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19)
719화
언제나 불길함은 맞아떨어지기 마련이었다.
볼라디 교수가 고심 끝에 내놓은 몇 가지 제안(그 중에는 후배들을 보자마자 기습하거나 실명시키거나 기절시키는 방법들도 있었다)들을 거절하고 나자 이한은 속으로 후회했다.
‘다른 교수님한테 물어볼 거 그랬군!’
“교수님. 저는 가능한 평화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왜지?”
“…후배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으로 남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후배들이 2학년이 됐을 때 보복당하고 싶지도 않고요.”
“흠.”
볼라디 교수는 속으로 이한 정도 실력이면 후배들이 덤비더라도 괜찮지 않나 의아해했지만, 굳이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언제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전투 마법사로서 적의 숫자를 줄이는 건 좋은 전략이었다.
“제가 원하는 건 그… 빠른 투명화 마법이나, 후배들이 접근하면 탐지하는 그런 마법입니다. 교수님.”
“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쉬울 텐데.”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겠군요. 가끔 그런 마법도 배워야하겠죠.”
이한은 대체 왜 쉽다는 이야기 앞에 지나치다는 말이 붙고 하지만이란 말이 붙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서워서 물어보기도 싫었다.
볼라디 교수는 이한의 의사를 존중하는 만큼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감사합니다.”
“무영창 마법은 알고 있겠지.”
대뜸 최고 난이도의 마법 기술을 꺼내는 볼라디 교수의 모습에 이한은 경악했다.
마법에서 주문을 영창하는 과정은 마법사의 의지를 견고하게 엮고 마법으로 집중시키는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동작이나 시약은 쓰지 않더라도 주문을 쓰지 않는 마법은 없을 정도로.
그만큼 이 간단해 보이는 주문 영창이 현재 제국 마법 체계의 핵심 요소란 소리였다.
‘죽으시란 소리인가?’
이런 주문 영창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법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런 짓은 금기시되었다.
주문 영창 없이 마법사의 의지만으로도 마법이 시전될 수 있다면, 마법사가 꿈을 꾸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것만으로도 마법이 격발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국 신문에 꾸준히 올라오는 마법 사고 중 하나가 무영창 마법을 서투르게 수련하다가 다른 차원의 괴물이나 악마를 불러버린 마법사들이었다.
주문 없이 마법을 시전하려면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이 경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불가능…
“불가능합니다!”
“안다. 위험하니 몰래 시도하지 말도록.”
“……”
이한은 한층 더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 볼라디 교수의 화술에 감탄했다.
작년보다 더 사람을 열받게 만들 수 있을 줄이야.
제자가 속으로 욕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볼라디 교수는 세심한 경고를 이어나갔다.
“수련해야 할 건 주문 단축이다.”
주문 단축. 혹은 축약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말 그대로 주문을 짧게 압축시키는 기술이었다.
무영창보다는 훨씬 안전했지만 일반적인 주문 영창보다는 막대한 집중력과 마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이한 같은 경우는 마력은 괜찮다는 장점이 있었다.
“잠깐. 집중력은 어떡합니까?”
사람의 정신력은 무한하지 않았고 아무리 마력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집중이 불가능하면 마법은 시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법사가 쓰러지면 쓰러졌다.
볼라디 교수는 이한의 질문을 다른 뜻으로 이해하고 대답했다.
“괜찮다.”
“……”
집중력을 보호하거나 정신을 회복할 방법을 물어본 이한은 황당하다는 듯이 교수를 쳐다보았다.
괜찮긴 뭐가 괜찮단 말인가?
“주문 단축과 같이 마법 축장(蓄藏)도 수련하도록.”
마법 축장.
쉽게 말하면 미리 마법을 저장해놓는 모든 방법들이 여기에 들어갔다.
원시적이지만 마법 스크롤도 해당됐다. 스크롤에 마법을 저장시켜놨다가 찢는 것만으로 발동시키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마법 스크롤은 하나를 만들 때마다 꽤 많은 비용이 소모되고 부피도 차지하는 만큼 전투 마법사들에게 선호되는 방식은 아니었다.
