁니다.”
“뭐?!?!”
방금 반응보다 더 격렬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선배가 자신을 첩자 취급하듯이 쳐다보자 이한은 다급하게 설명했다.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위치 이동 나왔을 때 잡담을 즐기진 않지만, 이건 듣고 가야겠다.”
세비우스는 고집스러운 태도로 팔짱을 끼고 후배를 쳐다보았다.
대체 어떤 이유가 있었길래 버두스 교수한테서 저런 열쇠를 받을 수 있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버두스 교수는 자기 학파 직계 제자들한테도 시약 한 움큼 주지 않는 미친 교수 아닌가.
작년까지 1학년이었던 후배가 받아내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사실…”
이한은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작년에 버두스 교수한테 혹사를 당했는데, 그걸 본 징벌방에 있던 졸업생 선배가 격노해서 권리를 조금이나마 확보해줬다…
‘내가 지금 뭔 소리를 듣고 있는 거야?’
세비우스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견뎌내며 집중했다.
이게 대체 1학년 학생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에인로가드를 떠도는 전설 속의 고대 선배 이야기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이렇게 된 겁니다. 이 열쇠는 작년 동안 일한 대가로 받은 거지요.”
“음. 그래. 정말 놀랍군.”
세비우스는 지적할 곳이 너무 많으면 사람이 포기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은 없었는데 물어볼 부분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운이 좋았군. 여기 열쇠를 갖고 있었을 줄이야.”
‘말투가 좀 이상해지지 않았나?’
선배가 무슨 마비 저주를 맞은 것마냥 뻣뻣하게 대답하자 이한은 의하해했다.
“죄송합니다. 바로 여기로 들어왔으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그건 아냐. 어차피 책을 모두 확보하려면 계속 돌아다녀야 했으니까. 입구의 차이였을 뿐 똑같았을 거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갈까요?”
세비우스는 시간을 잠깐 확인하고 정말 가장 궁금한 한 가지만 묻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넌 대체 뭘 했길래 심층 징벌방에 간 거냐?”
* * *
문이 열리고 버두스 교수의 정식 지하 창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질서한 이전 창고들과 다르게 철저하게 관리된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고 다른 창고들과 비슷했다. 잡동사니가 사방에서 굴러다니고 시약들이 궤짝에서 뒤죽박죽 섞여있었다.
하지만 분명 차이점이 있었다.
‘교수가 쓰는 곳이 맞군.’
잊혀진 창고들에 있던 물건들은 워낙 관리가 안 된 만큼 망가지거나 효과가 사라진 쓰레기들이 즐비했지만, 여기 성각관과 연결된 정식 지하 창고는 전부 다 즉시 쓸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세비우스는 후배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챙기고 싶으면 챙겨도 돼.”
“!”
“난 원래 작업 때 멋대로 훔치는 걸 허락하지 않지만… 여기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네 덕분 아니냐. 챙기고 싶으면 챙겨도 돼.”
“괜찮습니다.”
“…랫포드가 좋게 평가하는 이유를 알겠군. 욕심을 절제하는 건 참 대단한 재능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사실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어서 나중에 필요하면 친구들 데리고 쓸어갈 생각이었습니다.”
“……”
세비우스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나름 에인로가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후배를 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에인로가드는 언제나 놀라운 곳이었다. 평생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위치 이동 클럽 회원들이 너 때문에 배에 기름이 낄까봐 걱정되는군.”
“?”
“남한테 너무 의존하면 스스로 챙겨먹는 법을 잊어버린다고. 너, 푸른 용의 탑 학생들하고는 어떻게 지내고 있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언제나 적절한 선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긴 너 같은 녀석이 무작정 퍼줄 리 없겠지.”
이한이 푸른 용의 탑 학생들에게 무작정 퍼주고 있다는 걸 모르는 세비우스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갔다.
만약 진상을 알았다면 멱살을 잡고 ‘저게 적절한 선에서 도와주는 거냐’하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내가 왜 책만 챙기는지 아냐?”
“다른 귀중한 물품들은 별개의 경보 마법이나 방어 마법들이 걸려 있을 확률이 높고, 그 마법을 해제하려면 시간과 마력, 집중력이 소모되는 만큼 잡힐 위험도 높아져서 아닙니까?”
생각보다 너무 전문적인 이유가 즉시 튀어나오자 세비우스는 입을 떡 벌렸다.
