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18)
718화
“잠이야 나중에 자도 되잖습니까.”
선배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한은 클럽 활동에 대한 열정을 눈동자로 뿜어냈다.
세비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오늘 책은 다 찾았다. 그리고 무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무리하면 실수가 나오지.”
“이 정도는 무리가 아닙니다만.”
이한은 자신의 최장 무수면 기록을 꺼내려고 했지만 세비우스는 듣기 싫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보수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너라면 앞으로 더 크게 벌 기회도 많을 테니까.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지급해서 이런 거야. 난 돈이 별로 없거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군.’
이한은 속으로 코웃음쳤다.
지금 세비우스는 이한 속에서 가이난도의 어머니 다음 가는 부자였다.
어떻게 후배한테 이렇게 금화를 탁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금화가 필요한 거면 차라리 주방 클럽이나 석공 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는 걸 추천하지. 거긴 훨씬 안정적이니까. 그리고 수입도 낫고.”
혹시라도 후배가 첫 의뢰 성공의 단맛에 홀려 위치 이동 중독에 빠질까봐 세비우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대부분의 위치 이동은 소득 없이 끝날 때가 많은 것이다.
한 번 크게 벌어서 그 이후의 소비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환상을 가지면 안 됐다.
위치 이동 클럽은 희귀한 아이템이나 재료를 남들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거지, 사실 안정적으로 금화를 모을 수 있는 클럽은 아니었다.
그런 클럽은 오히려 주방 클럽이나 석공 클럽이었다.
듣고 있던 이한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선배님. 주방 클럽 같은 경우는 아무리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크게 돈이 안 될 것 같습니다만.”
“박리다매의 힘이지. 한 닢씩만 받아도 얼마겠냐.”
“은화 한 닢을 모으면…”
“무슨 소리야?”
이한이 암산하려고 하자 세비우스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
“금화 한 닢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끼니 한 번에 금화 한 닢.”
“……”
이한은 에인로가드의 말도 안 되는 물가에 공포를 느꼈다.
해골 교장이 고대 마법을 써서 나타났을 때보다 더한 공포였다.
“그, 그, 그, 그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그런 폭리를? 아니, 공격 안 당합니까?”
이한의 질문에 세비우스가 더 당황했다.
“야. 진정해라, 진정. 생각해보니 니가 이제 갓 2학년이란 걸 잊고 있었군. 금화 한 닢 정도면 에인로가드에서는 저렴한 편이야. 주방 클럽은 나름 신념 있는 놈들이라 저 가격에 파는 거라고.”
“뭔 신념이요? 에인로가드의 금화를 다 한 곳에 모으는 신념?”
“너 뭐 주방 클럽에 원한 있냐?”
기본적으로 에인로가드는 물자가 귀했고, 학생들이 마법 연구에 쓰는 재료들도 매우 값비싼 것들이 많았다.
거기에 에인로가드 출신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제국에서 손꼽히는 인재들이라 외부 의뢰를 받으면 꽤 보상을 후하게 받았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지면 이제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제발! 내가 인공적으로 만든 지옥유황황소가 굶고 있어. 영혼서리쇠꼴 두 단이 필요해!
-물론 줄 수 있지. 금화 스무 닢만 주면.
-미쳤냐!? 밖에 나가면 제국 은화 세 개면 사는데?!
-그렇겠지. 네가 나한테 판 정오겨우살이도 밖에 나가면 제국 은화 한 개 반이더라. 그래서 방금 금화 스물다섯 닢으로 올랐어.
-…크윽! 알겠어, 알겠다고!
대부분이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에인로가드 학생 시장에서는 모든 게 비싸게 측정됐다.
당연히 클럽 활동으로 연구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주방 클럽도 가격을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몇몇 주방 클럽 회원들은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고 툴툴댈 정도였으니…
‘내 전재산이 에인로가드에서는 두세달 먹고 살면 눈녹듯 사라지겠군!’
이한은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렬한 탈출 욕구를 느꼈다.
“믿기 힘듭니다.”
“곧 적응될 거다.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 거지.”