뛰어난 전투 마법사들은 피부 위에 마법 안료로 문양을 그려 전투 때마다 소모시키거나, 혹은 외투나 물건 위에 마법을 저장시켰다.
정령이나 소환수도 설득만 가능하다면 좋은 축장 상대였고…
‘합리적이긴 하군.’
볼라디 교수의 말은 논리적으로 지적할 구석이 없었다.
후배를 패고 싶지도, 기절시키고 싶지도 않다면 투명화 마법을 더 빠르게 시전해라.
미리 장전해놓고 다닌다면 훨씬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축장하십니까?”
“팔의 하박(下膊) 부분.”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마법사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만큼 마법을 미리 저장해놓기도 좋은 부위였다.
볼라디 교수는 소매를 걷어 손목에 그린 마법 몇 개를 보여주었다. 한눈에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강력한 마법들이었다.
“공격받는 순간 발동되는 마법들이다. 차례대로 >배그렉의 보복>, >무작위 전이>. 그리고 이건 말해줄 수 없겠군.”
세 번째 마법은 말해주지 못한다는 말에 이한은 의아해했다.
“그렇게 위험한 마법입니까?”
“정체를 알게 되면 공격하는 마법이다.”
“!”
전장을 돌아다니는 전투 마법사들은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제거의 대상이기도 했다.
마법사의 강력함은 불러내는 마법 때문이지 마법사 본인은 그저 피와 살로 이뤄진 필멸자일 뿐.
그런 만큼 마법사가 쓸 수 있는 마법들은 어느 정도 숨기는 게 좋았다.
이한만 해도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을 두들겨 팰 때 뒷일을 대비해 아껴두는 마법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공격하는 마법이라니.
‘전투 마법사로 명성을 날리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한단 말인가?’
이한의 경악을 호기심으로 이해한 볼라디 교수가 제자를 격려했다.
“언젠가 익힐 기회가 있겠지.”
“예… 뭐… 잠깐, 교수님. 제가 우연히라도 저 마법을 익히게 되면, 저 마법을 봤을 때 정체를 깨닫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군.”
“그러면 저 마법한테 공격을 받겠군요?”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은 속으로 욕했다.
‘미친 사람 아니야 이거?’
언젠가 뒤지라고 악담을 하는 수준이었다.
한 차례 악담이 끝나고 나서 볼라디 교수는 피부 위에 마법을 그려 넣어 저장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3서클 마법, >하급 마법 축장>.
자기 서클 이하의 마법 두 개를 저장하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원래 부여 마법의 원리가 꽤 깊은 부분까지 들어가 있어서 시전 난이도가 동일 서클 마법보다 높았다.
여러 학파의 원리를 복합적으로 사용할수록 마법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볼라디 교수는 버두스 교수 밑에서 배우는 이한의 실력을 잘 알았기에 별도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한은 몇 번 시약을 소모해가며 마법을 그리더니 바로 감을 잡았다.
“이렇게 하는 거 맞습니까, 교수님?”
“맞다. 잘 하는군.”
“혹시 난이도가 낮은 편입니까?”
볼라디 교수는 대답 대신 새벽이슬처럼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한은 그 미소의 뜻을 친절함으로 이해했다.
‘쉬운 마법이 맞나보군.’
그러나 그 다음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마법을 완벽히 그려 넣었지만 발동할 때마다 이상하게 오차가 일어났던 것이다.
“?”
이한은 역시 3서클 마법은 난이도가 낮다 하더라도 아직 쉽게 익힐 수 없는 건가 의아해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볼라디 교수가 입을 열었다.
“문양이 많군.”
“예?”
“강력한 존재들이 새긴 문양이 많다.”
정령의 문양이든 다른 존재의 문양이든, 이런 문양은 당연히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문양을 새긴 존재의 힘이 강력할수록 문양의 힘도 따라서 강력해졌고.
이한처럼 페르쿤트라나 우피눔 같은 대정령의 문양을 손목에 박아 넣은 마법사는 그쪽 위에 마법을 그릴 때 오차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도 못했습니다.”
“보통 그렇게 많이 새기진 않으니.”