‘이 자식 도둑 길드 출신 아니야 진짜?’
“…그것도 맞긴 한데 좀 더 다른 이유도 있다. 일레그 선배 때문이지.”
도서관 클럽의 회장 이름이 나오자 이한은 깜짝 놀랐다.
“일레그 선배가 도둑질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까??”
“야. 너 일레그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
세비우스는 살짝 발끈했다.
일레그 선배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긴 했지만 누구를 패는 사람은…
…누구를 패는 사람도 맞긴 했지만 하여간 아무나 패는 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그러면 어째서?”
“내가 한창 에인로가드에서 위치 이동을 하던 때다. 우연히 일레그 선배가 머무는 곳에 들어가게 됐지.”
세비우스는 추억을 회상하며 말했다.
일레그는 창고를 터는 세비우스를 발견했지만 주먹을 휘둘러 제압하는 대신 들고 있던 책을 선물했다.
“책을 선물했다고요?”
“그래.”
“아. 위치가 추적되는 마도서였습니까? 동료들까지 같이 소탕하려고?”
“…그냥 책이었어 새끼야. 일레그 선배가 이러더군. 보물을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여기 진짜 보물을 잊은 것 같다고.”
그 자리를 벗어난 세비우스는 처음에는 불사조 탑 사제답게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선량해도 도둑놈한테 책까지 선물하다니.
그러다가 궁금해진 세비우스는 책을 한 번 열어보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줄 책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무슨 책이었습니까? 경전(經典)? 우화?”
“그냥 통속소설이었어. 누명을 쓰고 망망대해 위의 외딴 섬에 갇힌 도둑이, 탈출해서 누명을 씌운 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었지.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고.”
‘전 그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만.’
이한은 일레그 선배가 왜 저 소설을 줬는지도 알 것 같았다.
아마 실용적인 목적으로 준 게 분명했다.
분명 에인로가드를 탈출할 때 참고하라고…
“밤새서 다 읽은 다음 일레그 선배를 찾아갔다. 책을 돌려드리고 고맙다고 했지. 그랬더니 선배가 다음 책을 주시더군. 다음 책을 읽었더니 또 다음 책을… 그렇게 하다가 도서관 클럽에 가입하게 된 거다. 그 때부터 다른 걸 위치 이동하지 않게 된 거고.”
“대단하십니다.”
이한은 살짝 존경심을 담아 세비우스를 쳐다보았다.
당장 이한에게 해골 교장의 창고를 위치 이동하지 말라고 하면 바로 멱살 잡고 ‘당신이 뭔데’소리가 나올 터였다.
그런데 눈앞의 선배는 그런 욕심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단하긴 무슨… 젠장, 내가 너처럼 갓 들어온 후배한테 이걸 왜 말했는지 모르겠네. 아마 네가 도서관 클럽이든 위치 이동 클럽이든 꾸준히 활약할 녀석처럼 보여서 그런 거겠지. 나는 내년부터 없겠지만 너는 계속 있을 테니.”
세비우스가 자꾸 내년부터 없을 거라고 강조하자 이한은 이상하게 불길함을 느꼈다.
‘혹시 내년에도 계시는 건 아니겠지.’
“위치 이동도 좋지만 탐욕에 빠져서 중요한 걸 잊지 마라. 작업 잘 된다고 계속 하다가 징벌방 간 놈들 많이 봤어.”
“명심하겠습니다.”
“저기 있군.”
세비우스는 서가에 꽂힌 >보석학총론>을 발견하고 가리켰다.
두껍고, 보라색으로 장정된 책은 책갈피가 여럿 꽂혀 있었다. 얼마 전에도 읽었는지 먼지 하나 없었다.
“……”
“왜 그러십니까?”
“버두스 교수가 읽고 있었던 모양인데.”
“더 좋네요. 가져가시죠.”
이한은 작업 끝에 버두스 교수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면 소소한 덤으로 여길 생각이었다.
“…아니. 버두스 교수가 읽고 있던 거면 안 돼.”
“선배님. 다른 책들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슬라임 속에 갇혀 있던 책도 있었는데요? 이 책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릅니다.”
“알아. 아는데. 젠장.”
후배의 논리적인 설득에도 세비우스는 푹푹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진짜 미안하다. 하지만 못 가져가겠다.”