“혹시 외상거래라도 합니까? 밖에 나가서 갚는다거나…”
세비우스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질문을 한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적어도 2학년 이상 보낸 에인로가드 학생이라면 안에서 한 약속을 밖에서 지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괜한 질문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나도 좀 당황했다.”
* * *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이한은 푸른 용의 탑을 향해 걸어갔다.
에인로가드의 클럽들이 이런 미친 폭리를 취하고 있었을 줄이야.
‘정말 무서워서 살 수 없을 정도군.’
이한이 은화 한 개를 받고 팔았던 식사를 금화 한 개를 받고 판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흐를 정도였다.
악마 공작도 그런 생각은 못하지 않을까 싶었다.
“반… 반가워!”
“어. 반가…”
숲 앞에서 처음 보는 푸른 용의 탑 학생이 인사하자 별 생각 없이 손을 흔들려던 이한은 오싹함을 느꼈다.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선배는 아닌 것 같다. 동급생이면 내가 모를 리 없고. 그렇다면…?’
이한은 재빨리 상대의 복장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었다.
상대는 1학년 신입생이었다.
‘젠장!’
클럽 활동과 에인로가드의 물가에 충격을 받아서 방심해버린 것이다.
“…반갑다. 난… 그… 검은 거북이 탑 학생 가이난도라고 해. 나도 신입생이야.”
그러나 아마추어처럼 당황하기에는 이한이 보낸 시간과 경험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 짧은 시간에 이한은 신입생처럼 위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간다면 해골 교장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 아닌가.
“검은 거북이 탑!”
“뭐. 왜. 신분 나빠서 꼽냐?”
“아, 아니야. 난 그런 식으로 생각 안 한다고!”
푸른 용의 탑 후배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내저었다. 이쯤이면 검은 거북이 탑 학생으로 훌륭하게 위장했다고 생각한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본 것 같군. 그래. 넌 역시 푸른 용의 탑 학생과 달라보였어.”
“그… 그런가? 넌 그런데 되게 여유 있어 보인다. 지금 밤이잖아…”
‘아차.’
이한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한 번 더 깨달았다.
오늘 에인로가드의 물가가 충격적이긴 했던 모양이었다.
“속으로 떨고 있지만 티내지 않는 거야. 검은 거북이 탑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죽는 거거든.”
“뭐?! 그런…!”
“넌 어느 가문의 누구지?”
“난 달카드 가문의 아르만이야.”
“!”
눈앞의 1학년 학생은 놀랍게도 아산의 친척이었다. 이한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달카드 가문의 아산을 아나?”
“앗. 알아! 사촌 형이셔. …그런데 형은 왜 에인로가드가 이런 곳인 걸 말 안 해주신 거지?”
아르만은 침울하고 배신감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마 해골 교장의 금제 때문일 거야. 교장 선생님이 마법 쓴 거 봤지?”
“아, 응. 입학할 때 봤어. 한 명 잡아먹으셨잖아.”
“…?”
매 해 신입생들에게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해골 교장에게 속으로 전율하며, 이한은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그런 짓을 하는데 선배들을 내보낼 때 그냥 내보내시겠어?”
“하긴… 맹세를 시킬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그럼 아산 형이 나한테 에인로가드는 참 좋은 곳이라고, ‘에인로가드. 에인로가드. 너무 좋다네. 따뜻한 식사와 푹신한 침대가 있는 곳. 에인로가드.’ 같은 노래를 불러준 것도 교장 선생님 때문일까?”
“…그, 그런 셈이지.”
이한은 나중에 아산을 만나면 친척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한 마디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친구의 명예는 지켜주겠지만 너무 심하지 않은가.
“가이난도. 혹시 푸른 용의 탑 위치 알아? 몰래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렸거든.”
“내가 안내해주지. 그런데 왜 몰래 나온 거지?”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을 게 없나 찾아보려고 했어.”
“…소문에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가죽 부츠를 삶아먹는다던데.”
“그건 아까 해봤어.”
분위기를 풀려고 농담을 던졌던 이한은 경악했다.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뭔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별로 양이 안 되더라고. 알히들은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공부를 안 하면 1학년에서 유급할 거라고 하더라.”