“…방법이 없겠습니까?”
“오차를 계산하도록.”
“……”
오차까지 계산해서 그려 넣으라는, 요약하면 잘 하면 된다는 볼라디 교수의 말에 이한은 인상을 찌푸리는 걸 참고 다시 물었다.
“좀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요?”
“위치를 위로 올리도록.”
왜 생각하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좋은 방법이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여기.”
볼라디 교수는 상박과 하박 사이, 팔의 오금 부분을 지팡이로 가리켰다.
이한은 민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거기엔 불사조의 문양이 있어서 겹칩니다.”
교수는 지팡이를 좀 더 상박 쪽으로 올렸다. 이한은 아까보다 조금 더 민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거기엔 버두스의 문양이…”
“……”
* * *
-워다나즈.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만나지 못하게 된 지도 꽤 지났군. 서로 다른 탑이고 그리 사이가 좋지도 않지만, 우리가 서로를 마법사로서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거다. 잠시 만나 회포를 풀고 정보를 교환할 생각이 있다면 저번에 우리 모두가 모였던 곳으로 와라.
살코 투탄타
“함정 아니겠지?”
“살코가 그런 함정을 펼칠 놈은… 맞긴 한데. 아마 아니지 않을까?”
이한은 푸른 용의 탑 친구들과 같이 움직이면서 말했다.
사실 이한은 물론이고 같은 탑 친구들 모두 다 비슷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2학년에 올라오고 나서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나도 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진 것이다.
작년이었다면 편하게 만나서 정보를 교환했을 테지만 올해는 그러기도 힘들었다.
-혹시 흰 호랑이 탑 놈들이 습격하면 말해라. 보복해줄 테니.
-감사합니다. 선배님.
-뭘. 선배로서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렇다면 선배님께서 드시고 계신 빵을 한 조각 받을 수 있을까요?
-미… 미친 거냐? 어떻게 그런 무례한 말을?
푸른 용의 탑 선배들이 자주 보이거나 친절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다른 탑과의 싸움에는 매우 적극적인 이들인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일들도 있었다.
-어. 앙라고다. 손 흔드네.
-저 자식이 감히 내 후배에게 모욕적인 손짓을 해?!
-어. 선배님. 앙라고는 그냥 손 흔든 건데요?
-네가 잘못 본 거겠지. 흰 호랑이 탑 놈들은 그냥 손을 흔들지 않아. 네가 모르는 사이 가운데손가락을 올렸을 거다!
이렇게 되자 후배들 입장에서는 대놓고 모이는 게 조금 눈치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살코가 작년에 모였던 2층 창고에서 만나자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한은 친구들과 함께 주변을 확인하고 2층 창고로 들어가 지하실 문을 확인한 뒤 내려갔다.
작년 순간이동 석상을 처리하고 해골 교장의 별장으로 대탈출을 시도했던 추억이 남아 있는 장소였다.
“워다나즈다!”
“워다나즈. 너 혹시 모든 클럽에 가입한 거 맞아? 정말로?”
“……”
다른 탑 친구들이 만나자마자 묻는 질문에 이한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들은 이미 ‘워다나즈라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맞다.”
“말도 안 돼. 워다나즈의 몸이 두 개도 아니고!”
“두 개로도 부족하지 않나?”
“다들 이쪽으로 와라. 거기서 복작대지 말고!”
살코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한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각 탑의 2학년 학생들이 대부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라디. 반갑다.”
“그래. 반갑군.”
“…어, 뭐, 뭐 잘못 먹었나?”
“야. 자리 좀 바꿔ㅈ…”
지젤은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자리를 바꿔서 앉으면 옆은 살코였다.
살코는 노골적으로 으르렁대며 꺼지라는 기색을 보였다.
“…생각해보니 그냥 워다나즈가 낫겠군. 앉아.”
“난 그냥 다른 곳에 앉으면 안 되나?”
둘 사이에 있으면 시끄러울 것 같아 이한이 묻자, 살코와 지젤은 이한의 양쪽 팔을 하나씩 잡고 자리에 강제로 앉혔다.