“아니… 선배님 작업이신데 괜찮습니다. 선배님이 결정하시는 거죠.”
후배가 위로하자 세비우스는 더 미안해졌다.
기껏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물러나다니.
“젠장. 가져간 책은 절대 안 읽던 사람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 책은…”
“그런 책을 가져가면 들킬 수 있으니 물러서는 것도 맞습니다. 대신 선배님. 이걸 가져가시죠.”
이한은 서가의 다른 곳에 꽂힌 책들을 가리켰다. 안 건드린 지 한참 됐는지 먼지가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세비우스는 그걸 보자 피식 웃었다.
“네가 나보다 낫다. 그래. 저건 가져가야겠군.”
햄스터 수인 선배는 숙련된 솜씨로 나머지 책들을 배낭에 쓸어 넣었다.
들어올 때는 후문으로 들어왔지만 열쇠가 있는 만큼 정문으로 나가면 그만.
둘은 창고 정문으로…
“누구야?”
부스스 소리와 함께 뒤의 잡동사니가 무너지고 마법사 하나가 일어났다.
버두스 교수였다.
“……”
“……”
이한은 선배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르게 사라지고 창백해지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접니다. 교수님.”
“어, 무슨 일이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버두스 교수는 이한을 알아보고 의아해했다.
“이 열쇠 작년에 주셨잖습니까.”
“그 열쇠를 어떻게 얻은 거야?!”
뻔뻔하게 자기한테 불리한 일은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 모습에 이한은 정색하고 설명했다.
“작년에 일 도운 대가로 받은 거 아닙니까.”
“돌려주면 안 돼?”
“제가 미쳤습니까?”
버두스 교수는 제자의 모습에 투덜투덜댔다.
정당하게 받아갔다지만 자기 욕심 때문에 자신의 창고 열쇠를 돌려주지 않다니.
실로 욕심쟁이였다.
“그런데 옆은?”
“선배님이십니다.”
“왜 같이 있지?”
“제가 창고에서 시약 가져가는 걸 도와주려고 오셨습니다.”
“…얼마나 가져갈 건데?”
버두스 교수는 애원하듯 이한을 쳐다보았다.
평소 미친놈처럼 이한을 쥐어짜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교수는 비버 수인 특유의 외모를 본능적으로 활용하며 동정심을 자극하려고 했다.
물론 이한은 버두스 교수를 만난 이후부터 세상 모든 비버에 대해 귀여움이란 감정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필요한 만큼 가져갈 겁니다.”
“무슨 마법할 건데?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원래 마법 잘 짜면 시약 소모도 줄어들어.”
“교장 선생님을 공격하려고 하는데…”
이한은 세비우스에게 손짓했다. 이 틈에 밖으로 나가란 뜻이었다.
버두스 교수를 갖고 노는 후배의 모습에 전율하며, 세비우스는 밖으로 향했다.
‘오늘 일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버두스 교수를 대화로 설득할 수 있었다니.
에인로가드의 온갖 수수께끼와 난관들을 돌파한 학생들도 이 말은 믿지 않으리라!
* * *
“괜찮냐?!”
“예.”
밖에서 기다리던 세비우스는 이한이 나오자 황급히 달려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늦게 나왔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 버두스 교수님께서 자꾸 저렴한 마법을 추천하려고 해서 늦은 겁니다. 별 일 없었습니다.”
“…이거 받아라.”
세비우스는 작은 주머니를 꺼내 내밀었다. 이한은 의아해하며 받았다. 묵직했고 받는 순간 짤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제국 금화. 열두닢? 맞습니까?”
“…너 어떻게 안 거냐?!”
“이걸 왜 주십니까?”
“왜 줬냐니. 일을 했으니까 줬지. 원래 위치 이동이 끝나면 정산하는 거다. 좀 더 비싼 보물을 가지고 나왔다면 많이 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리고, 아까 내가 한 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도서관 클럽이든 위치 이동 클럽이든 관심 없으면 편하게 말해. 두 클럽은 내가 책임지고 나가게 해줄 수 있으니.”
‘최소한 이거라도 해줘야지.’
세비우스는 오늘 후배가 보여준 헌신을 생각하면 이 정도 보답도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책장형에 처해지거나 위치 이동 클럽 회원들이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수도 있었지만, 이건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후배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무슨 소리십니까? 다음 책 회수하러 가시죠.”
“너 혹시 잠은 안 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