“보통 1학년에서 유급할 일은… 잠깐. 누구? 알히들? 펭에린 가문의 알히들?”
“넌 되게 잘 안다?”
“귀족 가문 이름을 외우는 게 취미라서.”
이한은 겨울 방학 때 만났던 펭에린 가문의 신동을 떠올렸다.
하필 비열한 대마법사가 이한을 앞세워 자존심을 박살내서 그렇지, 알히들은 분명 뛰어난 후배가 맞았다.
‘괜히 미안하군.’
“알히들은 어떤 친구지? 혹시 무례하게 구나?”
“응? 알히들은 되게 겸손한데. 아. 너도 혹시 소문에 속은 거야? 나도 예전에는 알히들이 무례하고 거만하단 소문을 들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아니더라고. 누가 헛소문을 퍼뜨렸나봐.”
“?”
이한은 알히들이 겸손하단 이야기에 의아해했다.
‘다른 사람인가?’
“공부에 좀 미친 점만 빼면 알히들은 좋은 친구야.”
말하는 와중에 아르만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한은 보다 못해 빵과 치즈, 햄을 좀 꺼내서 쥐어주었다.
“이거 받아.”
“뭐, 뭐, 뭐… 어떻게?!”
“검은 거북이 탑에서 주방을 조금 털었어. 너희들도 터는 걸 생각해봐.”
“가이난도… 넌… 넌 천사야! 어떤 사제님도 너처럼 착하고 친절하진 않을 거라고!”
아르만은 울먹이며 먹을 걸 챙겼다.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이걸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
이한은 짠해 죽겠다는 듯이 후배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에안두르데가 턴 거야?”
“응?”
“에안두르데 있잖아. 너희 탑 우두머리.”
“……”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검은 거북이 탑 우두머리를 맡고 있는 후배의 이름에, 이한은 속으로 놀랐다.
“그건 말할 수 없어.”
“하긴. 너도 에안두르데가 무섭겠지. 나도 그거 보고 놀랐어. 흰 호랑이 탑 놈하고 우리 탑 친구가 완전히…”
‘대체 뭔 짓을 한 거지?’
“가이난도. 만약 에안두르데가 너도 죽이려고 하면 언제든 푸른 용의 탑으로 도망쳐. 내가 들여보내 줄 테니까.”
“…그, 그래. 고맙다. 아르만. 하지만 다른 탑 친구들을 들여보내는 건 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푸른 용의 탑에 도착하자 이한은 후배를 들여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안타깝군.’
얼마나 많은 후배들이 이 고통을 물려받아야 한단 말인가?
* * *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한은 이한대로 에인로가드의 삶을 살아가야 했다.
날이 밝자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기다리고 있는 강의실에 들어가며 외쳤다.
“교수님. 배우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볼라디 교수는 이한이 들어오자마자 외치는 말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언제나 의욕적으로 마법 전투의 기술들을 탐하던 제자였지만, 거기서 더 의욕을 보일 줄이야?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서 저렇게 배움에 탐욕스러운 제자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뭐지?”
“후배들을 피하고 싶습니다!”
“그렇군.”
볼라디 교수는 무슨 소리인지 바로 이해했다.
해골 교장이 이미 교수들에게 신나서 떠들었기 때문이었다.
-워다나즈가 1학년 후배와 접촉하면 징벌방! 워다나즈가 1학년 후배와 접촉하면 징벌방!
-교장 선생님. 작작하세요.
“확실히 필요하겠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한은 속으로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1학년 후배들을 피하는 방법도 준비하고, 볼라디 교수의 강의도 일이 주 정도는 피할 수 있는…
“교장 선생님이 사용하는, 피시전자의 존재를 망각시키는 대마법은…”
“교수님. 교장 선생님의 마법 말고 조금 더 쉬운 건 없습니까?”
“흠.”
생각에 잠기는 볼라디 교수의 모습에 이한은 살짝 불길함을 느꼈다.
‘…그냥 다른 교수님한테 물어볼 거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